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30
430화 태초의 검
긴눙가가프(Ginnungagap).
‘크게 벌려진 공동’. 혹은 ‘하품하는 심연’이라 불리는. 천지창조 이전 세계가 맥동하지 않았을 때부터 존재했던 공간을 과거의 신들은 이렇게 불렀다.
또한 이는, 지금 내가 오딘을 처치하기 위해 연 필드 마법이기도 하다.
아니, 이는 마법이라 하기에도 부적합할지 모르겠다.
이는 하나의 허무이며, 공간인 동시에, 시간이다.
모든 것.
무스펠헤임과 니플헤임을 양단하는 가운데 위치한 아득한 심연.
그것은 세계의 태동, 그 중심에 자리해 있었다.
이곳에서 태초의 암소 아우둠라가, 태초의 거인 이미르가 태어났다.
그들은 각자 신과 서리거인, 그리고 나머지 종족들의 시작이 되었다. 이후 세계가 아홉 개가 되며 번영할 때까지.
이 공간에 대해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 오딘이 자신의 지혜를 탐구하기 위해 룬어를 익히기 전까지는.
나는 오딘을 보았다.
오딘은 과거 이그드라실과 미미스브룬느를 비롯한 모든 것에 손을 대며, 진리와 세계의 맥동에 관한 지식을 알고자 했다.
하나, 이는 쉽게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그는 그저 태초에 무저갱과 같은 검은 심연이 존재했으며, 그 파편이 떨어져 나온 것이 아득한 심연의 별 조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에 그쳤다.
또한, 그게 어마어마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 * *
‘헤니르는 도대체 어떻게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냐…! 아무것도 손에 쥐지 않았다. 처음부터 무(無). 그 자체였단 말이다…! 그런데 왜! 어째서냐…!!’
오딘은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무너져내리며 이미 바다가 되어 버린 심연이 대적자의, 아니 헤니르의 속에 잠들어 있었던 것인가?
거대한 바닷속에…….
“그래. 바다다.”
재현은 오딘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릴 수 있는 이 필드가 바다로부터 기인했다고?
찰나의 순간, 오딘은 재현이 어째서 그러한 이야기를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대적자가 성장해 자신의 수족들을 처치할 때마다, 그들이 해왔던 말.
[대적자에게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거해가 잠들어 있었습니다.]거해.
그것은 결국 긴눙가가프를 숨기기 위한 것이었나?
자신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영원한 안식으로 데려가기 위해. 노른 세 자매와 미미르가, 그리고 헤니르가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인가?
오딘은 재현의 안에 처음부터 이 깊디깊은 심연이 잠들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자신을 이 순간 죽음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는 날 이길 수 없다. 1만년 동안 네놈의 영혼은 잠들어 있었으나… 나는 그동안 계속 성장해왔으니까!”
오딘이 격을 방출했다. 별 하나 없는, 숨조차 쉴 수 없는 깊은 어둠이 그 격을 일부 거두어들인다.
“오딘, 너는 성장한 게 아니다.”
재현은 고개를 들었다. 그가 조소하며 이었다.
“그저 알량한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계속 발버둥 치며 퇴보하고 있었을 뿐이지. 그러니.”
그 순간, 재현이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를 본 오딘의 눈이 가늘어졌다.
“네가 여기서 죽는 것은, 발전하지 못한 너를 탓하라.”
재현의 어투가 완전히 뒤바뀌며 마치 블랙홀처럼 긴눙가가프. 그 무저갱이 대기에 무수히 존재하는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 *
폐부에 차오르는 마력. 그것을 느끼며 나는 생각에 잠긴다.
처음 나는 소년이었다.
약했고, 강해지고자 했다.
모든 이들은 내게 부질없는 행동은 그만하라 말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 법이라며, 내게 어리석다 경고했다. 에시르가 노할 것이라고. 다른 종족들이 너를 벌하지 않을 리 없다고.
하지만 웃긴 일이 아닌가.
지금 이 순간에, 가장 드높다 불리는 오딘의 목숨을 쥐고 있는 것이 나다. 자만이 아니다. 그는 여기서 죽는다.
이 순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예언이란, 또 운명이란 무엇인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저 점지된 것이기에 믿고 따르고.
그게 옳다고들 이야기하니 바꾸려 하지 않았다.
하나가 아닌 모두가 그런 말을 하니 속았다.
바꿀 수 없는 것도 있다고.
하지만 그건 오해였다.
민재현이라는 이름을 얻고, 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바꿔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한번 현재를 바꿀 힘을 얻었다.
‘베르단디, 스쿨드, 우르드.’
노른 세 자매는 언제나 내게 도움이 돼 주었다.
특히 마지막까지 고통받으면서 시스템에 구속된 채, 내게 힘을 내어준 베르단디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사람이었다.
나는 폐부에 숨을 들이킨다.
이어 마력이 가득 차오른다. 검은, 아직 정제되지 않은 마력이 단번에 내 신체 모두에 빠짐없이 스며든다.
하지만 어째서인가. 내 몸은 자연스럽게 마력을 받아들인다.
역류의 조짐조차 없다.
이어 나는 손목의 아티팩트를 바라보았다. 나와 함께했던 오랜 무기.
미스틸테인.
아스가르드의 가장 사랑받는 신을 죽인 작은 나뭇가지.
그것의 진짜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이제 진짜 네 모습을 보여주거라.”
―미스틸테인이 헤니르와 강하게 반응합니다!
―아티팩트에 잠금이 걸려 있어 시동에 제약이 생깁니다…!
―인벤토리에 《??? ?의 열쇠》가 존재합니다. 제약이 해제됩니다!
―미스틸테인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태초의 검》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래서 지금까지 내가 태초의 검을 사용할 수 없었던 거군.’
처음부터 태초의 검은 내게 있었다. 하지만 제약이 걸려 있어, 그저 타인의 무구를 베끼는데 지나지 않았다.
하나 미스틸테인의 진짜 모습은 그런 게 아니었고….
나의 가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었다.
바로 내 필드, 붉은 달의 고원에 묶여 있던 거대한 사슬에 묶인 검.
그것이 바로 태초의 검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한 열쇠는 아스가르드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었다.
아무도 찾지 못한 물건.
후긴은, 그것을 찾아 자신에게 건넸다.
가장 역설적이게도 ‘평화’라는 한 단어를 언급하면서.
오딘의 두 금빛 눈동자에 경악이 차오른다.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 미스틸테인. 태초의 검은 새하얀 냉기를 뿜어내며 오딘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딘의 심장이 두방망이질 치며 그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었다.
바라마지 않던 자신의 모든 것.
가지려 발버둥 쳤던 검.
그것을 쥐고 있는 것은 지금 자신이 아니라 나였다.
자신이 처음 아무것도 아니라 여겼던 한 작은 소년.
그리고 가장 사랑하던 자신의 아들을 데려갔던 가장 나약한 나뭇가지. 그것이 이제는 자신의 심장을 노려온다.
그 순간,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첫 번째 예언. ‘가장 나약한 존재가 가장 드높은 자를 무너뜨릴 것이다-.’.
그 예언은 결국 나 하나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나약한 나뭇가지. 미스틸테인 또한 함께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부터 미스틸테인, 태초의 검은 나의 무기였다.’
나는 그 순간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가볍게 검에 힘을 주었다.
아름답게 빠진 새하얀 도신에서 뿜어지는 소스라치는 냉기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프레이로부터 전해 받은 검술.
모든 것이 어둠을 걷어가며 오딘을 향해 성난 이를 드러낸다.
오딘이 고성을 터뜨렸다.
“믿을 수 없다…! 네가… 네가… 어떻게 이미르의 검을…!! 가져와라…! 그것은 나의 것이다…!!”
이미르.
나 역시 이미 알고 있다. 이 검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태초의 거인이자, 모든 것의 시작에 있는 자. 그녀가 바로 이미르였다.
세계의 시작을 알린 검.
그리고 나는 이제부터 그것으로 오딘을 처단할 것이다.
콰앙!
오딘이 거칠게 땅을 구르며 내게 달려든다. 어느새 거리를 좁힌 그가 궁니르를 휘두른다.
쏘아내기에 특화된 창이라고는 해도 최고의 무기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물론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 아득한 심연에서는 시전자의 마력과 공격력이 수십 배는 올라가게 되니까. 한 번도 다뤄본 적 없지만, 언젠가 노른 세 자매에게 들은 적이 있기에 안다.
무저갱은 누군가에게는 지옥인 동시에, 또 누군가에게는 안식이 된다고. 그것을 여는 자에게는 허무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 다가올 것이라고.
“이제 여기서 다 끝내자. 오딘….”
“헤니르…!!”
눈에 불을 켜고 오딘이 달려드는 모습이 보이지만 나는 태연히 눈을 감는다. 그저 이곳에 존재하는 것은 어둠뿐이다.
나는 사슬이 풀린 태초의 검에 조금 전 들이켰던 마력을 모두 쏟아부었다. 위압적이고 공포스러운 송곳니를 드러낸다.
그것으로부터 흑과 백의 마력이 피어오르며 이내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번이 마지막 공격이다.
오딘도 이를 아는지 폭풍을 끌어모아 나를 노려온다.
나는 모든 정신을 이 검에 집중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 검에 되레 모든 것을 빼앗길 수도 있다.
이 태초의 검은 마력과 검술을 모두 정점에 가깝게 다룰 수 있는 자만이 사용할 수 있으니까.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된 아이템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과거에 스스로조차 알지 못하는 이유로 무투계를 골랐다.
마법에 재능이 있었던 이유는, 처음 돌아오기 전에도 내가 뛰어난 마법사였기 때문.
모든 것은 운명의 흐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저 아무것도 아닌 일은 처음부터 없었다.
내가 무투계를 선택해 개고생했던 것도, 지금 검을 다룰 수 있게 되며 태초의 검으로 오딘을 상대하는 것조차.
모든 건 점지돼 있던 운명에 의한 것이었다.
내가 이 검을 사용할 수 있어야 했으니까. 그래서 검술을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헤니르가 무투계를 골랐던 것이었다.
운명이라는 것을 증오하면서도, 나는 이 순간 긍정하고 있다.
애석하게도, 정말 애석하게도.
“후.”
차분히, 그리고 선명하게 마력을 느끼고 검의 두근거림을 느낀다.
흑과 백의 마력이 피어오른다. 이어 그것은 다시 검에 스며들었고, 나의 심장을 마구 요동치게 한다. 한 번에 운용할 수 있는 마력의 최대치.
이를 가볍게 넘겨내고 있는 탓이었다.
나는 이 순간, 모든 것을 한 합에 끝낼 것이다.
너무 오래 싸웠다. 너무 오래 모두에게 지옥이 펼쳐졌다.
이를 알기에, 나는.
전력을 다해, 베어낸다.
‘무형검 5식 《점멸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일렁였다. 그것은 작은 실선의 형태로 변모하더니, 곧 세계에 태동하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어 푸홧, 하며 피가 튀는 소리와 함께 눈이 떠졌다.
그곳에는 이미 어둠이 모두 걷혀 있었다.
마침내 다섯 번째 식이 적에게 정확히 적중한 것이다.
눈앞에는 쓰러진 오딘의 신형이 보였다.
간헐적으로 숨을 헐떡이는 모습과 창대를 쥔 채 피를 흘리는 모습.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베어낸 검이 깊게 그의 심장까지 베어낸 것이었다.
길었던 전쟁에 끝이 다가왔다.
내 공격은 명중했고, 오딘은 이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