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4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42화
아포피스 (4)
“어르신.”
인자한 표정으로 뒷짐을 지고 있던 할아버지.
약존(藥尊), 지도익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동훈을 쳐다봤다.
“어르신에겐 따로 맡길 일이 있습니다.”
“맡길 일?”
문득, 지도익은 조금 전, 길마의 말을 떠올렸다.
– 이 길마는 여러분들에게 시련을 하나 던져줄 생각이에요.
살짝 힘이 들어가 있는 길마의 어투.
“허허.”
지도익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래, 이 노인네에겐 어떤 시련을 줄 생각인감?”
그의 입가에 달린 은근한 미소에는 분명 온화함이 있었다.
그는 잘 알았다.
몇몇 멤버들은 길마를 뒤끝 있는 자라 생각하지만.
‘당치도 않은 소리.’
세상 어떤 길마가.
멤버들에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허락한단 말인가?
게다가 보아라.
겨울에 오롯이 선 소나무처럼 고고한 눈동자.
태평양같이 넓고 웅장한 어깨.
얼마나 큰 신뢰와 안전감을 주는 외형이던가!
“여기 받으십시오.”
“음?”
지도익은 궁금한 눈빛으로 그가 건네는 것을 손에 쥐었다.
“이게……. 뭔가?”
손에 닿는 순간, 아주 작으면서도 영묘한 기운이 손끝에서 시작되어 천천히 팔을 타고 번져 나갔다.
동시에 온몸에 털이 쫙 섰다.
‘공포.’
그래.
분명 공포를 느끼게 하는 기운이었다.
“이건, 아포피스의 내단이라 하는 겁니다.”
“……아포피스의 내단?”
그 순간.
지도익의 시야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 아포피스의 내단] [등급 : SSS] [종류 : 재료] [설명 : 공포의 뱀, 아포피스가 품고 있는 내단입니다. 막강한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효과1 : 영약 재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허어어억?!”
인지하던 지도익의 두 눈이 개구리처럼 튀어 올랐다.
어찌 놀랍지 않을 수 있을까.
‘SSS급?’
S급만 해도 시중에선 무가지보(無價之寶) 취급을 받는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근데 SS급도 아닌, SSS급 재료라고?
“이, 이런 귀한 걸 어디에서?”
“어르신께 드리는 시련입니다.”
“시련?”
“이 재료를 사용해서 한번 멋진 영약을 만들어 보시겠어요?”
“……이게 시련이라고?”
지도익이 왼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건 시련이 아니라 축복 아닌가?
그래.
주동훈이 말하는 시련의 의미는 바로 강해지는 길이다.
그리고 자신은.
이 재료를 영약에 원활하게 녹일 수 있을 때 즈음에,
가로막힌 벽을 한 꺼풀 벗겨내고 성장할 거다.
또한, 이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멤버 전원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겠지.
‘SSS급 재료로 만든 영약이라…….’
과연 어떤 효험을 자랑할까?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왜요.”
길마가 빙긋 웃었다.
“너무 어려운 시련일까요?”
아니, 천만에.
랭커는 기연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아포피스의 내단’(SSS급)은 지도익 일생에 둘도 없을 기연이 분명했다.
“너무 어려우시면 다시 제가…….”
“아니, 아닐세!”
스윽!
지도익이 재빨리 내단을 등 뒤로 숨겼다.
그러고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허, 허허허! 불가능해도 가능하게 만들어야지! 암.”
비전투계열.
“아암, 그렇고말고!”
약존에게도 더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 * *
“…….”
후.
암제(暗帝), 기소율이 허공 위를 올려다봤다.
이곳은 무릉도원의 반대편.
드미르는 이곳의 지명(地名)을 ‘아포피스의 무덤’이라 지었다.
‘아포피스의 무덤?’
그게 뭐지?
하여튼.
기소율의 가슴 속부터 설렘이 마구마구 솟아났다.
그녀가 무작정 별천지에 가입해 주동훈을 따라다녔던 이유는, 강해지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처음에 놓쳤던 기연.
‘한 깊은 백발노인…….’
그 엄청난 노인에게 가르침을 받는 주동훈에게, 뭔가라도 얻기 위해서.
그런 그가.
분명 시련을 준다 했다.
강해질 기회를 만들어준다 했다.
‘그곳이 여기라는 거야?’
허공에서 시선을 내린, 기소율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파즈즈즉!
그곳에는 뇌명(雷鳴) 플로아가 전류를 튀기고 있었다.
“뭐야, 뭔데! 이 주인 놈아! 뭐든 나오라 해. 다 족쳐줄 테니까!”
그 반대쪽에는.
“으핫! 으하하핫! 으하하하하하!”
이상한 괴성을 지르며 스쿼트를 하는 광전사(狂戰士), 장대웅이 보인다.
그런 그의 어깨에는 본인 덩치보다 열 배는 커 보이는 쇳덩이가 들려 있다.
저런 걸 들고 어떻게 스쾃을 할까는 둘째치고.
‘언제 저런 걸 들고 온 거야?’
기소율이 혀를 내둘렀다.
– 키이익, 키에에에!
“어이구, 어이구! 그렇지.”
또한 초룡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맷 제랄드.
우우웅, 우우우웅!
정자세로 마력을 정비하고 있는 도하랑과 에밀리.
훙, 후우웅!
말없이 주먹을 내지르는 쇠주먹, 봉재영.
그 외.
투호(鬪虎), 봄사도(春使徒), 쌍도(雙刀), 인도자(引導者), 검투사(Gladiator).
절대무쌍(絶對無雙), 영비(影秘), 드루이드(The Druid), 아수라(Asura), 프라하의 시인(Poet of Praha).
별천지의 전투 요원이라 할 수 있는 랭커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마더(Mother) 양정애와 약존(藥尊) 지도익 빼고 전부 모인 것이다.
그들은 모두 본인 나름의 자신감 넘치는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각자 훈련을 통해 제법 성과가 있는바.
‘솔직히 이 멤버 정도면 나라 몇 개는 접수하지.’
‘마왕군이나 천마신교랑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제일 랭킹 낮은 사람이 380위, 아녜스니까……. 크.’
일종의 자부심이다.
내가 바로 그 유명한 별천지의 구성원이다! 하는 그러한 자부심.
‘동훈 씨.’
기소율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많은 인원 중, 오직 그녀만 긴장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얼 불러내시려고…….’
그 순간.
“자.”
그들 앞에 선 주동훈이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아린에게 눈짓했다.
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팡이를 투웅 내리찍었다.
“여러분들은 모두 이곳에 자의로 오신 겁니다. 맞죠?”
‘이런 게 자의인가?’
‘자의긴 자의지.’
‘오지 않았으면, 집단에서 나가야 했지만……. 강요한 건 아니니, 자의긴 하지.’
멤버들의 마음속에 잠깐의 의문이 들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자, 그럼. 딱 단순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 생존하세요. 장담컨대, 한 마리씩 잡을 때마다 무언가 얻는 게 있으실 겁니다.”
‘생존?’
‘한 마리씩? 여러 마리라는 건가?’
‘근데 뭘?’
고개를 갸웃하는 멤버들 위에.
쩌어어어억!
하늘이 입을 쩍 벌리기 시작했다.
공포의 뱀을 소환하는 고대 마법.
서먼 아포피스.
성좌급 괴수의 붉은 눈이 벌어진 하늘 속에서 번뜩였다.
* * *
쿠과가가가가……!
천지가 뒤흔들렸다.
– 키에에엑, 키에에에에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을 만큼 끔찍한 굉음.
아포피스의 포효가 멤버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끄으…….”
“뭐, 뭐야……. 저건.”
“……거대 뱀?”
자세를 낮춘 멤버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배, 뱀이 저렇게 클 리가 없잖……. 미친?!”
멤버들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 존재가 얼마나 끔찍한지.
멤버들은 모두 지수룡(地守龍)과 맞서 싸워본 자들이다.
어느 정도 상대의 강함을 추측할 만한 경험이 있다는 말이다.
‘이건 미쳤어.’
‘그때와 다를 게 없잖아.’
‘저 정도면 뱀이 아니라 용이라고, 용.’
‘아니, 이런 걸 시련이랍시고 던져준다고?’
몇몇 이들이 고개를 돌려 주동훈을 쳐다봤다.
질린 표정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 한 마리면 나름 간단한 시련입니다. 설마 이 정도도 못 잡는 건 아니겠죠?’
‘이 정도?’
‘아니, 말이야 방구야?’
‘움직이는 건커녕, 숨쉬기도 힘든데요?’
욕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 키아아아아아아아!
한껏 포효한 아포피스가 독을 뿜어내기 시작했기 때문.
“제, 젠장!”
“달려!”
“일단 해보자!”
그렇게.
훈련인지, 생존인지 모를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끄아아악!”
파즉, 파즈즉!
뇌명이 전류와 함께 비명을 내지르며 튕겨 나갔다.
“크하핫! 튼튼한 놈이로군. 크하핫?! 크하아앍!”
장대웅이 웃는지 비명 지르는지 모를 소리를 내며 하늘을 날았다.
콰아아앙!
정확히는 날다가 땅에 내리박혔다.
멤버들 중 가장 랭킹이 높은 둘.
그 둘이 처참하게 발리는데, 다른 인원이라고 별수 있을 리 없었다.
“아포피스의 약점은 눈이다! 눈을 공략해라!”
카푸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약점을 분석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공략할 힘이 있어야, 약점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의 급소가 치명적인 걸 알아도, 개미가 급소를 칠 순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기, 길마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다 다 죽어요!”
멤버들이 외쳤다.
파즈즉!
플로아도 동조했다.
“맞아, 이 주인 놈아! 시련도 상대할 수 있어야 시련인 거지! 사실상, 그때 용도 네가 다 잡은 거잖으아아앍!”
흠.
팔짱을 낀 채.
그런 그들을 본 내가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실망인데.’
고작 20분.
내 개입 없이 저들이 버텨낸 시간이다.
이 정도 수준이면, 별천지 전부가 덤벼도 나한테 안 될 거다.
어떻게 그 짧은 사이에 힘의 격차가 이 정도로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특히 장대웅이나 플로아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우러러보던 우상이었다.
“이 망할 놈아.”
그런 나를 지켜보던 노인이 혀를 끌끌 찼다.
예?
“네놈이 말도 안 되게 세졌다는 건 자각 못 하는 게냐?”
아.
역시 그런 건가?
저들이 약한 게 아니라.
내가 엄청나게 세진 거였단 말인가?
“그 망할 놈의 생각!”
노인이 눈을 부릅떴다.
“절대 입 밖으로 표출하지 말거라. 나는 만술이 재수 없는 기술로 기억되는 게 싫다, 이놈아.”
예예.
그쵸.
저도 생각이 있는 놈이라, 생각으로만 이런 생각을 한답니다.
“하지만.”
노인이 씩 웃었다.
“저들은 분명 아포피스를 상대할 저력이 있다.”
예?
저렇게 발리는데요?
“잘 보거라. 다들 쫄아 있지 않으냐. 어쩔 수 없는 게다. 갓난아이에게 차근차근 걸음마부터 가르쳐 주지 않고, 뜀박질부터 하라고 하면 당연히 겁을 낼 수밖에 없는 거야. 이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니라.”
‘아.’
“그 갓난아이가 사실상 튼튼한 허벅지 근육과 단단한 토대를 가지고 있다 해도 말이다. 내가 초면에 네놈에게 만술 전부를 가르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지.”
‘그렇다는 건?’
“보여주거라.”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마주 끄덕였다.
“저 아포피스라는 뱀 대가리가 사실상 별것이 아니라는 걸.”
화르륵!
팔짱을 푼 채, 신살(神殺) 창을 끄집어냈다.
“길마님! 끄아아악!”
“커헉! 가, 갈비뼈가 부러진 것 같습니다!”
“독, 독, 독, 독!”
호들갑을 떠는 멤버들을 바라보며, 옆에 있는 다나를 향해 목짓했다.
“예, 마스터. 즉각 치료하겠습니다.”
다나의 즉답.
후두두둑!
그 순간, 수많은 스켈레톤 힐러들이 전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래.
이들은 짐이 되면 안 된다.
추후, 권선지가 말했던 위기의 상황이 도래했을 때.
적어도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걸어갈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다들 뒤로 무르세요. 그리고 지켜보세요.”
어르신 말대로 보여줘야지.
저 끔찍해 보이는 아포피스를 어떻게 요리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