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2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21화
마탑 복귀
“휴우우…….”
깊은숨을 내뱉음과 동시에 시야가 뒤바뀌었다.
익숙한 모습의 방.
아린이 사용하던 밀실이었다.
물론, 마도 세계의 밀실이 아닌.
우리 지구.
즉, 옥스퍼드 마탑의 밀실.
“아이고. 빡세다, 빡세.”
털썩!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다나의 리커버리를 통해 육체는 멀쩡했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그대로 누워서 한숨 푹 때리고 싶은 느낌?
“괜히 매개체 던전이 아니구나.”
철푸덕.
나는 바닥에 그대로 등을 대고 자빠졌다.
낡아빠진 밀실의 천장이 보였다.
뒤로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일단.’
던전을 클리어했으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보상이다.
스켈레톤들의 자잘한 스탯 증가를 휘리릭 넘긴 나는 아린이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마탑주 ‘엘로이즈 아린’이 그대를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엘로이즈 아린’의 기억과 의지를 ‘뼈다귀5’가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뼈다귀5’의 이름이 ‘엘로이즈 아린’으로 변화합니다.] [모든 스탯이 10 증가합니다.]“아린이.”
각성 후에도.
유일하게 나를 마스터나 주인이 아닌, ‘교수님’이라 칭하는 소환수.
[이름 : 엘로이즈 아린] [기력 : 700/700] [고유 능력 : 스켈레톤 로드] [클래스 : 매지션] [등급 : S] [힘 : 70] [민첩 : 72] [체력 : 77] [마력 : 110] [기술 : 72] [보유 스킬]-‘파이어 매직 마스터리’(Lv.Max)
-‘룬어 해석’(Lv.Max)
-‘고대 마법의 추종자’(Lv.4)
-‘스켈레톤 소환’(Lv.Max)
‘오우.’
내가 눈을 반짝 떴다.
큰 폭의 스탯 상승은 그렇다 치더라도.
보유 스킬이 대거 변동되었기 때문.
열심히 키워놨던 ‘파이어 볼’(Lv.Max)이나 ‘파이어 필드’(Lv.Max), ‘에어 실드’(Lv.Max) 등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런 것들이 전부 ‘파이어 매직 마스터리’(Lv.Max)로 합쳐진 듯했다.
‘하긴.’
아린은 현재 엘로이즈의 기초 마법뿐만 아니라, 서고로 읽었던 마법들을 대거 사용할 줄 아는 상태다.
무려 4대 마탑주 즉위식까지 치렀던 애니까.
아린이 사용할 줄 아는 마법을 스킬 창에 스킬로 나열한다면……?
“어후.”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야를 한가득 채워도 부족할 만큼 끝없이 나열되겠지.
아마 저 매직 마스터리라는 패시브 스킬을 통해, 과거 마탑주의 지식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모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터.
‘개사기겠네.’
솔까말.
지구 전체를 다 뒤져봐도 아린이만큼 마법을 잘 아는 헌터는…… 아마 없지 않겠는가?
있다 해도, 소피아 정도일 거다.
‘음.’
또.
룬어 해석은 마탑 서고에 있는 서적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인 것 같고.
다음.
‘고대 마법의 추종자?’
들어본 적 있다.
과거, 지구의 마탑주.
소피아 실버스톤이 내게 설명했던 스킬 중 하나였으니까.
[스킬 : 고대마법의 추종자] [등급 : SS] [효과1 : ‘고대 마법’(SSS급)이 남긴 자취를 탐구하세요.] [효과2 : 마법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집니다.] [효과3 : 연구 결과에 따라 스킬을 복합적으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그녀 말에 따르면.
오직, 마탑주만이 가질 수 있다는 스킬.
그렇다는 건.
죽었지만 아린도 계속 마탑주로 인정받는다는 건가?
마음 편히 누워서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을 때였을까.
투욱!
허공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보상이 도착합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무투가의 영혼’(S급)을 획득합니다.] [띠링!] [해당 아이템은 직업 연관성이 있는 아이템입니다.]“역시, 이번에도.”
새로운 매개체가 도착했나 보다.
이번엔 뭐?
무투가의 영혼?
바닥에는 새하얀 도복이 정갈하게 개어져 있었다.
‘무투가면…… 뼈팔인가?’
쩝.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이번엔 뼈일이일 줄 알았는데.
가장 처음 봉인 해제되어 검을 들어왔던 뼈다귀.
아쉽게도 녀석의 순번이 자꾸 뒤로 미뤄지고 있었다.
‘그래도.’
많이 왔구나.
10마리 뼈다귀 중 벌써 여섯이 각성했다.
태양이(2)부터.
엘드린(3)과 드미르(6).
카덴(4)과 다나(7).
아린(5)까지.
하나같이 말조차 못 하고 삐걱거리기만 했던 스켈레톤들이.
이제는 한 세계의 절대자가 빙의해서 감정을 공유하고 내 명령을 따른다.
그것도 그냥 수하가 아니라, 한 세계의 정점에 달했던 이들이 말이다.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일단.’
확인부터 해볼까?
내가 도복에 손을 대었다.
[아이템 : ‘무투가의 영혼’(S급)] [등급 : S] [종류 : 매개체] [설명 : 숨겨진 유적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도복입니다.] [효과1 : 던전, ‘권각대립’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효과2 : 헌터, ‘주동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효과3 : 해당 아이템은 헌터 등급 S 이상부터 활성화 가능합니다.] [효과4 : 해당 아이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신의 파편’(SS급)이 필요합니다.]“투신……의 파편?”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번엔 ‘고대 마법의 파편’(SS급)을 요구하더니.
이제는 ‘투신의 파편’(SS급)이라고?
그게 뭔데?
저번부터 느꼈던 건데, 시스템이 굉장히 불친절했다.
마탑도 운이 좋아서 바로 찾았던 거지.
투신은 또 어디서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투신도.’
‘고대 마법’(SSS급)이라는 존재처럼.
트리플 S급 존재이려나?
“후.”
어쨌든.
복잡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그냥 아린이가 새로 태어난 순간을 즐겨야겠다.
“아린아, 나와보렴.”
나의 새로운 수하.
푸스스슥!
내 부름에 허공에서 뼈다귀가 생성되었다.
본래 하얀 피부의 마른 소녀 이미지로만 보다가 다시 뼈오의 모습을 보려니, 무언가 어색했다.
“교수님. 부르셨나요?”
등장한 아린이 주변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또한 자신의 육체를 이리저리 훑었다.
호기심과 당혹감이 공존하는 표정으로.
“기억나냐? 여기가 내 세계야. 지구라고 하는데. 여기도 마탑이 존재하거든.”
“으음. 네, 어렴풋이 기억나요. 분명 비밀 통로로 여기까지 걸어왔던 장면이 있어요. 그나저나, 정말 신기하네요. 교수님. 세상엔 수많은 세계와 수많은 마탑이 있다는 서고의 말이 진실이었어…….”
아린이 밀실의 벽을 건드렸다.
먼지 쌓인 서적을 뒤적였다.
“……이건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 밀실을 정리하고 떠날 때 모아두었던 책들인데. 그게 어떻게 이 세상에 그대로 존재하는지……. 그것도 참, 놀랍네요.”
그녀가 추억에 잠기고 있을 때였나.
나는 오른쪽 아래에 자꾸 번쩍이는 녹색 빛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채팅창.’
지구로 돌아오니 다시 활성화되어있는 모습.
나는 바로 채팅창을 펼쳤다.
새로 창립한 단체, 별천지(別天地)의 간부가 모여 있는 방이었다.
[김진아 : 길드 마스터님 복귀 기원 28일 차.] [김진아 : 아아아, 진짜 언제 오시냐고요!] [김진아 : 아무리 마음껏 나다니셔도 좋다고 했다지만, 진짜 그러는 게 어딨어 ㅜㅜ.] [김진아 : 진짜 오기만 해봐아아!]뜨끔!
채팅창을 펼치자마자 보이는 김진아의 채팅에 나는 땀을 삐질 흘렸다.
저번에 매개체 포탈이 급하게 열리는 바람에.
대충 인사만 하고 넘어갔었는데.
부공방주.
아니, 부 길드 마스터가 또 쌓인 게 있나 보다.
‘하긴.’
마탑 내부 구조 알려달라고 보내놨는데, 제대로 정보 전달도 안 해주고 갑자기 사라졌으니.
저런 말 할 만도 하지.
‘그나저나 28일?’
생각보다 시간이 좀 많이 지났는데?
“…….”
이거.
갈 때 선물 하나 사 들고 가야겠군.
* * *
옥스퍼드 마탑, 꼭대기.
오직 마탑의 주인만이 들어설 수 있는 100층에서.
“으으음.”
세계 랭킹 4위의 랭커.
소피아 실버스톤이 신묘하게 생긴 구슬을 손가락으로 유려하게 굴리고 있었다.
잡생각이 많아질 때마다 하는 그녀만의 독특한 버릇.
“……주동훈.”
델라일라가 극도로 칭찬했던 신입 하이 랭커.
1,000위 밖에서 한 번에 하이 랭커로 진입한 그가 이제는 ‘고대 마법’의 이름을 꺼낸다.
델라일라도 모르는 그 이름.
‘고대 마법.’
그녀의 스킬, ‘고대 마법의 추종자’(SS급)가 가리키는 정체불명의 존재.
사실.
고대마법을 추종하는 것은 일종의 본능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탑주가 된 이후로, 그녀에게 ‘고대 마법’이란 ‘신’(神)과 같은 존재였다.
절로 그 존재를 탐구하게 되며.
절로 그 존재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마치 복음을 전하는 사도처럼.
진리를 탐하는 과학자처럼.
‘그런 존재를.’
일개 헌터가.
그것도 마법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헌터가 알고 있었다.
‘대체 정체가 뭘까?’
도대체 뭐길래.
초단기 하이 랭커에다가.
‘고대 마법’의 존재까지 아는 걸까?
그가 말했다.
자신이 정리해 놓은 ‘엘로이즈의 밀실’을 안다고.
그의 스켈레톤이 ‘엘로이즈’와 연관되어 있다고.
그래서 약속했다.
자신의 정보를 말해주는 대신.
그가 얻을 정보 역시 자신이 받기로.
상호 정보 교류 협정의 체결!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으으으음!”
소피아가 몸을 비비 꼬았다.
‘도대체 언제 오는 거냐, 주동훈!’
그렇다.
그녀는 좀이 쑤시는 거였다.
어떤 정보를 가지고 올지, 궁금해 미치겠는데!
그 정보에 따라 마탑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어찌 일이 집중되겠어.’
세미나도, 주간 마탑 회의도.
요즘 들어 대충 참여만 하고 별다른 지시가 없는 그녀.
세계 최고 권위의 마법사인 그녀는 현재 마법보다 더 신기한 마법을 경험 중이었다.
1시간이 하루 같고, 일주일이 한 달 같은.
그야말로 진귀한 착각계 시간 마법.
혹시나 몰래 빠져나갔을까 싶어, 그와 동기라는 올레나 교수를 시켜 근황을 체크하기도 했다.
요즘 뜨거운 별천지(別天地)라는 집단의 뉴스도 날마다 확인했다.
혹여, 그쪽으로 복귀할 수도 있는 거니까.
“…….”
소피아가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아래팔에 돋은 핏줄에는 그녀의 강렬한 욕망이 실려 있었다.
쿵쿵.
심장이 뛰었다.
세계 랭킹 4위의 헌터가 된 이후.
가끔은 세상이 무료할 때도 있었는데.
오랜만에 살아 있음을 느꼈다.
강한 호기심과 설렘을 느꼈다.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희열의 감정이 생겼다.
그러던 순간.
“어?”
느껴졌다.
미약한 기의 파동이었지만, 그녀의 감각에는 분명히 잡혔다.
위치는 역대 최악의 마탑주.
엘로이즈의 밀실!
‘그 말은……!’
소피아의 눈에 환희가 차올랐다.
‘드디어 온 거냐?’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동훈이 돌아온 것이다!
“잠깐?”
반가운 마음에 바로 공간이동 마법을 펼치려던 소피아가 움찔한 것은 그때였다.
“……뭐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이 역시 본능이었다.
마탑주이기에, 이 탑의 주인이기에 알 수 있는 것.
소피아의 고개가 기울었다.
“이건 마탑주의 기운…….”
그래.
마치 맹수가 자신의 영역에 침범한 다른 맹수를 본능적으로 알 듯.
소피아는 또다른 마탑주의 기운을 느낀 것이다.
“마탑주라.”
그렇다면.
그의 스켈레톤이 정말 엘로이즈일 수도 있단 말인가?
소피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