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8)
보상 타임
우우웅!
빛무리가 가실 때쯤.
내 시야 앞에는 영롱한 하나의 지팡이가 떠 있었다.
[축하합니다!] [S급 아이템을 획득합니다!]‘지팡이……?’
심장이 뛰었다.
사실, 난 주 무기라는 게 없다.
원래는 네크로맨서들이 쓸 법한 지팡이가 주 무기였는데.
노인에게 ‘만술’을 전수 받은 이후로, 사용 가능한 무기가 많아졌다.
검, 창, 활, 방패, 지팡이 등등…….
전부 다룰 줄 알아야 했으니까.
‘잡캐가 된 기분이네.’
잡캐.
사실, 만술 자체가 다른 말로 하면 잡캐였다.
그리고 그 잡캐 중 최고봉이 바로 노인 아닐까?
‘어쨌든.’
지팡이 종류면.
어디다 파는 것보다, 내가 쓸 확률이 높아진다.
일단, 네크로맨서들이 주로 사용하는 종류니까.
‘뭐, 나쁘지 않지.’
차라리 파는 것보다 그게 나을 수 있다.
S급 무기 하나면, 헌터 인생이 뒤바뀔 수 있다고 말할뿐더러.
원래, 본인에게 맞는 S급 무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지 않던가.
스윽.
손을 뻗어서 지팡이를 잡았다.
정보가 떠올랐다.
[아이템 : 화룡의 지팡이] [등급 : S] [종류 : 지팡이] [설명 : 전설 속 레드 드래곤의 힘이 깃든 마법 지팡이입니다.] [효과1 : 기력 100 증가.] [효과2 : 스킬 쿨타임 20% 감소.] [효과3 : 불 속성 스킬 위력 100% 증가.]“오.”
나는 빠르게 설명을 읽었다.
설명과 효과는 제법 심플했다.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심플하지 않았다.
‘먼저, 기력 100 증가.’
일반 헌터의 기본 기력이 100이니.
거의 기력이 두 배로 오르는 거다.
기력은 헌터들의 목숨과도 같은 것.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것도 그거지만.’
특히, ‘효과3’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이거 완전 마법사용이잖아?’
그것도 불 속성 마법사.
불 속성 한정으로, 위력이 100% 증가한다는 말은.
딱 2배 세진다는 말이다.
‘S급치고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딱 봐도.
사용자의 능력이 강할수록, 사기가 되는 아이템이다.
예를 들어.
D급 짜리 파이어 볼 하나 쓰면, 고작 파이어 볼이 두 개 나가는 효과겠지만.
만약 사용하는 스킬이 랭커들이나 간신히 사용하는 ‘헬 파이어’나 ‘메테오 스트라이크’ 같은 종결급 스킬이라면?
‘미친 거지.’
저런 사기급 광역 스킬들은 보통 쿨타임이 굉장히 길다 들었다.
하루에 한 번밖에 못 쓰는 스킬이 있는가 하면, 일주일 정도 텀이 있는 스킬도 있다 들었으니까.
‘그런 스킬들을 기력 0으로 한 번 더 쓰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불 속성 랭커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을 게 분명했다.
‘나름 괜찮은데?’
비록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효과가 아니었지만.
나는 속으로 호재를 불렀다.
이 정도면 꽤나 비싼 가격에 팔릴 테니까.
‘얼마나 하려나?’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헌터 게시판’ 어플을 켰다.
국내 최대 규모의 헌터 커뮤니티로,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사이트였다.
[‘헌터 게시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급용병 의뢰받음’(Lv.8)님이 접속하셨습니다.]룰루.
콧노래를 부르며, 재빠르게 글을 작성했다.
가장 유동 인구가 많다는 ‘자유 게시판’이었다.
-S급 지팡이 하나 얻었는데, 감정 좀요.
-기력 100 증가, 스킬 쿨타임 20% 감소, 불 속성 위력 100% 증가.
간단히 적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응, 어그로네.
▶ㅋㅋ S급 아이템 능력치치고는 좀 애매한데. 사기를 치려면 좀 더 그럴듯하게 쳐보지.
▶아이디 보면 답 나옴. E급 용병이라잖아. E급 용병이 어떻게 S급 아이템을 구하냐?
▶ㄹㅇ. 이런 어그로 하루 이틀임?
▶병먹금.
“이 새끼들이?”
하긴.
이해는 갔다.
이렇게 올리면, 나라도 안 믿을 테니까.
다시 올려야지.
“정보 공개.”
나는 지팡이를 만지며 외쳤다.
[아이템, ‘화룡의 지팡이’(S급)의 정보를 가시화합니다.]그러자.
[아이템 : 화룡의 지팡이] [등급 : S] [종류 : 지팡이] [설명 : 전설 속 레드 드래곤의 힘이 깃든 마법 지팡이입니다.] [효과1 : 기력 100 증가.] [효과2 : 스킬 쿨타임 20% 감소.] [효과3 : 불 속성 스킬 위력 100% 증가.]본래는 나에게만 보였던 정보가.
허공에 정확히 새겨지기 시작했다.
‘정보 공개’를 외칠 시, 자신의 정보를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스템의 효과였다.
-다시 찍어 올립니다.
-아이템 정보 공개 자료예요.
-혹시나 합성이라 생각할까 봐, 영상으로 올렸습니다.
폰으로 찍은 영상과 함께 재업로드했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게시판이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ㄹㅇ?
▶뭐야, 진짜였어?
▶ㅅㅂ, 실감 나는데. 영상 효과 오지게 잘 넣는 사람 아니면, 이거 진품임.
▶안녕하세요, CG 전문가입니다. 요즘 기술로는 절대 저 정도로 정밀하게 편집 못 합니다. 저거 찐이에요.
▶와, S급 실물 오진다.
▶근데 능력치가 왜 저 모양임?
▶능력치 볼 줄 모르냐? 딱 봐도 대박인데.
자유 게시판에 올라온 조그마한 글이.
화제가 되어 BEST로 올라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시끄러워진 것은 게시판뿐만이 아니었다.
헌터 관련 특종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기자들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헌터 게시판’에서 정체불명의 ‘S급 아이템’ 등장!] [S급 ‘화룡의 지팡이’ 출현! 불 속성 랭커들 모여드나?] [‘파랑’의 A급 헌터 ‘소화’(小火) 이소혜, “불 속성 헌터에겐 굉장히 매력적인 무기”.] [해당 글 작성자, 현재 정보 비공개 상태.]“어라?”
이거 아닌데.
생각이 짧았다.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민간 기업인 ‘헌터 게시판’이 회원 정보를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다는 것.
‘헌터 게시판’이 많은 헌터들을 보유할 수 있었던 근간이 바로 이런 ‘보안에 대한 신뢰’였다.
정보에 민감한 ‘랭커’나 ‘S급 헌터’들을 다수 취급하는 것은 별개로.
저등급 헌터들의 정보도 소중하게 관리해 줬으니까.
다만.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띠링! 띠링! 띠링!
아이디 자체는 숨길 수 없기에.
핸드폰이 계속 울려댔다.
나는 더 난리 나기 전에, 재빨리 글을 삭제했다.
일단, 파는 건 둘째치고.
난 아직 세상을 상대로 광역 어그로를 끌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잠깐.’
게다가.
이거 꼭 팔 필요도 없잖아?
생각해 보니, 뼈오도 마법사에다 ‘파이어 볼’ 스킬을 가지고 있는데.
차라리 뼈오한테 주는 게 어떨까?
내가 쓰기엔, 효과3을 날리는 게 좀 그렇다.
‘아니, 그전에.’
스켈레톤한테 아이템을 장착시킬 수도 있는 건가?
사실,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일단, 생활할 돈도 빠듯한 데다가.
나조차 구려 터진 잡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데, 무슨 뼈다귀들을 챙겼겠나.
“…….”
[헌터 : 주동훈] [기력 : 10/120]어느덧, 기력 10이 충전되어 있었다.
‘바로 확인해 볼까?’
[스킬, ‘각성한 스켈레톤 소환’(D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10을 사용합니다.] [‘뼈다귀5’가 등장합니다.]나는 기력을 짜내, 뼈오를 소환했다.
삐걱!
녀석이 뼈 지팡이를 휘두르며 등장했다.
“뼈오야.”
삐걱?
녀석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 녀석에게 영롱한 S급 지팡이를 내밀자.
삐걱!
냉큼 받는다.
[‘뼈다귀5’가 ‘화룡의 지팡이’를 착용합니다.]“와, 이게 된다고?”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진짜 대박이었다.
보통 네크로맨서의 언데드들은 절대 아이템을 끼지 못한다.
안 그래도 밸런스가 무너진 직업인데.
그것까지 되면 진짜 답도 없는 사기 직업이 될 테니까.
생각해 봐라.
모든 구성원들을 S급 아이템으로 도배한 언데드 군단을.
“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럼 난 다른 헌터들과 다르게 아이템도 10개 이상 구해야 하는 거야?
“아니, 10개가 아니구나.”
장신구부터, 의류, 무기 등등.
더 강해질 껀덕지들이 수두룩했다.
“…….”
그러다 보니, 고민이 됐다.
인생 첫 S급 아이템을 팔아야 하나, 뼈오를 줘야 하나.
진심.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다.
딱딱!
뼈오가 이빨을 부딪치며 지팡이를 감싸 안은 건 그때였다.
뭐냐, 지금 그거 뺏기기 싫다고 모션 취하는 거냐?
“안 돼, 그거 비싼 거야……. 이리 내.”
내가 손을 내밀자.
녀석이 은근슬쩍 피한다.
“이게?”
삐그덕.
녀석이 침울하게 관절을 늘어뜨린다.
마치 입이 있다면 [끼잉…….]거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행동이었다.
“하.”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너라도 쓸 수 있는 게 어디냐.”
돈이 없긴 하지만.
그렇게 급한 정도는 아니다.
이제 D급이나 C급 던전 정도는 무난히 갈 테고.
그럼 생활비 정도는 무조건 충당할 수 있다.
“그냥 너 가져라.”
딱딱딱!
녀석이 빠른 속도로 이빨을 부딪쳤다.
삥 뜯긴 기분이긴 한데.
사실, 이게 맞는 선택이기도 하다.
나중에 뼈오가 더 세지면.
아니면, 태양이처럼 진정한 각성을 이뤄내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내가 S급 아이템을 찾아 나설 수도 있으니까.’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지금도 도착하는 저 사람들처럼 말이지.
‘그래, 이건 이렇게 넘어가고.’
난 다시 시선을 구석으로 돌렸다.
아직 남은 보상이 있었다.
화룡의 지팡이가 업적 보상이라면.
이번 건 던전 클리어 보상인가?
[보상이 도착합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종족 갈등의 뿌리’(A급)를 획득합니다.] [띠링!] [해당 아이템은 직업 연관성이 있는 아이템입니다.]“뭐야, 이건?”
직업 연관성?
나는 허공에 생긴 식물 뿌리를 부여잡았다.
[아이템 : 종족 갈등의 뿌리] [등급 : A] [종류 : 매개체] [설명 : 숨겨진 유적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뿌리입니다.] [효과1 : 던전, ‘숲과 바위’를 개방할 수 있습니다.] [효과2 : 헌터, ‘주동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효과3 : 해당 아이템은 헌터 등급 C 이상부터 활성화 가능합니다.]“허.”
역시나.
또 다른 매개체였다.
문득, 기소율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매개체 또한 하나의 기연이에요. 파고들다 보면 연계 퀘스트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그 연계 퀘스트는 계속 등급이 올라 종국에는 S등급 이상으로 올라가죠. 여태껏 제가 아는 매개체들은 전부 그랬어요.
아마 이전 ‘고대 사막의 흔적’에 이은.
또 다른 직업 퀘스트임에 분명했다.
솔직히.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것 역시 태양이처럼.
다른 뼈다귀들과 관련되어 있겠다는 걸.
‘만약.’
내가 가진 10구의 스켈레톤이 전부 각 세계관의 절대자들이라면 어떨까?
그럼 너무 사기 직업 아닐까?
‘도대체 왜.’
좋긴 하지만.
분명히 부담도 있었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정체불명의 시스템이 나만 밀어주는 느낌이 드는 걸까…….
“…….”
잠깐 고민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털었다.
뭐,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어?
정체불명의 초월자가 내가 강해지고 싶어 하는 걸 알고 밀어주는 거라면.
그게 혹여 날 이용하는 거라면.
‘그럼 나 역시 이용하면 돼.’
내 목표는 ‘랭커’.
추후 어떤 목표가 생길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것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그전까지는.
뭐가 어떻고 어떻든, 열심히 따라줄 작정이었다.
“보상은 이게 끝이군.”
난 시야를 가득 채웠던 메시지를 치웠다.
오늘은 던전 클리어도 했고, 기력도 다 썼으니.
‘좀 쉬자고.’
마침, 멀리서.
기소율도 다가오는 것 같으니.
내일부터 다시 달릴 생각이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