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09)
두 번째 테마 (1)
본격적인 테마2의 시작.
먼저, 각자 뽑힌 팀끼리 뭉쳐 있는 그대로.
공간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릉!
동시에.
기형적으로 솟구쳐 있던 바닥이 다시 퍼즐에 끼어 맞추듯 가라앉기 시작했다.
“으읏!”
“주, 중심 잡아요!”
아직 인사하지 못한 팀원들이 외쳤고.
나 역시 자세를 낮춰, 무게 중심을 가운데로 했다.
자자, 정신 차리자.
압도적인 기여도로 1등 해놓고, 여기서 우스꽝스럽게 자빠지면 쪽팔리잖아?
[델라일라가 던전을 변형 중입니다.] [선발된 팀원을 제외한 참가자들은 탈락, 던전 밖으로 송출됩니다.]그 순간.
고대 마법 판타지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쿠르릉!
던전 중심에 몇 층일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높이 솟아 있는 성(城)이 솟구쳐 올랐고.
콰드드득!
바닥과 하늘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이, 이게 무슨……!”
“다들 붙어요! 서로 꽉 잡아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의 손을 붙잡았다.
마치 세상을 빨리 감기라도 한 것처럼 해가 수십 번 떠오르고 졌다.
빛과 어둠이 빠르게 뒤바뀌어 거의 공존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구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광경.
참가자들이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변형이 완료됩니다.]진동이 멈추었다.
기형적으로 꿀렁이던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완전히 뒤바뀌었네.’
일단.
10명의 팀원을 제외한 참가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크으, 정신없어라.”
“어라, 우리밖에 없네요? 팀끼리 다 찢어놓은 건가?”
“스타트 지점을 다르게 설정한 것 같네요. 아고, 어지러워. 다들 괜찮으십니까?”
정신 차린 헌터들이 하나둘 입을 열었다.
물론, 큰 목소리는 아니었다.
그저 술렁일 뿐.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도.
아니면 어떠한 의견을 펼치고 싶어도.
그들은 머뭇거릴 뿐, 총대를 메고 분위기를 휘어잡지 못했다.
왜냐.
내가 있으니까.
“…….”
그렇다.
그들 모두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나는 이들의 팀장이자, 이들을 이끌어야 할 지도자다.
앞으로 테마2 활동에 있어서.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고, 다른 팀보다 앞서 승리를 따내야 하는 사람.
게다가.
나는 테마1 때 압도적인 성적으로, 저들에게 신망을 따냈다.
내가 누구든.
어떤 국적이고, 어떤 성격이든.
일단 믿고 기대하고 있다는 뜻일 터.
‘으음.’
솔직히 나는 그 시선이 살짝 부담스러웠다.
‘내가 잘할 수 있으려나?’
누구를 이끈다는 것.
일신의 능력과는 별개로,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다.
혹자는 말할 수 있다.
너는 뼈다귀들을 이끌어왔지 않냐고.
‘아니.’
이는 다른 문제다.
스켈레톤들은 명백히 충성스러운 부하의 입장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와 밀접한 관련이 없는 개개의 헌터들이다.
또한 모두가 나름의 기대를 안고, 추천받아 들어온 랭커 후보들이다.
“……스켈레톤 킹이라고 하셨나요?”
그때.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동양의 여성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먼저, 감사 인사 올릴게요.”
그녀는 나를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제 이름은 묘이 하나. 일본 히로시마 출신의 헌터예요. 화제의 1위 킹께서 몸소 뽑아주신 만큼 혼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녀를 필두로.
하나둘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저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올레나 젤렌스카예요. 옥스퍼드 마탑의 수(水) 속성 마법사죠.”
“미국의 제임스다. 고유 능력은 무투가로, 여기 1등인 훈과는 잠깐의 인연이 있지.”
“난 브라질의 카푸, 길잡이다.”
올레나 일행들과는 아직 나쁜 인연이 없기에 뽑았다.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실력이 그렇게 밀리는 편도 아니었고.
일단은 심판창이 뽑아도 좋다고 인정했으니까.
모두 살인한 전적이 단 한 번도 없다나?
“나는 장 웨이, 창술가다.”
주변에 심판할 사람이 없어서인지.
심판창 역시 군말 없이 나서서 인사할 찰나였다.
챠앙!
아직 소개하지 않은 한 중년의 남자가 칼을 뽑아 든 것은 그때였다.
“이 찢어 죽일 년, 뒈져라!”
그러고는 옆에 붙어 있던 다른 남녀에게 무기를 휘둘렀다.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냐? 이 개만도 못한 것들아?”
어떠한 개연성도 없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음?”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심판창이었다.
미간을 찌푸린 그가 반사적으로 창을 꺼내 들어 중년의 칼을 쳐냈다.
챠아앙!
창과 칼이 거세게 부딪쳤다.
중년의 검격은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명백한 살의(殺意).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지?”
심판창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
나 역시 황당한 표정으로 중년을 바라봤다.
뭐야?
분명 팀원 뽑을 때, 살인 전적이 없는 사람들로만 뽑았었는데?
“비켜라.”
중년이 심판창을 바라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시련이고, 던전이고, 뭐고. 난 저 두 연놈을 죽여야 속이 풀리겠다.”
“두 연놈?”
심판창이 옆을 흘깃했다.
그의 시선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의 두 남녀가 서 있었다.
그중 여자는 팔짱을 낀 채로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흠, 뭐야 이거?’
나는 왼쪽에 이는 두통에 머리를 두들겼다.
아무래도 이거.
무슨 뼈다귀도 아니고.
첫 시작부터 너무 삐걱거리는 느낌인데?
* * *
“일단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정하시는 게 어때요?”
“맞아. 아무래도 앞선 테마 때 뭔 일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판이 새로 짜였잖아? 현명하게 생각해야지.”
주변 헌터들이 말리고 나섰다.
하지만 그런데도 공터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중년이 살벌한 기운을 풀지 않고 있었기 때문.
놀랍게도.
중년의 힘은 심판창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역시.’
엘리트들만 모여 있는 던전이라는 건가?
하나하나의 수준이 심상치가 않다.
물론 그중 원탑은 나지만.
“계속 막고 있을 거냐?”
중년이 심판창에게 물었다.
“난 당신과 부딪히기 싫어. 하지만 시련을 앞두고 인사를 하고 싶다면, 저 두 사람과 맺힌 건 풀고 가야겠어.”
“…….”
스윽.
심판창이 창을 거둔 것은 그때였다.
“뭐, 좋다. 갑작스러워서 막은 것일 뿐. 내게 그대는 아직 시답잖은 이유로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아니니, 내가 심판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정말.
이 친구를 볼 때면 가끔 로봇 같다.
짜인 프로그래밍대로 움직이는 기계.
“킥.”
그때였다.
두 남녀 중 여자가 고개를 숙인 채 움찔거렸다.
“와, 진짜 꼴값 떨고 앉아 있네. 늙다리 아저씨가. 목소리는 낮게 해가지고 뭐어? 즈~ 두 사름과 맺힌 건 풀그 가야겠으~ 아이고, 지랄하세요. 쯧쯧.”
그러고는 우스워 죽겠다는 듯 비아냥거렸다.
“애초에 게임 이해도 못 하는 놈이 여긴 왜 들어와서 행패야?”
“뭐야?”
“맞잖아? 애초에 살인도 가능했던 테마1이었는데, 지가 병신같이 당해놓고 왜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냐는 말이지. 맞아? 안 맞아?”
여자가 킬킬거리며, 옆에 있는 남성에게 물었다.
“응응, 올리비아 말이 다 맞지.”
남성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허어.’
나는 탄식했다.
도대체 뭐야, 이놈들?
저 둘은 어떤 관계이고,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
여기서 나는 선택해야 한다.
팀장으로서 한마디 하고 정리할지.
아니면, 좀 더 지켜볼지.
‘그리고.’
나는 일단 둘의 대화를 지켜보기로 했다.
쌈 구경이 재미있어서는 절대 아니고.
일단, 이런 일이 생기면 중립 기어를 씨게 박고 보는 편이거든.
아, 물론.
대화를 듣겠다는 거지, 싸움을 보겠다는 말은 아니다.
“유감이지만, 지금부터 싸움은 금지입니다.”
투욱!
내가 앞으로 나서 지팡이를 내리찍었다.
“아직 테마2의 정체가 전부 드러나지 않았어요. 향후 어떤 임무가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력을 낭비하게 할 수 없습니다. 이해해 주세요.”
내 말에 올리비아가 빙긋 웃었다.
“봐봐.”
그러고는 중년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이게 정상이지. 역시 랭킹 1등이 괜히 1등이 아니라니까? 게임은 이렇게 하는 거야. 감정 없이 깔끔하고 현명하게. 알겠어? 멍청한 벌레 아저씨?”
“이, 이…….”
아드득!
올리비아의 극딜에 중년이 이를 갈며, 목을 푸들푸들 떨었다.
당장에라도 칼을 휘두르고 싶지만, 내 경고에 움직이지 못하는 듯했다.
일단은.
내가 팀장이니까.
“햐~ 누구는 좋겠네? 게임도 오지게 못 하는 게 랭킹 1등 팀에 운 좋게 얻어걸려서 무임승차하시겠어? 진짜 나 같으면 염치없어서 가만히라도 있을 텐데. 뭔 시작부터 칼을 뽑고 설쳐요. 설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도 모르시나?”
와,
저 여자.
진짜로, 도발 하나는 일품이다.
나였어도 살짝 흔들릴 정도로.
그리고.
“이, 이 빌어먹을 잡년! 뒈져라!”
결국, 중년은 참지 못했다.
파앗!
발 디딤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공기를 가르는 그의 신형!
“야야, 팀장님이 싸우지 말라잖냐.”
그때.
잠자코 있던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해 손을 뻗었다.
우우웅!
그 순간, 돌진하던 중년의 공간 앞이 일그러졌다.
“흐읍?”
눈이 휘둥그레진 중년이 속도를 줄일 찰나.
퍼억!
가벼운 충격과 함께, 다시 멀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견제.
“나는 공간 술사. 블라디미르 로디긴이야. 러시아 출신 헌터인데. 좀 서운하네. 왜, 하필 내 소개 차례에 싸우고들 난리냐?”
매스컴에 나오는 마피아처럼 험악하게 생긴 얼굴의 사내가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보아하니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싸우지 말고 일단 설명부터 해보라고. 솔직히 좀 그렇잖아? 팀장님이 나 뽑았을 때, 테마2는 쉽게 통과하겠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니들을 보니까 그 믿음이 살짝 흔들리네.”
“저, 저 빌어먹을 년이 내 뒤통수를 깠다고!”
중년이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뒤통수?”
“그래, 내가 원래 저 빌어먹을 두 연놈이랑 셋이 팀을 이뤘었거든?”
“근데?”
“약 이주라는 기간 동안 정분이 난 건지, 뭔지. 함께 모은 식량을 저 두 연놈이 싹 다 들고 튀었어! 저 양심 없는 도둑 새끼들.”
“킥, 정분은. 팀을 하고 싶었으면 선을 넘지 말았어야지. 영감탱이가 나이 먹고 추파 던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올리비아의 비웃음에 중년이 발끈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내가 언제?”
“그리고 살인도 가능했던 게임에 도둑질 좀 당했다고 풀 발끈해서는. 그리고 왜 칼을 들어? 내가 아저씰 죽이려고 했어? 아니면 패드립을 했어? 아저씨 진지충이야?”
“저, 저, 저, 저 봐!”
중년이 기가 막힌다는 듯 손가락질했다.
“저기 인정했잖아! 저게 저런 년이라니까? 같은 팀으로 있어 봐야 하등 도움 안 될 년이라고!”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이게 뭐냐.
랭커 후보들의 대화인지, 유치원생들의 대화인지.
도저히 구별이 안 되었다.
“…….”
뭔, 유치원 선생님이 된 거도 아니고.
이걸 어찌해야 할까?
중년의 처지도 이해가 되고.
그렇다고 올리비아의 말도 틀린 건 아니다.
‘솔직히 셋 다 버리고 가고 싶지만.’
[띠링!] [임무가 도착합니다.] [스테이지 : 보물찾기!] [뽑힌 10명의 팀원은 서로 ‘협동’하여, 중앙 거대 성(城)에 숨겨진 ‘국보’를 찾아야 합니다.]방금 도착한 메시지를 보면.
그럴 수도 없었다.
‘협동.’
델라일라는 분명 ‘협동’을 강조하고 있었으니까.
혹시 아는가?
팀원을 잃거나, 저버렸을 때의 페널티가 있을지?
목이 콱 막혔다.
마치 고구마를 연속으로 열 개 이상 까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했다.
그래, 이런 것도 내가 헤쳐 나가야 할 시련 중 하나인 건가?
“일단.”
나는 이마에 참을 인을 새기며 입을 열었다.
“지금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