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4)
헌터X헌터
“오, 네크로 양반! 여기야, 여기!”
뼈일이의 집중 훈련이 끝난 다음 날 오후.
약속된 장소에 나온 나를 강재호 일행이 맞이했다.
“약속대로 나와줬군. 던전 정보에 관해서는 대충 문자로 보내놨는데, 확인했겠지?”
“네, 그럼요.”
정보는 간단했다.
협회에 의해 C급으로 판정된 지 대략 일주일 정도 된 신규 던전에.
주 임무는 몬스터 섬멸 및 보스 처치고.
필드 타입은 사막.
“말씀하신 대로 선크림도 덕지덕지 발랐고, 비상용 얼음물도 챙겼습니다.”
“좋아.”
강재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옆으로는 총 일곱의 인원이 있었다.
‘일곱?’
원래는 다섯 아니었나?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강재호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 이제 공식 탐험 멤버 아닌가. 여기 다섯은 원래 같이 다니던 팀이고, F급 짐꾼 둘을 초빙했지. 아, 걱정하지 말게. 짐꾼 보수는 우리가 이미 지급했고 따로 청구하진 않을 테니까.”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하긴.
저들이 던전에 가는 가장 큰 목적이 뭐겠는가?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던전 내부에는 순수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 마정석이나.
아니면 야명주나 미스릴 같은 상급 광석들도 간혹 나오니, 짐꾼의 동행은 필수다.
던전 보상이 메인 수익이라면?
짐꾼들이 줍는 재료들은 자잘한 보상이다.
“…….”
나는 두 짐꾼을 힐끔 바라봤다.
이제 갓 성인이 된 것처럼 보이는 어린 남녀였는데.
비슷하게 생긴 게, 마치 남매 같은 느낌이었다.
난 수줍게 눈인사를 해오는 그들에게 가볍게 묵례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짐꾼 신세였던 나였기에, 뭔가 동질감이 있긴 했다.
“자, 인사 끝났으면 들어가 보자고! 하하, 벌써 몸이 근질근질하단 말이지?”
“맞아, 새로 온 네크로 양반의 능력도 한번 확인해 보고 싶고 말이야.”
헌터들이 웃으며 긴장을 풀자.
철컥!
강재호가 본인의 무기인 리볼버를 장전하며 입을 열었다.
“오케이, 협회에 보고는 마쳤으니 바로 들어가겠다. 동훈 씨도, 짐꾼들도 잘 따라오게.”
무언가 긴장보다는 여유로워 보이는 그들.
‘과연 도전적인 헌터들답네.’
사실 좀 의아하긴 했다.
아무리 내가 포함되어 있다 해도, C급 던전이면 목숨을 건 도전일 텐데.
저런 여유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뭐, 상관없긴 하지.’
내가 C급 던전에 참여하는 이유는 저들이 안전하기 때문이 아니다.
오로지 내 뼈다귀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다.
‘D급 최상위종인 오크를 단숨에 처리하는 게 내 뼈다귀들이니까.’
게다가.
랭커조차 상대하지 못하는 노인의 조언이 있다면?
C급 던전 정도 클리어하지 못하겠는가?
나는 지팡이를 들었다.
[스킬, ‘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을 사용합니다.]삐걱! 삐그덕!
먼저, 칼을 든 뼈일이와 창을 든 뼈이가 측방에 등장했으며.
[스킬, ‘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을 사용합니다.]활 든 뼈삼이와 지팡이 든 뼈오가 후방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4’가 등장합니다.]쿠웅!
몸집만 한 방패를 바닥에 기대며 전방에 뼈사가 등장했다.
든든한 녀석들의 진형에 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오오.”
“네크로 양반! 뭔가 저번보다 더 강해진 느낌인데?”
“맞아, 외형은 크게 변한 건 없지만 뭔가 느낌이 달라. 스켈레톤들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어.”
헌터들이 칭찬까지 해주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난 어깨를 으쓱였다.
“바로 들어가시죠.”
* * *
[던전에 입장합니다.]후우욱!
입장하자마자 화끈한 열기가 온몸을 뒤덮었다.
[가혹한 환경에 노출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감소합니다!]‘으음.’
눈 뜨기가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햇빛이 바닥에 내리쬈다.
사막의 모래는 메말라 갈라졌고.
군데군데 있는 고목은 야위어 쓰러져 있었다.
“우와 생각보다 너무 더운데?”
“견뎌야지. 사우나 즐긴다고 생각하자고.”
“그게 말이 쉽지, 가능해?”
헌터들이 투덜거리며 소매를 걷었다.
F급 짐꾼들 같은 경우는 벌써 힘든지 두 입을 앙다물고 있었다.
‘그렇게 힘든가?’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덥긴 더운데, 그냥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
특히 노인 표 지옥 찜질에 비하면, 애들 장난 수준?
‘고통 내성 때문일까?’
삐그덕!
내 뼈다귀들 또한 원래 수분 없이 마른 녀석들이기에, 더위에 강하다.
“다들 모여.”
더위에도 표정 변화 없는 강재호가 날카롭게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확실히 그는 던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베테랑이었다.
“집중해. 이곳에 나오는 몬스터 타입은 전갈이랑 뱀이다.”
“배, 뱀?”
“쪼는 척하지 말자. 이미 다 알려줬잖아?”
“크큭.”
장난치는 멤버를 뒤로하고 강재호는 설명을 지속했다.
설명의 요지는 기파악된 던전 지형의 구조와 마지막에 처리해야 할 보스 방의 위치.
“C급 사막 던전의 유형은 다 비슷하지. 몬스터의 공세를 해치고 방 앞으로 이동한다. 그다음 문을 열고 보스를 잡아. 그게 끝이야.”
“보스 유형은?”
“항상 랜덤이었어. 가서 봐야지.”
헌터들의 대화에 짐꾼 둘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그런 둘을 바라보며 강재호가 싱긋 웃었다.
“너희는 그냥 잘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주우라는 거 있으면 줍고, 뭐 달라 하면 전달하고. 알겠나?”
“넵!”
“옙!”
군기가 바짝 든 짐꾼들이 대답했다.
그렇게 이동이 시작됐다.
길은 단순했다.
우리가 소환된 곳이 서쪽이라 가정하면, 해가 쨍쨍하게 떠 있는 동쪽으로 이동하면 끝.
강재호의 설명에 의하면 가면 갈수록 몬스터 또한 강해진다고 한다.
-키에엑! 캬핫!
조금씩 이동하자, 사막 전갈과 뱀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C급 판정을 받을 만큼 강인한 몬스터들.
“드디어 나오는 건가?”
“다들 준비해!”
철컥! 철그럭!
헌터들이 각자 무기를 들었고.
‘나도 잡아볼까?’
나 역시 스켈레톤들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강재호가 나에게 왜 이리 잘해주는진 모르겠지만.
그에게 자율권을 부여받은 상태.
-키에엑!
전갈 세 마리가 내가 있는 방향으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기세만 봤을 땐 공터에서 마주했던 ‘오크’와 비슷할 정도?
옛날 같았으면 아무것도 못 했겠지만.
“뼈오!”
난 당당하게 외쳤다.
흉포했던 노인의 기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우웅!
내 외침에 뼈오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스펠을 외웠다.
[‘뼈다귀5’가 스킬, 에어 실드(Lv.1)를 사용합니다.]우선, 내 안전부터 확보하고.
그다음엔.
“뼈사, 어그로 끌어.”
[‘뼈다귀4’가 스킬, 하급 시선 끌기(Lv.1)를 사용합니다.]쿠우웅!
뼈사가 땅이 울릴 정도로 강하게 방패를 내려찍었다.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키에엑! 키에에!
[‘사막 전갈’이 ‘뼈다귀4’를 응시합니다!] [‘사막 전갈’이 ‘뼈다귀4’를 응시합니다!] [‘사막 전갈’이 ‘뼈다귀4’를 응시합니다!]그러자, 사방으로 내뿜던 기세를 오직 뼈사에게만 집중하는 몬스터들.
‘다행이야.’
난 내심 안도했다.
Lv.1짜리 스킬임에도 잘 통한다는 건.
뼈다귀들 또한 만만치 않게 강하다는 의미니까.
후웅!
먼저 뼈일이가 달려 나가며, 칼을 휘둘렀다.
노인에게 배웠던 그 ‘베기’였다.
까가각!
하지만 전갈의 단단한 피부는 칼날의 침입을 허용치 않았다.
-키에에엣!
물론, 포효하는 걸 보면 어느 정도 통증은 있어 보였다.
“계속 때려!”
삐걱!
뼈이와 뼈삼이도 움직였다.
뼈이는 전갈 피부의 틈 사이로 창을 찔러 넣었으며.
슝! 슝! 슝!
뼈삼이는 번갈아 가며 한 마리씩 화살을 쏘아 맞혔다.
-키엣! 키에엣!
하지만, 그런데도 전갈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 뼈사의 방패만을 내려칠 뿐.
대응하지 못했다.
뼈다귀들은 거리낌 없이 움직였다.
지속적인 뼈이의 찌르기로 전갈의 피부가 벌어지면.
후웅!
그 틈 사이로 뼈일이가 대검을 후려친다.
파각!
무식한 참격에 전갈의 다리가 해체된다.
검붉은 피가 튀었다.
[‘사막 전갈’을 처리합니다.]‘쉬운데?’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뼈일이가 검을 올려 베면, 절단된 전갈의 부위가 허공을 날았고-
그 상처 사이로 뼈삼이의 화살이 틀어박혔다.
‘약하다. C급답지가 않아.’
등급이 잘못된 걸까?
아니면, 내가 세진 걸까?
물론, 사막 전갈이면 C급 중 하위종이다.
힘은 D급 정도인데, 무리 지어 다닌다는 특성 때문에 C급으로 올린 거로 알고 있다.
“이야, 네크로 양반, 세 마리를 벌써 끝냈다고?”
“확실히 기연을 얻긴 얻었나 봐?”
나는 옆을 바라보았다.
강재호 일행도 전갈들을 다 처리했는지, 무기에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다는 게 좀 놀랍긴 했다.
‘저 정도였나?’
하긴, 노인이 있던 던전에서는.
저들의 힘에 대해 알 방법이 없었다.
그 던전에서는 저들도 나도 약하디약한 생존자였을 뿐이니까.
‘그나저나.’
저 멤버들 중 아까부터 한 명이 자꾸 ‘기연’을 언급한다.
뭔가 신경 쓰였다.
별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도 않은데 이미지가 변했다느니.
아니면, 근육도 붙은 것 같고 얼굴도 잘생겨진 것 같다느니.
빨리 내 능력을 확인해 보고 싶다느니.
갑작스러운 친근감도 그렇고.
‘나한테 너무 잘해줘.’
지금 보니, 저 정도 실력들이면.
굳이 나 없이 왔어도 괜찮았을 느낌인데.
강재호의 말마따나, 팀으로 맞이하고 싶다면.
지금처럼 자율권을 주는 것보다 합을 맞춰봐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예민한 건가?’
요컨대, 이런 느낌이다.
뭔가 본능적인 위화감이 드는데, 심증은 없는.
‘혹시 모르잖아.’
만약 저들이 내 기연을 노리고 접근한 거라면?
지닌 명패보다 훨씬 높은 등급의 실력자라면?
생각해 보자.
저들은 왜 많은 헌터들 중 굳이 날 뽑았을까?
그것도 대외적으로는 E급인 날.
‘뭐야 이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점점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으니까.
‘저들은 고난도 던전에서 보상을 얻은 게 나라는 걸 알아.’
하지만, ‘파랑’과의 비밀유지계약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다.
아무리 저들이 고수라 해도 랭커, 기소율과의 약속을 어기고 싶진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앞선 제한 사항들을 모두 지키면서도 본인들의 욕심을 채울 방법은 하나다.
바로 던전 탐험.
CCTV도 없고, 어떠한 증거도 남지 않는 공간이며.
교통사고보다 많이 발생하는 게 던전사고다.
‘일단 조심해 보자. 아직까진 의심일 뿐이니까.’
누군가 그랬다.
던전 몬스터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고.
헌터로 살아가다 보면, 깨닫는 진리 중에 하나다.
저벅, 저벅.
우리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렇게 약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스 방이 보였다.
사막 한가운데 세워진 엄청난 크기의 ‘문’과 양옆에 놓인 각종 문양이 새겨진 제단.
“제물, F급…….”
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들에겐 듣지 못했던 금시초문의 정보.
‘살아 있는 생명이라 하면…….’
본능적으로 뒤를 쳐다봤다.
동공이 커진 채, 당황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읽는 짐꾼 남매가 보였다.
동시에.
“음, 제물이라니. 까다로운 보스 유형이 나왔네?”
“그러게, 왜 하필 이거냐? 쯧.”
전혀 안타깝지 않다는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는 헌터들이 보였다.
지금껏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
‘하, 이 새끼들.’
나는 혀를 찼다.
그렇다.
녀석들은 몬스터X헌터가 아니라 헌터X헌터.
즉, 헌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