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1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15화
마법 결투 (1)
– 앤드루 패트릭은 우리 자랑스러운 마탑의 학생으로!
– 비록 F 클래스이지만 엄청난 실력을 갖춘 4대 가문, 패트릭의 일원입니다!
사회자가 앤드루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마치 4대 가문의 귀족들이 들으라는 듯, 아부 섞인 표현들.
그에 비해.
– 예, 상대는 오르첸……? 예, 오르첸 가문의 신임 교수랍니다! 어쩌다 교수가 학생과 결투를 벌이게 된 걸까요?
나에 대한 설명은 놀랍도록 간단했다.
“와아아아!”
“패트릭! 패트릭!”
“앤드루 힘내라! 악덕 교수 따위 그냥 죽여버려!”
“아무리 교수라 해도 4대 가문의 학생은 못 이기지! 걔네가 얼마나 엘리튼데!”
“그치! 거긴 태어날 때부터 영약 먹어가면서 입탑 하기 전부터 거의 졸업급 실력 쌓는 애들 아녀?”
관중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탑에서 4대 가문을 응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패망의 길.
웃긴 건, 모두가 ‘진심으로’ 패트릭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
– 자자, 이제 곧 시작할 시간이 됐는데요! 아아, 양측 준비됐나요?
아래를 거닐며, 관중들을 구경하던 나는 어느덧 무대 좌측으로 이동해 있었다.
“…….”
대답 없이 무대에 올라선 내가 전방을 바라봤다.
상대, 앤드루 패트릭도 나와 동시에 우측에서 올라왔다.
약 5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
화르륵!
나는 손을 떨치며, 지팡이를 만들어냈다.
‘앤드루 패트릭.’
날 동물원 원숭이처럼 이런 곳에 올라서게 한 죄.
그리고 그동안 아린이를 괴롭혔던 죄.
그 죄를 오늘 달게 받게 해주겠다.
– 자, 규칙은 간단합니다! 그 어떤 방식이든 ‘마법’만을 사용할 것! 상대가 ‘항복’을 외치거나, ‘전투 불능’ 상태가 되면 결투 종료입니다! 단, 상대를 죽이면 안 되니 주의해 주세요!
규칙이 웃긴 게.
서로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인데.
결투에서는 서로를 죽이면 안 된단다.
“웃기는 놈들이로구나. 본인들은 져도 죽지 않겠다는 게냐?”
지켜보던 노인이 황당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 앤드루라는 뺀질이가 자신감 있게 나선 이유가 있었다. 안전장치가 걸려 있었던 게야.”
‘상관없습니다.’
나는 씩 웃었다.
‘어차피 쉽게 죽일 생각은 없었거든요.’
세상 경험해 보니.
죽음이 가장 큰 편안함이요, 안락이더라.
“어이, 풋내기 교수.”
저벅저벅.
뱀눈 앤드루가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그 용기는 가상해. 나였으면 굳이 여기 안 나오고 도망갔을 텐데. 굳이 기어 나온 걸 보면…… 뭐, 실력에 자신은 있으신가?”
동시에.
투욱!
바닥에 지팡이를 내리찍으며, 술식을 외웠다.
“…….”
느껴지는 기운의 흐름을 판단컨대.
기초 마법인 「워터 밤」이었다.
‘과연 물의 패트릭이라는 건가?’
물로 견제구를 던지겠다는 건데.
어디.
나도 마법으로 어울려 볼까?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나는 아린이를 통해서 총 11개 정도의 기초 마법을 익혔다.
술식을 익힌 건 아니었고.
그 ‘마력’의 흐름을 익은 후, 주술로 치환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콰득, 콰드득!
충분히 마법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 오오, 대단합니다! 앤드루 패트릭의 워터 밤에 저항하여 사용한 마법은…… 오오, 놀라운데요?
– 그로우 스템입니다! 살짝 잊힌 구시대적 기초 마법이긴 하지만! 수(水) 속성 마법으로는 효과가 확실하죠! 목(木) 속성은 원래 물에 강하니까요!
– 하하, 오르첸이라고 했나요? 지방 귀족 출신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곧 죽어도 교수인가 봅니다! 대단하네요!
그로우 스템(Grow Stem).
땅에서 급속도론 자란 줄기가 전방으로 뻗어 나가 채찍처럼 타격하는 공격 스킬.
콰드드드득!
대리석 바닥을 뚫고 나온 갈색 줄기가 전방으로 무섭게 쏘아졌다.
당황한 앤드루가 모아놓은 워터 밤을 신속히 던졌지만.
파앙!
그로우 앞에서는 그저 물방울일 뿐.
오히려 좋았다.
식물은 물을 흡수해 더욱 자라나니까.
“허, 제법 마법 실력은 있다는 건가?”
혀를 찬 앤드루가 바닥에 물을 생성했다.
“하지만, 그따위 마법. 맞지 않으면 그만이야.”
동시에 그 물을 밟은 채 올라서서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올레나가 쓰는 거랑 비슷한 건가?’
피식 웃은 내가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이번에 쓰는 스킬은 그로우 홀드.
그로우 스템과 연계되는 마법인데, 뻗어 나간 줄기가 목표를 잡아 속박하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 오오! 세상에! 그로우 스템이 물이라도 먹은 걸까요?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앤드루 패트릭! 위기인데요?!
– 이 결투,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 확실한 건, 처음 부딪힘부터 수준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콰드득!
줄기가 하늘로 솟구칠 때였다.
“아무래도 적당히 놀아주면서 혼내려 했는데, 안 되겠네.”
씹어내듯 중얼거린 앤드루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촤륵! 촤르륵!
허공에서 물로 만들어진 창 일곱 개가 등장했다.
강한 수압으로 응축된 날카로운 창이었다.
– 세, 세상에, 워터 스피어입니다!
사회자가 질세라 흥분했다.
– 워터 스피어는 중급 마법인데요! 마탑 최소 졸업 요건이기도 한 굉장히 수준 높은 마법입니다!
– 아아, 역시 F 클래스라 해도 패트릭 가문이라는 걸까요? 미쳤습니다! 학생이 중급 마법이라니! 그것도 일곱 개입니다! 이 정도면 지금 그냥 당장 졸업시켜도 되는 거 아닙니까?
‘중급 마법이라.’
확실히 위력적으로 보이긴 했다.
그래.
교수, 실비아에게 쪽을 줄 실력이면.
저 정도는 되어야겠지.
앤드루는 머뭇거림 없이 창을 던졌다.
두 개는 솟구치는 줄기를 향해.
또한, 나머지 다섯 개는 내 심장을 향해.
“…….”
그리고.
그 창에 담겨 있는 것은 분명한 살기(殺氣)였다.
지켜보던 노인이 혀를 찼다.
“저놈 저거. 규칙 무시하고 네놈을 그냥 죽일 생각이구나.”
‘그런 것 같네요. 사고 쳐도 해결해 줄 뒷배가 있다는 거겠죠.’
전혀 당황스럽지 않았다.
악당이 악한 짓을 한다는데, 그게 놀랄 일은 아니니까.
오히려 저런 행동에 당황하는 게 멍청한 거 아닐까?
‘어디.’
한번 볼까?
쐐애애액!
다가오는 워터 스피어에도 나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그림자만 밟아도 피할 수 있기야 한데.
‘그럼 마법만 사용하는 게 아니니까.’
꾸욱!
나는 바닥에 닿아 있는 지팡이를 힘주어 눌렀다.
그러자.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4/7)’이 가동됩니다.] [목(木)의 정수, 효과를 얻습니다.] [생명의 기운이 강해집니다.]신살(神殺)급 아이템이 발동되었다.
지팡이에 담긴 붉은 기운이 사그라들고 녹색 기운이 올라오는 순간.
콰득! 콰드드득!
땅에 박혀 있던 줄기들이 지금과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얇은 줄기가 거의 아름드리나무 기둥만 해졌고.
그 수량 또한 미친 듯이 증폭하기 시작했다.
– 자, 잠깐?
– 저게 무슨 마법이죠?
– 주, 줄기가 엄청 빠르게 자라났어요! 아아, 워터 스피어가 허무하게 막힙니다! 도대체 저게 뭐죠?
그리고.
뒤를 이은 강력한 줄기가 허공 위 앤드루의 발목을 향해 채찍처럼 쏘아졌다.
아까와 다른 엄청난 속도로.
“흐읏!”
깜짝 놀란 앤드루가 몸을 날려 피하려 했지만.
좌르륵!
줄기가 도중에 방향을 꺾어 정확히 그의 발목을 낚아챘다.
역시, 한껏 발전된 그로우 홀드였다.
– 와!
– 저, 정말 멋집니다! 이게 무슨 연계 공격인가요?!
– 마치, 오직! 패트릭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 연구한 마법 기술 같습니다!
– 목(木) 속성, 기초 마법…… 아아, 이걸 기초 마법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고대에 존재하던 마법 중 하나 같은데……!
사회자가 열을 올렸다.
본래 패트릭 편이었던 그가 어느덧 감동한 표정으로 경기에 몰입했다.
아부에 앞서.
그 역시 하나의 마법사로서 순수하게 감탄한 표정이었다.
물론, 놀란 것은 사회자뿐만이 아니었다.
“뭐, 뭐야? 저건?”
“저 교수 상당한데?”
“그러게. 생각보다 잘해.”
“이거 잘하다가 패트릭이 쪽 당할 수도 있는 거 아냐?”
술렁술렁.
당연히 앤드루가 이길 거라 생각한 관중들도 각 잡고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투의 양상이 단박에 뒤바뀌었다.
앤드루는 줄기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상황이고.
화르륵!
거기에 맞추어 내가 준비한 것은.
기초 마법, 파이어 볼.
화륵, 화르르륵!
펼쳐진 손바닥 위로 허공에서 생성된 불줄기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냐.”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흔들리는 앤드루의 눈빛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고작 기초 마법에 털릴 실력으로 입을 나불거렸던 거냐, 애송이?”
앤드루의 눈망울이 파르르 흔들렸다.
* * *
그 시각.
교수, 실비아는 식은땀을 흘렸다.
본인도 결투를 보러 가고 싶긴 했는데, 차마 부탁을 받았기에 연구실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으아아아아! 보내줘요! 갈 거예요! 가야 한다고요!”
엘로이즈 아린의 반항이 생각보다 거셌기 때문.
“얘야.”
실비아가 조심히 타일렀다.
아무리 어린아이라 하지만, 아린은 엘로이즈의 자녀다.
공작가의 자제를 함부로 대할 순 없었다.
“훈이 절대 보내지 말라 했다니까. 그가 그렇게 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니?”
아무리 달래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평소 순했던 소녀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악다구니를 써댔다.
“우리 교수님 죽으면 실비아, 당신이 책임질 거야?”
도대체 무엇이 이 아이를 저렇게까지 만든 걸까.
훈(Hoon) 교수.
당신은 정말 참 교육자였던 걸까?
실비아 역시 F 클래스를 맡을 당시 아린을 담당했었다.
그 당시에는 앤드루의 직접적인 괴롭힘도 목격했었지.
하지만 그녀는 권력에 굴복했다.
앤드루의 직접적인 협박에 주눅 들었고, 마법 실력으로도 쪽을 당했었다.
그렇기에 아린에게는 미안한 마음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빨리 비켜요. 분명히 말했어요.”
아린이 실비아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막아섰다.
훈 교수를 오랜 기간 본 것은 아니지만, 그는 말에 무게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보내지 말라 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
“비키지 않으면 다칠지도 몰라요.”
화르르륵!
놀랍게도 아린의 손바닥에 불줄기가 모여든 것은 그때였다.
‘어떻게……?’
실비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엘로이즈 아린 하면 유명하다.
기초 마법 하나 쓰지 못해서 가문에 버려진 걸로.
그런 애가 무슨 일이 생겼길래 하루아침에 마법을 쓴단 말인가!
‘물론.’
아직, 그 힘은 미약했다.
그래서.
취이이익!
가벼운 수(水) 속성 마법으로, 물만 살짝 끼얹으면 끌 수 있긴 한데.
“…….”
솔직히 무서웠다.
마법을 쓰기 시작한다면, 정식 엘로이즈로 인정받을 테고.
‘그렇게 되면 나만 큰일 나는 거잖아……?’
이 바닥에서 4대 가문을 무시했다가 어떤 꼴을 당하는지.
이미 경험했고 또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이거.’
그냥 보내줘야 하는 건가?
아니면 같이 갈까?
“…….”
도대체 뭐가 맞는지.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실비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