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14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147화
섀도우 셰퍼드 킹 (3)
덜덜.
그것은 추위에 떨었다.
영하 273도의 척박하고 추운 행성.
빛이 들지 않는 음지(陰地)에 거대한 개가 웅크리고 있었다.
– 씁쓸하군. 이젠, 그리움이란 감정조차 들지 않아.
세기에도 벅찰 만큼 오랜 세월 전.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
섀도우 셰퍼드.
그 존재는 양지에 살던 시절을 떠올렸다.
자신의 주인인 빛(Light)을 따라 우주를 거닐었던 화려했던 순간들.
견생의 전성기.
– 으드득!
셰퍼드가 이를 갈았다.
그는 분노했다.
주인을 사랑했기에.
자신의 모든 삶이 주인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만큼 배신감이 컸다.
– 이용할 때로 이용하고, 이런 척박한 땅에 유기한 주인에게 그리움이라. 쯧, 말도 안 되지.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런 말도 없이 이딴 땅에 처박아 두는 바람에.
자신과 자신의 소중한 아이들이, 섀도우 셰퍼드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빛이 들지 않는 땅.
온 세상이 어둠이기에 눈을 떠도 앞이 보이질 않는 곳에서 무얼 하랴.
어떠한 행복을 찾으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세상을 잘 몰랐다.
어둠이 당연한 건 줄 알았고, ‘보인다’라는 것의 의미를 몰랐다.
– 양지(陽地)…….
그래서 셰퍼드는 양지로 가고 싶었다.
볕이 드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내심 자신을 버렸던 주인을 찾아내어, 왜 버렸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우리 셰퍼드는 그림자족.
빛이 있을 때, 그 의미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들이니까.
그렇게 세월은 유수(流水)처럼 흘러갔다.
그러던 그 순간,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외계의 존재.
[띠링!] [던전 메이커가 등장합니다.]자신의 존재를 알람 창으로 알리는 이상한 자.
그녀가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를 도와주세요.”
“개연성이 충당되면, 원하는 바를 이뤄드릴게요.”
아.
셰퍼드가 웅크렸던 몸을 활짝 폈다.
굳어 있던 근육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긴 세월 동안 그렇게 닿기를 원했던 기회.
– 크르르.
섀도우 셰퍼드.
아니, 섀도우 셰퍼드 킹이 울부짖었다.
– 크르르! 컹컹!
묵빛의 개는 자신에게 내려온 동아줄을 강하게 물었다.
* * *
내가 앞으로 갈 필요가 없었다.
스슷!
아니, 스슷이라는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섀도우 셰퍼드 킹이 내 눈앞에 나타났으니까.
움직임을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다.
‘이게 무슨…….’
나보고 저런 걸 상대하라고?
[심연의 그림자가 당신의 기동을 옭아맵니다.] [이동속도가 30% 감소합니다.]무언가가 내 몸을 짓누르는 느낌이었다.
압력과 중력이 평소보다 높은 느낌?
“쯧쯧, 이 녀석아.”
예, 어르신.
“말하지 않았느냐. 이건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라고.”
역시.
노인은 틀린 말을 하지 않는다.
노인이 그렇다고 말하면 항상 그래왔었다.
‘하지만.’
나는 시야를 장악한 거대한 그림자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어르신도 아시지 않습니까. 제 선택 역시 한 번도 틀린 적 없었다는 거.’
나는 굳은 표정으로 눈앞의 거대 개를 바라봤다.
그래, 노인의 말마따나.
이놈은 나에게 할 말이 있다.
그렇기에, 이렇듯.
바로 공격하지 않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겠지.
– 너는…….
섀도우 셰퍼드 킹이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근데.’
녀석의 목소리에 분명 당황과 의아함이 껴 있다.
왜 그런 걸까?
– 너는 신기하구나. 지금껏 이 시련에 도전했던 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또한 나를 향한 적의도.
다른 셰퍼드들이 나에게 보였던 투기도 없었다.
– 본래 이 시련은 단계별로 치르게 되어 있었다. 그것이 외계 존재와의 약속이었으니까. 하나, 나를 알아본 것은 네가 처음이며. 나는 그것이 너무도 궁금하다.
“…….”
– 도대체 어떻게 날 볼 수 있었던 것이냐?
어떻게 보긴.
옆에 있는 어르신께서 알려줘서 알았지.
“그걸.”
휘릭!
나는 오른손을 떨쳐, 창을 만들어냈다.
“그냥 말해줄 순 없지. 영업 비밀인데.”
상대가 적의가 없다 한들.
섀도우 셰퍼드 킹을 잡겠다는 내 의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는 고마웠다.
적어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순 있었으니까.
– 영업 비밀이라…….
섀도우 셰퍼드 킹이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존재가 풍기는 기운에 우울함이 한가득 묻어나고 있을 때였다.
‘지금……!’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녀석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고.
혼자 씁쓸해하고 있는데, 거기에 맞춰줄 필요는 없다.
녀석에게 사정이 있듯, 나에게도 목표가 있다.
테마4를 좋은 성적으로 끝내야 할 목표.
‘간다.’
그렇기에 나에게 지금은 기회였다.
끝판왕을 처리할 기회.
내가 걸음을 내디뎠다.
테마3에서 배웠던 천하제일 무적보법이 펼쳐졌다.
동시에, 만술(萬術)의 묘리가 담긴 창을 정면을 향해 뻗었다.
하지만.
창은 그대로 허공을 가를 뿐.
섀도우 섀퍼드 킹의 거대한 몸체가 소리도 없이 왼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으음.’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쯧쯧. 그런 공격으로 퍽이나 먹히겠느냐?”
노인이 옆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공격이야 안 먹히면, 먹힐 때까지 하면 그만이지요. 게다가.’
스윽!
주머니에서 주문서 한 장을 꺼냈다.
‘제겐 아직 비장의 무기가 하나 남아 있거든요.’
[아이템 : 소원을 들어주는 주문서] [등급 : S] [종류 : 주문서] [설명 : 위기의 순간 사용하라. 그대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가 등장할 것이다.] [효과1 : 위기의 순간. 고대 마법이 당신을 돕는다.]그렇다.
아직 나는 ‘고대 마법’(SSS급)의 힘을 한 번 더 빌릴 수 있다.
그 막강했던 두 브레스의 충돌을 공간 분리 마법으로 막아주었던 미지의 존재.
– 외계의 존재여! 잠깐……! 잠깐만 멈춰보거라!
검은 개의 목소리가 부르르 떨렸다.
–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것인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의 책임도 따르거늘! 어찌 간절한 약자를 괴롭히는가!
“……약자?”
여기서 누가 약자인데.
약자는 오히려 나 아니었어?
이상함을 느낀 내 동작이 멈추어졌다.
저 멍멍이.
무언가 상당한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 나는 너를 잡아야 할 이유가 있다. 그대를 잡아야만 나의 불쌍한 아이들을 이 지옥에서 꺼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묵빛 개의 그림자가 거칠게 요동쳤다.
무언가 감정적으로 절규하듯 흔들렸다.
– 그러기엔 네가 너무 강하다. 지금은 약한 척 연기하고 있지만, 내가 느끼지 못하고 있을 줄 알았더냐?
목소리가 절절하게 와닿았다.
– 너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분명 네 몸속에 엄청난 존재가 잠들어 있어. 마치…… 과거 내 주인이었던 자와 비슷한…… 그런 존재가 둘이나 있다. 나는 느낄 수 있어.
“주인?”
설마.
이 무기에 담긴 화(火)의 정수와 수(水)의 정수를 말하는 건가?
둘이라고 말하는 것 보니 확실한데.
‘그럼 지금.’
이 말도 안 듣는 애들한테 쫄고 있는 거야?
에이, 설마.
– 그래, 그 힘을 사용하지도 않고 굳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건. 그저 유희 중인 것이겠지. 나에게, 아니, 우리 종족에게 희망을 줘놓고. 단숨에 앗아가 버리기 위함이겠지. 도대체 왜 그렇게 하는가!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 원래 강한 자들의 마음이란 다 그렇게 흉악한 것인가?
진짜였어?
“…….”
근데 왜일까.
녀석이 말하는 걸 듣고 있자니, 살짝 안쓰러워졌다.
‘음.’
비교하자면.
그래.
녀석에게는 태양이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인간에게 버려졌던 사막의 아이.
주인이란 자에게 버려진 개.
비슷하잖아?
“우롱이 아니다.”
그래서 말했다.
“또한 네게 어떠한 악의도 원한도 없다. 그저 너를 잡아야 할 분명한 목적이 있고, 그걸 위해서 달려온 것일 뿐.”
– 그놈의 점수제 때문인가? 이 공간을 제공해 준 존재가 만들었던 그 시련?
“잘 알고 있네.”
– 허, 고작 게임을 위해서……?
“고작 게임이 아냐. 그 점수란 걸 많이 얻을수록 내가 무언갈 얻거든. 더 강해질 수 있거든. 내 속에 있는 네가 말한 존재들도 그 점수를 통해 얻은 거다.”
– ……그게 말이 되는가?
“말이 되고 안 되고가 어딨어. 이미 내가 겪은 건데.”
– 그런가. 크음, 그 점수라는 것. 내가 지금 얻고자 하는 개연성과 비슷한 개념이로군.
“그래.”
그러니, 이제는 억울해하지 말거라.
그저 서로의 목표가 충돌하는 것일 뿐이니까.
– ……그렇다면, 잠깐. 내 제안 하나 해도 되겠는가?
“제안?”
나는 귀가 쫑긋했다.
사실, 계속 센 척하고 있다지만.
내게 믿을 건 ‘고대 마법’(SSS급)뿐이다.
나 혼자서는 아무리 창을 뻗어도 녀석의 몸에 닿을 수 없으니까.
“무슨 제안? 말해봐.”
– 네 목적이 지금보다 한층 강해지는 것이라면…… 내 기술을 전수해줄 수 있다. 나는 무음(無音)의 경지를 이룬 자. 오랜 세월 동안 익혀온 내 움직임의 정수를 그대에게 알려주겠다.
“…….”
무음(無音)의 경지라…….
그건 좀 탐나는데.
“그걸 배우는 대신, 죽어달라? 아니, 탈락해 달라?”
– 그렇다, 외계의 존재여. 어차피 탈락해도 목숨에 지장은 없지 않은가.
아아.
애초에 그게 목표였구나.
멀리서 자신을 알아채고 달려오는 날 보고, 어떠한 공포심을 느꼈겠지.
그래서 공격하는 부하들을 멈추고 협상을 제시하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고작 기술 하나 얻자고, 점수를 포기할 수는 없지. 네 기술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도 없으며, 이 시련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거든.”
지금도.
저 멀리에서 팀원들이 싸우고 있다.
각자가 노력해서 팀을 위한 점수를 얻어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의 동의도 없이, 나만 이득을 볼 수는 없었다.
“아니, 이 녀석아. 이 미친 녀석아!”
노인이 경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나는 눈썹을 찡그렸다.
‘왜요!’
“저거 어차피 네놈이 못 잡는 괴물이라니까? 다 가져가라고 퍼주려고 하는 걸, 걷어차긴 왜 걷어차느냐! 저놈은 한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자이니라.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진대! 무조건 배워야지!”
노인이 속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내려쳤다.
‘…….’
“이놈아. 만술(萬術)의 장점이 뭔 줄 아느냐? 배움에 끝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모든 걸 흡수할 수 있다는 거다. 누군가가 반복해서 한가지 기술만 파고 있을 때, 우리 만술은 좋은 걸 다 흡수해 최고의 기술을 만들어낸다. 극(極)을 더욱 빨리 찾아낸다.”
‘어르신은 저 무음의 경지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십니까?’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 그 은신 능력만큼은 나조차도 간신히 찾을 수 있을 정도라고.”
‘…….’
그런가?
노인의 말이 맞나?
‘하긴.’
지금 ‘고대 마법’(SSS급)을 털어버리기엔 조금 아쉬웠다.
아직 테마5와 테마6가 남아 있으니까.
게다가 ‘고대 마법’(SSS급)을 쓴다 해도 저 녀석을 잡을 거란 보장이 없다.
그럴 거면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걸 얻는 게 낫지 않을까?
스윽.
내가 다시 주머니에 주문서를 넣어놓자.
– 생각이 바뀌었는가?
녀석이 물어왔다.
“그래, 이 녀석아! 잘 생각했다!”
노인도 옳다구나 지화자를 외쳤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
아무래도 협상술(協商術)은 제가 한 수 더 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내가 미소 지었다.
“네 기술 하나로는 만족 못 한다. 내가 좀 욕심쟁이라.”
– ……뭐라?
“무음(無音)의 경지 하나 받고, 너 빼고 다른 셰퍼드들 전부 나한테 탈락하자. 그럼 인정할게. 어차피, 너도 나 탈락시켜서 좋고. 나도 점수 최대한 뽑아내서 좋고. 상호 윈윈 하자는 거지.”
마른걸레도 짜면 물이 나온다고.
더 짜낼 게 있으면?
짜내야 하지 않겠는가?
“어때, 콜?”
갑(甲)의 횡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