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462
외전 15. 엔딩 – 서이나(5)
다사다난했던 신혼여행이 모두 끝난 뒤.
재현과 서이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직 신혼집과 가구를 구매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것과 쓸모없는 것들을 정리하는 절차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네! 이 집이 신혼부부가 살기 가장 좋으실 거예요. 가장 전망도 좋고, 편의 시설도 뛰어난 편이거든요! 다만 비용이 엄청 비싸긴 하지만… 딱히 상관은 없으실 테니까.”
여직원은 그렇게 말하며 작게 웃어 보였다. 어쩐지 약간 붉어진 얼굴이다.
서이나의 눈초리가 약간 매서워진 채, 재현과 직원을 번갈아 빠르게 훑었다. 여차하면 끼어들 계획이었다.
“확실히 그런 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둔감한 재현은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는 중이다. 그는 꼼꼼히 집을 살펴보며 가계약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구매할 집은 수천 평은 되는 땅에,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없도록 철통 보안이 되기로 유명한 특급 레이더 거주 지역이었다.
주로 S급 레이더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나 되어야 들어올까 말까 한 장소. 여러 복잡하다 할 수 있는 과정과 심사를 거친 뒤에야 입주민이 결정되는. 그야말로 꿈의 주택인 것이다.
하지만 재현은 그냥 어렵지 않게 프리패스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재현보다 명성이 뛰어난 레이더는 물론 신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이나는 재현의 뒤에서 손을 꼭 붙잡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다. 아직 그녀로서는 집을 구경한 경험이 없기에, 익숙지 않은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중개인이 피식 웃으며 재현의 옆구리를 찔러주었다.
“아무래도 아내분께서 남편분을 많이 사랑하시나 봐요.”
소곤거리는 목소리.
하지만 재현과 서이나의 귀에는 안 들릴 수 없는 이야기기도 했다. 워낙 강화된 청각. 뛰어난 레이더의 귀는 맹수보다 수천 배 이상 예민하다.
‘……어떻게 알았지…?’
서이나는 얼굴이 붉어졌으나, 재현은 이때를 위해 유성은에게 배운 게 있었다.
재현이 잠시 눈치를 삼킨 뒤, 그때를 회상해 보았다.
-이나는 성격이 매사에 수줍으니까. 네가 더 잘 해줘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사소한 것부터 신경 쓰면 돼.
-사소한 거라…….
-그래!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아내가 남편분을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라고 이야기하면…….
‘…설마 진짜 써먹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감사합니다. 대표님. 사랑…… 은 안되고 좋아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더 좋아해서 만난 거예요. 보시면 알겠지만…….”
재현이 싱긋 웃었다. 그가 서이나의 머릿결을 가볍게 귀 뒤로 넘겨주며 이었다.
“엄청 예쁘잖아요.”
여러모로 유성은의 취향이 많이 반영돼 있다 할 수 있는 스킨쉽과 대사였으나, 재현은 자신의 스승의 말이었기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
서이나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급기야 재현의 손을 놓기에 이르렀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약간 화가 난 듯한 딱딱한 말투.
재현은 뭔가 잘못한 게 있나 싶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대표님……?’
믿고 있던 패를 잃어버리고 좌절한 재현의 얼굴.
하나, 이 모습을 지켜보던 중개인은 그저 귀엽다는 듯 풋 하고 웃었다.
‘아무리 아홉 세계를 구한 영웅이라도 역시 아직 어리구나.’
재현이 여심을 알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다.
여러모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재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간 한숨을 쉬었다.
한편, 그 시각.
서이나는 거울을 보며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 입꼬리를 내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재현의 조금 전 행동.
대체 어떻게 여심 따윈 1도 모르는 재현이 그런 말을 한 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뭐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기분이 좋은 게 더 중요하지.
“……역시 너무 좋아.”
서이나는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그런 이야기를 내뱉은 뒤, 약 30분은 더 있다가 겨우 얼굴을 진정시켜 밖으로 나왔다.
재현은 어디 아프냐고 눈치 없이 물어댔지만, 서이나는 고개만 도리도리 저을 뿐이었다.
그렇게, 무사히 집 계약이 완료되었고 재현과 서이나의 신혼생활이 시작되었다.
* * *
한편 그 시각.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파피를 나한테 맡겨놓고 지들끼리 여행을 가요? 이게 무슨 일이야!”
그르릉!
파피가 그릉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신도 여행을 따라가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아빠나 다름없는 재현과 자신의 입장에서는 맛없는 요리(?)를 만드는 서이나가 이어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
녀석은 다시 금을 밝히는 순둥이로 돌아왔지만, 덕분에 신혼여행에는 따라갈 수 없는 안타까운 처치가 되고 말았다.
당연히 파피를 맡는 것은 김유정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고.
김유정이 불평하며 앉은 곳은 항상 이들이 모이는 나인의 사무실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며칠째, 여러 불만의 토로의 장소가 되어 재앙의 현장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특히 마주 앉은 안호연과 이재상, 박성재로서는 더더욱 그랬다.
‘우리보고 어떡하라고!’
여자의 마음이라고는 쥐뿔만큼도 모르는 이들은 재현 하나가 아니었기에…….
남은 세 사람도 눈치를 보며 유성은, 헬라, 서아현, 김유정, 루이나 등이 모인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이게 다 재현이 때문이야!’
평소 재현을 존경해 마지않는 안호연이지만 이번에는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 사람을 선택하면서 나머지 애들의 마음이 채 정리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자신들이 고통받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안호연과 이재상, 거기다 뜬금없이 끌려온 박성재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재현은 나인의 길드장이자 리더였다.
그를 감싸는 것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어쨌거나! 이 귀여운 애를 냅두고! 벌써 며칠이나, 여행을… 잘 다녀오겠지?”
김유정이 마지막에 어쩐지 힘이 풀린 듯 작게 말했다.
중간에 많은 과정이 생략돼 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처사였다.
루이나도 무릎을 모은 채 중얼거렸다.
“…아마, 그렇겠죠? 저희 호텔이 엄청 좋기로 유명한 데다, 온천도 있고…… 이것저것 시설이 풍부하니 즐길 것도 많을 거거든요.”
“여러모로 재현 군답지 않게 행복이 찾아온 셈이군요. 다행이에요.”
헬라는 그렇게 말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김유정도 조금은 후련해진 얼굴로 ‘그러게요.’, 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미련은 없지만, 여전히 가슴 한편이 비어 있는 듯한 고통은 여전했기에.
이는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이들은 일에 한껏 몰두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안호연과 이재상은 죽어 나가고 있지만.
벌컥.
뒤편에서 문을 열고 들어온 권소율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가 노랗게 물들인 머리카락을 훅 털며 자리에 앉았다.
“왜 이렇게 초상집 분위기야? 엉? 민재현밖에 남자가 없냐?”
시작부터 폭탄을 터뜨리며 등장한 소녀.
그녀는 여러모로 다른 이들의 구세주나 다름없었다.
권소율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었다.
“물론 걔가 그…… 생각보다는 꽤 괜찮은 녀석이긴 한데, 그래도 너무 너희가 축 처져 있는 것도 좋지 않아. 알잖아? 어째서 걔가 결정을 그렇게 오랫동안 못 내렸는지.”
권소율이 오자마자 뱉은 말 한마디.
그것은 다른 여자들을 금세 정신 차리게 해 주었다.
어쨌거나 재현이 늦게 판단을 내린 것은 자신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랬기에 계속 피해왔고, 그게 되레 자신들에게 더 깊은 고통을 준다는 걸 알아서.
재현은 급히 결정을 내린 뒤, 제 마음을 솔직히 고백했다.
“알아요. 걔가 무슨 마음이었던 건지.”
“너무 따뜻한 사람이라서 그런 거겠죠.”
김유정과 루이나가 그렇게 말하며 쓴 미소를 지었다.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이 아닌가.
재현이 상냥하지 않았다면 자신들을 배려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쉽게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이 커지긴 했으나, 그건 재현이 원하지 않는 결말이었다.
헬라 역시 동의했다.
“저한테도 말씀하셨어요. 재현 군은 자신이 아닌 다른 목표를 제가 꼭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저 자신도 계속 저를 도와주겠다고 했죠.”
“그래. 그게 우리 길드장 장점인데, 뭐 그렇게 다들 기죽어 있어? 어쨌든 해결된 거 아냐. 어차피 이런다고 걔 몸이 여러 개가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럼 나눠 가지면 되겠네.”
권소율의 이야기에 다른 이들이 풋 하고 미소 지었다.
가시방석에 앉아 있던 박성재와 안호연, 이재상이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무튼, 권소율 덕분에 많이 고통이 가셨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들은 한동안 더 여자들의 푸념을 들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공감을 해야 했을 터다.
여러모로 권소율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려던 그때.
권소율이 불시에 이재상을 보며 말했다.
“이재상. 너는 나 따라와라. 해야 할 일이 있거든. 포션도 좀 넉넉히 챙기고.”
옅은 미소. 하지만 그 아래 감춰진 저의가 이재상을 벌벌 떨게 한다.
권소율과는 친하지만, 마냥 가까이하기 어려운 관계였기 때문이다. 전우애를 가진 대상이긴 하지만, 근래는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이 싹텄기 때문이다.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긴 해도, 이재상은 최근 권소율과 함께 있는 것을 꺼렸다. 자신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걸 아는 그였기에 도망치려 했지만.
“어딜 가. 이게.”
어림도 없었다.
그는 단번에 뒷덜미를 잡혔다. 이재상이 빠르게 손을 모은 채, 눈치를 보며 중얼거렸다.
“소율아? 나 오늘은 컨디션이 좀 안 좋은데…….”
“후배 이야기는 열심히 들어줬잖아. 지금부터는 선배의 시간이지. 동급생끼리 할 이야기가 있거든. 진득하게. 근데 네가 갑자기 도망을 치면.”
쾅!
권소율이 오랜만에 성격을 드러내며 탁자를 가볍게 내리쳤다.
물론 그 파괴력은 심상찮았지만.
“내가 많이 불편해질 것 같다?”
“…….”
“콱! 대답 안 해?”
“……응. 갑자기 컨디션이 괜찮아진 것 같기도 하고…….”
이재상은 결국 힘에 굴복했다.
아무리 자신이 초월자의 격을 얻었다 해도, 근본적으로 무투계 레이더. 그것도 싸우는 것에 천부적인 권소율의 경지에 다다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파티 중에서 최약체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고 해도, 권소율은 뛰어난 레이더다. 심지어 자신이 도망친다 해도, 탐색 스킬을 이용해 금방 찾아오겠지.
말하자면 그런 거다.
결코 도망칠 수 없는 깊은 수렁이랄까?
“수렁…… 이라. 재현이가 말했던 게 바로 그거구나.”
“야. 뭐라고?”
권소율의 쏘아붙이자 이재상이 입 지퍼를 잠그는 시늉을 했다.
사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나인의 멤버 중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본인들은 정작 잘 모르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두 사람도 오래 붙어 있고, 함께 이벤트를 참여했던 것. 또 졸업했던 것이 기폭제가 되어 서로의 감정이 꽤 깊어진 상태다.
이재상은 그걸 원인 모를 의문이나 불편함으로 인지하고 있을 뿐이고, 권소율은 그가 자신을 피하니 짜증이 난 상황.
‘……죽어도 모르는 척하고 있어야지.’
안호연과 박성재는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여러모로 재현이 끝나니 이제 서브 커플이 난리구나.
그런 생각이 뇌리에서 도무지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신혼여행 이후.
자그마치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이어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뭐? 벌써?! 대체 그놈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나야!!”
서이나와 통화하던 김유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실로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돼 버렸어…….”
서이나가 배시시 웃으며 부끄럽다는 듯 수화기 너머로 그렇게 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