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25
325화 술래잡기(1)
재현과 서이나가 황금왕의 공략을 모두 마칠 즈음.
다른 동료들 역시 첫 번째 계층을 거의 돌파한 상태였다.
이제 마지막 문만 열면 모두 끝나는 상황.
한데, 여기서 갑작스레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선탑 반대편의 등반자(이하 2인)가 히든 루트로 제1계층의 등반에 성공했습니다!]흠칫.
권소율은 이 대목에서 어째서인지 싸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불안한 감각이 서늘하게 그녀의 어깨를 스친다.
아니나 다를까.
뒤편에서 발끈한 김유정과 안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히든 루트으?!”
“역시 재현이랑 이나야. 우리도 질 수 없지!”
“그래! 당장 가서 우리도 히든 루트인가 뭔가 찾아보자고!”
두 사람이 의지를 불태우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일이 커질 모양이었다.
권소율은 그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당장이라도 길을 안내하라는 두 사람의 표정에 어쩔 수 없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재상이 그녀를 보며 울상을 한 채 물었다.
“…소율아 혹시 저 히든 클리어라는 거… 네가 아까 찾은 그 몬스터랑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
“…아마 90퍼센트 정도.”
이재상과 권소율은 그나마 이성적인 판단과 겁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허나 나머지 둘은 달랐다. 그들은 어떻게든 재현과 서이나를 따라 잡아주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해 보였다.
그들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탑을 퍼펙트 클리어해 주자고!”
“옳소! 옳소!”
“소율아….”
“자꾸 나 부르지 마. 나도 울 거 같으니까.”
권소율은 그나마 자신과 뜻이 같은 이재상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의지할 구석이라고는 제일 약한 이재상밖에 없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그날따라 권소율은 어째서인지 재현이 보고 싶어지는 기분이었다.
* * *
재현과 서이나가 1계층을 모두 클리어한 이후.
두 사람은 한 장소에 전송되었다.
주변이 온통 새하얀 방이었는데, 시스템은 이곳이 나선탑의 대기실이라고 했다.
다음 층계를 공략하기 전, 보상을 정산하고 잠시 쉬는 곳. 아마 이그드라실이 탑의 등반자를 위해 준비해 둔 장소인 듯했다.
재현과 서이나가 정신을 차렸을 즈음.
다시 조금 전에 들려왔던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이는 두 사람이 기다려 마지않던 것이었다.
[나선탑의 1계층을 히든 루트로 공략하셨습니다.] [황금왕의 유산(신화-장비 아이템)이 각각 지급됩니다.] [《신들의 보물 창고의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아이템 정보를 표시합니다.
[장비 아이템]이름: 황금왕의 안장(펫 전용)
등급: 신화
황금왕이 갖고 있던 신화급 무구 중 하나다. 중형 이상 펫 위에 탈 수 있게 된다.
주로 말이나, 드래곤 등의 펫에 사용한다.
1. 장착 시 속력 및 가속력이 150퍼센트 상승한다.
2. 올 스탯 +100
*올 스탯 적용은 1/4의 수치로 펫의 주인에게도 적용된다.
재현이 얻은 아이템은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만한 등급의 물건이었다.
기본적으로 펫 아이템은 희귀해서 잘 구하기도 힘든 편인데…
무려 신화 등급?
거기다 전 스탯을 보정하는 아티팩트는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 수치가 100이나 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
뿐만 아니라, 자신도 펫 아이템을 장착하는 것만으로 무려 25의 올 스탯을 보정 받게 되었다.
여러모로 사기 아이템인 것이다.
‘역시 신화 등급인가? 마침 파피한테 줄 안장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잘 됐어.’
재현은 다음으로 얻은 아이템도 살펴보았다.
[특수 아이템]이름: 신들의 보물 창고의 열쇠(복사키)
등급: 신화
신들의 보물 창고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다.
복제본으로 1회 사용 시 파괴된다.
‘신들의 보물 창고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라…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 무조건 쓸 일이 있을 것 같은 물건이네. 잘 챙겨둬야겠어.’
재현이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자신보다 더욱 눈이 휘둥그레진 서이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 역시 엄청난 아이템을 얻은 모양이었다.
“…재현아, 이런 등급의 아이템이… 진짜로 존재할 줄은 몰랐어….”
서이나는 자신의 아이템 창을 재현에게 공유해주며 말했다.
재현은 내심 궁금했기에 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장비 아이템]이름: 알프헤임의 펜던트
등급: 신화
알프헤임의 정수를 담은 펜던트다. 엘프의 힘을 끌어 쓸 수 있다.
1. 신성 속성 마법 사용 시 일시적으로 마력을 300퍼센트 증폭시킨다.
(재사용 대기 시간 2시간)
2. 모든 신성 속성 마법의 등급이 +1 상승한다.
*모든 엘프의 호감을 사게 된다.
이것 역시 눈이 돌아가고도 남을 수준의 아이템이었다.
아무래도 황금왕의 유산은 유적을 클리어한 사용자의 클래스에 맞게 지급되는 모양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과 서이나에게 지금처럼 딱 맞는 아티팩트가 주어졌을 리 없으니까.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건 이거야. 펫 전용 아이템이지.”
자신의 아이템 정보 역시 서이나에게 보여준 뒤, 재현은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파피에게 안장을 장착하는 것은 잠시 뒤로 미루어 두었다. 거대화를 사용할 때가 아니면 안장의 장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아이템과 보상 정산의 시간이 모두 끝날 즈음.
―이그드라실의 나선탑 2계층으로 등반자를 전송합니다.
시스템 음이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재현의 시야가 커튼이 쳐진 것처럼 완전한 어둠에 가려졌다. 이제는 익숙한 감각이었다.
곧이어 재차 들려온 시스템 음과 함께 시야가 환해졌다.
* * *
―이그드라실의 나선탑 《제2계층: 술래잡기의 층》에 도착했습니다.
재현이 불시에 눈을 떴다.
그는 어지러운 머리에 손을 짚으며 잠시 고민에 잠겼다.
술래잡기라.
이그드라실 탑의 등반에 등장하기에는 꽤나 독특한 키워드였다.
재현은 우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왔고, 주변에는 풀과 거대한 돌이 무질서하게 깔려있었다.
“…아무래도 인근은 무덤가인 것 같아. 정확히는 소수 바이킹족들의 무덤이 이런 식으로 돼 있다고 헬라가 말해준 적이 있으니까. 아마 틀림없을 거야.”
사실, 일반적인 바이킹족의 장례 방식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었다.
본래 바이킹족은 사람이 죽으면 배에 태워 떠나보낸 뒤, 거기에 불을 질러 완전히 그의 존재를 지우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헬과 헬라는 간혹 이런 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 준 적이 있다.
아주 극소수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으로 유추하건대, 이곳은 틀림없이 무덤가였다.
“…응. 확실히… 딱 보기에도 음침해 보여.”
서이나도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흐―흐엑! 무무―무섭습니다요!”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 나타난 것인지, 라타토스크 역시 기겁하며 폴짝 뛰어올라 재현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파피가 이를 보며 약간 그르렁댔다.
주인을 빼앗기기 싫다 이건가?
재현은 괜스레 대견스러운 표정으로 파피를 쓰다듬어준 뒤, 다시 인근을 살피기 시작했다.
알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축축한 땅.
이는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아주 깊은 산 속에 묘지가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아마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다음 층으로 가는데 주요한 열쇠가 되겠지.
두 번째는, 무덤이 질서 없이 늘어서 있다는 점이었다.
어디에도 묘비는 없고 죄다 투박하고 큰 돌이 얹혀 있는 모양새였다.
아무리 봐도 높은 신분을 지닌 이들의 묘지는 아닌 듯하다.
세 번째는, 무덤 근처에 이를 지키는 묘지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서이나가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낀 것인지 저도 모르게 재현의 팔을 꽉 쥐었다. 재현이 가볍게 그녀를 진정시킨 뒤 앞을 보았다.
아무래도 앞에 있는 녀석이 뭔가 알고 있을 것 같긴 한데….
‘자세한 건 알 수 없으니, 일단 보류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재현은 공포에 꽤나 익숙한 편이었다. 지금과 같은 어둠은 더할 나위 없이 자주 접해왔다.
그는 묘지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무언가 물으려 했다.
그때였다.
갑작스레 원예 도구를 들고 있던 묘지기의 얼굴이 기이하게 꺾이며, 재현의 두 눈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재현의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 *
오딘의 옥좌. 그 옆에 후긴이 우뚝 서 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지시한 대로, 2층의 등반 조건을 수정했습니다. 3층까지도 어떻게든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듯합니다.”
“일단은 그 정도면 되었다. 아무리 대적자가 강하다 해도 변경된 2계층의 시험을 빠르게 통과하는 것은 어려울 테니.”
조금 전, 두 번째 층의 등반 조건을 바꾼 것은 바로 오딘이었다.
높은 층으로 가면 갈수록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닿지 않기에, 쉽게 이를 수정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시간을 끌 수 있을 정도는 장치해 두었다.
‘거기서 죽어준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지.’
오딘은 이미 대적자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리미트 브레이커 당시, 자신의 추종자들과 주원을 죽이며 자신에게 거대한 수치를 안겨주었던 재현이었다.
그때부터 오딘은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대적자….”
오딘은 그를 수식하는 칭호를 몇 번이나 되뇌며 생각했다.
1만 년 전, 노른 세 자매를.
그리고 탈옥해버린 로키를.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왕좌에서 내려올 거라 말했다.
대적자에게 죽고, 쥐고 있는 것을 모두 내려놓게 될 거라고.
하지만 오딘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자신의 죽음을 운명이 점지했다 해도 그는 동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어 끝끝내, 오딘은 자신이 줄곧 생각하던 한 마디를 내뱉었다.
“결코 나는 예언 따위에 굴복하지 않겠다.”
그의 오른편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찬연히 빛났다.
그것은 자신의 목을 노려오는 대적자와 완벽히 같은 색을 띠고 있었다.
* * *
“이방인이시군요.”
“흐흐흐흐―흐에에에엑!”
기괴하게 꺾인 목.
그것은 도저히 사람이라면 나올 수 없는 구도였다. 재현은 침을 꼴깍 삼킨 뒤, 묘지기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성별은 남자… 노인이고, 나이는 여든이 조금 넘은 것 같은데….’
그리 강하지 않은, 약간의 마력을 가진 자였다.
재현은 그를 경계하며 침착하게 물었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죠?”
“복식이 다르시니 구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요. 거기다 가끔 이곳 마을엔 외지인이 방문하시기도 하니, 저로서는 응대가 꽤 익숙한 일입니다.”
“여긴 어디죠?”
재현은 곧바로 본론으로 진입했다. 이곳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다음 층으로 한시라도 빨리 향하기 위해서는 그것만 한 게 없으니까.
라타토스크가 눈치를 살피며 재현의 어깨에 올라와 귓속말했다.
“아아아―아무래도 뭔가 ‘층계의 간섭’이 있는 것 가가가―같습니다요!
원래 이이이―이 층을 오르는 방법은 이게 아아―아닙니다요! 오딘이―뭔가를 저저―저지른 것 같습니다요!”
재현은 말뜻을 곧바로 이해했다.
오딘, 그가 자신이 이그드라실을 오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에 간섭했다는 뜻.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은 헬라로부터 진작에 들었기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이그드라실.
여기 발을 디디는 순간 오딘이 자신의 움직임을 눈치챌 수밖에 없다고.
반 에시르 연합 멤버들이 자신에게 말해주었던 것이 아직도 귓가에 선명했다.
[어쨌든 그걸 다 이겨내고 탑을 올라내는 수밖에 없어. 오딘은 널 죽이려고 혈안이 돼 있을 테니까.] [그렇다. 조심하지 않으면 필히 죽어버리고 말겠지. 우리가 어떻게 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너와 네 동료들이 제대로 사고를 치는 수밖에 없다.]‘하여간. 꼭 예상을 빗나가질 않는다니까. 오딘, 이 쓰레기는.’
그렇게, 재현이 이변을 눈치채고 있던 때.
앞에서 끈적한 시선이 느껴졌다.
재현은 고개를 들어 앞을 봤다. 어느새 묘지기는 흉흉해진 두 눈으로 재현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이곳은 ‘다시 걷는 자’의 무덤입니다.”
“다시 걷는 자의 무덤?”
그 순간, 재현의 반문과 함께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다시 걷는 자의 무덤》이 도착했습니다.
―퀘스트 정보를 표시합니다.
[메인 퀘스트]다시 걷는 자의 무덤
다시 걷는 자들을 피해 이곳의 술래를 찾고, 그를 처치하십시오.
TIP) 맵 곳곳에 숨겨진 하이드 포인트를 적극 활용하십시오.
*하이드 포인트는 사용자의 냄새를 지워주지만, 소리는 지워주지 않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전까지 일부 스킬의 사용이 제한됩니다. 제한 스킬의 개수는 계속 증가합니다.
*술래는 다시 걷는 자들의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술래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술래가 처음 태어난 곳에서 그를 죽여야만 합니다.
재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공동묘지에서 뭐?
술래잡기를 하라고?
“다시 걷는 자들을 조심하십시오.”
바스락.
다시 한번 묘지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함께, 나뭇가지가 바삭거리는 음산한 소리를 냈다.
재현은 잠시 내렸던 시선을 위로 올려 묘지기를 바라보았다.
한데, 그 순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재현의 온몸에 서서히 소름이 돋아오기 시작하며 머리칼이 쭈뼛 솟아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묘지기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서이나와 라타토스크 역시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