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3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34화
핵폭발
2023년 5월.
번쩍, 번쩌억!
부다페스트 도심에서 두 개의 섬광이 번뜩였다.
마치 작은 태양이 지구에 현현(顯現)하기라도 하듯, 엄청난 빛이 세상을 비추었고.
그 섬뜩한 섬광은 한순간에 반경 1,000㎞를 뒤덮어버렸다.
동시에.
순식간에 수풀과 도시가 자취를 감춰 버렸다.
마치 태양열 아래 수분처럼 증발해 버렸다.
파바바밧!
하늘에는 수천 번의 번개가 번쩍였고.
슈우우우…….
버섯 모양의 핵 구름 두 개가 지상에서 하늘로 솟구쳐 뻗어 나갔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버섯구름 아래 깔린 것은 오직 사막화된 먼지뿐.
…….
그 이후, 잠깐의 정적.
과연, 이 정도 폭발력이면 인간이 식별할 수 없을 만큼의 데시벨이겠구나…… 생각이 들 만큼 고요한 순간이 지난 후에.
콰가가가가가가가!
엄청난 소리의 굉음과 함께 땅이 마구잡이로 뒤흔들렸다.
마치 거인이 세상을 쥐고 흔들 듯 미친 듯이 진동했다.
쿠아아아아!
그다음은.
가운데서 뿜어져 나온 폭발이 빠른 속도로 면적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들어버리는 후폭풍이었다.
파즉, 파즈즉!
HNN에서 송출하고 있던 카메라도 결국 잡음을 내더니, 시커멓게 변했다.
화면이 꺼진 것이다.
└ ???
└ 진짜 핵 터진 거? 레알루?
└ 씨발, 여기 진동 느껴진다.
└ 여기도 방금 하늘 번쩍임.
└ 미친 이거 실화냐? 진짜 핵이었어?
└ 그럼 진짜 핵이지. 여태껏 뭐 들었냐? 미군이 인정했는데.
└ 기자는 어떻게 된 거?
└ 데이빗? 몰라……. 살았으려나? 좀 힘들지 않을까? 헬기 속도로 폭발권 벗어나기는…….
└ 이런 ㅅㅂ.
핵탄두의 위력은 과연 끔찍했다.
부다페스트의 생존자들이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옆 도시의 사람들은 손바닥의 뼈가 보일 만큼 강한 빛에 비명을 질렀고.
쿠과가가가!
음속에 가까운 바람 먼지는 도심을 지나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간신히 남아 있던 건물들도 후폭풍에 밀려 무너져 내렸고.
피를 토하고 눈이 먼 채, 비명을 지르는 생존자들은 그곳 아래에서 무참히 깔아뭉개졌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끔찍한 인페르노!
[속보, 결국 핵폭탄 터져!] [부다페스트 시민 최소 80% 이상은 사망했을 걸로 추정.] [참혹한 부다페스트의 현장, 살이 녹은 채로 기어 다니는 생존자들.] [원폭이 투하된 지점, 그 근처는 1초 만에 모든 것이 증발!] [주요국들. 이번 사태의 원인, 무조건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수많은 기사들이 보도되었고, 또 공유되었다.
사람들은 미친 행동이라며 미상의 핵 사용자에게 지탄을 보냈고.
가장 크게 대두되는 것은.
[그럼 스켈레톤 엠페러는……?] [추후 도착한 연구용 헬기, 조사 결과 발표! 스켈레톤 엠페러의 흔적 찾아볼 수 없어. 헝가리 참사의 괴수들도 마찬가지.] [아직 세계 랭킹 게시판, 변동 없음. 그렇다면 그는 어디에?]하이 랭커의 증발에 세상이 탄식했다.
특히 같은 국적인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어떤 새끼냐? 우리 랭커한테 핵 쏜 새끼?”
“필히 찾아내야 합니다! 찾아서 응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참사가 벌어질 겁니다!”
“미군 발표에 의하면 헝가리 내부에서 쐈다고 되어 있습니다! 저는 그 접경국들이 의심됩니다! 접경국들을 전수 조사하라!”
“전수 조사는 무슨! 접경국들 전부 다 밀어버리자! 조지다 보면 나오겠지!”
스켈레톤 엠페러는 대한민국의 영웅이었다.
아직 하세라나 장대웅, 기파랑보다 랭킹이 낮을지언정.
그 잠재력만큼은 세계 1위라 인정받던 헌터였다.
그런 헌터가 공격당했다.
그 후, 행방불명이란다.
분노와 침묵으로 물든 대한민국 그 속에서.
“…….”
드미르 공방, 회의실.
탁자에 앉아,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김진아의 눈은 흐리멍덩했다.
빛을 잃은 눈동자.
“길드 마스터님…….”
얼마나 중얼거렸는지.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잔뜩 쉬어 있었다.
[김진아 : 길마님?] [김진아 : 어디세요?] [김진아 : 랭킹 게시판 변동 없던데.] [김진아 : 살아계신 거 맞죠?]조금 전에 보냈던 채팅창에는 아직도 묵묵부답.
언제나처럼 주동훈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
쿵쿵!
심장이 뛰었다.
“…….”
이게 무슨 감정일까?
슬픔일까, 분노일까?
딱 잡아 정의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김진아가 가슴에 슬며시 손을 올렸다.
“흡.”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심장에서는 미어지듯 한 고통이 느껴졌으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김진아 : 다들…….] [김진아 : 다들 모여주세요.]입에서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채팅창을 이용했다.
솔직한 감정으로는 그냥 모든 걸 쏟아내며 절규하고 싶었지만.
자신은 그래서는 안 됐다.
길드 마스터가 없는 현시점.
길마 대행은 부길마인 본인이니까.
[김진아 : 우리 별천지는 이 사건의 주동자를 어떻게든 찾아낼 겁니다.] [김진아 : 그리고 그게 누구든.]상대가 설령 세계 랭킹 1위라 하더라도.
별천지가 감당할 수 없는 급의 적이라도.
으드득.
김진아의 이가 갈렸다.
[김진아 : 찾아서 죽여 버릴 거예요. 무조건이요.]그녀는 일부로 분노의 감정을 키웠다.
슬픔을 묻어버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것은.
김진아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암제(暗帝) : 동감……합니다…….]기소율도 참여했고.
[인도자(引導者) : 내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알아보는 중이다. 조금만 기다려라.]카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암제(暗帝) : 어떤 자인지 걸리기만 해봐요.] [김진아 : 으드득.] [암제(暗帝) : 절대 쉽게 죽이진 않을 거니까.] [아수라(Asura) : 저희도 참여할게요.] [드루이드(The Druid) :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쇠주먹 : 참여하겠습니다.]채팅창 문구에서도 침울한 분위기가 마구마구 뿜어져 나오자.
[뇌명(雷鳴) : 씨발.]플로아가 욕을 했다.
[뇌명(雷鳴) : 다들, 상 치르냐?] [뇌명(雷鳴) : 우리 주인.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 아냐.] [뇌명(雷鳴) : 독종 중의 독종이거든.] [뇌명(雷鳴) : 내가 보증한다! 게시판 변경도 없잖아? 그러니까.]파즈즈즉!
그녀의 몸에 전류가 튀겼다.
평소 나오던 것보다 훨씬 진하고 많은 양의 전기였다.
[뇌명(雷鳴) : 울먹거리지 말고 누군지 알려만 줘봐. 다 튀겨버릴 테니까.]* * *
나선 것은 별천지뿐만이 아니었다.
[마탑, 마법으로 핵의 주인, 추적 중! 별천지는 마탑과 긴밀한 동맹! 주동자는 건든 대가 치러야 할 것!] [광전사(狂戰士) 장대웅, “동생을 건든 것은 감히 나를 건든 것과 같다.”] [던전 메이커(Dungeon Maker) 델라일라, 영웅 행방불명에 애도. 하지만 큰 걱정은 하지 말 것. 쉽게 죽을 헌터 아냐.] [러 대통령, 사상 초유 미군에 손 내밀어. “최대한 협조하겠다.”]각종 랭커와 국가들이 별천지의 대열에 합류했고.
괴수들에 의해 헝가리가 멸망할 때도 가만히 있던 아홉 개 국가가 움직였다.
대한민국의 랭커를 공격한 것이니, 명분이 충분하게 채워진 탓.
때문에 난리 난 것은 헝가리 접경국 회의실이었다.
“…….”
“…….”
항상 내어놓았던 와인과 고기는 없었고.
텅 빈 책상에 침묵만 이어지고 있었다.
그 침묵을 견디지 못한 세르비아의 원수, 부치치가 먼저 나섰다.
“하아, 이걸 어찌하면 좋습니까. 다들 우리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상이 우릴 대놓고 노려보고 있어요.”
안경 아래 보이는 그의 표정은 침울했다.
“괴수들을 처리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핵이라니……. 근데 말입니다. 여기서 소신 발언 하나 해도 됩니까?”
부치치가 안경을 치켜올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한 곳.
루마니아의 대통령 클라우스였다.
“여기 회의에서 지속해서 핵을 주장하던 사람이 한 분 계시는데…….”
“그게 무슨 소리요!”
콰아앙!
클라우스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지금 내가 핵을 쐈다는 거야, 뭐야? 증거 있어?”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이리 과민반응을…….”
“이 재수 없는 족제비같이 생긴 게! 저번부터 국보를 내놓으니 뭐니 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지금…… 저보고 족제비라고 하신 겁니까?”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해졌고.
“그만들 하시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우리 이럴 때가 아닙니다. 서로 조심합시다.”
다른 접경국의 대통령들이 상황을 말렸다.
부들부들.
입술을 떨며 주먹을 꽉 쥔 클라우스.
‘이런 제기랄.’
막상 핵을 조지긴 했는데,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기 때문.
대한민국이 불같이 날뛸 것은 알았지만.
마탑에, 러시아에, 세계 협회까지 움직이다니.
무슨 헌터 하나 죽었다고 이 난리들이야?
‘괜찮아.’
스릅.
클라우스가 혀로 입술을 축였다.
‘다 잘될 거야.’
어차피.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들키지만.
* * *
불현듯 나는 깨어났다.
‘으으음.’
속으로 신음을 내뱉은 내가 눈을 뜨자.
평범한 마을이 보였다.
마치 중세 시골 지방에 있을 법한 마구간 냄새나는 마을.
“콜록, 콜록.”
익숙지 않은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후각이 익숙해질 때까지 숨을 참아야 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민가들이 널려 있는 마을은 아담했다.
깔끔하게 지어진 벽돌집과 울타리, 주변에 심겨 있는 나무.
‘하긴.’
어디긴 어디겠냐.
매개체 던전 속이겠지.
“이놈아, 괜찮으냐?”
고개를 위로 뻗으니.
노인이 허공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은 것보다는…….’
하아.
걱정됐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면 김진아가 진짜 걱정할 텐데.
‘게다가.’
내가 주먹을 쥐었다.
‘어떤 놈이 핵을 쐈는지 몰라도.’
그냥은 못 넘어간다.
반 조져놔야지.
그 당시 채팅창 반응만 봐도, 내가 헝가리에 있는 걸 모르고 쐈을 리 없다.
이는 명백히 날 공격한 것.
내 신조에 따라 그놈은 뒈져도 싸다.
그게 일개 사람이든, 집단이든, 국가든.
“후.”
폐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드미르까지 소환한 상태로 들어와 버렸다.
‘핵 때문에 소환 해제 돼버린 것 같지만.’
“쯧쯧, 이놈아. 네놈 걱정이나 할 것이지.”
‘그래도 아깝네요. 드미르는 괜히 소환했나?’
생각해 보니, 목걸이도 다시 내가 가지게 됐다.
그 말인즉슨, 무릉도원에 열려 있는 포탈도 곧 닫힌다는 뜻.
김진아가 포탈 제한 시간 동안, 안에 있는 인원들을 다 빼내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그동안 드미르나 엘드린이 도시를 만들지 못한다는 거였다.
“녀석아. 잡생각은 그만하고 주변이나 보거라.”
‘주변이요?’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나타난 것은 건장한 사내.
온몸이 근육질로 뒤덮여 있는 사내였다.
‘무슨.’
아무리 잡생각이 깊었다지만.
이렇게 존재감 없이 나타날 수가 있다는 건가?
화르륵!
창을 만들어 상대에게 겨눈 내가 긴장했다.
“뭐냐, 너는.”
왜 이렇게 긴장하냐고?
녀석에게서 나와 싸우고 싶어 하는 투지(鬪志)가 느껴졌기 때문.
스윽.
녀석 역시 자세를 낮췄다.
그러고는 주먹을 앞으로 뻗어 무술 자세를 취했다.
“내가 누군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고.”
정체불명 사내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다른 세계의 언어였지만, 그래도 언제나처럼 머릿속에 번역되어 들려왔다.
세상이 격변하고 생긴 시스템의 효과.
“만났으니, 싸우자!”
다짜고짜 녀석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
만났으니 싸우자고?
그게 무슨 논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대가 덤벼드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씨발.’
그래.
어떤 세상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부딪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