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16)
아란발론 왕국의 국보 (1)
주문서의 힘은 위대했다.
그렇게 걸어도 걸어도 줄어들지 않던 성의 크기가 진짜 말 그대로 ‘거대’해졌으니까.
‘대단하네.’
얼마나 큰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온 세상이 거대 성의 그림자로 가려져 있는 것만 같았다.
“킹! 아니, 훈! 도대체 어떻게 한 건가?”
길잡이, 카푸가 경악했다.
“천리안으로 봐도 틀림없다! 이제 거의 400㎞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
“……400㎞요?”
그게 ‘밖에’야?
내가 알기로 천리(千里)가 400㎞인데.
지금껏 천리안으로 어떻게 거리를 파악해왔을까 궁금한 카푸가 벌겋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원래는 대충 감각으로만 느낄 뿐, 정확한 거리가 나오는 건 아니었는데. 이제는 입구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보인다.”
“…….”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아까 찢은 그 종이들은 다 뭐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카푸만이 아니었다.
“여어, 나도 궁금한데.”
공간술사, 블라디미르 역시 앞으로 나섰다.
“짧은 순간, 엄청난 공간의 축약이 있었다고. 공간 이동 스킬이 S급에 달한 나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먼 거리를 도약했는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믿을 수 없다.”
“기다려 보세요.”
올레나도 제임스도 심판창도.
중년과 묘이 하나도.
굉장히 궁금하단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우선 걸으면서 들으시죠. 하나하나 다 설명해 드릴 테니까.”
물론.
적당히 둘러댈 거다.
아무리 협동심을 중요시하는 테마라지만.
그렇다고 내 모든 걸 밝힐 순 없는 거잖아?
* * *
나는 플로아와 있었던 일들은 쏙 빼고 설명했다.
스켈레톤들을 통해 보물을 찾다 보니, 주문서가 나왔다.
그게 바로 ‘축지’와 ‘연지’였다.
대충 이 정도?
“후. 역시, 결국 보물 찾는 게 답이었나 보군요.”
올레나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보면 테마1이랑도 비슷한 것 같네요. 그때는 숲에서 음식이나 독을 찾았다면, 지금은 광야에서 주문서를 찾는 느낌?”
“확실히 네크로맨서가 유리하긴 한 게임이야.”
“세상에 그렇지 않은 게임도 있나요? 언데드가 모든 걸 대신해 주는데.”
“그래도 팀장 덕에 무사히 클리어할 거 같네. 고마워, 팀장. 이번 시련에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바로 팀장을 만난 걸 거야.”
“그래, 우리 속도면 400㎞야 금방이잖아? 저 올리비아인가 하는 애가 그렇게 무거운 거도 아닐 테고.”
흠칫.
올리비아의 남자.
케인이 몸을 떨었다.
그의 어깨 위에는 아직도 얼굴이 퉁퉁 부은 올리비아가 죽은 듯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누워 있어라.
그게 훨씬 도움 된다.
당장 눈앞의 전력으로 따지면, 구멍이겠지만.
큰 그림을 그려보면, 지금이 훨씬 더 나았다.
‘얼마 남지 않았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성을 보며 나는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쿵쿵 뛰는 심장의 고동이 호흡을 안정시켰다.
‘아직 테마는 끝나지 않았어.’
델라일라의 시련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 강하디강한 서울 오성(五星)이 입이 닳도록 말했으니 분명할 거다.
‘아니, 끝난 게 아니라 오히려 시작도 안 한 것일 수도 있겠지.’
지금껏 한 거라고는.
보물을 찾으며 이동한 것뿐이지 않던가.
그래.
아직 첫걸음도 떼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진정한 첫걸음은 저 거대한 성안에 들어가야 비로소 시작되는 걸지도 모른다.
타다닷!
뛰고, 걷고.
또 뛰고, 걷고.
우리는 급속 행군을 진행했다.
얼마 남지 않았기에,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도 최대한 줄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훈.”
카푸가 중얼거렸다.
“저기, 저기에 입구가 보인다!”
저 멀리.
벽에 달린 입구는 문이 아니었다.
저런 걸 ‘문’이라 부를 수 있을까?
마치 심연, 무저갱 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만 같은 커다란 홀.
[1팀이 ‘거대성’에 도달합니다.]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팀원들의 눈빛에 긴장도 떠올랐다.
“심호흡! 다들 심호흡하자구요! 우리에겐 팀장이 있잖아요?”
올레나가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골랐다.
[1팀이 가장 먼저 도착합니다.] [2팀, 3팀은 자동으로 탈락 처리됩니다.]“탈락?”
“오오, 그럼 우리 성공한 거야? 우린 합격인 거야?”
“와, 소름. 그럼 다른 팀은 성에 들어가 보기도 전에 탈락인 거야? 불쌍해서 어쩌나?”
또 이렇게.
사람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간다.
아직 테마2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도 아닌데.
고작 남은 게 10명이라니…….
확실히 랭커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나는 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 좋아하긴 일러요.”
테마2의 진정한 목표는.
저 성안에 존재한다는 ‘국보’를 찾아내는 것.
“다들 준비하세요.”
“들어갈 준비라면 끝났다.”
심판창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진지한 표정을 보면, 또 놀리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 아니던가.
“유언은요?”
“유언?”
“저기 안, 딱 봐도 심각해 보이는데.”
“흠, 재미없는 농담이로군. 나 먼저 들어가지.”
재미없다면서 피식 웃은 심판창이 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르륵!
몸이 물속에 들어가듯, 빨려들었다.
“그럼 저희도 따라갈게요.”
“아자! 아자! 잘해보자!”
“훈, 나도 들어갈게. 이따 봐.”
올레나 일행이 그 뒤를 따랐고.
블라디미르와 중년, 묘이 하나도 묵묵히 순서대로 들어섰다.
다들 긴장은 했지만, 두려움은 없어 보였다.
하긴, 두려움이 있었다면 애초에 시련에 도전하지 않았겠지.
심사위원 뤼카가 경고했을 때, 다 떨어져 나갔을 거다.
“저, 저기.”
옆에서 누가 쿡쿡- 찔렀다.
케인이었다.
그의 등 뒤에 올리비아는 얼굴을 들기 싫은 건지, 아니면 쪽팔린 건지.
시간이 지났는데도 케인 뒤에서 내려오질 않고 있었다.
계속 기절한 ‘척’하고 있는데.
솔직히 팀원들 다 알았다.
정신 차려놓고 안 일어나고 있다는 거.
“예, 말씀하세요.”
내가 되묻자, 케인이 조심스레 묻는다.
“저도 들어가는 건가요?”
그럼.
당연히 들어가야지.
안 들여보낼 거였으면, 두들겨 팼던 그 날 놓고 왔을 거다.
“예, 들어가세요. 마음 바뀌기 전에.”
“아, 알겠습니다.”
스릇!
서둘러 입장하는 케인과 올리비아를 끝으로 팀원 전부가 입장했다.
그래도 아직 열려 있는 홀.
나의 입장을 기다리는 듯, 우우웅! 진동했다.
저벅, 저벅.
시커먼 홀 앞에 서자, 짜릿한 감각이 온몸을 휩쓸었다.
과연 저 안에는 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존재가 날 괴롭힐 것인가.
나는 묘한 감각에 몸을 맡기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고대 아란발론 왕국’의 시련이 시작됩니다.]본격적인 테마2의 시작이었다.
* * *
주동훈이 거대성에 들어갈 무렵.
새하얀 홀에, 두 남녀가 홀로그램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뤼카가 입꼬리를 틀었다.
사람이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면 본능적으로 얼굴의 형태가 변한다던가?
그는 누가 보면 굉장히 우스꽝스러울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뤼카가 옆을 바라보았다.
“으음…….”
델라일라 역시 놀랍다는 듯, 침음을 흘리고 있었다.
“처음입니까?”
“네?”
갑작스러운 뤼카에 질문에 델라일라가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말이냐는 뜻.
“팀원으로 선정된 열 명 전부가 아란발론에 입성한 건 처음 아닙니까? 저희 때만 해도 서로 헐뜯고 싸우다가 3명은 죽고 시작했었는데…… 델라일라 님도 기억하지 않습니까.”
“그렇죠. 기억하죠. 하지만, 처음은 아니에요.”
델라일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습니까?”
“예, 열 명 전부가 입성한 적은 그래도 꽤 있었죠. 전부가 살아서 통과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지만.”
“…….”
“사실, 1팀이 이번에 겪은 갈등은 갈등도 아녜요.”
갈등이라 해봐야, 올리비아와 맞붙었던 거.
그거 하나지 않던가?
거기에 주동훈이 압도적인 무력으로 모든 상황을 해결했다.
그 정도는 모든 팀에게 있어왔다.
갈등이라 할 수도 없었다.
“맞습니다.”
뤼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갈등을 겪기에 주동훈 팀은 너무도 빨리 성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는 데만 거의 2달 이상을 소모했던 저희 때와는 상황이 다르겠지요.”
“원래 갈등이란 게 불편함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더 증폭되는 법이니까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
보이기엔 쉬워 보여도 막상 닥쳐보면 장난이 아니다.
다른 팀과의 경쟁이라는 점.
언제든 탈락할 수 있다는 조급함.
진전이 없는 상황.
등등등.
수많은 요인이 아우러지면, 결국엔 팀장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된다.
처음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일주가 지나고, 이주가 지나고, 한 달이 흐르면?
팀이 갈라진다.
서로 음해가 시작되고.
오해가 오해를 낳아 원한으로 변한다.
“죄송합니다.”
문득, 뤼카가 고개를 숙였다.
“플로아. 그것에게는 주의하라고 경고했었는데. 또 사고를 치는 바람에.”
주동훈 팀의 밸런스가 깨진 것.
그게 다 플로아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 뤼카. 그것도 결국 제가 설정한 규칙. 플로아를 탓할 필요 없어요. 주동훈이 지나치게 특이한 케이스였으니까요. 게다가 어차피 다 예상하고 있었잖아요?”
사실이 그랬다.
참가자 간 격차가 너무 압도적이라.
모든 심사위원이 1팀의 승리를 점쳤다.
“우린 던전 메이커. 그저 만들어놓고 지켜보면 될 뿐입니다.”
델라일라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시련은 바로 지금부터지요.”
* * *
나는 눈을 떴다.
빛과 어둠의 혼돈이었던 주변의 모습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갔다.
‘여기는…….’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마나 넓은지.
천장도 벽도 보이지 않는 거대 홀.
그 위에 우리는 서 있었다.
홀인지 어떻게 알았냐고?
바닥에 커다란 문양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문양 주변에는 아란발론 왕국인가 뭔가 하는 곳의 글자인지.
상형 문자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고대 아란발론 왕국’의 가장 깊은 곳.] [이곳에는 세상을 호령했던 수많은 보물이 잠들어 있습니다.]그 순간.
여기저기서 황금빛이 반짝였다.
반짝거리는 곳에서는 하나하나 범상치 않은 기운들이 뿜어져 나왔다.
[보물을 탐하세요.] [보물을 획득하세요.] [수많은 보물 사이에서 ‘국보’를 찾으세요.]반짝!
수백 개.
반짝! 반짝!
아니, 수천 개, 수만 개가 넘어 보이는 보물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었다.
‘가짜가 아니야.’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나하나가.
S급, 아니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보물들이었다.
‘저것 중에 하나.’
딱 하나가 바로 ‘국보’이겠지.
“이야, 과연 던전 메이커라는 건가? 이거 클래스가 상당한데?”
블라디미르가 중얼거렸다.
“근데.”
“…….”
“이게 끝은 아니겠지? 그렇잖아. 지금껏 엄청난 난이도를 자랑해왔는데. 고작 저 수많은 보물 펼쳐두고 보물찾기하라는 게 시련의 끝은 아닐 거잖아?”
“일리 있어요. 딱 봐도 함정 냄새가 폴폴 나는데요.”
다들.
바보는 아니었다.
멍청하게 보물 찾겠다고 먼저 튀어 나가나 하면 어쩔까 했는데.
다행히 올리비아도 가만히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럼.”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다들 우선 주변 상황부터 파악해 볼까요?”
천천히 하자, 천천히.
이제 경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