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5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59화
검신 (4)
저 멀리서.
전투를 지켜보던 강소소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제자들의 싸움.
그녀에게는 참으로 복잡 미묘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백무흔은 자신의 원수라 할 수 있는 자이고.
하세라는 천마신교의 의지를 잇는 자신의 제자다.
이 스승을 대신하여 온몸에 피칠갑을 한 하세라의 모습이 어찌 쓰라리지 않으랴.
‘그래도.’
이 동굴에서 하세라는 많은 것을 얻었다.
검을 쓰는 법, 움직임, 기운을 다스리는 법.
그 모든 것에서 여유와 부드러움이 생겼다.
‘과연.’
하세라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
경험.
그녀에게는 유령인 자신이나 허접한 던전, 교도들과의 비무가 아닌.
진짜 실력자들과의 싸움이 필요했다.
강소소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제자 년의 말이 맞았구나.’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마왕인가 뭔가 하는 놈을 이겼으면 된 거지.
왜, 주동훈이라는 이상한 놈에게 빠져서 허우적거리는지 몰랐었는데.
첫째.
노인에게 처맞으면서 알았다.
둘째.
뒤바뀐 제자의 실력이 말해주고 있었다.
비록 백무흔에게 수백, 수천 번 얻어맞고 튕겨 나가고 있지만.
그녀의 검은 분명 이전보다 더 화려하고 눈부셨다.
꿋꿋하다 못해 단단했다.
‘주동훈이라는 아이.’
저 말도 안 되는 위력의 백무흔을 상대로 어찌어찌 버티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자.
자신이었다면.
저기서 지금까지 싸울 수 있었을까?
‘아니.’
천만에.
이미 목검에 오체분시 당해서 저 공허한 우주의 먼지가 되었을 거다.
백무흔이 빌어먹을 원수이긴 하지만, 강소소는 현실은 직시했다.
자신은 저놈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여튼.
주동훈.
저자는 매번 이런 훈련을 해왔을 거다.
노인에게 가르침을 받았을 테고.
저 절대자들이라는 스켈레톤들과 무기를 나누고, 무술을 논했겠지.
강해지기 싫어도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당장 자신만 해도 보아라.
‘탈마를 눈앞에 두고 있지.’
노인의 교술(敎術)은 대단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턱 하니 막혀 있는 부분을 그냥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론이 나왔다.
“어르신.”
“응?”
바로 노인을 존경하기로 한 것.
강소소는 부끄럽지 않았다.
원래 천마신교는 강자존(强者尊)이잖아?
강한 놈이 천마고 강한 놈이 교주지 뭐.
노인을 따르다 보면, 자기도 얻는 게 있을 거고.
무엇보다 하세라가 강해질 거다.
물은 아래로 흐르니, 그녀가 이룩하고 있는 천마신교도 시원한 물살을 맞겠지.
앞으로.
제자에게 무조건 주동훈만 따라다니게끔 말해둘 생각이었다.
제자가 싫다 하면 온갖 욕설을 내뱉어서라도 붙여 놓을 생각이었다.
원래 무술도.
잘하는 놈 옆에 붙여놔야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는 법.
“걸걸아.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왜 답이 없느냐?”
“아, 어르신. 안 나서도 되겠어요? 저기……. 이번엔 진짜 위험해 보이는데.”
콰가가가가!
두 영혼의 부딪힘.
그리고 그 사이로, 아린이라 불리는 여자애가 보랏빛 기운을 분출하는 순간이었다.
아름다웠던 동굴은.
이제 동굴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는 상태.
“기다려 보려무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뼈일이. 저놈이 정신을 차린 듯하니.”
그런 노인의 입가에는 분명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백무흔의 본신(本身).
그는 자신을 통해 전해져 오는 거력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무슨 나약한 의지 따위가 이런 힘을?’
절대 굴복할 일 없었던 자신이었다.
마음 한편에 존재하는 고금제일인에 대한 의구심.
그 과정 속에서 비판 아닌 비난을 했던 자신의 일부.
“꺼져라! 내 몸에서 꺼져!”
콰가가가가!
뼈일이와 백무흔의 영혼이 충돌을 일으켰다.
동시에 두 사람 사이에 엄청난 기류 폭풍이 솟구쳤다.
“크윽!”
처음으로 위기다운 위기를 맞이한 백무흔.
저 성좌들이 덤볐을 때도 여유롭던 그의 표정이 흉신악살처럼 구겨졌다.
“착각하지 마라. 이 몸은……. 이 힘은……. 내가 이뤄낸 것이다!”
백무흔의 목검이 빛살처럼 뼈일이의 머리를 향해 떨어졌다.
뼈일이는 이를 악물고 검을 올려 쳐, 그것을 받아냈다.
콰아앙!
거대한 바위가 정수리 위에 꽂힐 듯한 충격이 서로의 전신을 훑었다.
양립하는 두 힘은 결국 같은 곳에서 흘러나오니.
서로가 서로를 자해하는 꼴이 되겠다.
쿵! 콰아앙!
물론.
뼈일이가 아닌, 백무흔 쪽에는 여타 성좌급 스켈레톤들의 공격이 지속해서 박히고 있었다.
‘빌어먹을.’
백무흔이 입술을 씹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뼈일이만큼 신경 쓰이는 기운이 있었다.
스스스스…….
지독한 죽음의 냄새.
마치 주변의 공기가 꽁꽁 얼어붙은 것만 같이 숨 막히는 보랏빛 기류.
백무흔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건 맞으면 안 돼.’
본래 같았으면 스텝을 밟았을 거다.
저 기운보다 더 강한 힘으로 기류 자체를 소멸시켜 버렸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좀 애매했다.
저 빌어먹을 나약한 새끼가 자신의 몸을 자꾸 통제하려 하고 있었기 때문.
“정신 차려라! 처음 검을 들었을 때 마음가짐을 잊었느냐?”
백무흔이 뼈일이에게 일갈했다.
“…….”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는 마음. 이제 와서 왜. 다 끝났는데. 그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이냐!”
이미 백무흔은 죽었다.
무림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천하제일인을 때려잡은 후, 그 후폭풍과 함께 세계와 공멸했다.
하지만 백무흔은 후회가 없었다.
그로 인해.
자신은 진짜 고금제일인이 되었으니.
거기에 나아가.
우주에서 가장 빛나는 성좌들, 거성(巨星)이 되어 우주 최강까지 노리고 있지 않던가!
“도대체 뭐가 불만이란 말이냐!”
“불만이라.”
뼈일이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불만은 없어.”
“뭐?”
“말했잖아. 나 역시 고금제일인이 되려 한다고. 다만 이건 방식의 차이야. 혼자 가냐, 아니면 누군가랑 함께 가냐. 그리고 난 너보다 그 꿈을 빨리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웃기는군.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백무흔은 급했다.
보랏빛 기운이 이미 몸에 닿았다.
저걸 걷어내야만 하는데.
저 빌어먹을 나약한 놈.
저놈을 설득해 내야만 하는데…….
“근거?”
뼈일이가 목검을 들어 백무흔을 똑바로 겨눴다.
“주군의 성장이 그 근거다. 주군은……. 우리 주군은.”
뼈일이가 눈을 감았다.
과거.
공터에서 과외한답시고 헌터를 불러와 우리를 훈련시켰던 주군.
던전 브레이크 현상으로 갑작스레 나타난 오크를 잡고 각성한 주군.
만술(萬術)이라는 스승을 만나, 갑자기 질 높은 교육을 선사한 주군.
극한의 기지로 거대마룡과 탐욕룡을 잡아낸 주군.
고대 사막, 숲과 바위, 흥망성쇠, 마법 낙제생, 권각대립, 정령계를 거쳐…….
언제나 진심으로 수하들의 ‘한’을 풀어내는 주군.
그 주군의 성장 속도는 과거의 자신보다 분명히 빨랐다.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였기 때문.
“네가 혼자 서려고 하는 이상, 너는 결국 나에게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 백무흔. 아무리 강해도. 혼자 미는 수레보다는 누군가가 함께 밀어주는 수레가 더 빨리 올라가는 법이니까.”
“크아악!”
백무흔이 흉악한 괴성을 질렀다.
답답한 뼈일이의 말 때문이 아닌, 아린의 마법 때문이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운이!
비록 자신보다 약한 기운이지만, 영혼을 좀먹어가는 속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쿠과가가가!
분명히 밀어낼 수 있다.
‘그래.’
백무흔은 생각했다.
어렸을 적부터 검을 휘두르면서.
그 어떤 시련이 와도, 해냈었지.
이런 보랏빛 기운 따위?
밀어냄과 동시에.
나약한 자신과 저 빌어먹을 놈까지 전부 다 족칠 수 있을 거다.
영혼까지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을 거다.
자신은 그래왔고.
져본 적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하고자 하는 것은?
패배 없이 꼭 이뤄왔다.
콰아아앙!
뼈일이의 검이 맥없이 도로 튕겼다.
‘다 죽인다.’
자신의 검을 믿는다.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이루고자 했던 꿈을 담은 검을!
저들에게 보여주마!
“그래.”
그 순간 뼈일이가 싸늘하게 중얼거렸다.
“혼자 실컷 보여줘 봐라. 보여주고 느껴봐라.”
쐐애애액!
다시금 뼈일이의 목검이 비호처럼 달려왔다.
다른 스켈레톤들의 합공 역시 지속해서 이어졌다.
주동훈과 하세라 역시 남은 온 힘을 다해 백무흔에게 공격을 퍼붓는 중.
“혼자라는 게 얼마나 비참하고 서글픈지, 똑똑히 느껴보란 말이다! 흐아아아압!”
뼈일이가 이를 악물고 덤볐다.
과거의 백무흔은 강하다.
또한 집요하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놈.
‘하지만.’
뼈일이의 시야에 주군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절대자들이 보였다.
강한 상대를 두고.
그저 최선을 다해 덤비는 자들.
‘그래.’
지금은 잡생각 할 때가 아니다.
나를 믿고.
저들을 믿고.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싸움이 아니다.
서로의 이념과 이념이 충돌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하니.
‘집중하자!’
이기려면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저 백무흔이 거대해 보여도.
매번.
싸우려 해봤지만, 처참하게 당했어도.
“크윽!”
하지만.
밀려오는 백무흔의 검격이 너무도 거세다.
영혼이지만, 심장이 썩뚝썩뚝 썰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드는 의구심.
‘이길 수 있을까?’
내가 백무흔을?
내가 쌓아 올린 저 무력을?
“뼈일아.”
흠칫.
뼈일이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야 앞에는 주군이 따듯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녀석아, 잘했다.”
“어…….”
잘했다고?
그냥 너무도 간단한 칭찬이다.
별 볼 일 없는 주군의 칭찬.
근데.
왜, 그 말이 이렇게 감동적으로 들리는 걸까?
과거.
무림 세계에서.
자신에게 이렇게 따스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던가?
아아.
심장이 차분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커 보였던 백무흔도 다시 정상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의 ‘위압’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그래.’
웃기는 일이지.
세상 어떤 놈이 나 자신한테 위압감을 느낀단 말인가?
엄밀히 따져야 한다.
저놈은 자신이 과거에 부렸던 탐욕만이 뭉쳐 있는 하나의 괴물 덩어리일 뿐이고.
백무흔의 진정한 근본은 나다.
‘그리고.’
영혼에게 근본이란, 육체를 지탱하는 하체와도 같다.
모든 것은 근본에서 시작하는 것이 모든 무술의 기초일지니!
픽.
뼈일이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무려 달마, 장삼봉, 천마를 이긴 고금제일인이라는 작자가.
이런 기초적인 상식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리고.
“나는 지지 않아.”
나는 고금제일인.
천하에 적수가 없는 자.
뼈일이의 목검이 신묘한 빛의 검기를 뿜었다.
이제 그 목검을 더는 목검이라 부를 수 없을 거다.
이 세상 모든 것을 갈라 버릴 듯 날카로웠으니!
“크아아아악!”
뼈일이는 보랏빛 기운을 밀어내고 있는 백무흔의 모습을 바라봤다.
“나는 나에게도 지지 않는다.”
서걱!
뼈일이의 목검에서, 듣기만 해도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동시에.
푸화아악!
백무흔의 목에서.
처음으로 시뻘건 선혈이 분수처럼 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