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4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46화
만술 vs 천마 (1)
무릉도원 도시 뒷산.
파괴룡이 머무르던 곳.
하세라와 그곳에 오른 내가 스윽! 목검을 꺼냈다.
[아이템 : ‘고금제일인’(SS급)] [등급 : SS] [종류 : 매개체] [설명 : 숨겨진 유적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목검입니다.] [효과1 : 던전, ‘무림’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효과2 : 헌터, ‘주동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효과3 : 해당 아이템은 헌터 등급 SS 이상부터 활성화 가능합니다.]내 직업과 연계되어.
계속 발전하고 있는 나만의 매개체.
[조건 : ‘한’과 ‘한’의 만남!] [매개체 ‘고금제일인’(SS급)을 개방할 시, 천마와 함께 입장하게 됩니다.] [주변에 천마가 있습니다.] [매개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이미 조건은 갖췄다.
우우웅!
목검이 신묘한 빛을 뿜어내며 번쩍였다.
이제 조만간 던전의 문이 열릴 터.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하는 걸까, 따져봐야 의미 없겠죠.”
갑자기 내려진 공동 퀘스트?
왜 생긴 걸까 분석해 봐야, 어차피 모를 거다.
아직 인류는 아무것도 모른다.
왜 우리에게 ‘고유 능력’이라는 게 생겼는지.
‘던전’이 뭔지.
‘시스템’이 뭔지.
등등등.
아직 우리는 미지의 세계 위에 서 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내가 고개를 돌려, 하세라를 바라봤다.
그녀는 그저 묵묵한 표정으로 날 응시하고 있었다.
“각자도생.”
우리의 목표는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을 거다.
내 목표는 뼈일이를 각성하는 것일 테고.
그녀의 목표는 스승, 강소소의 ‘한’을 푸는 것일 테니.
“만약 서로의 방향이 다르다면, 우린 경쟁할 수밖에 없어요. 오케이?”
“…….”
하세라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그러더니, 이내.
끄덕.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내가 뺨을 긁었다.
우우웅!
동시에 목검에 내 기운을 힘차게 흘러 넣었다.
쿠구구구!
그러자 뒷산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고금제일인’을 활성화하시겠습니까?] [던전, ‘무림’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하세라에게도 메시지가 떴는지.
시야가 살짝 위로 올라간다.
그럼, 뭐.
굳이 시간 끌 필요 없겠지?
‘오케이. 가자.’
내가 속으로 대답하자.
번쩍!
눈 부신 빛이 시야를 점령했다.
* * *
무림(武林).
뼈일이와 강소소가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세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무술의 숲’인 줄 알 테지만, 보통은 일종의 사회 공동체를 의미한다.
무림인들만의 도덕과 규칙, 그리고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고 전승하는 곳.
하지만.
우리가 도착한 곳은 무언가 좀 색다른 공간이었다.
일단.
타앗!
던전 이동에 익숙한 내가 여유롭게 바닥을 밟았고.
스슷!
하세라 역시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우리는 재빨리 주변을 파악했다.
또옥, 또옥!
습기 가득한 바닥에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물소리.
근처를 둘러싼 거칠고 울퉁불퉁한 바위벽.
제법 어두운 시야와 지하수와 융해된 미네랄, 그리고 수많은 세균이 섞인 듯한 퀴퀴한 냄새까지.
그래.
이곳은 동굴이었다.
반짝이는 석순과 아름다운 종유석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내는 곳.
스릉!
하세라가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무언가를 적었다.
– 아름다워.
“…….”
이 여자가.
지금 자연의 절경을 감상하고 있을 땐가?
라고 말하기엔, 나 역시 시선을 빼앗길 정도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무릉도원보다 더 아름다울 정도?
‘음.’
가만히 서서.
거대하고 신비한 자연의 작품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찰나.
저벅.
누군가의 걸음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흠칫!
내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
하세라 역시 기겁해 자세를 낮추는 게, 비슷하게 기척을 못 느꼈나 보다.
화르륵!
나는 곧바로 신살(神殺) 무기를 창으로 바꾸고.
후두두둑!
아린이와 드미르를 제외한 충성스러운 수하들을 불러냈다.
“주군, 기다렸습니다!”
“마스터, 부르셨나요?”
태양이, 엘드린, 카덴, 다나, 무각, 유이사.
여섯 명의 수하들.
동시에.
“누구냐.”
발소리가 들린 곳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꽤나 충격적이다.
“……주군.”
주군?
……갑자기?
“주군. 마침내……. 이곳까지 오셨군요.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모습을 드러낸 삿갓 쓴 초로의 사내.
할아버지라기엔 너무 체격이 건장하고.
그렇다고 중년이라기엔, 눈썹과 머리가 하얗다.
“예, 제가 바로 뼈일입니다, 주군.”
뼈일이……?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직 ‘한’도 안 풀렸는데, 바로 주군이라 부른다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잠깐 벙쪄 있을 찰나.
[띠링!] [‘한’ 맺힌 유령 고금제일인, 백무흔(白武痕)을 조우합니다.] [주의!] [던전 특수 효과입니다.] [일부 ‘한’ 맺힌 유령이 실체화됩니다.]내 시야에.
웬 생뚱맞은 메시지가 나타났다.
* * *
꿀꺽!
하세라가 침을 삼켰다.
처음엔 설렜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주동훈이 꺼내 드는 매개체 던전도 신기했고.
그가 급속도로 강해질 수 있었던 비밀을 마침내 볼 수 있단 생각에 가슴도 뛰었다.
거기에.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아름다운 절경까지.
솔직하게 말해서.
호기심 있는 사람과 함께하기에, 참 낭만적인 공간 아니던가.
하지만.
그곳에 나타난 초로의 사내는 하세라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강해.’
자신을 뼈일이라 칭한 삿갓 쓴 남자.
그의 강함은 과연 차원이 달랐다.
주동훈? 강소소?
아니, 그런 것과는 무언가 본질적으로 다른 느낌이었다.
만약 그녀가 입마(入魔)의 경지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이러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까?
“…….”
하세라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냥 평범한 중년으로 생각했겠지.
[‘한’ 맺힌 유령 고금제일인, 백무흔(白武痕)을 조우합니다.] [일부 ‘한’ 맺힌 유령이 실체화됩니다.]백무흔.
그자의 힘은 그만큼 신비로우면서도 절제되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 백무흔이라는 자가 주동훈을 보고 ‘주군’이라 부른다는 점?
적어도 ‘적’은 아니라는 말인데.
하지만, 그때였다.
“뭐야?”
강소소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앞으로 나섰다.
“우와, 뭐야?!”
평소와는 다르게.
극도로 흥분한 표정으로 킁킁대면서 자신의 몸을 마구 쓰다듬는 그녀.
“으핫! 으하핫! 으하하하핫!”
왜 저러지?
미친 건가?
하세라가 제 스승을 보며 눈살을 찌푸릴 찰나.
“냄새가 난다. 촉각이 느껴진다. 아아, 돌아온 거구나. 다시 살아난 거구나! 으하하핫! 내 다시 이 손으로 마도천하(魔道天下)를 이룰 수 있겠어!”
스승의 말을 듣고, 하세라 역시 눈을 크게 떴다.
아?
설마.
일부 ‘한’ 맺힌 유령이 실체화된다는 말이…….
강소소를 말하는 거였어?
“물론.”
스릉!
천마(天魔) 강소소가 진하게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우아하게 검을 떨쳤다.
“그전에 거기 목검 놈. 감히 본좌를 기습했던 네놈의 목부터 쳐야겠지?”
저.
스승님?
다짜고짜 왜 이래?
쿠과가가가가!
엄청난 기세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과연 탈마(脫魔)의 경지에 근접한 실력인가?
‘흡.’
하세라는 숨이 턱 막힘을 느껴야 했다.
아아, 취소다.
어쩌면 백무흔이라는 자도 강소소의 검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뭐야?!”
강소소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울린 것은 그때였다.
“왜 안 베어져?”
스슷! 스스스슷!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움직이며, 1초에 수십 번의 칼을 휘두른 강소소.
하나.
“…….”
백무흔은 그저 제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놀라운 건.
마치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기라도 하듯.
강소소의 검이 백무흔의 몸을 이리저리 관통한다는 것.
“이 새끼가. 무슨 술수를 쓰는 게냐!”
천마, 강소소의 검이 쇄도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파천수라검(破天修羅劍).
수라혈룡(修羅血龍).
쿠과가가가가!
울부짖는 핏빛용이 바닥에서부터 솟구친다.
배고픈 포식자가 대상을 탐식하듯 사방에 검격이 그어졌다.
마치 토네이도처럼 돌면서.
“그때! 그때처럼 어디 목검을 휘둘러 보란 말이다!”
“……소저.”
그때.
삿갓 쓴 사내의 입이 열렸다.
“소저? 소저어어어?”
강소소가 눈을 번뜩였다.
“감히 본좌에게 그딴 오글거리는 호칭을 붙이는 게냐?!”
콰가가가가가!
강소소의 검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하지만, 백무흔은 그저 포권을 한 채로 할 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소저를 기억하오. 한 시기의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자 마교의 5대 천마, 강소소.”
“마교가 아니라 대천마신교(大天魔神敎)다!”
“비록……. 내 욕심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소저의 검은 제법 쓸 만했소. 소림의 달마대사나 무당의 장삼봉. 그리고 초대 천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음, 4위 정도는 되겠군?”
“이런 개……. 개새끼가아아아! 그게 뭔 병신같은 헛소리냐!”
콰가가가가가!
강소소가 아무리 검을 휘둘러도.
백무흔은 마치 유령 같았다.
아니.
진짜 유령이었다.
“아쉽겠지만, 헛짓이오. 소저. 이곳에서 내겐 물리력이 통하지 않소이다.”
“그래?”
화가 나 피가 쏠렸는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강소소가 눈을 부릅떴다.
“그럼 이건 어떠냐?”
스윽!
강소소가 튼 칼의 방향이 주동훈을 향했다.
– 스승님?
당황한 하세라가 재빨리 검을 휘둘러 글자를 만들어냈다.
본래라면, 마음속으로 생각했을 테지만, 그만큼 당황한 것이다.
–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시끄럽다, 이 빌어먹게 착해 빠진 천마년아.”
하지만, 이미 강소소의 눈에는 광기(狂氣)가 줄줄 흘렀다.
“네가.”
동시에 백무흔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네가 본좌를 상대하지 않고 피한다면, 네놈이 주군이라 부르는 이 새끼. 주동훈이라 했나? 얘를 베어버리겠다.”
“…….”
뭐야.
상황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거지?
* * *
스릉!
처억, 처저저적!
강소소의 검이 나를 바라보자마자.
여섯 수하들이 각자의 무기를 강소소에게 겨냥했다.
‘흠.’
눈을 좁힌 내가 객관적으로 파악했다.
현재의 강소소는 굉장히 강하다.
‘탈마의 경지 바로 전이랬지?’
대충 짐작건대.
입마(入魔)가 SSS급이라는 건, 마(魔)의 경지가 SSS급이라는 뜻이다.
즉, 탈마(脫魔)라 하면.
SSS급을 벗어난다는 얘기.
그보다 위 단계로 올라선다는 뜻이기도 할 테지.
‘그렇다는 건.’
딱 SSS급 꼭대기.
즉, 정령계의 정령왕들과 비슷한 단계에 가기 딱 일보(一步) 전과 비슷한 정도의 힘을 지녔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감으로 느끼기에도, 그 정도는 되어 보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고대 마법’(SSS급) 정도?
‘난감하네.’
확실한 건.
강소소가 용보다는 강했다.
당연히 아포피스보다도 강했고.
‘으음.’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싶으면 또 반반이긴 했다.
나.
어디 가서 또 지는 건 싫어하잖아?
화르륵!
붙어볼 결심을 한 내가 창을 검으로 바꿀 때였다.
콰아아아앙!
갑자기 강소소 쪽 방향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크흡! 뭐야, 또?”
당황한 듯한 비명을 지르면서 밀려나는 강소소.
음?
뭐지?
나 역시 당황했다.
이번에도 기척을 못 느꼈는데?
옆을 보니, 백무흔은 별다른 모션 없이 그 자리에 포권을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또 누군가가 나타난 건가?
강소소가 튕겨 나간 방향에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동시에.
먼지 사이에서 흐릿한 신형이 시야에 잡혔다.
“끌끌끌.”
그 방향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어?
“이것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로구나.”
어어어어?
뭐야, 이거.
어디서 들어본 목소린데?
“그나저나. 거기 입 걸걸한 년.”
“키아아악! 저건 또 뭐 하는 늙은이야?”
“끌끌, 자신감 하나는 충만하구나. 그딴 실력으로 입을 놀리다니. 어른이 되어서 남의 제자한테 칼이나 휘두르고 말이야.”
“……뭐? 남의 제자?”
넘어졌던 강소소가 일어나며 눈살을 찌푸렸다.
나 역시 입을 벌리며 경악했다.
어르신?
설마 이거.
어르신도 실체화된 거였어?
“그래, 걸걸아.”
역시 어르신.
강소소한테 바로 별명까지 붙여 버린다.
“제자들은 내버려 두고. 어디 한번 스승끼리 놀아보겠느냐?”
스릉!
노인의 허리춤에서 칼이 뽑혔다.
내가 과거.
‘한 깊은 백발노인’ 던전에서 봤었던, 그 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