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29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297화
반석지종 (1)
“뭐?”
내가 놀랐다.
찐으로 놀랐다.
얼마나 놀랐냐면, 거의 완성되어 가던 엉성한 조각품을 빠득! 하고 박살 낼 정도?
“무릉도원에 자리 하나를 내달라고? 마탑을 짓겠다고?”
아아.
그러고 보니, 그렇긴 했다.
‘후계자’면 ‘추종자’보다 등급이 한 단계 위일 텐데.
왜 우리 아린이만 마탑 없어?
나만 없어 마탑!
“이놈아! 잘 수련하다가 웬 호들갑이냐?! 빨리 조각술 끝내고, 낚시랑 비도술도 연습해야 하지 않더냐. 해가 질 때쯤까지 네놈이 숙달해야 할 기술만 50개다, 50개! 시간이 없단 말이다! 그러게, 내가 전투 관련 술(術)만 익히랬거늘, 굳이 이상한 생활 기술까지 끌고 와서는……. 에잉! 낚시까지는 인내심 기르는 데 좋다 이거야! 근데 조각술이 뭐냐, 조각술이?”
내 조각술을 지켜보던 노인이 옆에서 구시렁구시렁 꾸중해도,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아린아.”
“예.”
“마탑을 지을 수가 있었어?”
“예, 교수님.”
아린이 배시시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여기 훈련장에다 짓고 싶은데, 그러기엔 너무 비좁아서요. 저기 드미르가 지어놓은 도시만큼의 평야를 내어주세요.”
“그럼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아아.
감격스럽다.
세계 명문대에 입학한 자식이 노벨상 타서 효도 좀 하게 돈 좀 지원해 달라 하면 이런 기분일까?
너무도 기특하고 대견스러운 녀석이다.
“평야만 내어주랴? 거기에다 제2의 도시를 꾸려주마. 으음, 비나사의 거주지는 내버려 두고, 그 동쪽에 자리를 잡으면 되려나?”
아마 몇 개월만 지나면 도시가 완공될 거다.
드미르에겐 살짝 미안하지만, 또 새로운 숙제를 던져줘야겠지.
– 어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주인!
하필 근처에 녀석이 있었던 걸까?
드미르가 교감을 통해 의지를 보내왔다.
‘이런.’
나중에 천천히 말하려 했는데.
– 주인은 아직도 나를 모르는가?
어어? 뭐야.
녀석이 엄청나게 흥분하고 있는 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그런 건 아니었다.
– 이 도시를 만들어가며, 나는 예전의 실력을 거의 다 되찾았네! 덕분에 이전의 삶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생활을 보내는 중이야! 그런데 뭐? 또 다른 도시를 만든다고? 크하하하하! 그것이야말로 호사가 아니던가! 고맙네! 고마워, 주인! 도시 하나만 딱 더 만들면, 진짜 예전 실력을 완전히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바로 애들을 보내서 계획도부터 작성해 보겠네!
아무래도 아린의 마탑 도시 건설은 문제없을 듯싶었다.
저렇게 좋아할 줄이야.
역시.
검술가에게는 검을, 소설가에게는 펜을 쥐여줘야 행복한 걸까?
사람은 자기의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들 하지 않던가.
‘교수님.’
묘한 표정을 짓던 아린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자신이 마탑을 짓고 싶은 이유.
물론, 표면적으로 볼 때는 ‘고대 마법’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마탑을 지으면 고대 마법과 더 가까워질 테고.
애초에 고대 마법을 추종하던 자신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자 행복이겠지.
또한.
마도 세계에서 누려보지 못한, 마탑주의 삶도 누려볼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드미르가 열심히 건물을 짓고.
자신이 열심히 서적을 읽는 이유는.
‘바로 교수님 때문이에요.’
자신들의 ‘한’을 풀어준 존재.
그 이후에도 끝없이 아껴주고 배려해 주는 존재.
주동훈.
아린에게는 그런 교수님이 일 순위였다.
교수님의 꿈은 강해지는 것.
자신이 강해지는 것이 곧 교수님이 강해지는 것이다.
또한.
강한 교수님을 케어하기 위해서는 강한 단체가 뒤에서 받쳐줘야 하는 거고.
그게 바로 별천지를 키우는 일이었다.
드미르가 망치를 들고 김진아를 돕는 것도.
엘드린이 나무를 깎고 약초를 캐는 것도.
본질적으로는 교수님 때문이란 거다.
“교수님…….”
잠깐 상념에 빠져 있던 아린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응?”
“마탑을 설치하는 데는 대략 1년 이상 소요될 거예요.”
“엥, 그렇게 오래 걸려?”
“그럼 무슨 그 커다란 건물이 후루룩,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줄 알았어요?”
“엉, 아니었어?”
아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탑은 한 세계의 기둥과도 같은 건축물이에요. 그 세계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과 마력이 필요하죠.”
뿌리를 내려, 한 세계의 에너지를 가져다 쓴다.
그렇기에 한 세계에 하나의 마탑밖에 존재할 수 없는 거다.
“마탑이 지어지는 동안, 책임지고 그분들을 가르칠게요.”
아린이 눈을 빛냈다.
“6개월이라 하셨죠? 충분해요. 어떻게든 굴려서, 수준급 전투 마법사로 만들어 놓을 거예요. 교수님이 망신당하는 꼴은 절대 제 두 눈으로 볼 수 없거든요.”
그녀의 온몸에서 의욕이 뿜뿜 피어 올라왔다.
에밀리, 그리고 도하랑.
아린은 그 두 초보 마법사들에게 알려줄 생각이었다.
마도 세계의 마법 문명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그 문명의 격 앞에 랭킹이 얼마나 쓸모없는 기준인지.
‘보여줄 거야.’
아린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 * *
“흐으으음.”
“이게 맞을까, 언니?”
“으음, 글쎄다.”
“장로급 마법사들을 상대해야 하는데, 지금 이렇게 가부좌 틀고 앉아서 뭐 하고 있는 걸까?”
훈련장, 1층 구석.
아린이 두 랭커에게 시킨 것은 다름 아닌 마력을 느끼는 것이었다.
뭐, 좋다.
마법사가 마력을 느끼는 것은 기초 중 기초라고들 하니까.
소피아의 마탑에 처음 들어갔을 때도.
아니, ‘고유 능력’을 각성할 당시 F급 헌터였을 때도.
마력을 느끼라는 기초 퀘스트부터 나오지 않았던가.
“기초는 뗀 지 오랜데 말이야.”
도하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을까.
엉덩이에는 종기가 날 것 같았고 팔과 다리는 저리다 못해 마비에 걸린 것만 같았다.
“난 이미 마력이 느껴져. 충분히 느껴진다고.”
미간을 찌푸린 에밀리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마력이야 뭐, 별천지에 들어오기 전부터 느끼던 거잖아.”
“그러니까.”
에밀리는 불안했다.
그녀들이 성급해서?
아니면 참을성이 없어서?
천만에.
벌써 훈련이 시작된 지 2주나 흘렀다.
시간이 6개월밖에 없는데, 2주라는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녀들은 그동안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종일.
아린 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믿음이 조금씩 깨어지려 했다.
“언니, 나는…… 좀 더 고급 전투 스킬들을 배워야 해……. 백마도사라 더 그래. 전투보단 회복 쪽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나는 뭐 다르니? 토(土) 속성 계열이라지만, 화(火)나 수(水)에 비하면 한없이 약해. 게다가 내 상대는 화(火) 속성의 브랜던이잖아.”
“끄응.”
둘이 투덜투덜 떠드는 찰나.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아린이 빙긋 웃었다.
‘그래도.’
시킨 것을 착실히 하는 모습에 아린은 나름 만족하는 중이었다.
불만이 있는 건 상관없다.
마도 세계 학생일 당시, 그녀의 또래들도 저랬었으니까.
비록 자신은 과거 그 마력 한번 느껴보려고 별의별 짓을 다 했다지만.
평범한 마법사들은 다 저 과정을 거친다.
‘어떠한 술(術)이든 기초가 가장 튼실하답니다.’
당장, 교수님만 봐도.
모든 술(術)의 기초를 닦는 중이지 않던가.
기초란 그런 것이다.
마치 기초공사 같은 것.
높은 탑을 쌓기 위해서는 그 구조물의 밑바닥을 더욱 튼튼하게 해야 한다.
기초 없이 고급 스킬만 배워서는 그 중심이 흔들릴 거다.
제대로 사용도 못 하고 중심이 무너지겠지.
추후, 높은 탑을 쌓으려 했을 때, 그 하중을 버티지 못하는 거다.
‘교수님 같은 경우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분명 어떠한 조언자가 있을 거다.
그것도 엄청난 고수.
그것도 기초의 중요함을 아는 고수겠지.
다른 자들의 기초가 적당한 크기의 빈터라면, 교수님의 기초는 널따란 광야(廣野)가 될 것이다.
그 어떠한 탑을 쌓아 올려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커다란 광야 말이다.
교수님은 나중에 그곳에 탑을 쌓아 올릴 테고.
세상, 그 누구보다 높고 튼튼하게 지어 올리겠지.
지금은 그 과정을 위한 초석일 뿐.
‘그러하니.’
아린이 다시금 도하랑과 에밀리를 바라봤다.
‘당신들도 열심히 기초를 닦아요. 나중에 교수님을 위해 새 발의 피나마 도움이 되시려면 말이에요. 게다가…….’
그녀가 빙그레 웃었다.
‘어차피 고급 기술은 중요치 않아요.’
사실.
지구의 마탑 정도 문명이면, 기초 기술로도 충분하다.
고급 스킬을 사용한다는 것은, 마치 멧돼지를 잡기 위해 엽총 대신 수소 폭탄을 터뜨리는 것.
아린은 지금부터 두 초보 마법사에게 그것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 * *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온 무릉도원.
휘이잉!
아린 훈련장 앞 공터에는 쌀쌀한 바람이 불었다.
‘드디어, 2주 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야 제대로 된 훈련인가?’
도하랑과 에밀리가 침을 꼴깍 삼켰다.
왜냐.
처음으로 아린 님이 자신들을 소환한 날이기 때문.
“저는…….”
폴리모프 된 아린의 표정은 굳은 표정은 그녀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항상 [교수님, 교수님!]거리며 밝게 웃던 아이가 저런 표정을 지으니, 바람이 더욱 쌀쌀한 것만 같다.
“당신들이 마탑에 져서 우리 교수님의 얼굴의 먹칠하는 꼴은 절대 볼 수 없어요.”
아린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들을 응시했다.
‘어후.’
‘얼마나 제대로 하려고 그러는 거지?’
‘기세가 마탑주님 못지않은데?’
그녀들은 마탑에서 소피아의 기세를 느껴봤다.
공간을 장악한 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저릿한 기운을 뿜어내는 마탑주의 모습.
그 모습을 그녀들은 분명 아린에게서 느꼈다.
고작 스켈레톤에게서 말이다.
“지금까지 불만이 많으셨죠? 언제까지 이렇게 앉아 있어야 하나. 마력은 이미 충분히 느낀 것 같은데, 왜 자꾸 마력을 느끼라 하는 건가 말이에요.”
아린이 도하랑을 바라보자.
움찔!
그녀의 몸이 짜르르 떨렸다.
“도하랑 씨?”
“예, 예?”
“마력은 우리와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친구 같은 존재예요. 마법사라면 온당 마력과 각별한 사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겉멋만 잔뜩 든 스킬을 익히는 것보다.”
아린도 이번에 느꼈다.
지수룡과의 싸움에서.
고대 마법을 느꼈을 때.
‘파워 워드 킬.’
그녀가 그 말도 안 되는 즉사 마법을 따로 배웠기에 통제할 수 있었을까?
‘천만에.’
고대 마법과 가까웠기에 가능했다.
그를 존경하고, 느꼈으며, 절절하게 부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리 나와보세요.”
“예?”
“예, 나와서 서보세요.”
투욱!
아린이 지팡이를 땅에 내려찍었다.
아직까지 쓰고 있는 ‘화룡의 지팡이’(S급)였다.
“예, 옙!”
저벅.
도하랑이 불안한 표정으로 나섰다.
세계 랭킹 103위가 스켈레톤 앞에 쪼는 모습.
누가 들으면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상대는 아린 님이다.
마탑주와 마법의 우열을 가리기로 한 아린 님 말이다.
“지금부터 저랑 마법 대결을 할 거예요.”
“예? 그게 무슨……!”
도하랑이 화들짝 놀랐다.
아린 님과의 마법 대결?
대결은 무슨 대결인가.
지팡이 한 번 휘두르면, 저 땅바닥에 박혀 곤죽이 될 터인데.
“끝까지 들으세요. 저는 오직 에너지 볼트와 파이어 볼, 워터 밤, 샌드 스톰 등의 기초 마법만 사용할 거예요. 당신은 모든 전력을 다해 절 쓰러뜨려 보세요.”
스윽.
아린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만약, 그 마법이 조금이나마 제 몸에 닿을 수 있다면.”
그녀의 기세에 도하랑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교수님의 이름을 걸고, 제가 아는 모든 고위 마법들을 당신에게 전수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