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2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22화
별천지 복귀 (1)
“으음.”
편하게 누워 있던 내가 상체를 들었다.
우우웅!
밀실 주변으로.
허공에 막대한 마력의 파동이 느껴졌기 때문.
마탑 내부에서 이 정도의 마력이라면?
‘마탑주가 왔구나…….’
소피아 실버스톤.
그녀를 조우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그 기운을 느낄 때마다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
‘기껏해야 장로급 정도일 줄 알았는데…….’
느껴지는 기운만 봤을 때는.
거의 하임 가문의 구스펠하임과 비슷한 정도였다.
‘내가 과소평가했었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마법을 배우고 또 수많은 마법사와 싸워보다 보니, 이제 좀 더 정확하게 측정되는 느낌?
“……!”
밀실을 구경하던 아린도 긴장했는지 지팡이를 꽉 부여잡았다.
그렇게 몇 초가 흘렀을까.
“주동훈, 왔구나!”
포탈 비스름한 공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소피아의 모습은 분명 즐거워 보였다.
“왔으면 바로 찾아왔어야지. 거기 누워 있었던 거야?”
“어…….”
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역시, 온 걸 아셨군요.”
“아무렴. 마탑이 나고 내가 곧 마탑인데, 이 정도 변화는 쉽게 눈치채지. 특히…….”
소피아가 뼈오, 아린을 힐끔 쳐다봤다.
“저런 존재가 내 집에 나타났는데, 모를 수가 있겠어?”
후우우웅!
밀실에 바람이 불었다.
소피아가 뿜어내는 기세에 못 이겨 공기가 흐르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정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정말 저 뼈다귀가 엘로이즈였던 거야? 역사에 기록된 마도 세계 역대 최악의 마탑주……?”
“엘로이즈 가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요.”
아린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제 손으로 무너뜨렸거든요.”
“정말인가 보네……?”
“……당신은 이곳 세계의 마탑주로군요? 반갑습니다, 이계의 마탑주여.”
“허, 허허?”
소피아가 세상에 뭐 이런 일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아린을 응시했다.
그래, 저 표정은.
마치 실험실의 유리 비커를 쳐다보는 연금술사의 모습과도 흡사했다.
호기심이 한가득한 표정.
“주동훈!”
목소리 또한 기대감이 듬뿍 담겨 있었다.
“예?”
“약속한 건 잊지 않았겠지?”
“약속이요?”
내가 모르는 척 다시 머리를 긁적이자, 소피아가 눈을 번뜩였다.
이 정도면 거의 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오는 수준이었다.
“상호 정보를 나누기로 했잖아. 설마 잊은 거야?”
그랬었지.
분명 그랬었다.
“잊진 않았지만. 흠, 잠시만요.”
“근데. 왜, 왜. 뭐가 문제인데? 뭐가 잠시만인데?”
흥분한 소피아가 재촉했다.
항상 평정심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만 보여줬던 마탑주가.
목마른 낙타처럼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왜 이리 웃긴 거지?
‘하지만.’
계산은 확실히 해야 한다.
마탑주가 내게 건넨 정보는 믿음의 대가였을 뿐.
실질적으로 나에게 도움 되는 건 없었다.
소피아가 도움이 되었던 것은 오직 하나.
‘고대 마법의 파편’(SS급).
즉, 마탑을 제공해서 매개체 던전을 열어줬던 것.
물론 그 고마움의 대가는 섭섭지 않게 지불할 생각이었다.
“제가 마탑주님께 제공해 드릴 수 있는 정보는 딱 하나입니다.”
“하나?”
소피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일단 뭔데?”
“서고에 있는 마도서를 해석해 주는 거요.”
매개체 던전에 들어가기 전.
써니라는 마법사에게 들은 기억이 있었다.
– 저기 대다수 책이 우리가 볼 수 없는 거예요.
– 지구의 언어로 쓰여 있는 게 아니거든요. 다 알아볼 수 없는 상형 문자들로 가득해요.
마탑은 분명.
서고의 정보에 굶주려 있었다.
– 지금 서고에 있는 애들이요?
– 둘 중 하나예요. 진짜 스킬북을 보고 있거나, 아니면 저 문자들을 번역해 보려고 어떻게든 노력하는 애들이거나.
– 만약 저 문자들을 모조리 다 번역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기연 중 기연 아니겠어요?
기연.
지금의 소피아에겐 내 존재 자체가 기연과 다름없다는 말이다.
“해석……. 그게 정말이야? 정말…… 서고의 책들을 번역할 수 있다고?”
세계 랭킹 4위의 헌터답지 않게.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물론 제한은 있습니다. 저도 할 일이 있는데 해석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딱 한 달에 두 권. 두 권씩만 해드리겠습니다.”
“……두 권.”
소피아는 살짝 실망하는 안색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건 내가 도움을 요청하는 처지니, 할 말 없긴 한데.”
그녀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대신, 어느 정도 대가를 내면 조금 더 해주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대가요?”
“응, 우리 사회에 대가라는 게 뭐가 있겠어.”
씩 웃은 소피아가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돈?”
“빙고.”
호오.
돈이라.
뭐, 현재로서 돈이 그렇게 중하진 않다마는.
일단은 나쁠 건 없다.
안 그래도 김진아에게 가져갈 선물이 필요하거든.
김진아는 집단을 키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인물이라, 길드 자금만큼 확실한 선물도 없을 거다.
“얼마 주실 건데요?”
“네가 원하는 합리적인 금액만큼.”
줄여서 ‘님 선제요’.
“다만 네 능력, 아니, 저 엘로이즈의 가치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웬만큼은 쿨하게 맞추어줄 수 있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다.
절실함, 그리고 시원시원함.
“자신감 있으시네요? 그러다 제가 막 한 권당 몇백만 달러 이렇게 부르시면 어쩌시려고…….”
백만 달러면 환율상 거의 12~13억 원에 육박하는 가치.
나는 여유를 부렸다.
돈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위치기에 나오는 여유였다.
“후후.”
내 말에.
소피아가 오히려 안도한다는 느낌의 숨을 내뱉었다.
“우리 마탑의 자본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냐?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집단 중 하나인데 말이야.”
“…….”
“최소 1조 달러 이상은 거뜬히 있으니, 걱정하지 마. 네가 부른 것 정도는 따블로 해줄 수 있으니까.”
“……네? 1조 달러요?”
1조 달러면 얼마냐?
대충 한국 돈으로 1,000조가 넘는다는 말?
아무리 최근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건 좀 놀라웠다.
“진짜…… 클라스가 어마어마하네요.”
내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지금 김진아는 이런 마탑을 넘는 최고의 집단을 만들고 싶다는 거지?
근데,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현재의 마탑주는 굉장히 강력하다.
얼마나 강력하냐면, 내가 지금 진심을 다해 싸워도 99% 확률로 뭣도 못 해보고 질 확률이 클 정도.
‘그런 그녀가.’
굳이 날 협박하거나, 구속하려 하지 않고.
말하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있다.
내 표정을 읽었을까?
마탑주가 씩 웃었다.
“너도 오래 살아보렴. 살다 보면 너 같은 애들의 성격은 단숨에 딱 파악된단다.”
“……제 성격이요?”
“그래, 대나무처럼 딱딱해서는 함부로 다루려고 하다간 그대로 꺾여버리지.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숨겨둔 가시를 드러낼 거야. 안 그래?”
“…….”
뭐, 비슷한 것 같기는 하다.
만약 마탑주가 적대적으로 나왔으면.
나는 질 걸 알아도 싸웠을 테니까.
지긴 져도, 그녀에게 꽤나 충격을 먹일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그녀가 강하다 할지라도.
거대마룡이나 아란발론 급은 아닐 테니까.
“원래 벌집은 건드는 거 아니거든. 후후. 또한, 이 거래 관계에서 명백히 내가 을(乙)이란 걸 알아. 난 정말 진심으로 절실하게 마탑의 자료들이 필요하거든? 네 상상 이상으로 간절해.”
“굉장히 솔직하시네요.”
“그래서 너는. 어떤데? 그 솔직함을 이용하는 성격이신가? 기억해. 난 애초에 처음부터 너에게 호의로 대했어.”
뼈가 있는 말이다.
순수한 호의를 이용하지 말라는.
“그럴 리가요. 마탑주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리셨어요.”
“뭐?”
“저는 생각보다 그렇게 딱딱하지 않답니다. 특히 상대가 부드러울 때는요.”
나는 갑질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또한, 앞으로 집단을 키우기 위해서 마탑과의 관계는 좋게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다.
돈보다는.
누가 뭐래도 마왕군, 그리고 천마신교와 함께 세계 탑3를 담당하고 있는 집단이니까.
‘게다가 어차피.’
내 주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마탑 서고의 책들은 필요했다.
즉, 원래 내가 부탁했어야 할 것을 알아서 내어주는 것에 더해 용돈까지 쥐여준다는 말.
나에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는 의미에서.”
내가 미소 지었다.
“처음 10개는 서비스로 해독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책은 제가 선정해도 되겠지요?”
“아무렴, 물론이지!”
협상 완료였다.
* * *
별천지 본진.
무릉도원 위 정자.
“후우.”
뒷짐을 진 김진아가 정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 틀이 잡혀가네.”
고지에서 내려다보는 무릉도원의 풍경은 더 이상 평야나 산지가 아니었다.
엄연한 도시의 모습.
그것도 SF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큼지막한 도시가 벌써 윤곽을 갖추고 있었다.
드워프의 손기술로 만들어진 디자인과.
엘프들의 섬세함이 더해진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을 볼 때면.
“크.”
자동으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옥스퍼드의 마탑 도시보다 한 수백 배는 더 예뻤다.
길드 마스터.
주동훈이 없는 동안 길드는 많은 성장을 이뤄냈다.
주기적으로 던전을 돌기 위한 헌터들은 대다수 S급 이상으로 고용되었고.
그 인원을 통해, 던전 또한 쉬지 않고 정기적으로 돌렸다.
암제(暗帝), 뇌명(雷鳴), 절대무쌍(絶對無雙), 인도자(引導者), 쇠주먹, 아수라(Asura), 드루이드(The Druid) 등등.
팀장을 맡을 만한 인재들이 차고 넘쳤기에, 던전은 무리 없이 돌아갔다.
‘일단은 딱 100명까지만 받고.’
별천지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지만 아직 설립 초기였다.
내로라하는 길드들과 비교하면, 당연히 자본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사실.’
100명도 조금 무리하는 감이 있었다.
하나하나 다른 길드보다 수배 이상의 대우를 해주기도 했고.
다 떠나서.
세상 어느 길드가 한 달 만에 S급 100명을 모을 수 있을까?
‘다 길드 마스터님의 하이 랭커 입성이 가져온 효과지.’
존재 자체만으로 전 세계적인 홍보가 되었으니까.
김진아가 픽 웃었다.
또.
‘협회’나 ‘서울 오성’ 역시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협회는 러시아 지원의 대가로 [측정 불가 던전]에 대한 입찰권을 팍팍 뿌려주었고.
파랑이나 백돈 역시 경험자의 눈으로 질 높은 조언을 해주었다.
덕분에 이제는 어느 정도 ‘뼈대’가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 동안 또 길드 마스터님이 사라졌다는 것.
게다가 이번에도 역시.
어디 간다는 정확한 말도 없이 사라졌다.
– 저.
– 급하게 어디 좀 다녀올게요.
– 이번에도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
“참…….”
사람이 비밀이 왜 이리 많아?
적어도 어디로 가는 건진 말해줘도 되는 거잖아.
“하아.”
김진아의 입술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고지라 그런지 날씨가 좀 쌀쌀했다.
솔직히.
그녀의 마음속에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
첫째는 불안함.
이대로 길드 마스터님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믿음이 충만하다 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무모한 성격이시니까.’
길드 내 랭커들이 한입을 모아 말했었다.
– 훈?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도전 정신이 강한 헌터다. 멋진 사람이지.
인도자(引導者), 카푸의 평부터.
– 그분이요? 으음, 오래 본 건 아니지만…… 만약 용암 속에 진귀한 보상이 있다고 하면, 그 용암으로 주저 없이 들어가실 분 같았어요.
드루이드(The Druid) 권소예가 받은 느낌까지.
“어후.”
김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약, 그가 죽는다면 이 도시 건설도 말짱 도루묵이다.
세계 최고의 집단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꿈도 무너지는 거다.
별천지(別天地)는 주동훈 그 자체이니까.
둘째는 기대감.
그는 어딘가 다녀오면 항상 급속도로 성장하곤 했다.
‘첫 만날 때가 은행에서였지?’
대출팀 팀장일 당시, 그의 랭크는 E급 헌터였다.
물론, 비 갱신자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랬던 그가.
지금은 세계 랭킹 69위의 헌터다.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루키 중 루키다.
‘만약, 이번에 돌아오면.’
또 얼마나 성장해 계실까?
막연한 기대감이 차오르고 있을 찰나.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아, 맞다.]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저 도착했는데, 목걸이…… 드미르 줬었네요?]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지금 잠깐 이쪽으로 소환해도 되죠?] [스켈레톤 킹(Skeleton King) : 항공으로 복귀하기엔 좀 피곤한데.]“……!”
김진아가 눈을 부릅떴다.
[김진아 : ?] [김진아 : ??!!] [김진아 : ??!!!!] [김진아 : 아니, 길드장님!] [김진아 : 도대체 어디 갔다가 이제 오신 거예욧!]동시에.
서운함과 안도감이 뒤섞여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