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2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20화
엘로이즈 아린
고오오오…….
어느덧 관중들이 모두 도망간 적막한 무대.
마법사들의 대치에 주변으로 마력 광풍이 휘몰아쳤다.
아린의 주변을 둘러싼 약 200여 명의 마법사.
“저, 저 배은망덕한 악마가!”
“죽기 싫으면? 마탑주님께 그 무슨 무례한 말버릇인가!”
마탑주는 마탑의 주인이다.
그와 동시에 마도 세계의 주인이다.
이곳 세계를 다스리는 황제와 같은 위치일진대.
반말?
마탑의 마법사들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엘로이즈, 저 아이가 정체 모를 사악한 기운에 노출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맞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힘을……!”
술렁이는 마법사들 사이로.
저벅.
마탑주, 구스펠하임이 걸어 나왔다.
“너는 누구냐. 어디서 온 존재이기에.”
기다란 백색 수염의 마법사가 싸늘한 눈빛으로 아린을 바라봤다.
“나와 같은 마탑주의 기운을 풍기는 게냐.”
“…….”
아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상대는 구스펠하임.
과거, 자신이 이겨본 적 있는 마법사.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좀 다르다.
1:1 상황도 아니었고, 장로급 마법사들 여럿이 사방을 두르고 있었으니까.
“……교수님을 건들지 마라. 그리하면, 나 역시 너희를 죽이지 않을 거야.”
화륵!
아린의 손바닥에 피어오른 불꽃은.
분명한 엘로이즈 특유의 불꽃.
“으음.”
구스펠하임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신기하기는 하나.’
이곳은 자신의 마탑이다.
‘한 마탑에 주인이 두 명일 수는 없는 법.’
우우웅!
구스펠하임의 주변에 목(木) 속성의 녹빛 문양이 새겨졌다.
생명을 상징하는 하임 가문의 문양.
“후회할 행동 하지 않는 게 좋을걸? 당신은 상성상 날 이길 수 없어……!”
아린 역시 허공에 엘로이즈의 문양을 그렸다.
그 와중에도 생기를 잃어가는 교수님을 지키는 걸 잊지 않았다.
“끌끌, 그건 붙어봐야 알지 않겠느냐?”
구스펠하임이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의 눈이 시퍼런 광휘로 물들었다.
동시에 몰아치는 마력의 폭풍!
두 마법 대가의 속성 마법이 허공을 갈라 부딪혔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울렸다.
* * *
“쿨럭!”
제기랄.
퉤!
나는 식도를 통해 끊임없이 역류하는 피가래를 뱉어냈다.
예상은 했지만, 저 마법사 새끼들.
상상 이상이었다.
이처럼 무력하게 당할 줄이야.
당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정수를 찾았다.
왜, 저번에 아란발론과 싸울 때 도와줬던 것처럼.
정수가 개입할까 해서였는데.
“…….”
깡그리 무시당했지.
지금으로서 추측할 수 있는 건.
정수는 어느 정도 급이 맞지 않는 상대와 대꾸조차 하지 않는 습성이 있었다.
요컨대 드래곤이나 ‘고대 마법’(SSS급) 급은 되어야, 손가락 한 번 튕겨주는 정도?
저 마법사들 정도는 한낱 벌레만도 못하다 여기는 셈이다.
빌어먹게 고고한 존재들.
“이놈아, 괜찮은 게냐?”
노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징글맞은 놈. 그러게 내가 뭐라 했느냐. 무모하다 하지 않았더냐.”
‘그래도.’
사람이 한결같아야지요.
저는 원래 무모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 것뿐이었다.
‘그리고.’
여태껏 그렇게 해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지.
지금도 봐라.
결국은 나의 이런 싸움 덕에.
아린도 빨리 각성할 수 있었지 않은가?
덕분에.
멀리 돌아갈 수 있었을 길을 지름길로 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고통을 대가로.
“쿨럭!”
나는 다시 한번 피를 뱉어냈다.
뚫린 폐에서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사실 고통 내성 만렙인 나에겐 버틸 만한 정도의 통증이었다.
콰가가가!
지금도 아린과 구스펠하임의 혈투로 세상이 진동했다.
그 진동에 맞춰, 내 상태도 점점 악화되었다.
초점이 흐릿해졌으며, 생기가 사라져갔다.
얼마나 피를 쏟았는지, 현기증이 났다.
“끄윽, 교수님……! 괘, 괜찮으세요?!”
“크윽, 아린아.”
“교, 교수님?!”
“잊지 마라. 여기는…… 네 기억 속 세상일 뿐이야.”
저기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구스펠하임도.
지팡이를 들고 마법을 던지며 견제하는 마법사들도.
다 네가 예전에 처리했던 자들일 뿐이다.
‘과거’의 존재들일 뿐이다.
“기억 속…… 세상이요?”
아린이 기운을 뿜어내면서 멍하게 중얼거렸다.
스윽.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미 소환 해제된 다나였지만.
기력 10만 사용하면 다시 생긴다는 게, 바로 내 고유 능력이 사기인 이유다.
“다나……!”
나는 천근만근 무거운 입을 간신히 열었다.
“마, 마스터!”
스켈레톤의 모습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하얗게 질린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까?
“다나, 리커버리를…… 사용해 줘.”
“예, 마스터. 기다려 주세요!”
[스킬 : 리커버리] [레벨 : Max] [설명 : 육체 상태를 이전으로 되돌립니다.] [효과1 : 신체를 24시간 전으로 되돌립니다. 단, 이미 죽은 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효과2 : 재사용 대기시간 – 30일.] [효과3 : 기력 50을 사용합니다.]리커버리.
죽어가는 신체를 되살릴 수 있는 개사기 스킬이자.
내가 가진 비장의 한 수.
나는 더 늦기 전에 그것을 꺼내 들었다.
* * *
‘맞아.’
아린이 지팡이를 꽉 부여잡았다.
여기는 기억 속 세상이었다.
저기 눈앞의 존재들은 이미 다 상대해 본 자들이며.
본인의 손으로 직접 봉인시켰던 자들이었다.
‘게다가 나는 이미 죽었었잖아?’
근데 무엇이 무서운 걸까? 무엇이 두려운 걸까?
어차피 이딴 공간.
실재가 아닌데.
허상일 뿐인데.
‘그렇기에.’
투욱!
허리를 곧게 편 아린이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찍었다.
쿠과가가가가!
그 순간, 아린의 몸에서 엄청난 마력의 파동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곳에서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금서(禁書)의 마법은 모두 죽음을 대가로 한다.
고작 인간의 영혼으로 펼치기에는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것들 중.
아린은 본인이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불꽃 마법을 떠올렸다.
여기 있는 구스펠하임과 200여 명의 마법사를 전부 불태우고.
기억 속 세상을 단박에 찢을 수 있는 강렬한 마법.
‘헬파이어.’
비록.
사용자의 영혼이 찢어질 만큼 끔찍한 고통을 겪는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교수님이 죽을 수도 있는걸.’
[기억 속 잔존하는 그녀의 ‘한’을 푸는 것]과 [자신에게 손을 뻗었던 교수님의 기억을 간직하는 것].둘 중 하나를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후자야.’
아린은 그저 교수님이 무사하길 바랐다.
자신이 평생을 모셔야 할 교수님의 삶이 여기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의 ‘한’ 따위는 상관없었다.
게다가 이곳은 본인의 기억 속 편린.
만약 교수님이 이곳에서 죽는다면…….
곧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것과 다름없지 않겠는가?
그딴 상황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절대로.
“당신들…… 이제 그만 제 트라우마 속에서 사라져 줘요. 나는 더 이상…… 당신들을 증오하지 않으니까.”
제발.
기억 속에서 사라져 줘.
아직도 바닥을 기고 있는 앤드루.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로이즈의 가주.
‘다.’
다 필요 없었다.
다 옛날 일이었다.
그녀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교수님을 살리고.
교수님을 모시는 일.
저들은 원래의 세계에서도 본인에게서 무언갈 가져가려 했다.
자신을 통해 무언갈 충족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뺏기기 싫었다.
교수님을 내어줄 수 없었다.
스윽.
아린이 손바닥을 폈다.
화르륵!
그곳에 시퍼런 불이 피어올랐다.
[‘헬 파이어’(SSS급)가 작동합니다.]세상 모든 것을 태워버린다는 지옥의 겁화.
당연히 일개 인간이 사용할 수 없는 종류의 고대 마법이기에.
그녀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영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으……!’
아린이 이를 악물었다.
동그란 눈에서는 물이 줄줄 새어 나왔고.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녀린 몸이 덜덜 떨려왔다.
동시에.
콰가가가!
마법사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끄, 끄아아악! 뜨거워! 뜨거워!”
“이, 이게 무슨 불꽃 마법이란 말인가!”
“실드! 실드를 펼쳐! 마고르 공작! 당장 워터 실드를 두르란 말이다!”
촤르륵!
마고르가 식은땀을 흘리며 워터 실드를 둘러봤지만.
파스슥!
생김과 동시에 증발해 버린다.
과연, 상성을 무시하는 화(火) 속성 최고 마법.
허공에서 시퍼런 불길이 솟아올랐고.
마법사들의 지팡이가 녹아내렸다.
돌이 녹아 무대가 용암이 되었고.
“이……건 말도 안 되는……!”
구스펠하임 역시 별다른 수가 없었다.
자연재해와 다름없는 불길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을 뿐.
아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찢어져라, 세상아.”
쿠구구구!
피어오른 지옥의 겁화가 세상을 감쌌다.
그런 와중에도.
지옥의 불길은 교수님이 있는 위치만을 피해갔다.
“……찢어져라, 기억아.”
아린은.
자신의 모든 ‘한’과 과거의 모든 기억을.
극복(克服).
불꽃과 함께 태워버렸다.
불꽃과 함께 이겨냈다.
기억의 편린 속에 비췄던 유일한 ‘빛’, 교수님만을 남겨놓고 모든 것을 불 싸질렀다.
콰가가가가!
마탑, 아니, 온 세상에 균열이 일었다.
* * *
세상천지가 온통 불이었다.
관중들도, 마법사들도, 심지어 가주들도.
온 세상이 불길에 녹아내렸다.
하늘이 붉었고, 땅이 붉었다.
이미 바닥은 용암 지대였으며, 탑은 핵폭탄이라도 맞은 듯 텅텅 비었다.
불과 10초.
아니, 채 5초도 지나지 않아서 생긴 일.
그에 비해.
우우우웅!
다나의 손길로 내 피부는 재생되고 있었다.
썼던 기력이 되돌아오고 있었다.
몸에는 생기가 돋았고, 뚫려 있던 패가 메워졌다.
흘렸던 피가 채워졌다.
그게 오직 스킬 한 방에 이루어진 기적.
“끄흐, 끄흐흑!”
아직도 세상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세상 속에서 아린의 영혼이 떨고 있었다.
괴로워하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교수님을…… 살려야 해. 교수님을.”
얼마나 괴로운지.
아린은 내가 다 나은 상태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소환수와는 어느 정도 감정을 공유하기에.
나는 그녀가 얼마나 끔찍한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제발. 그냥 다 잊어도 좋으니까. 복수 따위 그런 거 다 상관없으니까. 제발 다 사라져. 교수님…… 교수님만 내버려 두고.”
불길이 타올랐다.
세상이 다 녹아내렸는데도, 허공에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그 속에서 오직 나와 그녀만이 건재했다.
그리고.
딱 봐도 아린은 제정신이 아니다.
“…….”
나는 이빨을 깨물었다.
딱 봐도 뜨거운 그녀의 몸.
나는 그 불길을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감싸 안았다.
아린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서.
“이제 그만해도 좋다, 아린아.”
“……교수님?”
멈칫!
아린이 몸을 흠칫 떨었다.
“어……?”
그러고는 눈을 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건재함을 그녀의 시야로 확인하는 순간.
떨던 그녀의 몸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끝없이 솟구치던 기운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화르르르…….
불길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다 끝났어. 이제 그만 깨어나라.”
“깨어나라고요?”
“말했잖아. 이곳은 그저 네 기억 속일 뿐이라고. 허상이라고.”
“……기억 속, 허상.”
헬파이어의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던 아린이 중얼거렸다.
“아아, 그러고 보니.”
“…….”
“이제…… 아프지 않아요. 내 몸이 타지 않아요.”
“그래, 그 헬파이어마저도. 그저 네 상상일 뿐이다.”
헬파이어의 대가가 죽음이라고?
그럼 뭐하나.
아린은 이미 죽은 목숨인데.
죽어도 죽지 않는 존재.
언데드(Undead)인데.
그 순간.
파앗!
빛이 터지며, 불로 가득하던 세상이 사라졌다.
동시에 나타난 곳은 마치 우주 한복판처럼 어두운 공간.
마치 기억 재현을 썼을 때처럼 몽롱한 분위기.
그래.
‘이 공간은…….’
그 순간, 온몸에 안도감이 피어올랐다.
경험상, 퀘스트가 완료될 때 이런 공간으로 이동하곤 했었으니까.
“교수님.”
어느덧.
유령의 형상을 한 엘로이즈 아린이 다가왔다.
지금껏 봐왔던 소녀의 모습이 아닌 어엿한 성인 마탑주의 모습이었다.
“고마워요, 교수님.”
“…….”
“살아 계셔주셔서. 제 주인이어주셔서……. 그리고 고독했던 제 과거에 찾아와 함께 싸워주셔서…….”
화륵!
아린의 몸에서 불줄기가 피어올랐다.
“처음 경험해 보는 거였어요. 교수님이 건네줬던 편지, 맛있는 음식, 그리고 마법을 배우기 위해 함께 연구하고 탐구했던 그 순간들……. 저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걱정하지 마라.
앞으로도 마법 연구는 계속 함께할 거니까.
“이제는 괜찮아요. 앤드루를 미워하지 않아요. 가주를 혐오하지 않아요. 방금 그 기억들을 다 태워버리고, 교수님과의 기억으로 바꿨으니까……. 저에겐 그게 더 소중해요.”
아린이 미소 지었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더는 슬퍼 보이지 않았다.
슬픔과 증오의 부정적인 감정이, 녹아내리는 얼음처럼 사라졌고.
앞으로 있을 설렘의 감정만이, 갓 핀 생화처럼 피어올랐다.
그리하여.
[마탑주 ‘엘로이즈 아린’이 그대를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모든 스탯이 10 증가합니다.]“저는 이제 남은 생을 교수님을 모시며 살 거예요. 그래도 되죠?”
[축하합니다!] [당신을 살리기 위해, 엘로이즈 아린이 ‘한’을 완전히 잊었습니다.] [스테이지 : ‘엘로이즈 아린의 한’을 클리어합니다!] [클리어 보상이 도착합니다!]나는 마도 세계의 4대 마탑주.
뼈오, 아린을 각성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