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5)
배 째시든가
“…….”
적막 속에서.
강재호가 씩 미소 지으며,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고는 담배 하나를 꼬나물었다.
치익!
사막 한가운데서 타들어 가는 꽁초가 굉장히 음험해 보인다.
“저, 저기…….”
짐꾼 남매 중 오빠로 보이는 남자가 나선 것은 그때였다.
그는 여동생을 등 뒤로 보낸 채, 떨면서도 조심스레 물었다.
“강재호 파티장님?”
“응?”
“보스 유형이…… 무슨 뜻인가요?”
[고대 사막 전갈 왕의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제물을 바쳐야 합니다.] [새겨진 두 개의 마법 진 위로 제물을 올리세요.] [제물은 F급 이상의 살아 있는 헌터여야 합니다.]새로운 스테이지의 정보는 파티원 모두에게 떠 있는 상태였다.
강재호가 픽 웃었다.
“무슨 뜻이긴. 보면 모르나?”
“네?”
“제물을 바치라잖냐. 살아 있는 F급 이상 헌터로 두 명. 이해 못 해?”
“그건 이해한다만…….”
“오호, 이해했어? 그럼 됐네. 뭐 하고 있어? 빨리 올라가지 않고.”
강재호가 제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남자 짐꾼이 당황했지만.
강재호는 그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듯 여유 부릴 뿐이었다.
“킥킥, 어리바리한 친구였네?”
“그러게,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옆에 있던 헌터들도 끅끅거리며 웃고 있었다.
짐꾼이 외쳤다.
“미, 미쳤어요, 당신들?”
“미쳤냐고? 흠…… 그래,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편하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낫겠지.”
“뭐, 뭐예요? 저희한테 왜 이러시는 건데요!”
뒤에 있던 여동생도 나섰다.
“설마 당신들!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아이고, 말해 뭐하냐.”
“네?”
“너희도 이상하다 생각 안 했어? 평소보다 비싼 보수에 너희 같은 찌꺼기들을 그럼 뭐 한다고 쓰겠냐? 비싼 보수에는 비싼 대가가 따른다는 상식. 몰랐나?”
강재호의 본색에 짐꾼들이 이를 갈았다.
나 역시 황당했다.
‘굳이 내 앞에서 저렇게 강짜를 부린다는 건.’
답은 하나다.
나 정도는 실력으로 제압할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스윽.
보다 못한 내가 강재호의 앞으로 나섰다.
“음? 자네는 끼어들 필요 없을 텐데? 우린 저들만 희생자로 삼을 예정이거든.”
“…….”
나는 말 없이 강재호를 노려봤다.
같은 사람의 목숨을 파리 취급하는 자.
세상은 그런 자들을 보고 ‘악당’이라 칭한다.
그리고 난.
목적을 위해 ‘악당’과 타협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이런, 이런. 보기보다 순정파였나 보군. 아니면 선비?”
“시끄럽고. 목적이 뭐냐?”
내가 물었다.
“목적? 어떤?”
“굳이 용병 길드까지 찾아와서 날 데려온 목적 말이야.”
“허허, 눈치가 없는 건 아니었네?”
“말해.”
강재호의 안색이 굳어졌다.
왜인지는 몰라도 기세가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강한 건 아닌데도 무언가 등골이 서늘한 느낌?
“과연, 그 던전. 운으로 깼던 건 아니란 건가?”
강재호의 입이 비틀렸다.
“맞아, 자네도 예상했겠지. 우리가 ‘기연’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걸. 자네가 어떻게 그 랭커 계집년을 구워삶았는진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귀찮게 던전까지 데려오는 수고를 해야 했다고.”
그가 들고 있는 검을 떨쳤다.
다른 헌터들 역시 각자의 무기를 쥔 채, 진형을 펼쳤다.
“근데 그건 알아둬. 우린 자네랑 굳이 적대할 생각이 없어.”
“적대할 생각이 없다고?”
“그래, 그래서 보여준 거야.”
강재호가 떨고 있는 짐꾼들을 힐긋 바라봤다.
“우린 이런 사람들이고, 네가 우리와 함께할 생각이 있는지 말이야. 물론, 함께하고 싶다면 기연의 일부는 나눠야겠지. 우리 팀은 배분만큼은 공정하거든.”
“미친.”
저들의 말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나 악당인데, 함께할래?
함께하고 싶으면 ‘보상’ 내놔.
응, 엿이나 먹어라.
슈웅! 슈웅!
뼈삼이가 쏘아낸 화살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졌다.
깜짝 놀란 헌터들이 신속히 팔을 들었다.
티잉!
빠르게 튕겨내는 강재호.
“호오, 이게 대답인가? 후회할 텐데?”
“짐승 새끼들이랑 팀 먹는 취미는 없어서.”
내 눈빛은 단호했다.
내 기준에.
저들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형상을 한 몬스터에 가깝다.
‘몬스터는 사냥해야 제맛이지.’
혹여 지게 되더라도.
여기서 물러날 순 없었다.
내가 꿈꾸는 랭커는 ‘악한’ 랭커가 아니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노인을 앞에 둘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해볼 만하다는 느낌?
“…….”
결정을 내린 나는 스켈레톤들을 앞세워 질주했다.
“기연을 얻었다고 순식간에 강해지는 줄 아나? 고작해야 며칠 전 짐꾼이었던 새끼가!”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걸 깨달은 강재호가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굳이 상대하지 않았다.
내 귀에 저들의 외침은 ‘취이이익!’이나 ‘꾸에엑!’ 따위로 들릴 뿐.
[‘뼈다귀5’가 스킬, 에어 실드(Lv.1)를 사용합니다.]기본적인 방어 스킬을 사용한 후, 나는 전력을 다해 부딪쳤다.
* * *
“후욱, 후욱!”
내 시선은 오직 강재호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뼈일이를 제외한 스켈레톤들은 나머지 헌터들과 격전을 펼치고 있었고-
오직 뼈일이와 강재호만이 서로를 바라보며 수를 읽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세.’
C급 헌터였지만, 거의 B급에 근접하는 힘으로 보였다.
지금껏 상대했던 전갈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한 힘이었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았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D급 오크에 빌빌거리던 내가.
이제 C급 최상위 헌터와도 붙을 만큼 성장했다는 뜻이니까.
“크크큭.”
내 여유를 느꼈을까?
강재호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고작 나 하나 상대하고 있다고 해볼 만하다 생각하나 본데. 크나큰 오산이야.”
“……?”
“우리가 왜 겁 없이 등급 불명 던전을 쏘다니는 줄 알아?”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이 어딘가에 고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불길한 느낌에 잠깐 몸을 주춤할 찰나였다.
‘살기?’
무언가가 목을 뎅겅 베어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느낌에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외쳤다.
“뼈일!”
차앙!
어둠 속에서 날아온 단검을 뼈일이가 쳐냈다.
섬뜩했다.
조금만 늦었으면, 그대로 내 목젖을 뚫을 뻔한 일격.
“크으으.”
꽤나 강렬한 힘이었는지, 소환사인 나에게도 충격이 전해졌다.
‘뭐지?’
심장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기척이 없고, 움직임이 굉장히 빠른 상대였다.
상당한 등급의 헌터가 분명한데?
“크크크.”
강재호가 내 허둥거림에 웃으며 답한 것은 그때였다.
“바로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선 우릴 암영단(暗影斷)이라 부르거든.”
“암영단?!”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E급 용병이었던 나도 귀가 닳도록 들었던 이름.
지하 세계에 숨어 있는 흉악한 범죄자 집단.
그들 때문에 협회와 양지의 길드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들었다.
“크크크. 그래, 이 불쌍한 사람아. 네가 지금 상대하는 헌터는 암영단에서 파견된 A급 암살자라고.”
“A급…….”
절망스러운 소식이었다.
C급 헌터와도 간신히 싸우는 상황에.
B급도 아닌 A급이라니?
두 등급의 격차는 너무도 거대해서, 우연이나 요행을 바라기 힘들다.
스슥.
어둠 속에서 두건을 두른 자가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이자인가? 기소율이 실패한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자가.”
그가 저음으로 뇌까리며 물었다.
강재호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렇습니다, 형님.”
엄청난 존재감을 지닌 헌터의 등장에.
치열하게 벌어지던 전투가 잠깐 멈췄다.
내 뒤로는 짐꾼 둘이 낙담한 표정으로 서 있었고.
새로 등장한 암살자 뒤로는 헌터 다섯이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답이 없다.
해결책이 없는 상황.
그런 내 뒤로 짐꾼 둘이 옷깃을 부여잡았다.
“죄송해요. 저희 때문에 괜히 피해 보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흑. 비록…… 여기까지인 것 같지만…… 그래도 정말 감사했어요. 흐윽, 죄송합니다.”
어린 두 남매의 흐느낌.
그래, 이들이 무슨 잘못일까?
오직 약하다는 이유로.
제물이 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속에 있는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느낌이었다.
감정이 불타올랐다.
‘포기하기 싫어.’
이들을 살리고 싶었다.
그렇기에 머리를 굴렸다.
그 결과, 지금 내가 기댈 수 있는 거라고는.
‘노인.’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엔 없다.
A급을 ‘따위’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슈퍼 강자의 조언.
‘마침 쿨타임도 다 찼으니.’
[스킬, ‘만술의 가르침’(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20을 사용합니다.] [‘만술의 달인’이 등장합니다.]나는 이곳에.
싸부를 소환했다.
* * *
“흐으음.”
뒷짐을 진 노인이 무거운 한숨을 내리깔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쯧쯧, 그러게. 기초도 안 된 놈이 나돌아다닌다 할 때부터 알아봤다, 이놈아.”
노인의 형체는 투명하고, 목소리 또한 내 머릿속에만 울리는 것이어서.
눈앞의 헌터들은 그 어떤 것도 인지할 수 없었다.
‘어르신, 상황이 급합니다. 조언을 주십시오!’
내가 속으로 외치자, 노인이 코웃음 쳤다.
“조언? 헹, 네놈은 아직 죽었다 깨어나도 저놈들은 상대 못 한다. 쯧쯧…… 통탄하도다. 내 제자를 자처하는 자가 저런 쓰레기 하나 처리 못 하는 녀석이라니.”
‘한탄만 하지 마시구요! 제가 죽으면 어르신께서도 한을 못 이루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라 했느냐? 억울한 건 나다, 이놈아! 아무리 만술에 통달한 나라 해도 어찌 안 되는 걸 되게 만들겠느냐!”
‘이씨!’
제기랄.
나는 미간을 와락 구겼다.
이대로라면 기력만 날린 셈인데.
“으으……!”
상황은 점점 악화됐다.
암살자가 내뿜는 살기가 더욱더 강해진 것이다.
그가 입을 열었다.
“초면이니, 좋은 말로 하지. 네가 얻은 기연이 뭐냐?”
“…….”
기연을 묻는 암살자.
순간 눈을 번뜩였다.
저들이 날 데려온 목적이 분명한 이상.
손쉽게 목숨을 끊을 순 없을 거다.
즉, 딜이 가능하다는 소리.
“호오, 과연, 그런 방법이 있겠구나?”
노인 또한 옳다구나 읊조렸다.
“그래, 저 암살자 혼자만 상대한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물론 100% 승률은 장담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동귀어진의 수는 쓸 수 있겠지. 좋다. 해보거라. 성공한다면 도와주겠다.”
동귀어진(同歸於盡).
상대와 함께 죽을 각오로 덤비는 일.
실력이 높은 상대로 사용하는 비장의 수를 일컫는다.
나는 암살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기연을 알고 싶으십니까?”
“그렇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소율, 그년도 클리어하지 못한 보상의 던전이니, 구미가 당길 수밖에.”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연히 말씀드려야지요. A급 헌터신데.”
“좋은 선택이다. 생각보다 현명한 놈이었구나.”
흡족한 암살자가 살기를 거두며 고개를 끄덕일 찰나.
“단.”
내가 말했다.
“제 뒤통수를 친 저 작자들과는 한판 붙어야 성이 찰 듯싶습니다.”
“뭐라?”
암살자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