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0
39화 신입생 사냥 (9)
“그럼 이걸로 총 60만 포인트인가?”
조금 전.
안호연은 홀로 아공간을 돌아다니며, 재학생을 공략하고 있었다.
파티를 꾸리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무력만으로 재학생을 상대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가진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미리 알아 둬야 해.’
밀레스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그들과 대적해 이길 수 있을 정도인지. 그것들을 사전에 확인해 두어야 후에 문제가 생겨도 바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안 죽고 잘 살아남았네. 이제 하루만 더 버티면 돼.”
물론, 중간에 몇 번 위기 상황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는 천부적인 재능과 감각을 바탕으로 모든 위협을 이겨내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셋째 날 아침, 이미 예상했던 50만을 넘긴 60만 포인트를 기록하게 되었고.
“그나저나…… 이렇게 해도 1위를 못 하는구나. 역시 밀레스 아카데미야.”
물론 그의 말에는 다소 어폐가 있었다.
60만의 성적은 다른 해라면 1위도 충분히 노릴 만한 호성적.
하지만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에 집계된 랭킹엔, 그의 앞에 무려 세 명의 생도가 더 있었다.
그중에서도 안호연의 눈을 사로잡은 이름은 단연, 일전에 만났던 민재현.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어. 스킬 제약까지 걸린 상황에서 마법계로 1위라니. 거기다 같은 팀원들을 모조리 상위권으로 진입시키기까지.”
말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성적이었다.
재현이 이번 신입생 사냥에서 지금까지 얻은 포인트는 자그마치 110만.
다른 사람이라면 시스템 오류를 먼저 의심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랭킹 상단에서 민재현의 이름을 보는 순간, 그런 가능성은 머릿속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안호연의 뇌리에는 그날 수십 마리의 고블린을 상대하던 재현의 모습이 선명했다.
무려 A급 액티브 스킬인 《전격의 사슬》을 이용해 쏟아지는 고블린 무리를 처치하면서, 재현은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자신의 강함을 잘 알면서도, 의외의 변수를 경시하지 않은 것이다.
안호연은 순수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레이더의 강함은 단지 힘과 스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방심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게 없다면 아무리 강한 레이더라도, 하급 던전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재현은 그야말로 프로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인물인 것이다.
안호연은 입술을 짓씹으며 호승심을 불태웠다.
‘나도 아직 A급 스킬은 하나뿐인 데다 익숙하지 않아.’
신체에 오러를 둘러 검의 새로운 경지를 여는 스킬 《무의 극의(極意)》.
그게 안호연이 가진 유일한 A급 스킬이자, 최후의 보루였다.
그마저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5분에 불과하고.
반면, 그날 재현은 《전격의 사슬》을 매우 능숙하게 다뤘다.
고작 열일곱의 나이로 A급 스킬을 자유자재로 다룬 것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줄곧 사용해 온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민재현 그 사람은 적어도 C급을 넘어선 실력자. 어쩌면 B급에 발을 걸치고 있을지도 몰라.’
생도의 신분으로, 그것도 입학생인 주제에 C급 레이더의 경지를 넘어선다?
솔직히 누구에게 말해도 쉽사리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안호연은 진심으로 재현이 그런 경지에 도달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날 보여 줬던 압도적인 무력.
그리고 여유로운 태도까지.
“하여튼 대단한 사람이야. 나도 안 지려면 열심히 해야지.”
안호연은 결의를 다지며 몸을 일으켰다.
이틀간 신세를 진 ‘요정의 샘’ 부근 쉘터.
하지만 이제는 떠나야 한다.
마지막까지 성적을 내려면 부지런히 재학생의 명찰을 빼앗아야 하니까.
“으차…….”
안호연이 몸을 일으키려던 그때.
―당신의 정신에 《???》가 잠입합니다.
“어?”
일순, 두뇌가 타는 듯한 강렬한 감각이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동시에 찾아온 극심한 통증.
안호연의 눈동자가 뒤집히며, 그의 입술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들려온 메시지.
―당신의 정신이 오염됩니다.
* * *
쌔액!
매끄럽게 왼팔을 노리고 들어오는 검격을 몸을 비틀어 흘린 뒤 정면을 본다.
안호연의 검에 둘러진 푸른 검기.
그것은 그가 《무의 극의》를 발동 중이며, 지금의 안호연이 전보다 한층 더 강해진 상태임을 의미했다.
‘젠장. 성가셔.’
재현은 목을 노리며 수직으로 타고 올라오는 검을 고개를 젖혀 피한 뒤, 땅을 차 빠르게 거리를 벌렸다.
정신을 잠식당한 안호연의 검이 집요하게 재현을 노려 왔다.
탁월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쏘아내는 묵직하고 빠른 공격.
마법계인 재현이 버티기엔 확실히 벅찬 수준의 강함이었다.
촤르르르!
하지만 재현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전격의 사슬을 전개해 안호연의 검을 잇달아 쳐내며 틈을 노렸다.
그렇게 몇 번이나 공방이 이어졌을까?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재현의 기백에, 안호연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재현은 일그러진 그의 미간을 보며 작게 웃었다.
‘안호연은 아직 대련 말고는 실제 전투 경험이 없다. 보아하니 A급 스킬과 맞붙어 보는 것도 처음인 것 같고. 이러면 내가 확실히 유리해.’
재현은 안호연의 당황한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다리에 마력을 실었다.
―《윈드 부스트》를 발동합니다.
‘일단은 안호연을 구석으로 몰아야 한다.’
땅을 박차고 적과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웬만한 무투계 재학생의 검 따윈 감히 쫓아 올 수 없는 수준의 속도.
하지만.
콰앙!
안호연은 재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재현이 발을 딛고 뛰어나가, 그의 사각으로 접근하는 순간.
지면에 내리꽂힌 검이 굉음을 쏟아낸 것이다.
재현은 식은땀을 흘리며 앞을 봤다.
‘지면에 검격을 휘둘러 내 움직임을 봉쇄했어. 천부적인 전투 센스다. 역시 쉽게 볼 상대는 아니라는 건가?’
재현은 입술을 물었다.
지금 자신은 명백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쉽게 그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재현은 자신의 안일한 생각이 빗나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피해를 입히지 않고 저 녀석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빠르게 결론을 내린 뒤, 재현은 다시금 온몸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조금 전과는 명백히 다른 강대한 마력.
삽시간에 재현의 몸을 감싸는 푸른 에너지가 안호연을 집어삼킬 듯 노려보기 시작한다.
파츠츠츳!
마력이 맞부딪히는 고압적인 파찰음.
“이제 제대로 다시 간다.”
안호연 역시 질세라 검을 쥔 손을 공고히 하더니, 한층 더 짙어진 마력을 두르기 시작했다.
‘빠르게 끝내는 게 무엇보다 핵심이다. 가장 중요한 건 최소한의 피해로 안호연에게 걸린 《세뇌》를 풀어내는 거야.’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법인 《절대 연산》을 발동해야 한다.
문제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안호연에게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것.
그 과정에서 최소한의 피해만을 입힌다는 건 생각보다 꽤 까다로운 일이었다.
어설프게 들어갔다간 뼈도 못 추리게 될 터.
그렇다면.
다시금 안호연이 푸른 검격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왼팔, 왼 다리, 목, 복부를 노리고 연이은 검격이 활처럼 휘어 들어온다.
그러나 재현은 물러서지 않은 채, 방어 역장으로 그의 공격을 모두 튕겨냈다.
반투명한 푸른빛을 띤 방패가 휘어 들어오는 검을 모두 빗겨내며, 작은 틈을 만들어냈다.
다른 사람이라면 결코 볼 수 없을 만큼 아주 미세한 틈.
‘지금이다!’
하지만 재현은 놓치지 않고 곧장 그 틈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츠츠츳!
한껏 끌어 올려진 전격이 안호연을 향해 쇄도한다.
역장에 튕겨져 나온 마력을 갈무리하던 안호연으로서는 막을 수 없는 빠른 공격.
재현은 찰나의 틈에 안호연의 턱 끝까지 따라붙은 뒤, 곧바로 그의 몸을 봉쇄했다.
촤르르르르!
여섯 개의 사슬이 안호연의 몸에 휘감기며 그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둔화되었다.
그리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재현이 팔을 뻗어 안호연의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콰앙!
동시에 터져 나오는 굉음.
명치를 직격당한 안호연이 곧장 뒤로 튕겨지더니, 뒤에 있던 거대한 돌덩이에 부딪혀 피 가래를 쏟아냈다.
“커헉!”
안호연은 그대로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재현이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뭐, 넌 튼튼하니까 금방 일어나겠지.”
보아하니, 안호연은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것 같았다.
허나, 재현은 처음부터 이걸 노렸다.
‘《세뇌》 스킬은 정신을 잃게 되면 대상을 지배하는 힘을 일시적으로 잃어버리게 된다.’
이제 안호연의 머리에 손을 얹고 걸린 마법을 역산해 부수기만 하면 되는 상황.
하지만 재현은 안전장치를 하나 더 마련해 두기로 했다.
그는 손을 땅을 짚은 채, 마력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하얀 빛무리가 손끝으로부터 파생되어 작은 원을 그리며 번져 나간다.
일전에 나이트 셰이드와의 결전에서 사용했던 스킬.
《플래시 봄》이었다.
―액티브 스킬 《플래시 봄》을 발동합니다.
콰아아앙!
동시에 들려온 귀를 찢어발길 듯한 맹렬한 폭발음.
장내를 가득 메운 흙먼지와 함께 모든 시야가 하얀빛으로 점멸된다.
그리고 그때.
아공간을 찍고 있던 무인 카메라와 드론이 일순, 제 기능을 잃었다.
재현은 씩 웃으며 이번엔 안호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액티브 스킬 《절대 연산》을 발동합니다.
―정신 조작계 마법 《세뇌》를 부수시겠습니까?
* * *
모든 교관들이 일제히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분주하던 때.
통제실에 앉아 있던 구자인은 여전히 TV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민재현과 조금 전 자신이 세뇌한 안호연이 맞붙고 있다.
그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턱을 괬다.
‘안호연은 무투계에서도 S급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특급 인재. 웬만한 재학생 셋 정도가 붙어도 어렵지 않게 해치우고 승리를 거머쥘 인물이다. 그런데 저 모습은 대체 뭐지?’
구자인은 애초에 둘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안호연을 세뇌해 서로 싸우게 만들었다.
매스컴에서 차기 S급 레이더의 재목이라며 연일 띄워 주는 재능을 지닌 안호연.
그리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해 신입생 사냥 1위를 차지해 버린 마법계 민재현.
두 사람의 실력을 가늠해 보는 것은 그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무투계처럼 전위에서 싸우는 마법계 레이더라…….”
재현의 움직임을 보던 구자인의 입꼬리가 탐욕스럽게 치솟았다.
적절한 흥분감과 고양감이 구자인의 전신에 짜릿하게 퍼져나간다.
조금 전, 그가 안호연에게 건 암시는 간단했다.
―신입생 사냥의 랭킹 가장 꼭대기에 있는 녀석을 찾아서 없애 버려라.
현재 신입생 사냥 피라미드의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민재현.
바로 자신이 원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 외로 결과가 너무 쉽게 나 버렸어. 흥이 깨졌군.’
스크린 속 민재현은 너무나 쉽게 안호연을 제압하고 승리를 거뒀다.
심지어 그는 안호연을 배려하는 듯 공격 데미지를 최소한으로 줄여 주기까지 했고.
‘대체 어떻게 하면 신입생 주제에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거지?’
프로필에서 확인한 그의 마법계 적성치는 무려 97.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으나, 지금 보여 주고 있는 모습으로 볼 때 검사 결과가 틀린 것은 결코 아닐 터였다.
“재밌군.”
구자인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연신 놀라움을 거듭하는 것은 다른 교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석기와 김지연 등 교관들은 일을 처리하면서도 계속 TV를 흘깃거렸다.
그만큼 충격적인 전개였다.
원래라면 이번 신입생 사냥에서 100만 포인트를 넘기는 것은 안호연, 혹은 낮은 확률로 차유원이 되어야 했을 터.
갑자기 튀어나온 웬 마법계 생도에게 주어질 점수는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허…….”
김석기는 충격에 빠진 몰골로 탄식을 내뱉었다.
자신이 기억하는 게 맞다면, 민재현은 틀림없이 그 기생오라비 같이 뺀질거리게 생긴 놈.
버스 픽업 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완전히 괴물이었다.
‘거기다 구자인 이사장님이 직접 관심을 보이시다니…….’
김석기는 침을 꼴깍 삼켰다.
구자인이 이처럼 생도 개인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었다.
‘일단은 지켜보는 수밖에.’
이어진 몇 분간의 고요한 정적.
모두가 침묵한 채, 안호연을 쓰러뜨린 재현을 주시하던 그때.
콰아아아앙!
의문의 폭발음과 함께 통제실과 전산실 등 모든 아카데미 시스템이 마비되었다.
덕분에 송신탑으로부터 송출되던 영상 역시 새하얗게 물들었다.
김석기는 당황한 얼굴로 영상을 확인하던 직원들에게 물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왜 화면이 갑자기 이렇게 된 거죠?”
“아…… 그, 그게. 도중에 시야를 차단하는 마법이 발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
그때.
구자인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지더니, 그가 쥐고 있던 리모컨이 산산이 부서졌다.
“……《플래시 봄》. 그래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 순간, 구자인은 민재현의 능력에 명확한 확신이 생겨났다.
그는 안호연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상황에서 굳이 《플래시 봄》을 사용해 이들의 시야를 차단했다.
그 이유는?
“김석기 교관님. 이 민재현이라는 생도. 이번 이벤트가 끝나고 바로 이사장실로 불러 주세요.”
김석기는 구자인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했다.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되물었다.
“예?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결정하셔도 괜찮을지…….”
“김석기 교관님.”
구자인의 차분한 목소리.
김석기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구자인은 그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계속 이었다.
“어째서 민재현 생도가 방금처럼 자신의 승리가 명백한 상황에서 저희의 시야를 차단하는 마법을 사용했다고 보십니까?”
“예? 저로서는 잘…….”
“그는 아는 겁니다.”
우두둑.
근섬유가 꿈틀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곧 구자인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사나운 눈동자가 김석기를 향했다.
“자신의 가치를 올릴 방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