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1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14화
내가 대신 싸워주마
화르륵!
자신의 손 위에 타오르는 불을 아린은 넋 놓고 바라봤다.
‘정말.’
정말로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아린이 손가락을 꼬물이며 불줄기를 만지작거렸다.
수년이었다.
가문에서 수많은 스승을 구해다 줬고.
셀 수 없을 양의 보약을 먹었음에도 할 수 없었던 마법이.
교수님의 손길에 단박에 이루어졌다.
화르르.
자신의 손 위에 타오르는 불길이 어쩜 이렇게 영롱하던가.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뺨은 흥분한 듯 붉어져 올랐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마력의 흐름이 생생하게 느껴져.’
어떻게 움직여야 더 많이 응축되고, 또 어떻게 움직여야 파이어 볼이 던져질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려졌다.
성공.
마침내 기초 마법, 파이어 볼을 성공한 것이다.
아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진짜, 어떻게 이런…….”
동시에, 나지막이 읊조렸다.
감동과 감사함, 믿을 수 없음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감정이 그녀의 심장을 맴돌았다.
“그거 봐, 천재네.”
뒤에서 별일 아니라는 듯, 퉁명하게 내뱉는 교수님의 목소리까지.
‘아아…….’
아린은 그날 결심했다
후원자가 악마라도 상관없다.
자신에게 이런 감정을 선물해 준 사람인데.
영혼이라고 못 팔까?
그 이상도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뒤를 돌아본 아린이 울먹이며,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자신의 감사한 진심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그 방법을 몰라 답답했다.
“감사할 필요 없어.”
후원자가 싱긋 웃었다.
“잊었어? 서로 마법 가르쳐 주기로 한 거. 그냥 윈윈 하는 거지. 아, 참고로.”
“…….”
“그거, 농담 아니라 진심이다?”
* * *
화르륵!
“세상에는 방대한 마법이 있어요. 얼마나 마법의 종류가 많냐면, 마탑의 모든 인원이 각자 다른 분야를 파고들어도 정복하지 못할 정도로 많아요.”
아린은 자신이 피워내는 불이 신기한지.
계속 손에서 불을 굴리며 설명했다.
마법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녀의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났다.
“마탑주이신 구스펠하임조차 마법의 1%를 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할 정도예요. 그래서 각 가문도 속성을 정해놓고 마법을 배우는 거고요. 하나만 파도 모두 정복하지 못할 만큼 복잡하고 많으니까.”
“그래?”
“예, 책이 말해주더라고요. 그거 알아요? 이 22층 서고는 신기해서, 마치 책을 읽다 보면 누군가랑 대화하는 것만 같아요.”
“…….”
우리는 훈련을 시작했다.
그녀는 기초 마법을 연습하면서, 서고에 있는 지식들을 나에게 전달해 줬다.
다른 기초 마법들과 중급 마법.
그리고.
어쩌다 찾아서 읽었다는 고대 금서(禁書)의 지식까지.
“이건 아주 먼 예전에 금서로 분류되었던 건데요. 엄청 위험한 마법이더라구요. 위력이 엄~청 센데! 대신 시전자의 목숨을 갉아 먹어요. 이건 ‘헬 시티’라는 건데요. 불길이 얼마나 세면 마탑까지 태울 수 있대요. 또 이건 ‘마력 폭파’라는 건데, 마법사들의 마법을 영원히 봉인할 수 있는 끔찍한 마법이죠. 대신 이걸 사용하고 나면 일주일 후에 무조건 죽나 봐요. 금서가 괜히 금서가 아니죠.”
“…….”
망자의 기억을 통해.
4대 마탑주가 되었던 그녀가 사용했던 마법들이었다.
그 당시.
그녀는 마탑을 없앰과 함께 자신의 목숨을 버렸던 거다.
얼마나 이 세상을 증오했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선택을 했을까?
가슴이 쓰라렸다.
그 와중에도 어린 자신의 기억이 ‘한’으로 남기까지 했다니…….
“그래, 하나하나 알려주려무나. 아린이 너도 같이 배우고.”
“예, 교수님!”
나는 마법들을 주술과 연계하여 연습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실력이 드러났다.
“어어? 마법 못 하신다면서 왜 거짓말한 거예요? 헉, 엄청나잖아요!”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교수님은 이 밀실 어떻게 입장하고 계신 거예요? 여긴 4대 가문이 아니면 마탑주님 허락이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인데…….”
“예? 비밀이라고요? 왜 그런 걸 비밀로…….”
그동안 정(精)에 굶주렸을까?
아린은 내 앞에서 쉴 새 없이 조잘거렸고.
나는 웃으며 그 모든 것을 받아주었다.
그래.
아린에겐 내가 부모이자, 친구였다.
모두가 버린 지독한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존재가 나였으니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났을 때.
점점 그녀의 표정에 근심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
“응?”
“혹시, 그 결투 취소하면 안 될까요?”
아린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녀도 내가 범상치 않은 인물인 건 안다.
그동안의 마법 훈련에서 내가 보여준 기운 컨트롤은 이곳 마법사들과 결을 달리했기 때문.
“부탁이에요. 저는 교수님을 잃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 거다.
‘결투’를 취소하라는 것은 패트릭 가문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의미와도 같으니까.
“당연히 교수님이 앤드루 따위는 쉽게 이길 거예요. 아무리 걔가 난다긴다해도 학생 수준이니까요.”
아린이 나를 살살 달랬다.
“하지만 4대 가문은 달라요. 앤드루를 이기면, 그쪽 가문의 다른 마법사가……. 또, 그자마저 이기면 장로까지 나설 수도 있어요. 그리고…… 장로급 마법사들의 힘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거예요.”
“알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내가 취소하고 싶다고 말하면, 그쪽에서 받아들일까?”
나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앤드루 같은 애송이랑 손을 나누는 것보다.
여기서 주술을 익히고 아린의 ‘한’을 푸는 게 훨씬 더 나에게 건설적인 일일 테니까.
하지만.
관상이라는 게 있다.
앤드루의 뱀눈 관상은 절대 잡은 먹이를 놓치지 않는다.
특히나 자존심에 한 번 상처를 입으면, 그걸 꼭 갚아주어야 하는 성격이다.
‘어찌 보면 나와 비슷하지.’
그래서 더 잘 안다.
앤드루는 절대 나를 놓아주지 않을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투를 치르고 말 거다.
그게 안 되면.
또, 아린을 건드리겠지.
“제가 나서면 돼요. 엘로이즈 가문도 제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정식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거예요. 그렇게 되면 앤드루도 절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거고요. 어떻게든 제가 중재를…….”
“아니.”
내가 고개를 저었다.
엘로이즈?
솔직히 말해서 패트릭보다 그놈들이 더 나쁜 놈들이다.
실력 없다고 나 몰라라 한 아린의 어미도 그렇고.
푼돈 줘놓고 윽박지르는 가주 새끼도 그렇고.
아린 역시.
앤드루 패트릭보다는 엘로이즈 가문에게 더 상처를 많이 받았겠지.
나를 위해.
그런 자들에게 손을 빌리도록 한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절대 그리할 필요 없다.”
“하지만……!”
“어허!”
내가 단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
혼난 새끼 고양이처럼 고개를 숙이는 그녀.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 그러니 넌…… 지금처럼 여기 서고에서 원 없이 마법만 배우면 돼.”
“…….”
“알겠어?”
“예…….”
‘한’은 내가 풀어줄 테니.
너는 나중에 내 힘이 되어주면 된다.
뼈오로서.
* * *
결투하기 위해서는 각자 세 명의 참관인을 준비해야 한다.
참관인은 결투의 승패를 가르는 심판이며.
내가 고르는 참관인 셋과 앤드루가 고르는 참관인 셋이 마탑주 ‘구스펠하임’의 이름을 걸고 공명정대하게 평가한다.
참관인을 구하는 건 쉬웠다.
그냥 교수 연구실에 앉아 있을 뿐인데.
– 허허, 자네. 이번에 패트릭 가문이랑 결투한다면서? 혹시 내가 참관인으로 도와줘도 되겠나?
– 나, 꼭 나를 불러주게!
– 혹시 참관인이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수많은 교수와 장로들, 귀족 마법사들의 구애가 쏟아졌으니까.
저들이 참관인으로 참여하고 싶은 이유는 하나다.
오직 4대 가문 중 하나인 패트릭 공작가와의 인연을 쌓고 싶어서.
지방 귀족들이나 영향력 없는 교수들은 어쩌다 얻은 그 인맥 하나로 먹고살 수 있다.
그게 바로 공작가의 권력이자 위세였다.
나는 찾아온 인원 중 대충 골랐다.
편파 판정?
상관없었다.
어차피 누굴 뽑든 있을 일이고, 결투야 압도적으로 이기면 될 일.
“교수님…….”
연구실에 찾아온 실비아가 동정의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내일 결투시네요. 하, 앤드루 걔는 어쩜…….”
“왜요, 실비아 씨도 제가 죽을 것 같습니까?”
“…….”
굳이 말을 아끼는 실비아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과연 내가 죽을 것이 슬퍼서일까?
아니면, 더는 라면을 못 얻어먹게 될까 봐서일까?
궁금했지만, 굳이 묻진 않았고.
“실비아 교수님?”
“……예?”
“가는 마당에 부탁 하나만 합시다.”
“말씀하세요.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다 들어드릴게요. 정말요.”
마치 시한부 환자에게 말하듯 읊조리는 그녀.
이거 기분이 좀 묘하다.
“내일 결투할 당시 잠깐 아린이 좀 봐주세요.”
“……아린이를요? 그 엘로이즈 가문의 지박령?”
실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예, 제가 내일 아침에 교수님께 데려다줄 겁니다. 그냥 데리고 있다가 결투만 못 보도록 해주세요. 그 정도야 들어줄 수 있죠?”
혹여 괜한 일이 일어날 수 있기에 내린 판단.
“뭐,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만 그건 왜…….”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 *
하루 뒤.
마탑 20층.
결투를 위한 「마법 결투장」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대리석 무대에.
마치 종합운동장을 연상케 하는 널따란 관중석들.
“와아아!”
“이게 얼마 만에 열리는 공작급 가문의 결투야?”
“패트릭이랬지? 크으, 상대 간 크네. 누구야?”
“상대? 이번에 마탑 신임 교수로 임명된 오르첸 가문의 귀족이라던데?”
“오르첸? 거기가 어딘데?”
“몰라, 저 멀리 어딘가 박혀 있는 지방인가 봐.”
관중석에는 수많은 사람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떠들어댔다.
고작 학생 하나와 말단 교수 하나의 결투라고는 볼 수 없을 법한 광경.
‘특이한 문화네.’
본래 결투가 이토록 인기 있는 건 아니지만.
후작급 이상이 벌이는 결투는 사람이 많이 몰린단다.
명문일수록 실력이 높아 볼거리가 많다나?
후작급 이상의 결투가 생각보다 빈번히 일어나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들었다.
“클클, 떨리냐?”
노인이 웃었다.
솔직히 저 많은 사람 앞에서 누군가와 싸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만.
옆에 노인이 있다는 사실 덕에 그렇게 떨리진 않았다.
그저 신기할 뿐.
주머니에 손을 넣은 나는 관중석 근처를 돌며 무대를 파악했다.
마탑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였는지 관중 하단부가 꽉꽉 차 있었고.
중간층 이상, 즉 ‘상층부’에는 4대 가문의 일원들과 장로급 교수들도 보였다.
‘미친.’
멀리서만 봐도 느껴졌다.
저들 중 가주 급 마법사는 지금 내가 온전히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자들이다.
‘…….’
하지만,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다.
피가 끓지도 않았고, 오히려 기운이 더욱 차갑게 내려앉았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저들 중 하나가 미친 척하며 달려들면, 진짜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예전에도 많았다.
거대마룡과 아란발론이 혈투 속에 참전할 때 비하면.
지금은 순한 상황이지.
– 좋습니다! 이제 곧 패트릭 가문의 앤드루와 오르첸 가문의 신임 교수 훈과의 결투가 시작되는데요! 아아, 기대됩니다!
음성 증폭 마법을 건 사회자가 중앙에서 쩌렁쩌렁 안내하자.
“와아아아!”
“휘유유유유~”
관중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누구 하나는 죽는 게임을 즐기는 마탑의 주민들.
‘쓰레기들.’
나는 입술을 짓이기듯 깨물었다.
내 뼈다귀, 아린이가 이런 세상에서 살아왔다니.
이런 곳에서 고통받다가 결국 자신의 목숨을 불살라 가면서 마탑을 태웠다니.
‘네 기억 속에서.’
꾸욱.
주먹을 쥔 내가 다짐했다.
‘이번엔 너 대신 내가 싸워주마, 아린.’
마도세계(魔道世界).
이 더러운 세상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