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3)
고대 사막 (3)
땅을 박찼다.
“흐아앗!”
기합과 함께 힘껏 내달렸다.
스켈레톤들 역시 나와 동시에 출발했다.
‘위기라 생각하지 말자.’
나는 마음을 굳게 잡았다.
복도의 폭이 넓어져, 스켈레톤들이 사방을 포위했다는 건.
그만큼 뚫어야 할 벽이 얇아졌다는 말도 되니까.
“이제 남은 기력도 얼마 없어! 계속 싸워서 막아내야 해! 왼쪽 팔이 박살 나면, 오른쪽 팔을 사용해서라도!”
달리면서 주변을 확인했다.
옆에서는 방패 없는 뼈사가 팔로 창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좀만 힘내줘, 얘들아!”
나는 녀석의 옆으로 곧장 붙어, 방패를 옆으로 제쳐 휘둘렀다.
무게 실은 박치기에 스켈레톤 한 마리가 중심을 잃고 나자빠졌다.
빠직!
그런 녀석의 머리를 방패 모서리로 내려찍었다.
“후우.”
내 손으로 직접 D급 몬스터를 잡아냈지만.
그런 감흥 따위 즐길 여유가 없었다.
지금도 녀석들의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그냥 달릴 순 없어. 처리하면서 가긴 해야 해.’
내가 힘 스탯에만 몰방 찍은 거인도 아니고.
불도저처럼 녀석들을 밀어버릴 순 없었다.
적어도 길을 막는 놈들은 없애야 했다.
‘빨리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방해자들을 뚫고 ‘태양창’에 닿으세요.]어차피 이번 던전의 목표는 스켈레톤을 처리하는 게 아니다.
단순히 ‘태양창’이란 존재에 닿기만 하면 되는 것.
타다다닷!
나는 다가오는 녀석들을 스쳐 지나갔다.
싸부에게 배웠던 기술들을 응용해 은근슬쩍 회피했다.
필드 위의 럭비 선수가 터치다운 하나만을 보고 달리듯.
“뼈오야!”
쨍그랑!
“실드 깨지기 전에 빨리빨리 보충해!”
방패 뒤로 쏟아지는 공격은 모두 뼈오의 에어 실드로 흡수했다.
과연.
Lv.8의 에어 실드는 기존의 것보다 더 질기고 튼튼했다.
[‘태양창’이 비겁하다 말합니다.] [진정한 전사는 싸움을 회피하지 않는 거라 합니다.]시끄럽다.
그건 네놈 기준이고.
우리 세계는 살아남는 게 강한 거거든?
[‘태양창’이 실망합니다.] [부여한 시련을 회피한 자는 자신에게 도전할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무시했다.
이제 앞에 남은 녀석들은 고작 4~5마리뿐.
이놈들만 제치면 텅 빈 공터를 내달릴 수 있다.
‘이해하라고.’
적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아는 ‘나’는 남아 있는 기력으로 저 스켈레톤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아무리 무모하고 도전적인 나라 해도.
승산이 없는 싸움을 하긴 싫었다.
[‘태양창’이 역시 인간은 저열하기 짝이 없다 말합니다.]스윽.
마침내 나는 나머지 스켈레톤들을 지나쳤다.
“후욱, 후욱.”
이마엔 땀이 주르륵 맺혔다.
소매로 벅벅 닦았지만, 그 위를 또 다른 땀이 채웠다.
“도대체 언제 나와?”
입에서는 단내가 풍겼지만,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지만, 근력이 쫀득하게 버텨줬다.
그동안 했던 체력 단련이 효과가 있는 듯했다.
“허억, 허억!”
노인을 불러 조언을 구하고도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기력이 없는 건 둘째치고, 아직 쿨타임이 안 됐다.
두두두두!
뒤에서는 지나친 스켈레톤들이 앞다투어 쫓아오고 있었다.
“제기랄.”
곧 한계인데.
덜컹!
나는 방패를 집어 던졌다.
혹시 몰라 챙겨왔던 소지품 가방도 내팽개쳤다.
이제는 싸우면 죽음이다.
무게를 낮추고.
무조건 뛰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뼈다귀4’가 스킬, 하급 막기(Lv.8)를 사용합니다.]쿠웅!
내가 던진 방패를 주웠는지.
달리던 뼈사가 뒤돌아섰다.
함께 도주하는 것을 멈추고, 시간을 벌어주려는 듯했다.
‘그래, 고맙다. 짜슥.’
각성한 뼈다귀들은 신기했다.
따로 명하지 않아도.
주인의 의도를 명확히 알아채고 행동했다.
[‘뼈다귀4’의 소환이 해제됩니다.]털썩.
뼈사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녀석을 이루던 뼛조각이 사방으로 산개했다.
으득.
나는 이를 악물고 내달렸다.
녀석이 벌어준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그렇게 1분 정도를 달렸을까.
“어?”
문득, 뒷골이 서늘해졌다.
왠지.
무언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
[‘태양창’이 저열한 인간은 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합니다.]“……!”
나는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달리던 골목 앞으로.
산처럼 쌓여 있는 뼛조각들이 보였으니까.
‘저 뼛조각들은…….’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
분명 익숙한 광경이었다.
“하악, 하악.”
나는 뜀걸음을 멈췄다.
힘이 빠진 듯 손을 축 늘어트렸다.
거칠게 심호흡했다.
‘씨발, 익숙할 수밖에 없지.’
불과 몇 시간 전.
처음 피라미드에 빨려 들어왔을 때 잡았던, 녀석들의 잔해였으니까.
“…….”
그러고 보니.
점차 벌어져 갔던 골목길 역시 다시 좁아져 있었다.
그 말은.
희망을 품고 미친 듯이 뛰었던 목적지가, 태양창의 거처가 아닌 제자리였다는 것.
나는 그저 의미 없이 한 공간을 맴돌았던 것이다.
[‘태양창’이 비웃습니다.] [멍청한 인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말합니다.]“…….”
허탈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 내부는 피라미드.
일직선으로 달렸으면, 분명 꺾이는 곳이 나왔어야 했다.
‘설마 원형 구조였던 거냐?’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결국은 만날 수밖에 없는.
콰득.
분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혀끝으로 피 맛이 느껴졌다.
두두두…….
등 뒤에서 스켈레톤들이 밀려 들어왔다.
‘어떡해야 하나.’
다시 싸워야 할까?
아니면 포기해야 할까?
삐그덕.
뼈일이는 다리 관절에 문제가 생긴 듯, 절뚝거리고 있었으며.
뼈이의 창은 너덜거리고 있었다.
뼈삼이도 뼈오도.
거의 전투 불능에 가까운 상태였다.
[헌터 : 주동훈] [기력 : 20/120]남은 기력은 고작 20.
그에 비해 남은 스켈레톤은 대략 30마리 정도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버텨볼 수밖에. 전부 올라와!”
이제는 도망갈 힘도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긴 싫었다.
‘기소율이었다면?’
분명, 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싸웠을 거다.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그게 ‘랭커’가 가진 정신력이니까.
‘희망을 가지자.’
혹시 모른다.
최근 소환된 그 100마리가 마지막 웨이브일 수도 있지 않은가!
“따라와!”
나는 쌓여 있는 뼛조각을 타고 올라섰다.
삐걱! 삐그덕!
수십 마리의 스켈레톤들이 그런 나를 향해 몰아쳤다.
스걱! 서걱!
뼈일이가 칼을 두어 번 휘둘렀다.
두 녀석의 목이 깔끔하게 떨어져 굴렀다.
슝! 슝!
뼈삼이도 뒤로 빠지며 엄호했다.
“뼈오! 기력 다 써도 좋으니까 파이어 볼 갈겨!”
나는 뼛조각들을 잡고 오르고 올랐다.
모든 여력을 쥐어짜 힘을 냈다.
“후욱, 후욱!”
그리고 정상에 밟아, 널브러진 뼈창 하나를 주워들었다.
고지(高地)를 점한다.
그다음 다가오는 녀석들을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른다.
그게 내가 생각한 방법.
“뒈져!”
창을 세게 집어 던졌다.
어차피 널린 게 뼈창이라 아깝지 않다.
“죽어!”
다른 뼈창으로 올라오던 스켈레톤 두개골에 구멍을 냈다.
팽팽해진 팔근육 사이로 피가 흘렀다.
올라오다 뼛조각에 베인 것 같았다.
[‘뼈다귀1’의 소환이 해제됩니다.] [‘뼈다귀2’의 소환이 해제됩니다.]이윽고, 열심히 싸워주던 두 녀석이 전사했다.
“하.”
남은 20의 기력으로는.
그나마 다섯 중 가장 강한 뼈일이와 탱커 뼈사를 보충했다.
[스킬, ‘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1’이 등장합니다.] [스킬, ‘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4’가 등장합니다.]“이제 진짜 끝이다.”
남은 기력을 탈탈 털어 넣었다.
[기력을 모두 소모하였습니다.] [Tip/기력을 채우고 싶다구요? 휴식을 취해보세요.]“지랄.”
고개를 쳐들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예전 오크를 만났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지?
발악하는 벌레처럼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아니.’
달랐다.
그때와 지금은 분명 달랐다.
‘그때는 내가 원한 게 아니었다면.’
지금은 내가 선택한 길.
이것은 마음가짐의 차이였다.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더 강한 시련이 와도 좋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했지.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 뿐이라고.
‘정신 차리자, 주동훈.’
짜악!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희미했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해결하지 못할 던전은 없어.’
랭커조차 힘들었던 스테이지, ‘한 깊은 노인’에서도 분명히 해답은 있었다.
나는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방해자들을 뚫고 ‘태양창’에 닿으세요.]분명 퀘스트가 원하는 것은 ‘태양창’을 만나는 것.
하지만, 태양창이란 놈은 절차를 밟고 올라오라 한다.
무언가 계속 약 올리는 기분.
‘그니까, 그 절차가 뭔데.’
어차피 던전을 돌아도 계속 원형일 뿐인데.
도대체 녀석을 어디서 만나야…….
“어?”
고개를 든 시야에 무언가 잡힌 것은 그때였다.
꽤 넓은 공터 위, 넓은 천장에 달린 음습한 응집체.
“저게 뭐야.”
꾸물꾸물하는 것이, 마치 날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태양창’이 이제야 알아챘냐 묻습니다.] [역시 멍청한 인간은 어쩔 수 없다 말합니다.]“오호라?”
나는 씩 웃었다.
웃을 수밖에 없었다.
망망대해 같던 사막지대 속에서 한 줌의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었으니까.
“어디 숨어 있었나 했더니, 너. 거깄었구나?”
던전의 트릭은 간단했다.
지나치게 간단하지만, 한 번 놓치면 은근히 찾기 어려운 속임수.
태양창의 거처는 애초에 전방이 아닌 천장에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바로 출입구 천장 말이지.’
[‘태양창’이 고개를 끄덕입니다.]나와 눈을 마주치기라도 했는지.
태양창이라는 작자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콰득! 콰드득!
아직도 힘겹게 싸우는 스켈레톤들을 바라보며 나는 읊조렸다.
“뼈사야.”
내가 가진 아이들 중 가장 무거운 방패를 번쩍번쩍 드는 녀석.
“그만 싸우고, 날 잡아.”
삐걱?
“그다음. 저 위로 힘껏 던져줘. 최대한 빨리.”
남은 스켈레톤들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이번 스테이지의 클리어 조건은 녀석을 만나는 것.
[‘태양창’이 올 테면 와보라 합니다.] [감히 자신에게 도전하는 비열한 인간 따위 한 줌의 재로 만들어주겠다 합니다.]“그래.”
나는 응집체에 시선을 고정했다.
녀석이 왜 인간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는진 모르겠지만.
그게 던전의 퀘스트라면.
“간다.”
한 피라미드의 공터.
뼈의 잔해로 쌓여 있는 작은 산 위에서.
나는 마치 하나의 화살이 된 것처럼 쏘아졌다.
슈우웅!
거센 맞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응집체와 나의 거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그 순간.
[축하합니다!] [‘태양창’에 도달합니다.] [고대 스켈레톤 창술가(D급)가 사라집니다.]아래에 있던 뼛조각들이 흐멀흐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드디어.’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분이 온몸의 신경을 툭- 건드리려 할 찰나였다.
[주의!] [‘태양창’이 등장합니다!]검은 응집체가 이지러지며 사방으로 넓게 퍼졌다.
깨진 홀로그램처럼 퍼진 것들이 한 곳으로 점철되는 순간.
[스킬, ‘기억 재현’(S급)을 사용합니다.] [‘저주받은’ 망자, ‘태양창’의 기억을 재현합니다.] [잠시 후 이동합니다.]번쩍!
시야가 번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