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9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96화
걱정하지 마세요, 교수님
대진표는 깔끔하게 작성됐다.
[1경기] [에밀리 vs 브랜던] [2경기] [도하랑 vs 어셔] [3경기] [주동훈 vs 케이나드] [4경기] [아린 vs 소피아]마탑 측은 최정예 4명을 내보냈다.
문제를 일으켰던 장로 셋 중에 둘, 그리고 대장로와 마탑주가 나섰고.
우리는 그냥 뭐.
말했던 것처럼, 있는 마법사들 다 끌고 나가기로 했다.
방식은 총 4판의 경기.
2:2로 무승부가 날 수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쨌든 교류 목적은 승부를 내는 게 아닌 친선이었으니까.
기한은 6개월 후.
이는 빨리 진행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경기장 선정, 관중 지정, 홍보, 그 외 수익 모델 등등.
생각보다 교류에 있어서 생각해야 할 게 많기 때문.
다 떠나서.
일단 나는 시간을 벌어야 했다.
노인이 내어준 숙제도 있기에.
“아니, 진짜! 정말 어쩌려고 그러시는 거예요!”
마탑주가 나간 후, 적막이 흐르는 회의실에서.
“후우우우.”
김진아가 땅이 꺼지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동시에.
쿡- 찌르면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 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길마님.”
“예.”
“길마님.”
“예.”
“길마니이이이님!”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내가 상관이라고 또 말은 잘 못 하는 느낌.
내가 빙긋 웃었다.
“편히 말씀하세요, 부길마.”
“편히이이? 편히이이이요?”
“…….”
아니, 무섭게 또 왜 이래?
눈을 가늘게 뜬 김진아가 날 흘겨보며 외쳤다.
“제가 여태껏 별천지를 키우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세요? 네? 으아아! 길마님, 무모하다고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정도껏 이여야죠!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마탑이랑 마법으로 맞짱을 뜹니까? 맞짱을! 예?”
김진아가 폭발하며, 한탄했다.
“그리고 길드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요? 마법이든 뭐든 한 번 지면 그냥 끝이라고요, 끝! 나중에 우리가 아무리 발전해도 별천지는 마탑에게 진 길드! 딱 이 이미지가 대중들 머릿속에 박힌다니까요?”
“이기면요?”
“이기면…….”
눈살을 찌푸린 김진아가 말끝을 흐렸다.
이기면.
당연히 좋겠지.
그냥 이겨도 빅3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마탑을 마법으로 이긴다?
별천지는 곧바로 신생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대형 길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다.
빅3를 넘어선 빅4로 불릴 테고.
그중에서도 상위권 취급을 받겠지.
특히 마탑 최고 전력을 마법만으로 이겼다는 사실은 영원히 전설처럼 회자되어, 별천지의 위대한 업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 이후로부터는 아마 탄탄대로로…….’
헤벌쭉.
그 광경을 상상했는지, 어느덧 김진아의 눈이 풀려 있었고 입에서 침이 살짝 흘러나왔다.
별천지가 마탑을 이긴다고?
상상만으로도 뇌에 도파민이 가득 차기 시작한 것이다.
‘자, 잠깐.’
어느덧.
다시 정신 차린 김진아가 스르릅! 침을 말아 올렸다.
“이긴다고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결과는 대진표만 봐도 안다.
1경기는 에밀리 vs 브랜던.
흙의 마녀(Earth Witch) 에밀리는 세계 랭킹 153위고.
타오르는 불꽃(Towering Inferno) 브랜던은 세계 랭킹 90위다.
랭킹 차이가 무려 63등이나 난다는 말이다.
– 패(敗).
2경기는 도하랑 vs 어셔.
백마도사(White Magician) 도하랑은 세계 랭킹 103위고.
다크 메이지(Dark Mage) 어셔는 세계 랭킹 74위다.
1경기만큼은 아니지만, 29등만큼의 간극이 있다.
– 패(敗).
3경기는 주동훈 vs 케이나드.
대장로(大長老)가 세계 랭킹 13위라고는 하지만, 길마님은 7위다.
하지만, 마법으로 대결한다면?
아아.
길마님을 믿고 싶지만, 마법으로 그 대장로를 이기는 모습이 상상되진 않는다.
– 패(敗).
4경기는 아린 vs 소피아.
이건 그냥 말도 안 된다.
세계 랭킹 7위의 소환수가 세계 랭킹 4위를 이긴다고?
그럴 리가.
지금까지 인류는 랭킹 시스템을 전지전능하다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하이퍼 랭커로 갈수록 등수 하나당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알려져 있다.
이건 당연히.
– 패(敗).
“아아…….”
털썩.
결국, 김진아가 주저앉았다.
“4패라니, 4패라니이이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랭킹이 뭐 밥 먹여줍니까?”
“예?”
“랭킹 시스템 너무 믿지 마세요. 광전사 형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여태껏 랭킹 높은 랭커들, 잘만 잡아온걸요.”
랭킹은 랭킹일 뿐이다.
그게 절대적인 강함의 수치를 나타내는 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인정할 수 없다.
소피아가 우리 아린이 위라는 걸.
그리고 그것은.
아린이도 마찬가지였다.
스켈레톤들과 나는 정신적으로 감응을 한다.
‘거리가 멀면, 감응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하필 아린이는 근처에 있다.
그리고 그런 아린이 말한다.
– 걱정하지 마세요, 교수님.
아린이의 확신.
그게 내가 소피아를 상대로 딜을 건 이유였다.
김진아의 눈빛을 피한 내가 시선을 돌렸다.
아직까지 넋 놓고 있는 두 마법사를 향해.
“에밀리 씨, 그리고 도하랑 씨?”
“예, 옙!”
“마, 말씀하세요.”
내 물음에 두 마법사가 벌떡 일어나며 답했다.
어쩐지 군기가 바짝 들어 있다.
“아까 징계를 내린다 했었죠? 앞으로 반년 동안 무한 수련입니다. 절대, 절대로 지지 마세요.”
단호하게 말한 내가 몸을 돌린 후, 걸어 나갔다.
나 역시 이제 준비해야겠지.
그리고 뭐.
좀 지면 어떤가?
중요한 건 우리가 이기냐, 지냐가 아닌.
그만큼 발전했는가, 하지 못했는가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내 마음속으로 아린이가 황당하다는 듯 답했다.
– 아뇨, 교수님?
– 걱정하지 말라니까요?
– 우리가 무조건 이겨요.
– 이건 질 수가 없어요.
아주 믿음직스러우면서도 황홀한 답변이었다.
* * *
“후우우우.”
무릉도원 아린 훈련장, 1층.
정숙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도하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떻게 이기란 거야?’
그녀도, 에밀리도.
현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
둘은 마탑 교수 출신이다.
그렇기에 장로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에밀리 언니.”
“…….”
옆에 있던 에밀리가 씁쓸한 표정으로 도하랑을 바라봤다.
“우리가 커뮤니티에서 말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잖아.”
“……아니었지.”
“난 아린 님의 위대함과 별천지 시스템을 찬양했을 뿐이라고. 내가 언제 마법으로 장로들 박살 낸다고 한 적 있었어?”
“……없었지.”
근데 왜!
왜 이렇게 된 걸까?
그녀도 랭커로서 마법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그거랑 마탑과의 대전은 다른 문제다.
남자들로 따지면.
헬스 3대 500 좀 친다고, 전설의 로니 콸만이랑 대결을 붙이는 꼴이랄까?
“근데 어쩔 수 없잖아?”
“어쩔 수 없지.”
정적이 흘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에밀리가 어렵사리 입을 뗐다.
“근데 말이야.”
“응, 언니.”
“길마님이 굳이 지는 싸움을 할까?”
“응?”
“연회 때 선배들도 말했지. 길마님이 무모하긴 해도, 단 한 번도 지거나 실패한 적 없었다고.”
“그래서 우리가 어셔랑 브랜던 장로를 잡는다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
사실, 그녀들이 마탑을 나온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저 장로들이다.
어셔, 브랜던, 데미안.
그 문제의 삼장로들 말이다.
인자하고 현명하신 마탑주님이나, 대장로 케이나드와는 다르게.
저 삼장로는 정말 악질 중 악질이었으니까.
인종 차별, 텃세 등등.
특히 도하랑이 교수였을 때는, 동양인이라고 알게 모르게 꼽을 받았었다.
에밀리는 그런 도하랑이랑 친했다는 이유로 비겁하게 무시를 당했었고.
물론, 그 세 장로가 범법자라는 건 아니다.
그랬다간 이미 마탑주에게 걸려 잘렸을 거다.
다만.
“이기기만 한다면, 와…… 통쾌할 것 같긴 하네. 그 빌어먹을 늙탱이들이 내 앞에서 빌빌 기는 꼴을 볼 수 있다니.”
“그렇지?”
“근데 우리가 이길 수 있냐는 거지.”
“도하랑.”
“응, 언니.”
“어차피 결정 난 일이야.”
에밀리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길마님이 말씀하셨잖아. 절대로 지지 말라고. 우린 징계를 받는 중이야, 만약 여기서 지기라도 한다면…….”
순간, 에밀리는 소름이 돋았다.
길마님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눈을 부릅뜬 부길마, 마치 시베리아 호랑이처럼 노려보는 김진아의 얼굴을 생각하면.
“어우!”
도하랑도 털이라도 섰는지, 양 팔뚝을 쓰다듬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랭커도 아닌 부길마가, 왜 이렇게 무서운 건지.
“믿어보자…….”
에밀리가 살짝 심호흡한 후 입을 열었다.
“우리가 말한 거잖아. 마탑보다 별천지가 더 나은 시스템을 갖췄다고. 그리고 반년이란 시간이 주어졌어.”
“응.”
“아린 님을 믿어보는 거야. 혹시 알아? 우리가 그 빌어먹을 장로들을 넘어설 수 있을지?”
“좋아.”
훈련장 1층에 있는 두 마법사의 눈빛이 의욕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 위.
한 인영이 흐뭇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머릿결에, 마른 소녀.
엘로이즈 아린의 모습이었다.
* * *
3일 후.
“됐다……!”
아린 훈련장 건물, 꼭대기 층.
의자에 앉아 있던 붉은 머리 소녀, 아린의 눈에서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이름 : 엘로이즈 아린] [기력 : 2,000/2,000] [고유 능력 : 스켈레톤 킹] [클래스 : 매지션] [등급 : SS] [힘 : 102] [민첩 : 104] [체력 : 109] [마력 : 181] [기술 : 114] [보유 스킬]-‘파이어 매직 마스터리’(Lv.Max)
-‘룬어 해석’(Lv.Max)
-‘고대 마법의 후계자’(Lv.3)
-‘스켈레톤 소환’(Lv.Max)
“드디어 달성했어……!”
그녀는 최근 모든 것을 제쳐두고 ‘고대 마법의 후계자’ 스킬을 올리는 데에만 집중했다.
올리는 법은 간단하다.
바로 서적을 읽는 것.
마탑의 서고는 곧 ‘고대 마법’(SSS급)의 기록실이다.
그것을 읽고, 이해하고, 교감하는 것이 가장 고대 마법에게 가까워지는 법이며.
아린이 누구보다 자신 있어 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 덕에.
‘고대 마법의 후계자’ 스킬 렙이 2렙이나 올랐고.
그 보상으로 단계별 기력 500씩, 총 1,000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아아.”
기력 2,000.
그녀가 그것을 꿈에도 바랐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드디어……!”
바라던 고대 마법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
바로 마탑을 짓는 것.
물론, 마탑은 이전에도 지을 수 있었다.
[스킬 : 마탑주] [등급 : SS] [효과1 : 허공에 마탑을 세웁니다.] [효과2 : 해당 스킬은 한 세계에 오직 한 명만 얻을 수 있습니다.] [효과3 : 기력 1,000을 사용합니다.]소피아가 가졌던 이 스킬의 주문을 아린도 알고 있었으니까.
또한.
마탑은 한 세계에 오직 하나밖에 지을 수 없다.
즉, 아린이 아무리 잘났다 해도.
지구에다는 마탑을 지을 수 없었다.
아니, 지을 수야 있는데.
그러려면, 먼저 소피아의 마탑을 무너뜨려야 한다.
하지만.
“여긴 아예 다른 세계잖아?”
이곳은 지구가 아니다.
무릉도원이다.
델라일라가 월드 링크로 우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찾아낸, 아름다운 행성.
즉, 이곳에다가는 마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또.
아린은 그냥 평범한 마탑을 짓기 싫었다.
그녀는 우주 곳곳에 널린 ‘고대 마법의 추종자’가 아니다.
무려 ‘고대 마법의 후계자’다.
페널티 없이 고대 마법을 쓸 수 있는 성좌, 고대 마법(SSS급)에 가장 근접한 존재.
그렇기에 그녀는 고대 마법을 사용할 계획을 짰다.
[스킬 : 마탑주] [등급 : SSS] [효과1 : 허공에 마탑을 세웁니다.] [효과2 : 해당 스킬은 한 세계에 오직 한 명만 얻을 수 있습니다.] [효과3 : 기력 2,000을 사용합니다.]바로 이것.
아린은 대충 짐작했다.
지구에서 소피아가 랭킹이 높은 것도 다 저 스킬 때문이리라는 걸.
‘마탑주’라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마탑’의 능력과 영향력까지 개인의 전투력에 더해진다는 거니까.
즉, 자신이 소피아를 이길 수 있는 것은 랭킹과는 다른 문제다.
고대 마법을 쓸 수 있고, 금서의 마법을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자신이 고작 한 세계의 추종자에게 진다는 것?
그것은 그녀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룰루.”
아린이 신나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빨리 새로운 마탑을 짓는다는 사실을 교수님께 알리고 싶었던 그녀는.
우우웅!
재빨리 이동 마법을 발현했다.
교수님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