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58
57화 까마귀 사냥꾼 (2)
―코볼트 로드와 오딘의 까마귀를 연결하던 마력의 실이 끊어집니다!
―오딘의 까마귀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재현은 코볼트 로드와 마력의 실을 한 번에 베어냈다.
동시에 마수의 몸이 기울어지며 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재현은 집중을 유지했다. 아직 모든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우우웅…….
대기 중에 떠돌던 짙은 마력이 그의 몸에 차곡차곡 응집되며, 전례 없는 규모의 와류(渦流)를 만들어낸다.
―불순한 마나가 체내에 쌓입니다.
―……사용자의 정순한 마나에 의해 불순한 마나가 정화됩니다.
―사용자의 대기 중 마력 운용량이 영구적으로 5퍼센트 상승합니다.
재현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마나 리바운드에 빠지지 않게 주의했다.
마나 리바운드는 이처럼 자신의 마력이 아닌 대기 중에 존재하는 마나. 혹은 타인의 마력을 매개로 할 때 그 부작용이 더 심하기 때문이다.
허나, 재현은 평소 충분한 명상과 단전 호흡으로 마력을 가다듬어 왔다.
잠시.
아주 잠시라면, 한계를 넘어서 마력을 운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성공이다.’
우우웅……!
폐부를 찌르는 아찔한 고통과 강렬하게 이는 마나의 순환.
하지만 이로써 재현은 평소의 두 배 이상의 마력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재현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눈앞에 있는 적을 쓰러뜨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테니까.
이미 까마귀는 코볼트 로드를 재생시키며 제 마력을 거의 다 소진했다.
《마력 감지》를 통해 본 결과, 지금의 재현이라면 충분히 해치우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이제 슬슬 끝내자.”
재현은 거칠게 호흡하며 자신의 마력을 모두 끌어올렸다.
촤르르르!
사슬 위에 올라타 재빠르게 실이 이어져 있던 마력의 중심지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조금 전, 코볼트 로드에게 마력을 공급해 주었던 존재.
오딘의 까마귀가 있었다.
끼아아아아……!
뜻을 알 수 없는 섬뜩한 목소리와 재현의 눈에 들어온 검은 로브.
재현은 즉시 달려들어 까마귀의 목을 움켜쥐었다.
동시에.
콰앙!
재현의 주먹에 휘감긴 고압의 전격이 까마귀의 얼굴을 향해 정확히 내리꽂힌다.
이미 마력의 대부분을 소진한 녀석에겐 재현의 주먹에 저항할 수단이 남아 있지 않았다.
쿵!
까마귀는 공격의 여파로 멀찍이 튕겨 나가 벽에 부딪혔다.
터벅. 터벅.
재현이 바닥에 쓰러진 까마귀를 향해 다가갔다.
그는 까마귀의 머리에 자신의 발을 얹은 뒤 힘을 실으며 물었다.
“오딘의 목적은 대체 뭐지?”
끼이아…….
재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발에 마력을 실었다.
쾅!
소리와 함께 지면이 움푹 파이며 반경 2미터의 작은 균열이 생겨났다.
재현은 다시 한번 물었다.
“구자인과 오딘은 어떤 관계지?”
까아아……!
이번에도 만족할 만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재현의 눈가가 좁혀졌다.
‘이 녀석…… 이지가 없는 놈이군. 더 붙잡고 있어 봐야 의미 없겠어.’
재현은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까마귀를 내려찍는다.
이번에는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고, 숨통을 끊을 기세로.
곧이어.
콰앙!
폭발음과 함께 오딘의 까마귀는 그림자가 되어 흩어졌다.
몸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빈자리에는 공허한 정적만이 남았다.
“하아…….”
재현은 온몸에 마력이 빠져나가는 듯한 탈력감을 느꼈다.
사위가 불안하게 떨리고, 딛고 있는 지면이 울렁인다.
그때. 들려오는 청량한 목소리.
―특별 퀘스트 《까마귀 사냥꾼》의 첫 번째 사냥감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탯 포인트 5를 획득하였습니다.
―블랭크 카드를 1장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사용자의 신체를 모두 회복합니다.
마지막에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가라앉았던 의식이 선명히 돌아왔다.
“허억……!”
그리고.
그의 앞에는 마력을 모두 소진한 채 쓰러진 초췌한 얼굴의 서이나가 있었다.
―주의! 파티원 중 한 명이 위급 상황입니다.
―당장 회복하지 않으면 지정대상은 사망합니다.
긴급 메시지와 함께 재현의 눈가가 가늘어졌다.
* * *
어둠이 짙게 내리깔린 공동.
주변에 피를 흩뿌리며 쓰러진 마수들이 질서 없이 죽 어질러져 있다.
이곳은 부산 광안리에 생성된 A급 던전.
A급 마수인 트롤이 등장하는 탓에 공략이 매우 까다로운 곳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공략 길드인 《스칼렛》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던전을 클리어해내 가는 중이었다.
이들이 쉽게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이유는 레이더의 등급도, 장비도 아니었다.
오직 한 사람의 존재.
그의 존재가 A급 던전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민성오.
재현의 아버지이자, 대한민국 최강의 A급 레이더 중 한 사람.
그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트롤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잠시 후.
주변이 정리된 뒤.
앞서 걷던 《스칼렛》의 길드 마스터가 민성오를 돌아보며 말했다.
“후…… 이 정도면 이쪽은 거의 정리된 것 같네요.”
“그런 듯하군요.”
민성오는 제 검에 묻은 푸른 피를 털어내며 대꾸했다.
길드 마스터는 사람 좋은 웃음을 하며 이었다.
“이번 던전 공략은 덕분에 순항이었습니다. 어째서 민성오 레이더님 같은 분이 길드에 소속되지 않으셨는지 잘 모르겠네요.
이 정도 실력이면 원하시는 곳을 골라 가실 수 있을 텐데.”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민성오는 덤덤히 대답했다.
길드 마스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넌지시 물어왔다.
“저…… 혹시 저희 길드로 오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민성오 레이더님 정도라면 대우는 최고로 맞춰 드릴 수 있는데.”
“죄송합니다. 아직 길드에 소속될 생각은…….”
흠칫.
대답하던 민성오의 표정이 돌연 싸늘하게 굳었다.
길드 마스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어왔다.
“민성오 레이더님? 혹시 뭔가 문제라도 있으신지…….”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민성오는 곧바로 표정을 되찾으며 그렇게 대꾸했다.
허나, 그 속내는 전혀 달랐다.
‘까마귀 중 하나가…… 소멸되었다.’
민성오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변수가 생긴 것 같군. 확인해 봐야겠어.’
* * *
“마나 리바운드 탓에 온 신경이 끊어지다시피 했어…… 이대론 위험해.”
쉴 틈은 없었다.
재현은 서이나의 손목에 검지를 대어 맥박을 가늠해 보았다.
상태는 심각했다. 당장이라도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위급한 상황.
마나 리바운드는 매우 위험한 병이다.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마나 불감증에 걸리게 될지도 모르는 큰 병.
재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린 뒤 서이나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지이이…….
곧 신체에 깃든 푸른 마력이 안온한 녹빛으로 뒤바뀌었다. 쏟아지는 치유의 물결이 아래로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액티브 스킬 《새크리파이스》를 발동합니다.
―지정 대상의 상처를 회복합니다.
“하아…… 하아…….”
그로부터 약 30분 후.
그녀의 달뜬 숨소리가 가라앉으며 혈색이 안정되었다.
“일단은 어떻게든 된 건가?”
재현은 그제야 한 시름 돌린 듯,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냈다.
이런 곳에서 그녀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일단 살려냈지만 이후 경과를 계속 보며 상황을 판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력 신경도 제대로 다 연결된 것 같고…… 혈색도 이 정도면 괜찮아.”
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만 하더라도 끊어질 것 같던 가녀린 조직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위급한 상황은 어떻게든 넘겨낸 것이다.
‘그나저나. 역시 《새크리파이스》다. 이렇게 쉽게 마나 리바운드를 치료할 수 있다니. 역시 고유 스킬의 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구만.’
마나 리바운드.
즉 마나 역류 현상은 전문적인 치유계 레이더가 아닌 이상 쉽게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다.
국내에는 이와 같은 현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이 다섯 개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 어려움을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수준.
그러나 그마저도 고유 스킬인 《새크리파이스》 앞에서는 의미 없는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하긴. 《새크리파이스》는 죽은 사람도 되살린다고 소문이 자자한 스킬이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건가?’
물론 비약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새크리파이스》에 대한 소문은 대부분이 진실이었다.
이를테면, 압도적인 힐량으로 한 번에 다수에게 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랬고.
또 죽기 직전 겨우 숨만 붙어 있는 사람을 살려낼 수 있다는 게 그랬다.
고유 스킬. 《새크리파이스》.
이것이 재현이 신의 안배가 아닌 재현이 스스로 베낀 첫 번째 스킬의 위력이었다.
……물론 서이나를 치료하는 데 마력을 2,000 이상 소모해야 했지만, 지금은 그녀를 살리는 게 무엇보다 우선이었다.
그나저나.
‘……조금 전 서이나는 날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마력을 다 써 버렸다. 자기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날 살리려고 한 거겠지. 좀 더 두고 볼 생각이었지만……. 믿어도 괜찮은 걸까?’
재현으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이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다니.
전생에는 7년이나 레이더로 구르면서도 이런 사람은 거의 만나지 못했었는데.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서이나의 행동은 명백히 자신을 구하기 위함이었고,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니까.
재현은 서이나의 행동을 떠올리며 작게 감탄을 흘렸다.
자신을 위해 생명력을 깎아 가며 방어 역장을 펼쳤던.
마지막 코볼트 로드의 공격을 어떻게든 따라가기 위해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내던 모습.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그녀처럼 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럴 리가.’
재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자신을 가장 잘 알았다.
애석하지만 그는 서이나를 구하지 못했을 것이고, 또 홀로 도망쳐 나왔을 것이다.
회귀 전, 이명호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은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구할 수 없었다고 자기 합리화를 했을 테지.
그날.
박성우와 김진아를 버리고 홀로 살아 돌아와 다른 이들에게 손가락질 받았던.
바로 그때처럼.
“그런데 이나는 아니었어.”
작게 읊조린 재현이 몸을 떠는 서이나의 머릿결을 잠시 쓰다듬어주었다.
고통에 신음하던 그녀의 얼굴이 서서히 편안해졌다.
재현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정면을 보았다.
‘지금은 던전을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 일단은 입을 맞춰 둬야 해.’
구자인은 아마 이번 일을 통해 자신을 통제 아래 둘 계획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현은 결코 그에게 놀아나 줄 생각이 없었다.
동시에. 재현은 다짐했다.
‘구자인과 오딘의 까마귀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 * *
“……엇! 재, 재현아?”
잠시 후.
던전 내부에서 정신을 차린 서이나는 화들짝 놀라 위를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재현이 벽에 기대 꾸벅꾸벅 졸면서 자신의 머리칼을 쓰다듬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뭐야?! 이 상황은?’
그렇지 않아도 사람과 잘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서이나에게 이는 자극이 심했다.
물론 재현은 좋은 친구지만, 아무래도 이런 스킨쉽은 조금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곧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재현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 여파로 지쳐 잠든 것이겠지.
다만 한 가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면, 어째서 보스 몬스터를 처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던전 밖으로 나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 정도였다.
“……일단은 내 몸 상태부터 확인해야겠어. 그리고 출구를 찾은 다음…… 어?”
시스템을 열어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던 서이나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녀는 멍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 뜬 반투명한 창을 바라보았다.
적잖이 당황한 얼굴, 하지만 이유가 있었다.
‘……체력이랑 마나가 전부 회복됐잖아? 어떻게 된 거지?’
조금 전만 하더라도 자신은 마나 리바운드로 인해 죽을 위기에 빠져있지 않았던가?
서이나는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마력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고, 알면서도 조금 전 재현을 구하기 위해 허용치를 아득히 넘은 마력을 연속으로 쏘아냈다.
‘그대로 뒀다면 틀림없이 죽었을 텐데…… 대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솔직히 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다.
기적이 일어나면 1퍼센트쯤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무래도 이상해.’
그렇게 생각한 서이나의 시선이 막 깨어난 재현에게 꽂혔다.
재현은 으으, 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몸을 쭉 늘여 기지개를 켰다.
그는 먼저 일어나 있는 서이나를 보며 물었다.
“어. 깼구나? 몸 상태는 좀 어때?”
“……괜찮은 것 같아. 재현이 넌?”
“나도 괜찮아. 미안. 조금 피곤해서 자고 있었어.”
재현의 말에 서이나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코볼트 로드는 이미 쓰러뜨렸잖아. 그런데 왜 여기서 자고 있었던 거야?”
“네가 깨어나길 기다렸어. 너한테 할 말도 있고.”
“……할 말?”
“응.”
서이나는 재현의 말에 적잖은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혹시 그게 자신의 몸이 깨끗하게 치유돼 있었던 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
“……무슨 말인데?”
“미리 입을 좀 맞춰 두고 싶어서.”
“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