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1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15화
참교육
세상은 단순하지도 않고, 명쾌하지도 않다.
시험 문제의 정답처럼 딱 맞아떨어지면 좋을 텐데, 절대 그렇지 않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수많은 사람이 공생하며 수풀처럼 얽히고설켜 있는데, 어찌 단순하겠는가?
지금도 그렇다.
“뭐? 처맞는 말?”
하필, 무심코 뽑은 팀원이 올리비아 로드리고 같은 사람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이 튈 수도 있다.
개성이 있을 수도 있다.
근데 그것도 정도껏 해야지.
튀어도 너무 튀잖아?
“와, 무서워라. 결국 팀장도 폭력으로 해결하겠다는 거야? 아까 내가 한 말 못 들었어? 팀장은 인정한다니까? 하, 그래그래. 내가 다 미안하다. 미안해. 씨발, 내가 제일 나쁜 년이지.”
나를 제외한 아홉을 뽑아놨는데.
여덟은 괜찮고 한 명이 튀면, 누가 잘못한 걸까?
아, 여덟은 아니구나.
올리비아 쫄따구도 있으니까.
참 자존심도 없다.
저런 여자를 따라다니고 싶을까?
“조금 황당하긴 하네. 하고 싶은 말도 못 하는 팀이라니…….”
“……?”
“역겨운 팀원들에 엿 같은 집단. 뭐, 소수의 의견은 의견도 아니라는 거야?”
구시렁구시렁.
계속 들으라는 듯 중얼거리는 올리비아.
“후.”
나는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털었다.
“참아보려고도 했는데, 역시 안 되겠네요.”
“하?”
올리비아가 입가를 비틀며 날 바라본다.
“적당히 해라. 네가 아무리 이전 테마 1등이라 해도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어.”
“선?”
“내가 그나마 팀장이라고 대우해 줄 때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라는 뜻이야.”
피식.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녀는 내가 조금 전 두 자릿수 랭커를 잠깐이나마 제압했단 사실을 알까?
“어? 웃어?”
“어, 웃는데?”
나는 결정했다.
이제부터 더는 그녀를 존중하지 않기로.
“너, 내가 얼마나 미친년인지 모르는구나?”
휘릭!
그녀 손의 채찍이 유연하게 움직였다.
날카로운 예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는 게, 옛날이었다면 두려웠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귀여워 보일 뿐.
나는 느긋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미안하지만, 여기 있는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모를 것 같진 않아.”
응, 너 미친년 맞아.
“어쭈?”
올리비아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나 본데. 이거 팀 게임이야. 협동 팀 게임이라고. 내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 거대성에서 내가 작정하고 방해라도 하면?”
“글쎄.”
나는 천천히 지팡이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너랑 네 옆의 머저리는 차라리 없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뭐야, 진짜 해보자는 거야?”
“지금껏 싸워달라고 징징거리는 건, 너 아니었어?”
그래.
그냥 패자.
나중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자.
팀원이 필요한 게임이면, 그냥 기절시킨 채로 데리고 다니면 되는 거잖아?
차라리 그게 팀에 더 도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주군.”
“주인님.”
스슷!
이윽고 내 옆에 충성스러운 수하 둘이 나타났다.
“얼씨구?”
미간을 찌푸리며, 옆 청년에게 눈짓했다.
애인으로 보이는 청년이 칼을 뽑아 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대치 상황.
“훈, 저도 도울까요?”
“나도 돕겠어! 사실 나도 진즉 싸우고 싶었거든!”
주변 팀원들이 둘러싸며, 날 도우려 했지만.
“아뇨.”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고작 저런 애 참교육하는 데 팀원들까지 나설 필요 없다.
“와, 서럽네, 서러워. 이런 걸 바로 집단 괴롭힘이라 하는 건가?”
이 여자.
지금 누가 누굴 괴롭히는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래, 씨발. 어디 해보자고오옥?”
문답무용.
태양이가 먼저 기습적으로 돌진했다.
쐐애액!
얼마나 빠른지, 공기 찢는 소리까지 들려올 정도였다.
“흐읍!”
눈을 부릅뜬 올리비아가 신속히 허리를 적혔다.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왼쪽 뺨이 시큰해졌다.
주륵.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무, 무슨?”
간발의 차이로 엘드린의 화살이 스쳐 간 것이다.
거기에.
퍼어억!
어느덧 다가붙은 태양이가 창대로 그녀의 왼쪽 복부를 가격했다.
“커헉!”
들고 있는 채찍?
쓸 시간조차 없을 거다.
내 심리를 반영하듯, 태양이와 엘드린이 ‘진심’으로 상대하기 시작했으니까.
“허어, 저게 스켈레톤?”
“스켈레톤이 저 정도라고? 팀장님 스켈레톤 엄청 많이 다루시지 않나?”
“훈, 역시 대단한 헌터였군.”
압도적인 결과에.
경직되어 있던 팀원들도 긴장이 풀렸다.
오히려 쪼그려 앉아 꼴 좋다는 듯 구경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 무슨 이딴.”
올리비아의 얼굴에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속히 거리를 벌릴 뿐.
“스켈레톤 따위로 날 제압하려고?”
그녀는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바닥을 박찼다.
백스텝을 통해 간신히 거리를 확보해 내려던 그녀였지만.
쿠웅!
등 뒤에 닿는 무언가 때문에 흠칫 놀란다.
삐걱?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는 뼈사.
녀석이 어딜 도망가냐는 듯, 방패로 밀어냈다.
“뭐, 뭐야.”
퍼억!
그 순간, 뒤에서 태양이가 다시 한번 올리비아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태양이도 대단한 게.
절대 창끝으로 찌르거나 베지 않았다.
오직 창대로 뼈가 울리는 고통을 줄 뿐.
퍼억! 퍼억! 퍼억!
태양이는 계속해서 구타했다.
올리비아의 새하얀 피부가 피멍으로 물들 때까지.
코가 짓뭉개지고 눈퉁이가 부어오를 때까지.
“자, 잠깐?”
올리비아가 컥컥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함께 싸우려 했던 남자를 찾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어.
걔는 이미…….
“자,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엘드린의 화살에 온 피부가 베어진 채, 무릎 꿇고 있거든.
참…….
얼마나 무서웠는지, 딸꾹질까지 하고 있다.
“자, 잠깐. 그만해!”
퍼억! 퍼억!
태양이는 마치 리듬 타듯.
천천히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그녀를 두들겼다.
“그만! 아프다고! 씨발! 으아아악!”
허벅지를 가격해 넘어뜨린 후, 다시 상체를 가격해 일으켜 세운다.
일으켜 세우면? 또다시 허벅지와 종아리를 타격해 넘어뜨린다.
“끄악! 끄아악!”
무언가 떠들려 하면, 그놈의 입이 문제라는 듯.
입을 집중적으로 팬다.
사실.
이미 상황은 끝났다.
이건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한쪽의 일방적인 구타일 뿐.
“끅! 끄윽! 꺽!”
물론, 난 구타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프거나 말거나.
‘솔직히.’
평소 내가 노인한테 받는 마사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이런 씨! 끄아악? 끄아아악!”
또 한 번 욕하려던 올리비아가 지금과는 다른 비명을 내질렀다.
입에서 아예 소리가 못 나오도록 입천장을 창으로 찔러버린 탓.
“끄악! 끄아악!”
올리비아가 입을 감싸 쥐며 땅바닥을 뒹굴었다.
두 손 사이로는 피가 주룩주룩 새어 나왔다.
괴로운지 발버둥 쳤다.
“뭐? 다들 존나 착해 빠져서 자기 가치를 못 올리는 거라고?”
나는 그런 그녀를 표정 없이 지켜봤다.
“그래서, 지금 이 모습이 네 가치냐?”
퍼억!
“그리고 내가 네 몫을 뺏었어? 언제? 말해봐.”
퍼억! 퍼억!
“부팀장이 고생하는 걸 독재라고?”
퍼어어억!
“뭐? 독재? 무임승차?”
무임승차는 테마1 때 아무것도 안 하고 뽑힌 올리비아 같은 애들을 말하는 거다.
“뽑아줬으면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되어야지. 뽑아달라 할 때 그 간절함은 어디 가고. 뭐, 정치인이냐?”
“사, 사혀줘. 사려주세여.”
태양이가 입을 얼마나 팬 건지.
발음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보통 같았으면 좀 불쌍했을 텐데, 왜 아무런 감정이 안 드는 걸까?
“제바, 제바아아.”
“제발?”
“마 드으께! 마아! 자으 드으테이까 제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올리비아.
왜.
도대체 왜.
맞기 전까지는 제정신을 못 차리는 걸까?
“말 잘 듣겠다고? 왜? 아까는 비협조적으로 나올 거라며?”
“아이! 아니이!”
“그러게 왜 이제야 정신 차렸어.”
“…….”
“좋게좋게 말할 때 들었으면 좋았잖아?”
“…….”
올리비아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와, 고작 이 정도 고통에 저렇게 우는 거야?
얘는 진짜 노인한테 걸렸으면 뼈도 못 추렸겠구나.
갱생이 안 되는 짐승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지?
옛 어르신 말 틀린 게 하나 없었다.
그래.
나는 올리비아를 때린 게 아니다.
치료해 준 거다.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고쳐준 거다.
교육해 준 거다.
참교육.
“후.”
내가 눈짓하자.
태양이가 구타를 그만뒀다.
이 정도의 전력 차면 이기고도 찝찝하잖아.
차라리 플로아를 패는 거였다면 이렇게 찝찝하진 않을 거 같은데.
물론 지금은 패기 전에, 내가 통구이가 될 확률이 농후했지만.
투욱!
결국, 기절한 채 축 늘어진 올리비아를 뒤로하고 나는 팀원들을 바라봤다.
“…….”
정적이 흘렀다.
다양한 표정들이 보였다.
속 시원하다는 표정도 있었고.
생각보다 더한 전력 차에 놀란 표정도 있었다.
“흠, 괜한 곳에서 시간 많이 썼네요.”
계속 걷기만 해도 불안한 상황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겼다.
“혹시, 또 불편한 일이 발생하면, 저한테 말해주세요.”
올리비아가 또 나 없을 때 개지랄하면 말하란 뜻이었다.
이내, 푸! 누군가가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제임스였다.
“잘했어, 훈!”
그를 필두로.
“보는 내내 속이 다 시원했어요.”
“멋있었다.”
“이제 앞만 보고 달려갈 일만 남은 건가?”
다시 원래의 분위기를 찾았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활기가 차는 기분.
아아, 올리비아 하나 기절했다고.
이 정도로 바뀔 수 있는 거였어?
진작 칼을 뽑을 걸 그랬나?
씩 웃은 나는 무릎 꿇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당신은 이름이 뭔가요?”
항상 올리비아 옆에 붙어 있느라 소통도 못 했다.
솔직히 별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저, 저는 케인입니다!”
“그래요, 케인. 혹시 저것 좀 들어주실 수 있나요?”
내가 올리비아를 가리켰다.
케인이 옙! 옙! 하고 달려가 올리비아를 들쳐멨다.
“후.”
모든 상황의 종료.
속이 후련하면서도 개운했다.
그래, 앞으로 참지 말자.
내 속에 그어진 선을 넘으면 행동으로 보여주자.
그러려고 그 고통을 인내해 가며 힘을 기른 거잖아?
“그럼.”
나는 주변을 돌아봤다.
“다들 모여보세요.”
그러고는 상점에서 구매했던 총 여섯 장의 주문서를 꺼냈다.
연지 주문서 3장과 축지 주문서 3장.
시간이 없었다.
[아이템 : S급 축지 주문서] [등급 : S] [종류 : 주문서] [설명 : 거리를 단축해 주는 주문서.] [효과1 : 팀장 반경 1㎞ 거리 전역에 작동한다.] [효과2 : 거대성과의 거리가 전체거리의 50%만큼 짧아진다.] [아이템 : S급 연지 주문서] [등급 : S] [종류 : 주문서] [설명 : 거리를 늘리는 주문서.] [효과1 : 상대 팀장 반경 1㎞ 거리 전역에 작동한다.] [효과2 : 거대성과의 거리가 전체거리의 30%만큼 늘어난다.] [효과3 : 상대 두 팀에게 모두 적용된다.]축지는 등급별로 50%, 25%, 12.5%.
총 거리의 87.5%만큼 짧아지고.
연지는 등급별로 30%, 15%, 7.5%
총 거리의 52.5%만큼 늘어난다.
“설명은 나중에, 일단,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팀원들을 뒤로하고.
쫘악!
시원하게 주문서 6개를 동시에 찢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