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5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56화
장사치
「주동훈 10위, 하이퍼 랭커 등극! 유례없는 슈퍼스타의 탄생!」
벌써 1월 2일.
세계 랭커 발표식이 끝나고 하루가 흘렀지만, 아직도 그 열기가 식지 않았다.
주동훈의 귀환!
죽은 줄 알았던 자국의 소중한 랭커가 살아 돌아왔다.
그런데 웬걸?
말도 안 되게 강해져서 왔다.
‘이건 무조건 기사 1면 감이지……!’
기자라면 환장할 수밖에 없는 주제.
대박이었다.
특종 중 특종이었으며.
전 국민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소식이지 않던가!
└ 근데 주동훈은 기자회견 안 여나요?
└ ㄹㅇ, 그러고 보니 나름 유명인인데, 어찌 매스컴 한번 안 탐?
└ 근데 기자회견은 뭔가 문제 있을 때 하는 거 아녔나?
└ ㄴㄴ 걍 미디어 이벤트임.
└ 주동훈, 보고 싶다!
└ 하앍! 주동훈 목소리 듣고 싶당!
└ 생긴 것도 나름 잘생겼다 아님? 스켈레톤도 잘생긴 것 같음.
└ 스켈레톤이 어떻게 잘생겼단 거?
└ 골상이 예뻐 ㅇㅇ.
몇몇 기자들이 인터넷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온갖 방송사들이 별천지에 출연 한 번만 해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으며.
보통 이 정도 했으면, 못 이기는 척 한 번쯤 나와주곤 했다.
여론이 곧 민심이니까.
하지만.
└ 기자회견은 뭔 놈의 기자회견이냐! 선동하지 마라!
└ 맞아, 니들이 뭔데 주동훈한테 뭘 요구해? 그냥 가만히 쉬게 내버려 둬라!
└ 영웅님께 바라는 것도 많다. 그러다가 우리나라 떠나기라도 하면 어쩌려 그래?
└ 에이, 설마. 아무리 잘났다고 해도 나라를 팔아먹겠어?
└ ㅈㄹ.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헌터들이 죄다 귀화하는 거야. 솔까 생각해 봐. 국민이 갑이냐? 랭커가 갑이냐?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선동하던 몇몇 기자들이 키보드를 멈추고 마른침을 삼켰다.
‘이거 더 조지다간 큰일 나겠다.’
그 순간.
기자들은 깨달았다.
주동훈이 평범한 연예인이 아니라는 걸.
이미 대한민국에선 영웅을 넘어서 성역(聖域)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걸.
사실, 대한민국뿐만이 아니긴 했다.
[세계 랭킹 18위, 쌍검(雙劍) 옥타비아 스펜서. “하루아침에 19위로 떨어졌다가 다시 18위가 됐어요.” 스켈레톤 엠페러께 감사 표시.] [칼리페나 죽음에, 수많은 단체 환호! 별천지에 모두 기부하겠다!]오자마자 악당, 칼리페나를 죽인 덕에, 많은 랭커들이 이득을 봤다.
뭐, 사실 이득이라기보단 주동훈이 뺏어간 자리를 다시 돌려준 것뿐이지만.
어쨌든, 랭킹 한 자리가 소중한 그들에게 칼리페나의 죽음은 달가웠다.
또한, 칼리페나에게 시달리던 집단들은 원래 빼앗길 돈을 별천지에 주겠다 선언했다.
물론.
[별천지 부길마, 김진아. “정중히 거절, 마음은 감사하나 단체 복구에 힘쓰시길.”]김진아가 그런 걸 받을 인물은 아니었다.
└ 캬!
└ 대 호 감!
└ 이런 게 바로 노블리스 오블리주 아님? 개간지잖아.
└ 별천지가 그런 푼돈 받을 급은 아니긴 함. 이미 거의 국가급이나 다름없잖아.
└ ㅋㅋ 원래 부자들이 돈 더 밝히는 거 모름? 푼돈이라도 베푸는 게 대단한 거.
└ 님들, 푼돈 아닌 거 같던데?
└ ??
└ 자료 보니까, 기부한다던 돈…… 거의 수천억 단위던데?
└ ㄹㅇ???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별천지의 위상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하이퍼 랭커가 소속된 집단이라는 것 외에도.
사회적인 이미지를 신경 쓰는 김진아의 노련함 탓이었다.
하지만.
이런 국제적인 축제 속에서도 침울한 국가가 있었으니.
바로 중국.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중화사상으로 인해,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할 자신들이.
랭킹 1위는커녕, 10위까지 뺏겨버렸으니…….
“…….”
쿠웅!
흑발의 노인이 분한 듯 발로 땅을 내리찍었다.
마치 신선처럼 보이는 노인은 바로.
선인회(仙人會)의 회주이자.
세계 랭킹 11위의 헌터.
창왕(槍王) 진자의(陈子毅).
그는 현재 자존심이 굉장히 상해 있는 상태였다.
새해 아침부터 하이퍼 랭커의 자리를 뺏긴 것도 억울한데, 세상 모든 사람이 주동훈을 노래한다. 찬양한다.
“그놈.”
자신의 제자, 심판창을 이겼던 놈.
감히 대륙 최강의 창술을 어디 들어본 적도 없는 창술로 능욕한 놈.
“역시 그때 처리해야 했는데.”
그거 봐라.
가만히 내버려 뒀더니 폭풍처럼 성장하여, 결국 자신의 위치까지 뺏어가지 않던가.
가슴에 천불이 끓었다.
‘이대로 넘어가선 안 돼.’
진자의가 생각했다.
그와 자신의 차이는 고작 한 끗.
10위와 11위다.
시스템이 무엇 때문에 그를 더 높게 책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기회다.’
괜히 여기서 더 내버려 뒀다가는 훨씬 더 큰 놈이 될지도 모르니까.
여태껏 봐왔던 놈의 성장 속도를 판단하건대.
지금이 아니면 더는 싹을 끊어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벌떡.
창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들 때였다.
“……스승님.”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사내는 바로 그의 제자 심판창.
진자의는 요즘 제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어코 선택하신 겁니까? 악(惡)의 길을…….”
“고얀 놈…….”
창왕이 씹어내듯 뱉었다.
“……감히 제자가 되어서 스승을 판단하려 하는 것이냐?”
“제자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심판창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스승의 앞길을 막았다.
“스승이 잘못된 길로 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도 제자의 도리겠지요. 어찌하여 그렇게 되신 겁니까……? 스승님의 이화창은 욕심 하나 걷어내지 못하는 겁니까? 이제는 인정하십시오! 주화입마에 걸렸다는 것을!”
“이노오옴! 닥치지 못하겠느냐?!”
창왕이 일갈했다.
콰가가가!
동시에 엄청난 기운이 주변으로 폭사했다.
“크읏!”
심판창이 미간을 찌푸리며, 풍압을 견뎠다.
“절 가르치던 스승님은 이미 죽었습니다. 악마에게 먹혔습니다.”
“꺼져라.”
후웅!
창왕의 창이 휘둘러졌다.
심판창이 잽싸게 막으려 했으나.
퍼어억!
“끄읏!”
튕겨 나가 벽에 부딪혔다.
예리하게 파고드는 창왕의 창술을 막기에는 많이 버거웠던 것이다.
심판창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그의 스승은 세계 랭킹 11위의 하이 랭커.
한때 하이퍼 랭커 끝자락에 머물렀던 자를 막아낼 수 있을 리 없었다.
“배은망덕한 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것이 제자의 도리인 것을 모르고.”
창왕이 혀를 찼다.
“그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닌 것을. 쯧. 그간 정을 봐서 살려는 줄 테니,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스윽!
이윽고.
창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밖을 나섰다.
“…….”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심판창.
“후우.”
그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주동훈이 스승님에게 진다?
잘 떠오르지 않는 그림이었다.
그가 봐왔던 주동훈은 스승님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들을 상대로도 단 한 번도 진 적 없는 자였으니까.
“……안타깝구만.”
조금 전 말렸던 것도, 진심으로 스승님을 위해서였다.
과거의 스승은 선인이라 불릴 정도로 온화했었으니까.
털썩.
주저앉은 심판창이 천장을 바라봤다.
어쩌다 이렇게 됐냐.
* * *
그 시각.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느냐고요?”
김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일까.
시장이 하는 말 같지 않고, 시장통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지 않던가.
이게 맞나?
“하하하, 그게 말이죠.”
손을 슬쩍 비빈 의왕시장, 신주혁이 종이를 하나 꺼냈다.
“여길 보시지요.”
그러고는 펜을 들어 무언가를 적어나가며 설명했다.
“사실 우리 지자체와 같이 사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면 별천지에도 큰 손실이 가거든요. 세금도 내야 하고, 수익도 환원해야 하고 등등 복잡하단 말이죠?”
“예.”
후르릅.
김진아는 커피를 마시며 가만히 들었다.
“그래서 그냥 적법한 절차로 국유지를 매입하시는 게 낫거든요. 직접 땅을 다 구매하시면? 저희가 수익에 손을 댈 이유도 없어지겠죠.”
“예.”
“하지만, 이게 좀 복잡합니다. 많이요. 흠, 이건 어디 좋은 데서 술 한잔 대접하면서 말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뇨.”
김진아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 자리에서 해주세요. 제가 애주가이긴 하지만, 지금 많이 바쁘거든요.”
“아.”
신주혁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여자.’
과연, 보통이 아니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더라도.
보통 이렇게 말하면 들어줄 법도 한데.
본인이 갑(甲)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그뿐.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한들, 내 정치 짬밥만 30년이야. 어딜 새파랗게 어린 게.’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신주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까? 하하, 근데 말이죠. 꼭 의왕시 땅이어야 하는 겁니까?”
“음, 여러 후보지가 있긴 해요. 근데 그건 왜요?”
“큼큼, 이게 50만 평 정도의 땅을 매각하려면 매각 적정성이라는 걸 검토해야 하는데, 그게 좀 많이 까다롭거든요.”
그뿐이랴?
적정성 검토가 끝나면 국토관리청에 용도 폐지도 요청해야 하고, 여러 가지 검토할 사항도 많다.
또한 매각도 제한경쟁 입찰 방식으로 해야 해서 주변 기업과의 인프라도 중요하다.
거기에 측량 및 감정평가까지.
신주혁은 확신했다.
자신의 도움 없으면, 그녀도 큰 이익을 가져가지 못한다.
왜냐.
‘이 근처 기업 및 감정평가 법인 인맥은 내가 꽉 쥐고 있거든.’
만약 그녀가 계속 허리를 고고하게 펴고 있다면, 괴롭힐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기업에 압력을 넣어서 입찰을 높게 부르라 한다든지 등등.
아무리 별천지의 부길마라 해도.
‘고작 20대 여자애가 뭘 알겠어?’
더러운 사회라 욕해도 별수 없다.
어쩌겠는가.
이것이 현실인데.
세상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게, 이곳 정치판인데.
“그래서.”
투욱!
김진아가 커피잔을 내려놓은 건 그때였다.
“말씀하시고 싶은 요지가 무엇인가요?”
“예?”
“사업은 함께하기 싫고 땅은 알아서 팔아줄 테니, 보너스 좀 두둑이 챙겨 달라는 말인가요?”
음?
신주혁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고는 잠깐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첫째는 그 짧은 시간에 자신의 의도가 한 번에 읽혔다는 게 놀라워서였고.
둘째는 저 반응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몰라서였다.
‘도대체 생각을 알 수가 없어.’
놀라울 정도의 포커페이스였다.
그래서 그냥 서글서글하게 웃었다.
“하하, 보너스라뇨. 그냥 별천지를 위한 겁니다. 사실 서로 좋잖아요? 별천지는 땅을 얻어서 좋고, 우리 시도 관광 효과나 별천지 낙수 효과도 얻을 수 있고.”
“시장님?”
“하하, 예, 말씀하시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저는 돌려 말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
저 워딩에서 신주혁은 깨달았다.
‘얘는 지금 부정적이구나.’
여기서 스탠스를 정해야 한다.
그냥 굽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사업 얘기로 전환을 할지.
아니면, 헌터판과 정치판의 차이를 보여줄지.
“…….”
신주혁의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굴러갔다.
각을 재는 거다.
‘근데.’
생각해 보니 열 받았다.
딸보다 어린 년이 힘 좀 있다고 저런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말투가 싹퉁바가지 없는 것도.
‘난 시장이야.’
시장은 시민이 뽑아주는 거다.
시민이 뽑아준 시장을 무시한다는 것은 그 시민을 무시하는 것.
아무리 강자라 한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는 있었다.
“허허허.”
그래서 웃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다리를 꼬았다.
기존과는 상반된 태도.
“별천지 부길마님. 제 도움 없이는 아무래도 힘드실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저야 뭐, 이제 다 늙어가는 처지라…….”
이득이야 없으면 그만이다.
이미 노후 대비까지 화려하게 다 끝내둔 상태.
“후보지가 따로 있다고 하셨죠? 의왕시 말고 차라리 그쪽을 알아보는 게 어떻습니까?”
지금 신주혁에게는 굽혀진 자존심을 펴는 게 더 중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