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3)
베기란 무엇인가
“네 녀석, 이름이 주동훈이라 했느냐?”
뼈일이의 교육을 진행하던 중.
노인이 나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어르신.”
“그래, 동훈아. 너는 검술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검 한 번 잡아보지 않았던 나에겐 생경하게 느껴질 법한 질문.
그래도 어른이 물었으니, 대답은 해야겠지.
“흐음, 검술이라 했으니, 검(劒)으로 하는 술(術) 아닐까요?”
“참, 네놈다운 단순한 생각이구나.”
노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눈살을 찌푸린다거나, 실망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외려 마음에 든다는 눈빛이었다.
“네 말이 맞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지. 검술이란 검을 다루는 재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니라.”
노인의 가르침은 뼈일이가 아닌 나를 향했다.
이로써 파악했다.
나를 통해 본인의 ‘한’을 완전히 풀어내려 한다는 것을.
노인은 스켈레톤들에게 알려줄 술(術)들을 나에게도 알려줄 심산이었다.
그렇게 본인의 ‘만술’을 전부 계승하려는 거겠지.
이상한 대법으로 내 골격을 바꿀 때부터 알아봤다.
“자, 거기 목검을 들어보거라.”
나는 길가에 널브러진 나뭇조각을 들어 올렸다.
“쥐어라.”
“쥐라면…… 어떤 방식으로 쥐라는 건가요?”
“말하지 않았느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네가 생각하는 가장 편한 자세로 파지(把指)하거라.”
살짝 어리둥절했지만, 시키는 대로 잡았다.
“잡았는고?”
“네.”
“좋다, 그럼 있는 힘껏 휘둘러 보거라.”
“이렇게요?”
후웅! 후웅!
나는 허공을 향해 검을 두어 번 휘둘렀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초짜의 순수한 휘두름.
“그렇지! 잘했노라.”
“네?”
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금 이 노인이 장난하나?
이게 잘하는 거라고?
내가 천재가 아니라 이해를 못 하는 것인가?
내 눈으로 봐도.
아니, 전 세상 누가 봐도 엉성한 ‘베기’일 텐데.
‘이거 진짜 일타 강사 맞는 거야?’
마음속 깊이 틀어박힌 믿음에 금이 살짝 그어질 찰나.
노인이 입을 열었다.
“네가 잡은 오른손의 파지 모양을 보거라. 어떠하느냐? 엄지는 우직하게 솟아 있고 나머지 네 손가락이 힘을 주어 고정시키고 있지 않으냐? 또 휘두르는 폼은 어떠하느냐. 우측 2시 방향에서 좌측 8시 방향으로 한 번. 또다시 좌측 10시 방향에서 우측 4시 방향으로 한 번. 이렇게 휘두르지 않았느냐.”
나의 자세를 말로 풀어내는 노인.
“나는 네게 어떠한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너는 ‘베기’라는 말에 네가 생각하는 가장 멋지고 편한 자세로 휘둘렀을 것이고. 그 기저에는 네가 살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모든 ‘베기’에 대한 관념(觀念)이 들어가 있겠지.”
“…….”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느냐?”
“……모르겠는데요.”
“너는 방금 그 휘두름에 너의 인생(人生)을 담은 것이다.”
에엥?
개소리 같다.
개소리 같은데, 뭔가 멋진 것 같기도 하다.
젠장,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
내가 입을 벌리고 있자, 노인이 말을 이었다.
“자, 그럼 묻겠다. 네놈이 펼친 그 ‘베기’에 힘과 속도가 실리면 위력적이겠느냐?”
으음?
글쎄.
내가 휘두르는 모양보단, 검술의 대가가 휘두르는 전통적인 ‘베기’가 더 세지 않을까?
검도 선수라든가.
아니면, 사무라이라든가.
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쯧쯧, 또 그 멍청한 표정을 짓는구나. 어떤 ‘베기’든 힘과 속도가 붙으면 세지는 건 매한가지다. 범이 앞발을 어떻게 휘두르던 토끼의 오장육부가 터지는 것은 똑같다는 단순한 이치를 꼭 말로 설명해야 알아먹겠느냐.”
“아하?”
노인의 가르침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먼저, 나만의 ‘베기’를 만든다.
아마 그 ‘베기’에는 내 삶과 체형 등등이 다 고려되어 있겠지.
그다음.
그걸 반복 수련하여, 힘과 속도를 붙인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강한 ‘베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제 좀 알아먹는 눈치로구나.”
“조금은요.”
“자, 그럼 그 ‘베기’가 수만 수억 번 반복해 극(極)에 달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이번엔, 노인이 쇠검을 들었다.
이 세상에 있는 종류의 검이 아니었다.
그저 노인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허상의 검이었다.
“보거라. 이게 네 녀석과 저 검든 망자가 배울 검술일지니.”
처억!
노인이 검을 잡았다.
단순하고도 평범한 파지법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단순하지 못했다.
“흐어억?”
엄청난 중압감.
마치 태산이 온몸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모든 술(術)을 복잡하게 이해할 필요가 없도다. 어떤 길이든 한 곳만 파면 결국 극(極)은 똑같다는 말이다.”
“…….”
“내가 모든 술(術)을 학자들처럼 파고들었다면 만술(萬術)을 이뤄냈을 것 같으냐? 흥, 터무니없는 말!”
후웅!
노인의 손이 번뜩였다.
엄청난 속검(速劍).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노인과 나의 경지에는 까마득한 벽이 있어서.
내가 알 수 있는 거라고는 노인이 무언가를 ‘베었다’라는 사실뿐이었다.
“탁상공론은 필요 없다! 너의 휘두름. 너의 ‘베기’를 강화해라! 끊임없이 발전시켜라! 그러다 보면, 모든 이들이 너의 ‘베기’를 기준으로 삼지 않겠느냐?”
심장이 쾅쾅 뛰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손에 땀이 차고, 다리가 저릿했다.
나만의 ‘베기’라니?
세상, 모든 이들의 정석이 될 수 있을 만큼 강한 ‘베기’라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웅장해지지 않던가!
“자, 휘두르거라.”
나와 뼈일이가 본능적으로 검을 잡았다.
후웅! 후웅!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됐다.
“끊임없이 휘두르거라. 계속 휘둘러서 더욱 편하고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결(決)을 찾거라.”
“넵!”
마음껏 휘둘렀다.
정해져 있는 틀이 없으니, 편했다.
자세는 엉성할지라도.
내가 휘두르는 것이 곧 법이요, 진리인데 누가 뭐라 할쏘냐!
[띠링!] [스킬, ‘참(斬)’(C급)을 획득합니다.] [해당 스킬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허억, 허억.”
시간이 흘렀다.
온몸을 땀으로 적셨다.
30분이라는 시간이 고작 1분도 채 안 느껴질 만큼, 엄청난 몰입이었다.
평소처럼.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개운했다.
[띠링!] [‘뼈다귀1’의 상태가 조정됩니다.] [스킬, ‘하급 베기’(Lv.2)의 레벨이 2 오릅니다.] [‘뼈다귀1’의 힘이 1 증가합니다!] [‘뼈다귀1’의 기술이 3 증가합니다!]뼈일이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에 그렇게 오르지도 않던 스탯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딱딱!
녀석이 마음에 든다는 듯, 이빨을 부딪쳤다.
녀석, 조금은 서운한데?
내가 가르칠 때는 안 그러더니.
“오늘은 여기까지. 복습은 철저히 하거라. 끈기가 있는 만큼 금방 늘 게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또 하나 스킬이 생긴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
역시 노인은 기연이었다.
그것도 기연 중의 기연.
복덩어리였다.
* * *
‘파랑’ 길드 본부.
암제 기소율은 간만에 자신의 하나뿐인 남매를 찾았다.
“오빠.”
모든 국내 헌터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존재.
단신의 힘으로 대형 길드 하나를 일궈낸 전 세계적인 VIP이자 거물.
현 세계 랭킹 58위.
명궁(名弓) 기파랑.
“무슨 일이냐? 네가 직접 찾아온 적은 거의 처음인 것 같은데.”
기파랑이 기소율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직급이 부 길드 마스터이긴 하지만, 그녀는 길드 내정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랭커라는 이유로.
혈육이라는 이유로.
‘파랑’의 이름을 더욱 무겁게 하기 위해 함께하고 있을 뿐.
“으음, 사실 고민이 있어서.”
“네가?”
기파랑의 동공이 커졌다.
놀란 것이다.
본래 단련하는 것 빼고는 별 관심도 없던 동생 아니었던가.
“혹시, D급 정도 되는 수준의 헌터가 갑자기 랭커 이상의 힘을 내는 경우도 있을까?”
“으음. 좀 생뚱맞은 질문인데?”
“빨리.”
“글쎄, 보통 기연이나 스킬을 얻더라도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 힘들겠지?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본인의 능력을 숨겼다는 것밖엔 답이 안 나와.”
“숨긴 건 절대 아냐.”
“정말? 하긴, 랭커라 해도 네 눈을 피할 순 없을 테니까.”
암살자인 그녀의 스킬, ‘탐색’(S급)은 암살 대상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 준다.
이내, 기파랑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말이 안 되는데. 왜, 무슨 일인데?”
“…….”
기소율은 아직 던전 관련 사건을 기파랑에게 보고하지 않은 상태였다.
자존심 때문에.
아니, 사실 보고는 했지만 정확한 사실은 숨겼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애초에 ‘파랑’이 참여하고 있는 ‘등급 불명 던전’의 개수만 매주 열 건이 넘고.
대다수는 수색대가 파악하거나, 클리어하고 나오는 터라.
길드 마스터가 모든 것을 파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게다가 그는 실패하거나 A급 이상 던전을 발견했을 때만 관심을 쏟는 편이다.
“으음, 아냐. 어쨌든 불가능하단 거지?”
“일단 내 상식선에서는 그래. 하지만, 알지? 상식이란 언제든 깨질 수도 있는 녀석이라.”
“응, 알지.”
세상이 요지경이 된 지 아직 10년밖에 흐르지 않았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헌터’라는 존재 자체가 상식 밖의 개념이었다.
‘노인.’
으드득.
기소율이 몰래 이를 갈았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무력감을 안겨준 상대였다.
같은 랭커에게 패배한 적은 있었어도.
그 정도로 무력감을 맛본 것은 단언컨대 처음이었다.
‘그런데 그런 노인을 어떻게 한낱 짐꾼이…….’
사실, 첫인상부터 신경이 쓰였다.
이리? 아니, 이리보단 독사에 더 가까운 눈빛을 가진 사내.
독기(毒氣).
마치, 20살 성인이었던 5년 전 자신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호기심이 갔다.
조금은 무례했지만, 생전 처음으로 장난도 쳐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랭커인 자신 수준에서.
그는 널고 널린 헌터들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는 본인이 뻔히 실패하고 있는 던전 속에서도.
당당하게 입장을 요구했다.
모든 생존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도.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야수처럼 침착했다.
당연히 실패할 줄 알았다.
시간 낭비라 생각했다.
단, 그 기개가 마음에 들어 기회를 줘본 거였다.
‘근데, 그걸 진짜 깨버려?’
너무도 궁금했다.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아, 지금껏 잠도 자지 못했다.
‘확실히 기대감 있는 사람이긴 해.’
만약 길드 내정에 관심만 있었어도, 무조건 영입했을 정도로.
실제로 그 독기에 기연까지 얻었다면?
거기다 네크로맨서이기까지 하다면?
다크 로드(Dark Lord)처럼 단시간에 랭커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 아닐까?
‘분명 생각 정리하면 알려준다 약속했으니까.’
무언가 있을 것은 분명했다.
당장 보채고 싶었지만, 시간은 충분히 줄 예정이었다.
약속했으니까.
“흐음? 내 동생. 수상한데. 아까는 세상 심각한 표정이더니 이제는 왜 실실 미소 짓고 있냐?”
“으, 응?”
“왜? 뭔데. 궁금해지게. 원래 단검 휘두르는 것 말고는 아무 관심도 없던 내 동생 아니었나?”
“그런 거 아니야.”
오빠의 넉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