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icked a Mobile From Another World RAW novel - Chapter 1
1화
강남대로의 한 빌딩 앞.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물건이 든 박스를 들고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건물에는 조금 전 그를 자른 회사가 있었다.
인턴 기간이 지나자 바로 칼 같이 자른 회사. 정직원이 될 거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인턴 기간 동안 빡새게 일하고,마지막에 운좋게 큼지막한 계약도 따온 만큼, 그는 이번에야말로 정직원으로 올라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따온 계약은 다른 인턴의 공으로 넘어가 버렸고,그의 항의는 부서 사람들의 침묵으로 무시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가 회사 이사 배경을 지닌 다른 인턴을 상대하기는 무리였다.
‘이사 빽이면 그냥 정직원으로 들어갈 것이지, 규정대로 해서 괜한 사람 떨어뜨리냐.’
결국 그 인턴이 정직원으로 올라섰고,그는 방금 퇴사 당한채로 건물을 올려보는 중이었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겠지.’
나름 강남 한복판에 있는 건물의 4층이나 사용하는 중견 기업이었지만, 경훈과는 상관없는 회사였다.
‘마지막 선물도 줬고.’
위이이이잉.
건물 안에서 비상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재 경보였다.
회사를 나오기 전에 화재 감지기에 장난쳐 놓은 게 제대로 작동하는 듯했다.
이 건물 스프링 쿨러는 감지기에 연결되는 타입이었으니, 다들 물 세례를 받게 될 게 분명했다.
‘엿이나 먹어라.’
경훈은 몸을 돌리고 유유자적 건물에서 멀어져갔다.
사람들이 혼비백산해서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다니던 회사 사람들도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들은 다른 층 사람들과 다르게 물까지 흠뻑 뒤집어쓰고 있었다.
“어라? 왜 멀쩡해? 불 난 거 아냐? 스프링클러가 작동했잖아.”
“기다려 봐야죠.”
“아,컴퓨터는 괜찮을까요?”
“괜찮을 리가 있어? 물을 다 뒤집어썼는데.”
“안돼! 어떻게 해! 이번 계약 관련 서류들도 다 그 안에 있는데.”
“그거 안 뽑았어? 왜 컴퓨터에 들어있는데!”
“아,아직 확인이 다 안되서….”
“오늘 계약하러 오잖아! 네가 다 책임져!”
비상벨 소리를 배경으로 오늘 정직원으로 올라간 남자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날 밤. 경훈은 자취방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낡은 자취 방이었지만, 높은 위치에 있는 덕에 야경은 괜찮았다.
한 손에는 맥주캔을 들고, 멀거니 창문 밖을 보는 그의 눈에는 조금 술기운이 돌고 있었다.
‘이제 뭐,먹고 살아야 하나.’
수십 차례 취업에 떨어지고,겨우 붙은 인턴도 정직원이 되지 못하고 오늘 끝이 났다.
고아 출신에,학교 성적도 좋지 못하고 특별히 잘생기지도 않고 친화력도 약한 그였다.
빽을 써서 겨우 들어간 곳도 인턴으로 끝나 버렸으니 앞길이 막막했다.
“그래도 오라는 데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경훈은 새로운 맥주캔을 따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원하는 곳이 아직 남아있긴 했다.
바로 군대.
제대하기 전까지 말뚝을 박으라고 중대장과 선임 상사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았고,몇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연락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군대라면 치가 떨렸다. 딱딱한 군대 생활은 그에게는 정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생활도 별로 다르진 않았지.’
억지로 버텨냈지만,인턴 생활도 취향에 안 맞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사회 생활이 맞지 않는 성격이었다.
경훈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이제 끝난 일이었다.
“하아….. 내일부터 다시 아르바이트를 알아봐야겠네.”
마지막으로 맥주캔을 비운 뒤, 그는 침대에 누웠다.
방의 불이 꺼지고 도시의 불빛도 하나둘 줄어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경훈은 멍한 눈으로 천장을 쳐 다보았다.
아무래도 잠이 떨 깬 것 같았다.
‘이게 바로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었다…. 라는 건가?’
분명, 남은 자취방에서 잠이 들었었는데, 지금 보이는 천장은 벽지 대신 녹슨 철판 천장이었다.
경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지 않은 실내였다. 낡아 보이는 벽, 망가져서 방치된 듯한 기계와 오래된 전자 장비들.
마치 사고 후에 방치된 과학 실험실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뜬금없는 장소였다.
“꿈인가?”
정말 기분 나쁜 꿈이었다.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빰을 힘껏 때렸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겠지만, 꿈을 깨기에는 좋은 방법이었다.
짝!
“으억! ”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빰을 맞는 순간 눈에서 번갯불이 튀어올랐다. 미친 듯이 아팠다.
꿈이 아니었다.
빰을 감싸쥔 경훈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꿈이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납치인가? 몰래 카메라? 외계인의 침입?’
별의별 생각이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그래, 무기, 무기부터 찾아야.’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우선 순위를 기억하고 있었다.
다행히 바로 쓸만한 것은 찾을 수 있었다. 망가진 기계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보이는 쇠파이프였다.
역시, 손에 뭐라도 쥐고 있으니 좀 안심이 되었다.
“후우,정신차리자.”
경훈은 계속 크게 숨을 내쉬었다.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침착해야 했다.
두근거리던 심장이 점점 가라앉았다.
‘됐어.’
겨우 평소 때로 돌아왔다. 아직 긴장은 사라지지 않았지만,이정도면 움직이는데 문제가 없었다.
경훈은 쇠파이프를 들고 휘둘러보았다. 제대한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몸이 무척이나 가벼웠다.
‘너무 컨디션이 좋은데? 쇠파이프도 가볍고.’
평소의 성격이 이럴 때 도움이 되었다. 흥분이 가라앉자,침착하게 주변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군대에서 그토록 칭찬받던 성격이 이럴 때야 쓸모가 있었다.
‘방 크기는 가로 10m, 세로 7m 정도. 벽이 녹슨 거로 봐서는 버려진 지는 한 10년 이상 된 것 같고. 망가진 장비들도 무슨 용도인 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구형으로 보여.’
그리고, 살아있는 것은 쥐새끼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경훈은 조심스럽게 철문 쪽으로 다가갔다. 잠겨 있으면 납치 가능성이 커지고,아니라면 나가면 그만이었다.
그는 철문 옆 벽에 붙어서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렸다.
끼이익.
녹슬어서 소음이 심했지만,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문을 전부 열지 않고 슬쩍 밖을 내다보았다. 어둑한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창문이 없는데? 지하인가? 어라 잠깐?’
경훈은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실험실 어디에도 창문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내에 광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경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빛이 없는 데 당연히 앞이 보일리도 없었다.
왼쪽,오른쪽 눈을 한쪽씩 감아봤다가 떠보기도 하고,손으로 가려보기도 했지만,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는 빛이 없는 곳에서도 물건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목 뒤로 식은땀이 맺혔다.
‘그러고 보니,체력도 어제랑 전혀 달라.’
제대한 지 몇 년이 지나서 이미 근육이 다 빠져나갔다. 이렇게 굵은 쇠파이프를 가볍게 휘두른다는 게 말이 안 되었다.
차라리 꿈이라면 좋을 듯했다. 히어로가 되어 적을 물리치는 꿈이라면.
하지만 현실이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뿐이었다.
납치되어서 몸이 개조되었다?
“그건 아닐 거야. 분명.”
경훈은 떠오른 생각을 바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다.
그때 였다.
꼬르륵.
뱃속에서 알람이 울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몸은 밥을 달라고 외쳤다.
이곳은 먹을 것을 포함해서 쓸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움직이자.’
금방 누가 올 것 같지도 않았다. 어찌되었건 움직여야 했다.
경훈은 쇠파이프를 움켜잡고 조심스럽게 철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다시금 낡은 경첩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경훈은 문을 연 채로 조심스럽게 복도를 살폈다.
‘벽도 천장도 바닥도 모두 강철판으로 되어있어. 실험실이 아니라 무슨 비밀 기지 같은 건가?’
복도의 강철 벽들은 오래되어 남았지만, 대신 무척이나 튼튼해 보였다. 문제는 그 튼튼한 벽과 천정이 찢겨나가고 우그러져 있었다.
‘전투가 있었나?’
섬뜩했다. 경훈의 움직임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다행스럽게도 복도가 망가진 시기는 꽤 오래 전으로 보였다. 부서진 벽과 천정은 먼지와 때가 가득 끼어있었고,녹슨 표면이 드러 나 있었다.
놀랐던 심장이 다시 잠잠해졌다. 긴장을 푼 그는 다시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갔다.
저벅. 저벅.
발을 옮기자 먼지가 살짝 일어나고,발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검게 눌어붙은 핏자국. 총탄 흔적. 확실히 싸움이 있었어. 흠. 이건 뭐로 만든 흔적이지? 마치 삼지창 같은 거로 벽을 긁은 것 같은 데.’
두부로 만들었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이 벽들은 강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강철 벽을 갈라버린 세 줄기 상처는 다른 흔적과 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손등에서 칼날을 뽑아내는 괴물이나 개조 인간이라도 있었나?’
경훈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되는 생각이었지만,자신의 몸을 생각하면 마냥 헛소리는 아니었다.
경훈은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싸운 흔적이 남아있지만, 전부 옛날 흔적이었다. 너무 조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복도 양쪽으로 띄엄띄엄 문들이 있었다. 모두 튼튼한 강철로 만든 문이었다. 문 위로 먼지에 덮인 표지판이 보였다.
처음 생각대로 이곳은 연구소인듯했다.
몇몇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쉽게 열리거나 부서져 있었다.
그 안에는 처음 방과 같이 용도를 알 수 없는 망가진 기계와 전자 장비가 가득 있었다.
그렇게 문을 하나하나 살피던 그는 복도 끝에 붙은 철문 앞에 멈춰섰다.
[3-1 실험실]이곳의 철문은 형체도 남지 않을 만큼 부서져 있었다. 그리고, 철문 주변도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망가져 있었다.
큰 싸움이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경훈이 멈춘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사체,아니 해골이다.’
이 실험실 안에는 백골들이 흩어져 있었다.
문에 난 흔적으로 안의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 이번에는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경훈은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다.
평범하게 죽은 모습은 아니었다. 뼈들은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고,사라진 뼈들도 많았다.
입고 있었던 옷들도 멀쩡하지 않았다. 누군가 힘으로 찢어놓은 것처럼 흩어져 있었다.
‘흰색 연구복과 검은색 방탄복인가.’
옷과 해골 숫자를 확인하니 죽은 사체는 연구원 두, 세 명과 군인 두 명으로 보였다.
그리고,방탄복 옆에 부서진 소총이 있었다.
‘한국에서 보안 요원이 총기를 가질 리가 없겠지?’
처음 보는 형태의 소총 이였지만, 백골은 군대나 비슷한 곳에 있던 사람이 분명했다.
“군대 비밀 기지 같은 곳이 맞나 본데……. 왜 내가 이런 곳에 오게 된 거지?’’
경훈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시금 한숨을 내쉰 그는 백골 옆에 흩어진 장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죽은 시신을 건드는 취미는 없었지만, 지금은 뭐라도 찾아야 했다.
안타깝지만 소총은 모두 박살 나서 쓸모가 없었다. 탄띠에 있는 탄창도 총이 없으니 아무 소용이 없었다.
‘총알이 신기하네. 표면에 뭔 문양이 가득 그려져 있냐. 사제 총알인가.’
총알을 확인하던 그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탄창을 던졌다.
총알을 파서 문양을 그려 넣다니. 죽은 군인이 어디 소속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군이라면 백프로 영창감이었다. 그래도 그 뒤로 신분증과 라이터, 단도, 멀쩡한 방탄복 한 벌을 구할 수 있었고,
“어라, 이건 또 뭐야. 설마 여태 가동되는 건가?”
아직 불이 반짝이는 구형 휴대폰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망치와 동급이라는 핀란드 회사의 것과 비슷해 보이는 튼튼한 휴대폰이이었다.
문제는 구석에 깜빡이는 불이었다.
버려진지 10년은 지났을 게 분명한 휴대폰이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10년을 넘는 배터리라니,태양열 휴대폰도 아니고. 아니, 이곳은 빛도 없어 태양열 충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오냐,어디까지 가나 보자.”
빛이 없어도 앞을 보는 사람도 있는데 10년을 넘는 배터리도 가능할지 알게 뭐냐.
이제는 눈앞에 용이 나타나서 크롸롸롸 울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딱봐도 오래된 휴대폰이었다. 화면 터치 방식도 아니었고,버튼을 하나하나 눌러야 되는 방식이었다.
다행히 영문자와 한글이 같이 써 있었다. 그는 버튼을 하나하나 눌러보았다.
화악!
띠리링.
화면이 켜졌다. 설마 했지만, 정말로 화면이 켜지다니. 뭔가 정보를 얻을수 있을 지도 몰랐다.
음악소리와 함께 화면이 켜지면서 별 네 개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로딩 화면이었다.
“설마,그 회사는 아니겠지?”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회사가 떠올랐지만, 화면에 보이는 로고는 그 회사와 조금 달랐다.
잠시 뒤, 로딩이 끝나고 화면이 전환 되었다.
[기존 사용자가 해지되었습니다. 최초 사용자입니다. 지문을 등록하겠습니다. 화면에 엄지를 올려놓으세요.]화면 위에 떠오른 문장. 그리고 그 아래에는 지문 표시가 나타났다.
어이가 없었다. 이제는 오버테크놀러지가 등장했다. 10년도 넘어보이는 휴대폰에 지문 인식이라니.
‘아, 그러고보니 10년 넘게 가동되는 휴대폰 쪽이 더 오버테크놀러지네.’
하지만 그쪽은 너무 황당해서 신기술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경훈은 실눈을 뜨고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이런 황당한 휴대폰이라면 엄지에 전기를 흘려 감전시킬지도 몰랐다.
이제는 별의별 망상이 다 들었다. 한숨을 내쉰 그는 화면에 슬쩍 손가락을 올렸다.
다행히 전기는 흐르지 않았다.
대신 화면에 이상한 문양이 떠올랐다. 다행히 이번에는 이해 범위 안이었다.
잠시 뒤,마법진처럼 보이는 문양이 사라지고 글이 떠올랐다.
[신규 각성자 확인 되었습니다.]
[마나 등급 F]
[특성: 차원 이동자]
[축하합니다. S등급 특성이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각성자 부서에 연락을 보냈습니다.]
‘아니,잠깐. 맘대로 연락이라니.’
[연결 중…연결중…연결에 실패했습니다. 각성자 부서에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훈은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건 나쁜 꿈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