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7)
두근두근
한편.
서울 한복판 호화로운 빌딩, 최상위층에는 일종의 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개최한 연회는 대단히 화려했다.
고급스러운 대리석 인테리어에 적색 카페트, 그리고 찬란한 금빛 장식품.
화려한 것은 배경뿐만이 아니었다.
참여자들 역시 엄청났다.
국내 10대 기업의 재벌 자제들.
그리고 젊은 랭커들.
그 속에서.
“후우.”
구석에 자리 잡은 기소율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루해.’
오빠, 기파랑의 부탁으로 참석하긴 했지만.
그녀는 애초에 파티 체질이 아니었다.
‘옛날보다 더 지루해.’
과거에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랭커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실력 증진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 시절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부질없어 보였다.
솔직히 유치해 보였다.
왜냐.
이곳에서 즐기고 있는 어떤 랭커를 가져다 놔도.
자신이 상대했던 그 ‘노인’을 이길 순 없을 거다.
그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노인에 비하면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 갓난아이.
‘에휴, 빠르게 일만 끝내고 가려 했는데.’
그녀는 몸이 근질거렸다.
빨리 주동훈을 만나, 그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치열한 훈련 속에서, 자신도 노인의 가르침을 훔치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그게 가장 도움 되는 방법이었으니까.
그래도 이 연회엔 빠질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길드 내에서 아무 일 없이 놀고먹는 자신인데.
이런 곳이라도 나가줘야 하지 않겠는가?
‘파랑’ 정도 되는 대형 길드가 부딪힘 없이 운영되기 위해선, 이런 인맥 관리도 필수였다.
물론, 적극적으로 할 생각은 없고.
얼굴만 비추는 정도다.
‘진짜 인맥 관리는 오빠가.’
솔직히 이 정도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굉장한 양보이자 배려라 생각했다.
“……저번에 미국에 갔을 때 친분을 쌓았던 랭커 있잖아요? 걔가 소율 씨를 엄청나게 보고 싶어 하더라니까요? 하하하, 소율 씨, 근데 제 말은 듣고 있습니까?”
“네, 듣고 있어요.”
하품이 절로 나왔다.
지금 옆에서 주절거리고 있는 남자는 신종오라는 자인데.
C급 헌터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다.
그는 국내 10대 기업 중 하나 오성 그룹 회장의 손자.
아무리 랭커가 드센 세상이라 해도.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의 힘은 대단하다.
돈에 따라 움직이는 랭커가 한 트럭 존재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럼 어떻게, 제가 자리 한번 마련해 봅니까? 하하, 한정판으로 공수해 놓은 좋은 위스키가 있는데…….”
“…….”
자꾸 귀찮게 중얼거리는 게.
[그냥 능력을 사용해 암살할까?]라는 유혹이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눈짓으로 벽시계만 확인하면서.
그리고 이내.
[07:00 PM]일곱 시가 되자마자 벌떡- 일어섰다.
“기소율 씨?”
신종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그의 부름에 기소율이 툭- 답했다.
“전 오늘 여기까지만 있다 가보겠습니다. 선약이 있어서요.”
딱 6시간이 지났다.
이제 다시 주동훈에게 돌아가야 할 시간.
오빠한테도 미리 양해를 구해놓은 부분이기에 상관없었다.
“아, 아니. 벌써요? 연회는 이제 시작인데…….”
“오늘, 감사했습니다.”
가벼운 묵례.
그녀는 깔끔하게 등을 돌려, 연회장을 떠났다.
“…….”
으득.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신종오의 이가 갈렸다.
‘재수 없는 년. 랭커면 다야?’
신종오가 주먹을 꽉 쥐었다.
차오르는 분노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분명.
그녀와 처음부터 이런 관계는 아니었다.
“…….”
신종오는 기소율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1년 전쯤일까?
이곳 연회에서.
그녀의 청아한 외모를 보고 반했을 때.
그는 결심했었다.
기소율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로.
남들은 너무도 차가운 인상이라며 고개를 저을 때도, 자신의 눈에는 맑은 얼음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또한 서로의 위치도 나쁘지 않았다.
자신은 재벌 3세, 그녀는 랭커.
나름 어울리는 한 쌍이라 생각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는 180도 변했다.
그래도 성의 있게 대답은 해줬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멍하니 다른 생각만 한다.
왜, 저렇게 변했을까?
‘역시, 요즘 떠도는 소문이 맞나?’
누군가의 옆에서 매일 죽치고 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던데.
숨겨둔 남자라도 있는 걸까?
‘한번 가봐야겠군.’
신종오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 * *
“후우, 후우.”
시야가 뒤바뀌었다.
익숙한 모습의 공터.
투욱!
나는 쥐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던져놓고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후아아아,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삭신이 쑤셨다.
몸도 나른나른하니, 그대로 눈을 감으면 꿀잠행 열차를 탈 것만 같았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로했다.
“아직 해는 안 떨어졌구나.”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니.
저녁노을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기소율이 6시간 정도 어디 다녀온댔으니…….’
주변에 없는 걸 보면, 아직 6시간은 안 흐른 듯했다.
체감상 이틀은 밤샌 것 같은데 말이다.
‘저녁인 거 보니, 곧 오긴 하겠군.’
그 정도 짧은 시간은 괜찮았다.
엄청난 우연의 일치로.
하필 딱 지금, 암영단 녀석들이 들이닥칠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까.
“후우.”
난 멍하니 시야 전방을 바라봤다.
푸른 하늘 배경으로 빽빽이 채워져 있는 상태창들.
아직 확인하지 않은 보상들이었다.
‘천천히 확인해 볼까?’
먼저 스탯의 증가부터 확인했다.
[‘뼈다귀5’의 상태가 조정됩니다.] [기술이 2 증가합니다!] [힘이 1 증가합니다!] [스킬, ‘파이어 볼’(Lv.8)의 레벨이 1 오릅니다.] [스킬, ‘에어 실드’(Lv.8)의 레벨이 1 오릅니다.] [‘뼈다귀4’의 상태가 조정됩니다.] [힘이 2 증가합니다!] [민첩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스킬, ‘하급 막기’(Lv.8)의 레벨이 1 오릅니다.] [스킬, ‘하급 시선 끌기’(Lv.6)의 레벨이 2 오릅니다.]…….
…….
…….
뼈오부터 뼈일이까지.
상태 조정된 메시지들이 시야에 가득해 읽기도 힘들었다.
‘대충 스탯들 균형 있게 늘었고, 스킬 레벨도 대략 8~9까지 올랐구만.’
나는 심플하게 정리하고 넘어갔다.
그것보다 더 궁금한 보상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뼈이.’
뼈이는 다른 뼈다귀들과 달리 특별해졌다.
[히든 퀘스트 클리어!] [고대 사막 제국의 폭군 ‘태양창’이 그대를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태양창’의 기억과 의지를 ‘뼈다귀2’가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뼈다귀2’의 이름이 ‘태양창’으로 변화합니다.] [모든 스탯이 10 증가합니다.]“이제는 태양창이로구나.”
[이름 : 태양창] [기력 : 100/100] [고유 능력 : 각성한 스켈레톤] [클래스 : 스피어맨] [등급 : D] [힘 : 35] [민첩 : 35] [체력 : 32] [마력 : 26] [기술 : 33] [보유 스킬]-‘하급 찌르기’(Lv.9)
-‘태양연격’(太陽連擊)(Lv.1)
-‘몰아치는 사막’(Lv.1)
-‘영혼의 불꽃’(Soulflare)(Lv.1)
‘와우.’
나는 혀를 내둘렀다.
스킬이 무려 3개나 추가됐기 때문.
분명 내 정신 속에서 나한테 쓰던 공격들이었다.
‘눈부시게 번쩍번쩍 이면서 연계하는 게.’
태양연격(太陽連擊)!
‘모래 폭풍처럼 필드 전체를 뒤덮으며 공격하는 게.’
몰아치는 사막!
‘잠깐의 시간 동안 영혼을 불태워 자신의 이동속도와 공격 속도를 증폭시키는 게.’
영혼의 불꽃(Soulflare)!
셋 다 엄청난 스킬들이 분명했다.
녀석의 시험을 받을 때, 직접 맞아봤기에 확실히 알았다.
“그나저나.”
이제 뼈이라 부르는 게 맞나?
각성하면 이름이 바뀌는 건 줄은 몰랐는데…….
‘뼈이.’
처음엔 대충 지었지만.
그래도 이젠 정이 들어버린 이름.
그렇기에 조금 아쉬웠다.
태양창은 뭔가 ‘정’이 없어 보인달까?
그렇다고 상태창의 이름이 확실히 바뀌었는데, 계속 뼈이라 부르는 것도 좀 애매하다.
“흠…….”
나는 잠깐 고민했다.
정말 ‘잠깐’.
난 예전부터 작명하는 데 그리 큰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 태양창보단. 태양이로 하자.”
앞으로 넌 태양이다. 태양이.
훨씬 정 있어 보이는 이름이었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X] [기력 : 0/120]지금은 기력이 없어, 확인하지 못하지만.
태양창의 기억을 이어받는 만큼, 앞으로 엄청난 활약을 해줄 거라 믿기로 했다.
“그다음은.”
보상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측정 불가’ 판정 스테이지를 클리어합니다.] [위대한 업적을 이뤄냅니다.]다음 확인할 것은 바로 업적 보상.
솔직히 업적 시스템이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것 보니, 일부 랭커들만 알고 있지 않을까?
[보상이 도착합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황금빛 랜덤 박스’(S급)를 획득합니다.]“랜덤 박스?”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랜덤 박스라는 생소한 아이템인 것도 물론 놀라운데.
‘에, 에스급?’
무려 S급 아이템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물량이 많지 않고, 드랍 확률도 극악이라 랭커조차 갖추기 힘들다는 그 등급!
“진짜 미쳤는데?”
성능을 떠나, 등급만으로도 아마 부르는 게 값일 거다.
그야말로 천상의 가치.
“아아아…….”
나는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푼돈 받으면서 용병 생활로 연명한 지 어언 3년이다.
E급 헌터로서.
제대로 된 아이템을 얻어본 기억도 없었다.
상점이나 경매장에서 C급 아이템만 보고 침을 흘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S급이라니.”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템 : 황금빛 랜덤 박스] [등급 : S] [종류 : 상자] [설명 : 진귀한 보물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효과1 : 개방 시 ‘S급’ 아이템을 획득합니다.]쿵쿵쿵.
심장이 뛰었다.
단언컨대, 흑화한 태양이의 창을 받아냈을 때도.
이 정도로 심장이 뛰진 않았던 것 같다.
‘바로 개방해 볼까?’
손이 덜덜 떨렸다.
옆에 기소율이 없는 게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녀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막말로 S급 아이템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암살해도 인정이라 외칠 것 같았으니까.
아이템 하나로 길드끼리 목숨 건 분쟁까지 일어날 수 있는 게 바로 S급이다.
투웅!
허공에 뜬 상자를 툭 건드리자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황금빛 랜덤 박스’(S급)를 개방하시겠습니까?]“……개, 개방.”
난 떨리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동시에 하늘에 빌었다.
‘제발.’
제발, 비싼 거.
아니면, 내가 쓸 만한 거.
‘사실, 뭐든 좋아.’
팔아도 개이득이고.
내가 써도 개이득이다.
전자면 앞으로 돈 걱정 안 해도 되고, 후자면 앞으로 랭커까지 쓸 아이템이 될 테니까.
우우웅!
상자의 포장이 자동으로 풀리기 시작했다.
틈 사이로는 샛노란 황금빛이 새어 나왔다.
[두근! 두근! 두근!] [‘황금빛 랜덤 박스’(S급)를 개방합니다!] [헌터님의 무운을 빕니다!]이윽고.
하늘로 솟구치는 황금빛과 함께.
상자가 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