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1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11화
위기의 아깽이
“…….”
“…….”
나도 실비아도.
벙찐 표정으로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이건.
그냥 파이어 볼이 아니었다.
[아이템 :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4/7)] [등급 : 신살(神殺)급] [종류 : 무기] [설명 : 태초의 신(神)들조차 두려워하던 일곱 정수의 파편. 모든 속성의 정수를 모으면 봉인이 해제됩니다. 현재, 화(火)의 정수, 수(水)의 정수, 목(木)의 정수, 금(金)의 정수가 담겨 있습니다.] [효과1 :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합니다.] [효과2 : 절대 파괴되지 않습니다.] [효과3 : 수집한 정수의 힘을 사용합니다.] [효과4 : 기력 4,000 증가.]무려 신살(神殺)급 아이템의 ‘효과3’이 발휘된 파이어 볼.
‘그렇다면…….’
워터 밤도, 힐링도, 샌드 스톰도.
이런 효과가 발휘되는 걸까?
수(水)의 정수, 목(木)의 정수, 금(金)의 정수가 있으니까.
“도대체 뭐예요?”
실비아가 따져 물었다.
“세상에 이런 위력의 파이어 볼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요. 장로급 마법사라 하더라도 고위 마법을 다룰 줄만 알지…… 이런 위력의 파이어 볼은 사용하지 못한다고요!”
“하하, 그렇습니까?”
“아니……! 그렇게 웃고만 있지 말고요!”
아니.
뭐라 설명해 줄 말이 없는데 어떻게.
그냥 사용하니까, 이렇게 된 걸.
솔직히 나도 놀라웠다.
이거 오히려.
뼈오 각성시키는 것보다, 내가 주술을 더 배우는 걸 주력으로 삼아야 할지도?
성능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기초 마법이 이 정도면…….’
이것보다 훨씬 고위 마법들은 어떤 능력을 보여줄까.
물론, 이렇게 따라 한다고 쉽게 써지진 않겠다만.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 배울 가치가 있었다.
‘일단.’
아린이에게 가르쳐 줄 마법은 이 파이어 볼 하나로 족하다.
그것만 완성되어도 곧바로 E 클래스로 점프할 테니까.
그 이후엔.
또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는 것.
졸업까지 계속 달려야겠지.
“어때요?”
내가 웃으며 물었다.
“이 정도 실력이면 교수 자격 있는 거죠?”
“…….”
실비아가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는 듯 쳐다봤다.
인정.
방금 발언은 좀 재수 없긴 했지.
어떻게 한 거냐 물었는데, 제대로 대답도 해주지 않은 채 할 말로는 부적절하긴 했다.
“후우.”
내가 은근슬쩍 대답을 회피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실비아가 가슴에 손을 얹으며, 깊은 호흡을 내뱉었다.
“진짜…… 말해 뭐해요. 당연히 자격 있죠. 비록 기초 마법이었지만…… 이 정도로 아름다우면서 강렬한 마법을 제 생에 본 적이 없는걸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는 듯 고개를 한번 턴 그녀가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장로님께 건의 드려야겠어요. 훈 교수님은 절대 F 클래스에 있을 실력이…….”
“아뇨.”
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세요.”
아린이 F 클래스에 있는 한.
내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냥, 오늘 일은 우리끼리 비밀로 하기로 해요.”
“예? 굳이 왜…….”
“짜파X티. 안 먹고 싶어요?”
“…….”
실비아가 [도대체 뭘까?] 싶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뭐, 이해 안 될 수도 있겠다.
실력자가 진급을 제 발로 차는 꼴이니까.
그러더니, 이내.
“뭐, 그러시죠. 교수님도 사정이 있을 테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 *
그 시각.
22층 서고, 밀실 안에서.
“…….”
새하얀 피부의 아이, 고귀한 가문의 귀족이면서도 평민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아린이 조물조물 쪽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탑이 밉지? 세상이 밉지? 가문에 복수하고 싶지?] [먹어라.] [그리하면 내가 도와주겠다.] [-후원자-]‘후원자…….’
그분이 나타난 이후로.
아린은 유례없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에 두 번.
꾸준히 날아오는 음식은 그녀의 주린 배를 채움과 동시에 영양을 공급했다.
다시 흐른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앙상했던 팔다리가 조금 부풀어 올랐고.
상접했던 피부도 다시 탱글탱글해졌다.
살이 오르자, 굶주림에 가려져 있던 미모가 한껏 되살아난 것이다.
또한.
계속 쌓이는 마법 재료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아린은 열정적으로 공부에 임할 수 있었다.
어떤 요령도.
어떤 휴식도 없이 책을 읽었고 마력을 운용하려 했다.
경계심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고마움이 없는 것도 아니었던지라.
‘만약 정말 순수한 도움이라면…….’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마도세계에서 누군가에게 보답하려면.
‘무조건 실력을 길러야 해.’
현재 자신의 모습으로는 그 누구에게 도움이 될 수 없었다.
짐만 될 뿐.
마탑에 대한 복수.
미지의 존재에 대한 감사.
현재의 아린을 움직이게끔 하는 두 가지 원동력이었다.
그러면서도.
가끔, 아니, 자주 후원자의 그 쪽지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독서에 집중하려 해도 계속 집중력이 깨지는 것은…….
‘너무 궁금하잖아.’
인간이 지닌 당연한 본능.
바로 호기심 때문이었다.
‘도대체 누굴까? 어떤 분이 뒤에서 자신을 돕는 걸까?’
후원자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다.
첫째, 서고에 들어올 수 있는 자일 것.
둘째, 밀실을 알 정도로 마탑에 오래 있던 자일 것.
‘그렇다는 건.’
장로급 교수나, 4대 가문의 가주, 마탑주밖에 없다는 건데.
‘그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
아린은 혼란스러웠다.
엘로이즈의 가주는 자신을 벌레 보듯 하며.
다른 가문의 가주가 굳이 엘로이즈를 후원할 필요가 없다.
4대 가문이 동등한 마탑의 기둥을 주장해도, 서로 최고라는 경쟁 심리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또한.
장로급 교수와 마탑주 구스펠하임은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
오물거리던 아린의 입술이 멈췄다.
사실 말이 안 된다는 건 알아도, 그녀의 마음이 계속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딱 한 번 마주쳤음에도, 울림이 있었던 사람.
‘그 신임 교수.’
아직 여운이 있었다.
가장 최근 자신과 만난 사람이고.
면담하자고까지 했었으니까.
“아냐, 그럴 리 없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 아린이 짓씹듯 내뱉었다.
그 사람은 4대 가문의 귀족이 아니었다.
지방 귀족 출신이다.
책에서 읽은 마도세계 역사에 따르면,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은 오르첸 지방 특유의 것이니까.
애초에 그런 자가 4대 가문의 증표를 얻을 수도 없을뿐더러.
마탑주와는 더더욱 인연도 없을 터.
‘그냥…….’
아린이 다시 시선을 서적으로 돌렸다.
‘독서나 더 하자.’
때가 되면.
어련히 밝히시겠지.
그게 진심이든.
사기이든.
* * *
다음 날.
“흐아아앗!”
아린이 일어나 머리를 쥐어뜯었다.
“안 돼! 도저히 안 되겠어……!”
한 번 시작된 잡념에 집중이 안 됐다.
집중만 안 되는 게 아니라 잠도 안 왔다.
후원자.
그리고 신임 교수.
그 둘의 관계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면, 잠이 들지 못하는 게 바로 마법사의 숙명.
‘하지만.’
아린이 주먹을 꽉 쥐었다.
밖은 무섭다.
너무도 무섭다.
자신을 바라보는 악의 또는 동정의 시선들.
주변의 웅성거림이 모두 자신을 향한 욕처럼 들려오고.
순수한 웃음소리가 전부 자신을 보고 비웃는 것처럼 들린다.
세상 모든 존재가 자신을 바라보며 손가락질하는 것 같은 느낌.
“…….”
아린은 벌써 생각만 해도 머리가 띵해지고 울렁거렸다.
당장에라도, 토할 것 같았다.
눈빛이 흔들렸다.
‘역시, 아닌가……?’
* * *
다시 이틀이 흘렀다.
아드득!
결국, 아린이 이를 갈았다.
사실, 그동안.
도대체 누구시냐고.
보고 계시면 나와보라고.
외쳐도 보고, 찾아도 봤다.
어떨 때는 한 끼 굶기도 해봤다.
하지만.
후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음식과 재료만을 가져다줄 뿐.
“역시.”
아린은 결심했다.
“딱 한 번만.”
이틀이라는 기간 동안.
충분히 다짐하고, 충분히 생각했다.
“딱 한 번만 만나보자.”
두려움을 참고.
용기를 내어서.
찾아가 보자.
아린은 그 신임 교수가 보고 싶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딱 한 번 만나보면, 그자가 후원자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벌떡 일어선 아린은 그대로 서고 밖을 나섰다.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계속 머뭇거렸다가는 오늘도 포기하고 말 테니까.
저벅저벅.
오랜만에 밟는 서고 바닥의 감촉을 느끼며, 소녀는 강의실로 향했다.
‘지금이 아침이니까.’
수업에 참여하면, 자신을 담당하는 신임 교수라는 자를 볼 수 있을 거다.
꿀꺽.
아린이 침을 삼켰다.
서고를 나가, 막 도착한 F 클래스 강의실의 모습이 낯설었다.
언제나처럼 출석하는 사람이 적은 클래스.
드르륵!
강의실 문을 열자, 대충 열 명 정도의 시선이 소녀에게 쏟아졌다.
아직 수업 시작 전.
눈살을 찌푸린 아린은 본능적으로 가장 뒷자리를 쳐다봤다.
다행히.
희대의 망나니.
이유 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앤드루 패트릭은 없었다.
“후…….”
그녀는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일단.
한 단계는 무사히 건너뛰었다.
앤드루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가 된달까?
“쟤는…….”
“아린 아냐? 쟤가 웬일이지?”
몇몇 학생들의 속닥거리는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적당한 자리에 앉자.
드르륵, 드륵!
하나둘 학생들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하, 그 검은 머리 교수. 또 술식 안 가르쳐 주고 그냥 자율학습만 주겠지?”
“그래도 시연하는 건 봐주잖아. 어디가 문제인지는 대충 집어주던데.”
“아냐,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돌팔이 같아. 너 그 교수가 기초 마법 사용하는 거 봤어?”
“……못 봤지?”
“F 클래스 교수 없다고 그냥 대충 아무나 가져다 집어넣어 놓은 거 아냐?”
그 신임 교수를 욕하며.
“…….”
아린이 귀를 쫑긋했다.
‘대충 자율학습만 한다고?’
잠깐 봤던 이미지를 기억해 보면.
나름 성실할 것 같은 분이셨는데.
“어, 뭐야?”
그때였다.
막 들어오던 무리 중 하나가 아린을 가리켰다.
“저 사람. 엘로이즈 아린 아냐?”
“그러게? 무슨 바람이 들어서 수업에 참석했지?”
“그나저나 이미지가 좀 변한 거 같은데? 원래는 젓가락 같았는데, 지금은 살 좀 붙은 느낌? 오우, 좀 예쁜데?”
“크크큭, 뭐라도 주워 먹었나? 어디 누구 거 훔친 거 아냐?”
“…….”
아린이 입술을 깨물었다.
모멸감과 수치심.
원래는 그래도 엘로이즈 가문이라고 뒤에서 속삭였을 말들을 이제는 저렇게 대놓고 한다.
저들도 아는 거다.
자신이 껍데기뿐인 엘로이즈라는 걸.
자신을 겁박해도 가문의 그 누구 하나 나서지 않을 거란 걸.
“…….”
점점 불안해진 아린은 호흡을 옅게 끊어서 쉬었다.
‘뭐, 어때.’
오늘 하루만인데.
라고 생각하려 해봐도.
쿵쿵.
심장 박동수가 빨라졌고,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학우들의 숙덕거림이 점점 울림처럼 커져서 귀에 왕왕 울리는 느낌.
마치 빈혈처럼 앞이 캄캄해지는 느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드르륵!
강의실 정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 문에서 나타난 사람은 바로.
그녀가 밖에서 가장 만나기 싫었던 자.
“이야, 평소보다 시끌시끌한 것 같아 들렀더니, 역시 이벤트가 있었네! 서고의 지박령이 잘 숨어 있다가 웬일로 여기까지 왔어?”
패트릭 가문의 자제.
“크큭. 왜, 내가 그립기라도 했어?”
비릿하게 미소 짓는 앤드루 패트릭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