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14)
처맞는 말
[208,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남은 시련 포인트는 1,106,500입니다.]나는 곧바로 테마2 상점의 모든 물품을 구매했다.
효과는 지난번과 비슷했다.
체크카드 긁듯, 쌓여 있는 포인트가 사라졌고.
눈앞에 아이템이 둥둥 떠올랐다.
‘축지’와 ‘연지’ 능력을 지닌 주문서들.
그리고 저번에 먹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엘릭서, 랜덤 박스, 세계수의 뿌리.
마지막으로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까지.
‘크.’
쉽다 쉬워.
재벌들이 백화점에 다니는 게 이런 기분일까?
역대 시련 동안 사는 것조차 힘들었다는 아이템들을 나는 단박에 FLEX 했다.
물론, 그렇다고 포인트를 얻는 과정이 쉬웠다는 건 아니었지만.
[히든 조건을 달성합니다.] [테마2 상점의 모든 물품을 구매하셨습니다.] [‘테마2 전용’ VIP 상점이 개방됩니다.]‘역시……!’
심장이 쿵쾅거렸다.
당연히 그럴 거라 예상했던 거지만.
침착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무려 내게 신살(神殺)급 아이템을 선물했던 물건을 팔던 곳이다.
이번엔 또 어떤 걸 줄까, 설레는 감정이 심장을 조여왔다.
“이 징한 놈.”
플로아가 부럽다는 듯 나를 노려봤다.
“독식자. 욕심쟁이. 돼지. 꿀꿀이.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잔말 말고 빨리 열어. 포인트 두둑하니까.”
“하아, 예상은 했지만, 참…… 볼 때마다 현타 온다니까, 진짜.”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팔을 휘저었다.
[띠링!] [심사위원 ‘플로아’가 ‘VIP 상점’을 개방합니다.] [해당 상점의 화폐 단위는 ‘시련 포인트’입니다.] [모든 상품은 인당 1개씩. 구매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목록 – 1/1] [1. 보상 확률 증폭 주문서 – 1,000,000포인트]“캬.”
역시.
이번에도 똑같았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사기 주문서.’
시련이 끝나고 내가 받아야 할 보상의 2단계 상위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주문서였다.
만약 이번에 무난하게 S급 아이템만 따낸다 해도.
‘무려 SSS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그것도 100%의 확률로.
이건 고민할 여지가 없다.
“남은 포인트를 다 지불한다. 바로 살 거야. 이런 건 안 사면 죄악이지.”
“역시 있었구나? 포인트.”
“말해 뭐하냐. 말했잖아, 두둑하다고.”
“쳇, 재수 없는 놈.”
따악!
플로아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겼다.
[1,000,000포인트를 사용합니다.] [남은 시련 포인트는 106,500입니다.]이렇게 끝!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번 테마는 정말 거저먹겠구나.’
그냥 독무를 잡는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이 나를 위한 판이나 다름없었다.
포인트로 수저의 색을 판별한다면, 나는.
역대급 다이아몬드 수저였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 한, 흙수저로는 아무리 때려봐야 다이아몬드 수저를 부술 수 없다.
그 수가 아무리 많아도.
* * *
사람이 여럿 모이면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름 친하다는 자들끼리도 그러한데.
생면부지에 또 나라와 문화까지 다른 헌터들이 모였다.
잡음이 없을 수 있을까?
“아, 씨발. 시선 따갑네. 시선 따가워.”
그리고 그 갈등은 꼭 튀는 사람 하나가 부추긴다.
보통 사람들은 속으로 삭였을 것들도, 참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뱉는 사람.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그런 자였다.
“아저씨, 뭘 자꾸 그런 눈으로 꼬나봐? 우리 이제 팀인 거 아니었어?”
멈칫.
가만히 있던 중년의 안면 근육이 경직됐다.
여태껏 가만히 있다가 시비를 건다는 건.
그래도 팀장이라고 눈치 보던 주동훈이 사라져서일 확률이 높았다.
‘사실.’
중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미친년은 피하는 게 상책이랬다.
올리비아, 저 애.
행군 내내 투덜거리더니 결국, 저번에 팀장한테도 아니꼽다는 듯 말하지 않았던가.
“또 시작이군.”
“질리지도 않나?”
“부팀장님. 쟤 일은 시키는 거예요?”
결국 참고 참았던 일행들도 몇 명씩 목소리를 냈다.
“…….”
플로아와 헤어지고 복귀하던 나는 분위기가 심상찮은 걸 느끼고 멈춰 섰다.
내가 없을 때 뭔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나는 쪼그려 앉아 상황을 주시했다.
“올리비아, 네 임무는 올레나와 함께 은신처를 구성하는 거였는데. 일은 다 한 건가?”
부팀장 역할을 수행 중인 심판창, 장웨이의 말.
“지랄.”
그러나 올리비아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신기하기도 했다.
개념이 좀 없긴 했어도.
적어도 내가 있었을 땐 저렇게까지 싹수없진 않았거든.
“솔직히 여기서 팀장 말고는 다 거기서 거긴데, 감투 썼다고 뭐라도 된 거 같냐?”
저벅저벅.
올리비아가 무심한 낯을 한 채, 중앙으로 걸어왔다.
그런 그녀의 뒤를 쫄쫄 따라다니는 이름 모를 쫄따구와 함께.
‘음.’
나는 태청심법을 운용해 그런 그녀의 전력을 파악했다.
‘나름 제법이긴 한데?’
말만 거친 줄 알았는데.
그래도 또 심판창이랑 비슷한 급은 된다.
1. 심판창, 장웨이
2. 올리비아 로드리고
3. 공간술사, 블라디미르 로디긴
이렇게 셋의 힘이 비스름한 느낌?
나머지 인원들은 그보다는 살짝 혹은 한참 아래였다.
‘그래봐야, 다들.’
방금 한바탕 난리를 떨었던 플로아의 발톱에 낀 때만큼도 못한 수준이지만.
“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맞아, 부팀장으로 고생하는 사람한테.”
“그것도 팀장의 명령으로 뽑은 거잖아. 뽑아준 팀장의 통제에 따르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술렁술렁.
팀원들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자.
“흐응.”
올리비아가 콧소리를 흥얼거렸다.
“다들 존나 착해 빠졌구만? 쯧쯧, 그렇게 자기 가치를 올리는 방법을 몰라서야.”
“가치?”
무투가 제임스가 나선 것은 그때였다.
“현재 우리 팀에 네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호오, 지금 시비 거는 거야?”
“진심으로 묻는 거다. 왜 그렇게 삐뚤어져서, 혼자서 팀 분위기를 망치는 건지.”
“어이쿠, 진지하시네?”
올리비아가 픽 웃었다.
“그래, 뭐. 궁금하시다면 말씀해드려야지. 팀장이 뽑아준 건 뽑아준 거고. 이번 시련은 분명 협동이라 했어. 그치? 그 말은 우리 10명이 하나라도 빠짐없이 모두 필요하다는 말인데. 굳이 팀장이 강하다는 이유로 숙이고 들어갈 필요가 있어? 호구 새끼들도 아니고.”
“네 말대로 협동이니까.”
“크큭, 협동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뭐?”
“팀장은 테마1 때 기여도를 거의 99%에 가까이 먹었어. 그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무슨 뜻인 줄 알아?”
올리비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 몫을 그만큼 뺏겼단 거야, 멍청한 새끼야.”
그녀의 독설은 거침없었다.
“게다가. 부팀장도 그래. 임무니 뭐니, 통제한다 해도. 결국은 제 입맛대로 시키겠다는 거잖아? 중국 공산당 새끼라 그런가? 우리나라는 그런 걸 독재라 하는데.”
“무슨 말을……!”
듣고 있던 묘이 하나가 나서려 했지만.
올리비아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좋아, 까놓고 말할게. 난 솔직히 이 상황이 존나 싫어. 솔직히 저기 창 들고 있는 중국 놈이랑 러시아 공간술사 말고는 다 그냥 팀장 잘 만나서 무임승차하는 놈들 같거든?”
“뭐?”
제임스가 미간을 구겼다.
그녀가 하는 말은 나머지 여섯을 짐덩이 취급하는 말.
그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만큼, 자존심이 바닥에 있진 않았다.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후웅!
거의 음속에 가까운 주먹이 올리비아에게 향했으나.
“……!”
이미 휘두른 방향에는 올리비아가 없었다.
‘뭐, 뭐지?’
당황한 제임스가 고개를 두리번거릴 찰나.
촤르륵!
무언가 검은 물질이 뱀처럼 그의 종아리를 휘감았다.
‘이건.’
제임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채찍?’
그렇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올레나의 주 무기는 바로 채찍.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채찍이기에.
남은 하나의 채찍이 속박된 제임스를 강하게 후려치려 할 찰나였다.
“어이, 그만.”
“그만해라.”
심판창과 공간술사가 그의 앞길을 막았다.
그런 그들의 앞에 올리비아의 연인으로 보이는 남자도 위치했다.
그녀 편이라는 거겠지.
‘와.’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내가 속으로 탄식했다.
솔직히 나만 좀 참으면 그냥저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올리비아는 진짜 찐이었다.
그야말로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
‘저 정도 꼬였으면 사회생활은커녕, 친구도 없을 것 같은데…….’
혹자는 말할지도 모른다.
원래 외국은 솔직하게 말하는 게 트렌드라고.
선비처럼 예의 차리지 않고 직설하는 게 더 매력 있다고.
‘아니.’
저건 솔직한 게 아니다.
저건 그냥 사이코패스다.
자신의 논리를 위해 남의 감정 따위 뭐든 알 바 없는 정신 질환자.
“…….”
이걸 어째야 할까.
원래 어딘가 나서서 모션을 취해 본 적이 없는 나였다.
착해 빠진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대지도 않는 성격.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안 된다.
나는 팀장이고, 이번 시련을 승리로 끌어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자 비로소 확신이 들었다.
‘모션을 취하자.’
깊이 곪은 낭종은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도려내거나 약을 투입해서 제거해야 사라진다.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게 아니다.
내 생각이 옳을 수도 있고, 올리비아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다.
다만, 팀이 온전히 한 방향으로 굴러가려면.
누군가는 그 생각을 접어줘야 한다.
‘접어줘야지. 안 접히면 허리를 접어서라도.’
저벅, 저벅.
나는 당당히 걷기 시작했다.
갈등으로 대치 중인 팀원들을 향해 발걸음을 지속했다.
“어? 팀장님?”
걸었다.
“팀장님! 오셨어요? 빨리 오세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아세요? 글쎄, 올리비아 저 사람이……!”
계속해서 걸었다.
누군가가 말을 걸었지만 쳐다보지 않았다.
무시했다.
내 시선은 오직 올리비아의 눈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
그런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진 몰라도.
마냥 착해 빠지진 않았나 보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듯 비켜주는 걸 보면.
“하?”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올리비아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원래도 차가웠던 기분이 더욱 저온으로 가라앉았다.
‘저거.’
만약, 누군갈 기분 나쁘게 만드는 대회가 있다면, 바로 입상하지 않았을까?
플로아도 입이 거쳤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뭐야, 설마 듣고 있었던 거야? 제길, 팀장이 관음증이라니.”
그냥 막 나가기로 한 걸까?
아니면 애써 괜찮은 척하는 걸까?
“예, 뭐. 어쩌다 보니, 다 듣게 되었네요.”
“그래?”
올리비아가 히죽 웃었다.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 들었겠지만, 난 무임승차가 참 싫어. 세상은 공평해야 하고 능력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 생각하거든?”
“…….”
“지금도 그래. 남들 다 쌔빠지게 일하는데 팀장 혼자 이상한 데서 놀다 와도 아무도 뭐라 안 하잖아? 나도 그건 그래. 인정한다고.”
올리비아가 쌍 채찍을 양방향으로 젖혔다.
“근데 뭣도 없이 약한 애들을 팀이라는 이유로 데려가는 와중에, 왜 센 사람들은 아무런 대우가 없냐고.”
그녀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팀원 모두를 무사히 데려가야 한다는 내 생각이 틀린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팀장이고.
그녀가 틀리고 맞고를 떠나.
열 명의 팀이라는 배를 목적지까지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올리비아라는 자의 사상이 굉장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앙? 내가 여기서 저 개념 없는 아저씨 잠자리나 펼치고 있을 군번이야? 그건 아니지?”
“맞는 말이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올리비아의 미소가 더욱 환해졌다.
“그치? 캬, 역시 팀장! 저 제임스인가 뭔가 하는 진지충이랑 달리 말이 통한다니까?”
“글쎄요.”
말이 통하긴.
그 맞는 게 아닌데.
나는 지팡이를 꺼냈다.
“맞는 말이긴 하죠. 처맞는 말이요.”
그리고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