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5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55화
스켈레톤 마스터
아아.
스켈레톤 마스터라니……!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이명이던가!
솔직히 이번만큼은.
성장한 것보다 이명이 바뀌었다는 게 더 감격이었다.
킹이니, 엠페러니…….
참 촌스러운 이름이었는데, [마스터]라는 단어는 무언가 살짝 다른 차원의 멋스러움이 있지 않은가!
사실 뭐.
이건 개인 취향이긴 하지만.
‘상태창.’
나는 간만에 상태창을 열었다.
[헌터 : 주동훈] [이명 : 스켈레톤 마스터] [기력 : 14,220/14,220] [고유 능력 :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랭킹 : 4위] [등급 : SS] [효과]-당신은 죽은 영혼을 다루는 직업, 네크로맨서입니다. 무시무시한 악령과 독극물을 활용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단, 저주받았습니다.
-당신은 오직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랭킹에 변동은 없었다.
등급의 변동도 없었다.
아직 SS등급.
다만, 이명만이 바뀐 것이다.
[당신이 ‘스켈레톤 마스터’가 됨에 따라, 스켈레톤들의 고유 능력이 바뀝니다.] [당신이 이끄는 열 구의 스켈레톤.] [‘스켈레톤 마스터’를 모시는 그들은 그 한 단계 아래, ‘스켈레톤 엠페러’의 칭호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뼈다귀1’의 고유 능력이 ‘스켈레톤 엠페러’로 바뀝니다.] [‘태양창’의 고유 능력이 ‘스켈레톤 엠페러’로 바뀝니다.]…….
[‘유이사 스톰트리’의 고유 능력이 ‘스켈레톤 엠페러’로 바뀝니다.] [‘뼈다귀10’의 고유 능력이 ‘스켈레톤 엠페러’로 바뀝니다.]마침내 나의 모든 수하들이 ‘스켈레톤 엠페러’가 되었다.
심지어 아직 각성하지 않은 뼈일이와 뼈십이까지.
“아아, 주군……!”
“느껴져요. 사뭇 달라진 힘이……!”
“무언가. 기력이 예전과 다르게 움직입니다. 자연스러워요. 의지와 동시에 물 흐르듯 반응합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 그래요!”
각성한 수하들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명의 변화.
적은 차이지만, 체감하는 바는 컸다.
게다가 제일 중요한 것.
“교수님, 이제……. 더 많은 스켈레톤을 소환할 수 있을 거예요.”
등 뒤에서 아린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마 제일 큰 변화이지 않을까?
스켈레톤 소환은 등급이 아닌 칭호를 따른다.
즉.
‘엠페러’는 ‘킹’을 10마리 소환할 수 있고.
‘킹’은 ‘로드’를 10마리 소환할 수 있다.
‘로드’는 ‘나이트’를.
‘나이트’는 ‘위대한 스켈레톤’을.
‘위대한 스켈레톤’은 ‘균형 잡힌 스켈레톤’을 각각 10마리씩 소환할 수 있다.
즉, 쉽게 말하면.
아린이 하나가 소환할 수 있는 스켈레톤이.
킹 10마리.
로드 100마리.
나이트 1,000마리.
위대한 10,000마리.
균형 잡힌 100,000마리.
그러니까 총 111,110구의 백골을 소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건 좀 징글징글한데?’
그렇다면.
내가 뼈일이부터 뼈십이를 전부 운용했을 때.
소환할 수 있는 스켈레톤이 총 1,111,110구라는 거잖아?
화르륵!
내가 지팡이를 만들어 들었다.
고작 100의 기력을 사용해 이 지팡이를 두들기면 약 백만이 넘는 병력을 부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스켈레톤 마스터’의 힘이었다.
“참,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내가 나직이 웃어젖혔다.
“정말 사기긴 하네.”
“인정해요.”
아린 역시 싱긋 웃었다.
변화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시스템이란 게 꽤나 첨예한지, 금방 오류를 찾아내었다.
[당신의 ‘로드&킹 소환’(SS급) 스킬이 ‘스켈레톤 엠페러 소환’(SSS급)으로 변형됩니다.]이게 맞지.
내 열 수하 전부가 이제는 ‘엠페러’니까.
그리고.
“마스터시여.”
아린과 내 뒤에서 기도하던 다나가 일어나 걸어왔다.
“응?”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녀의 몸에서 신묘한 빛이 흘러나왔다.
“사실 살짝 서운할 뻔했는데. 다행히……. 저도 성과가 있을 것 같아요.”
“다나도?”
“예, 저는 마스터를 모시는 사도이니까. 마스터가 성과를 이루면 저도 성과를 이룰 수 있답니다.”
동시에.
번쩌억!
그 빛이 하늘로 강하게 솟구쳤다.
[띠링!] [축하합니다.] [‘다나’가 조건을 달성합니다.] [‘다나’의 등급이 SSS급으로 상향됩니다!] [‘다나’의 기력이 500 증가합니다!] [‘다나’의 모든 스탯이 20 증가합니다!]오오, 진짜?
다나도 성좌가 된 거야?
왜 성과가 없을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되면 참 다행이다.
그나저나, 내가 성과를 이루면 강해진다는 것은.
신의 사도가 그 신이 강해지면 힘을 얻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하지만 난 SS급인데?
“후훗.”
옆에서 아린이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교수님은 보통 SS급이 아니시죠.”
보통이 아니면?
아.
어르신이 항상 말하던 그 기초 논리인가?
“예, 맞아요.”
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탑을 10층까지 쌓으면 성좌급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이들 탑의 크기는 고작 100평이나 1,000평 정도일 거예요.”
투웅!
아린이가 지팡이를 튕겨 자신이 하는 말을 이미지화했다.
마치 새싹 자라듯 주룩주룩 솟아오르는 빌딩들.
“하지만.”
투웅!
아린이 다시 한번 지팡이를 튕겼다.
“교수님이 쌓고 있는 빌딩은 이런 모양이죠.”
“…….”
그녀의 앞에서 커다란 빌딩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알록달록하게 쌓이는 빌딩을 거의 모래 한 알 정도로 보이게 만들 만큼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두쿠쿠쿠……!
그냥 동굴 자체를 한가득 채운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은 씩씩하면서도 웅장했다.
“비록 아직 3층밖에 쌓지 못했지만, 그 어떤 10층짜리 빌딩도 이 건축물을 무시하지 못할 거예요.”
아아.
역시 우리 아린이.
어쩜 말을 저렇게 이쁘게 할까?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헷.”
아린이 혀를 살짝 내밀었다.
맞다.
사실 각성한 수하 중 아직 성좌가 되지 못한 자는 오직 아린뿐.
아린의 논리라면.
그녀 역시 거대한 건물을 쌓아 올리는 중이기에, 늦는 거 아니겠는가?
나는 괜히 뿌듯해지는 기분을 만끽하며, 주변을 돌아다 봤다.
모두가.
자신이 이룬 성과에 감격하며, 성좌가 된 여운을 즐기는 중.
“이제.”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갈 때가 온 것 같지?”
다들 정말로.
고생 많았다.
나도 몸이 찌뿌둥하지만, 저들 역시 정신이 찌뿌둥할 거다.
정말, 쉬지 않고 달렸으니까.
“일단은 좀 쉬고.”
내가 허리를 쭉 펴고 고개를 젖혔다.
쿠구구구……!
그러고는 막대한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돌아섰다.
백무흔의 본신인가 뭔가.
어디 한번, 한판 붙어보자고.
* * *
“…….”
유령 백무흔.
그가 멀찍이 서서 동굴 내부를 내려다봤다.
“역시, 훈련하고 먹는 밥이 최고네요.”
“정령이 좋긴 좋습니다. 축축한 동굴인데도 습기 하나 안 느껴지고, 바람도 선선해요.”
“다들 드미르가 만들어준 무기 어때요? 쓸 만해요?”
왁자지껄.
음식을 즐기며 떠드는 스켈레톤들.
“…….”
백무흔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저들은.’
원래 본질이 ‘뼈’ 아니던가?
이미 죽은 자.
그렇기에 자거나 먹을 수도 없는 자.
근데 어떻게 미각과 촉각을 느끼는 거지?
“안녕하세요?”
그런 그의 곁으로 키 작은 소녀가 다가왔다.
붉은 머리의 소녀.
엘로이즈 아린이었다.
“그대는 뼈오……?”
“바로 알아보시는 것 보니, 다 기억하시나 봐요? 검 들고 수련하던 것들.”
“어렴풋이……. 기억은 난다.”
풀숲 공터에서.
어벙한 주인을 따라.
무작정 목검을 휘두르고 지팡이를 휘둘렀던 우리네의 모습.
“궁금하시죠? 저들이 왜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지. 즐거워 보이는지.”
“…….”
맞다.
아린은 자신의 심정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지금 그는 막심한 후회 중이었다.
또한 무거웠다.
자신의 어설픈 욕심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망가져야 했던 원혼들의 울부짖음.
그 묵직한 원한이 자신의 어깨를 강하게 누르고 있었다.
자신이 유령이 된 것도.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인 줄 알았다.
모든 천하제일인들을 척살하고 본 세계로 돌아갔을 때의 그 처참한 현장.
그 기억이 아직도 악몽처럼 뇌리에 박혀 있었으니까.
“그것보단.”
뼈일이는 현재 유령 상태였다.
인간으로서 느끼던 감각들도 다 잊은 상태.
그렇기에 저 광경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저들은 왜……. 살아 있는 것 같지?”
“우선, 저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폴리모프’ 때문이에요.”
아린은 친절했다.
조곤조곤 뼈일이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줬다.
“……용의 마법. 맞지?”
“예. 사기 마법이죠. 인간이 느끼는 오욕칠정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심지어 생리적인 현상까지 도와주는 것.”
용이 폴리모프를 통해 유희를 즐길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모든 게 인간처럼, 인간과 똑같이 동화(同化)되니까.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심지어 관계도 맺을 수 있다.
폴리모프 하나로 인간의 삼대 욕구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
그 모든 것을.
주군과 함께하면 누릴 수 있다는 말인가?
백무흔이 멍하게 저들을 바라봤다.
아직은 아프다.
괴로우면서, 빨리 저 빌어먹을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싶다.
주군이 훈련한답시고 시간을 끄는 것도 괴로운 상태다.
그런데.
뼈일이의 마음 한편에, 괜한 마음이 깃들기 시작했다.
‘나도.’
저들에게 속하고 싶다.
저들과 함께해 보고 싶다.
누군가를 죽여 자신을 세우겠다는 꿈 말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성장시키겠다는 꿈을 가져보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저 빌어먹을 탐욕의 화신부터 청산해야겠지.
“후.”
한숨을 쉰 뼈일이가 살짝 결연한 눈빛으로 주군을 바라보았다.
* * *
동굴은 언제나처럼 고요했고.
또옥, 또옥!
물 떨어지는 소리는 여전히 청량했다.
“준비되었느냐?”
노인이 말했다.
우리는 현재.
가부좌 튼 백무흔의 본신 앞에서 정렬해 있는 상태.
“저 빌어먹을 놈은 아직도 강하다. 끔찍하게 강해.”
강소소도 말했다.
특히 강소소의 얼굴은 예전과 다르게 독기(毒氣)가 쫙 빠져 있었는데.
아마 노인에게 제대로 마사지를 당한 듯했다.
일종의 정신교육이라도 당한 걸까?
“예, 이제 뭐가 됐든. 부딪혀 봐야죠. 언제까지 훈련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내가 명료하게 말하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혹여나 도와달라는 소리는 말거라. 알겠느냐?”
“물론입니다.”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저렇게까지 말한다는 것은.
나에게 일말의 승산이라도 있기 때문이란 걸, 나 자신이 더더욱 잘 알았다.
노인의 ‘한’은 적합한 만술(萬術)의 전인을 찾는 것.
내가 죽어버리면, 노인은 또 구천을 떠돌며 제자를 찾아야 할 텐데, 그냥 무책임하게 죽으라고 등 떠밀 리는 없을 터.
“…….”
나는 말 없이 앉아 있는 백무흔을 바라봤다.
내 좌측엔 하세라가 있었으며.
후미에는 일곱 스켈레톤이 일렬로 서 있었다.
딱 봐도 느껴진다.
정말 엄청난 놈이라는 게.
게다가 이렇게까지 앞에 왔는데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아직, 내가 본인을 상대할 깜냥이 안 된다는 거겠지?’
이런.
시건방진 놈.
투욱!
내가 발로 앉아 있는 녀석의 무릎을 건드렸다.
“……?”
백무흔의 본신이 슬며시 눈을 떠 나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썹이 기이하게 꺾였다.
그러고는 중얼거렸다.
“……너는.”
“너? 어딜 주인한테 반말이냐, 새꺄!”
화르륵!
발에 신살(神殺)급 신발을 두른 내가.
녀석의 머리를 축구공이라도 차듯 뻥! 날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