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6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60화
검신 (5)
“……!”
“……검신이!”
“베였어?”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유령 뼈일이의 검격에.
공격하던 스켈레톤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후웅!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백무흔을 지난 뼈일이는 오른손으로 휘두른 검을 지탱시킨 채, 부동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
목이 베인 백무흔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주르륵!
그 손 사이로 흐르는 진홍빛 선혈.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세라도 놀랐는지 굳어버렸고, 심지어 강소소마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눈을 부릅떴다.
놀라지 않고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오직 어르신과 나뿐.
내가 차가운 눈으로 백무흔을 바라봤다.
‘침착하게.’
저 녀석은 거성(巨星)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힘을 가지고 있다.
혹시 아는가?
목이 떨어져도 다시 붙을지.
무적 같은 사기 스킬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나도 있는데,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하니.’
화르륵!
내가 신살(神殺) 창을 꽉 잡았다.
성좌마저 죽일 수 있는 내 최강의 무기로 완벽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
‘가자!’
탕!
발끝의 자갈이 퉁겨지며 몸을 앞으로 밀었다.
쿠과가가가!
목을 잡은 백무흔의 눈동자가 커지는 게 느껴졌지만.
‘이미 늦었다, 이놈아.’
녀석의 심장을 향해 창날을 쑤셔 넣었다.
금속 같았던 녀석의 피부가 찢기며, 붉은 피가 튀었다.
제법 반탄력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찔러 넣었다.
“크하아아아악!”
백무흔이 마구 날뛰었다.
목검을 휘두르고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는 등 사방팔방 발버둥 쳤다.
그 엄청난 힘에, 자갈이 튀어 오르고 암석이 파였지만.
“…….”
눈에 힘을 준 나는 묵묵히 녀석을 찔러넣은 채로 대기했다.
다른 수하들은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끄아악, 끄아아악!”
화르륵!
녀석의 전신이 하얗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火)의 정수의 발현.
“그래, 타올라라.”
내 입술이 열렸다.
이것은 백무흔을 죽이는 게 아니다.
그저 그의 덧없는 욕망을 불태우는 거다.
우리 뼈일이가.
오롯이 일어설 수 있도록.
이렇게.
재만 남게끔 텅 비워두면, 그 공간 속에 다시 새로운 욕망이 싹트겠지?
“…….”
끄덕.
유령 뼈일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인정한다는 듯.
그리고 감사하다는 듯, 등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백무흔의 본신은 더욱 활활 타올랐다.
어느덧 발버둥이 멈추었고,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포기한 것일까?
아니면, 목표의 덧없었음을 인정한 것일까?
뭐든.
결과는 이 던전의 퀘스트대로, 녀석을 죽였다는 거다.
화륵! 화르륵!
그 강했던 녀석이 이토록 쉽게 불타는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을 때였나?
[검신(劍神) 백무흔을 소멸시킵니다.] [축하합니다!] [스테이지 : ‘검신(劍神)의 한’을 클리어합니다.]마침내, 시스템이 녀석이 완전히 죽었음을 선고했다.
“하아.”
참았던 숨이 튀어나왔다.
안도의 한숨일까, 감격의 한숨일까.
어쨌든, 이번에도 나는.
노인의 힘 없이, 이번에도 무사히 고비를 넘겨내었다.
“주군.”
모든 것을 끝내자.
스스스슷……!
그 검신(劍神)의 힘이 그대로 뼈일이에게로 이동했다.
“주군, 감사합니다. 주군 덕에 제 덧없는 욕망이 완전하게 사라졌습니다.”
저벅, 저벅.
그 힘을 그대로 흡수하며, 나에게로 천천히 걸어오던 뼈일이가.
터억!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저, 뼈일……. 아니, 무림 세계의 백무흔은.”
이제 진정한 백무흔이 되어버린 그가 고개를 숙였다.
검신(劍神).
무림 세계의 모든 천하제일인을 목검으로 때려잡은 존재.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의 무릎은 과연 무거웠다.
“주군의 은혜를 잊지 않고, 평생을 다해 섬길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결연한 포고.
“더불어 주군께서 이 우주의 고금제일인이 될 수 있도록. 저 역시 끊임없이 갈고 닦으며 분발하겠습니다.”
[검신(劍神) ‘백무흔’이 그대를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모든 스탯이 10 증가합니다.]‘크으.’
마침내.
뼈일이까지 진정한 각성을 이뤄내었다.
이제 진짜.
뼈십이 하나 남은 거잖아?
이 기분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그래.
불한증막에서 땀을 쭉 빼고 나와 차가운 냉수에 푹 담가 식힌 후, 나른하게 누워 있는 기분이었다.
달달하고도 시원한 식혜 같은 기분.
힘겨운 고난이 끝난 보상은 역시나 달콤했다.
[‘백무흔’의 기억과 의지를 ‘뼈다귀1’이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뼈다귀1’의 이름이 ‘백무흔’으로 변화합니다.]우리 맏형.
뼈일이.
나는 오랜만에 녀석의 상태창을 펼쳐보았다.
[이름 : 백무흔] [기력 : 1,600/1,600] [고유 능력 : 스켈레톤 엠페러] [클래스 : 소드맨] [등급 : SSS] [힘 : 190] [민첩 : 97] [체력 : 98] [마력 : 100] [기술 : 110] [보유 스킬]-‘검신’(Lv.Max)
-‘삼재검법’(Lv.Max)
-‘스켈레톤 소환’(Lv.Max)
‘캬.’
역시, SSS급.
유이사처럼, 성좌의 힘이 그대로 발현되고 있었다.
스킬도 간단했다.
검신과 삼재검법.
검신은 검을 유려하게 다룬다는 패시브 격 스킬이었고.
삼재검법은 이전에 들었다시피.
녀석을 고금제일인으로 만들어 준 그만의 싸구려 독문무공이었다.
‘녀석은…….’
내가 무릎 꿇은 채, 고개를 숙인 백무흔을 바라봤다.
이제.
녀석의 감정이 제대로 느껴졌다.
‘정이 고프구나.’
자신의 실수로 사라진 세상에서.
녀석은 극심한 외로움을 맛봐야 했다.
그리고 이제는.
녀석이 외롭지 않도록, 내가 잘 보살펴야겠지.
나는 녀석의 주인이니까.
* * *
뼈일이를 일으켜 세운 지, 한 일 분 정도가 흘렀을까?
투욱!
내 앞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검은색 명패였다.
[보상이 도착합니다!] [축하합니다!] [아이템, ‘성좌의 길’(SSS급)를 획득합니다.] [띠링!] [해당 아이템은 직업 연관성이 있는 아이템입니다.]“……성좌의 길?”
멍하니 중얼거린 내가 그것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아이템의 정보가 내 눈앞에 떠올랐다.
[아이템 : ‘성좌의 길’(SSS급)] [등급 : SSS] [종류 : 매개체] [설명 : 숨겨진 유적의 비밀을 파헤칠 수 있는 명패입니다.] [효과1 : 던전, ‘마지막 시련’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효과2 : 헌터, ‘주동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효과3 : 당신은 자격 요건을 충족합니다. 해당 아이템은 언제든 활성화 가능합니다.] [효과4 : 해당 아이템은 마지막 매개체입니다.]‘헐.’
다른 것은 둘째치고.
마지막 ‘효과4’가 내 시야에 크게 들어왔다.
‘마지막 매개체?’
아아.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매개체가 뭐 하는 놈이었는지.
왜, 내 직업에 연관되어서 이런 무지막지한 ‘시련’들을 턱턱 던져주는지.
‘일종의 촉진제였구나.’
SSS급.
성좌의 길.
마지막 시련.
마지막 매개체.
이 모든 단어가 하나를 가리켰다.
[성좌]‘그래.’
두쿵, 두쿵!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피가 활력 있게 핑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이 매개체는.’
한 존재를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결국 성좌까지 성장시켜주는 도구였던 것이다.
목적을 달성하면 사라지는 도구.
‘이것만…….’
이제 이것만 끝내면 나도 성좌가 되는 것인가?
“허허, 그래.”
넋 놓고 명패를 바라보고 있는 내 옆으로 어르신이 다가왔다.
“녀석아, 고생 많았다. 결국, 해냈구나.”
노인이 장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나, 이제 이 던전도 곧 사라질 터. 작별 인사를 해야겠지.”
역시, 어르신.
나와 같이 몇 번 던전을 다니다 보니.
이제 생태를 잘 안다.
클리어된 지 얼마 안 되면, 던전은 무너진다.
그리고 이 던전을 열었던 곳으로 복귀하겠지.
그렇게 되면…….
“빌어먹을.”
강소소가 울적한 표정으로 욕설을 툭 내뱉었다.
“다시 유령으로 돌아간다는 말이구나.”
“걸걸아.”
“예, 어르신…….”
“……!”
내가 눈을 크게 떴다.
하세라 역시 놀란 듯 입을 벌렸다.
세상에, 저렇게 순둥한 강소소라니.
하나도 안 어울리잖아?
“뭘 봐? 이 새끼들아.”
우리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순둥하던 강소소가 다시 도끼눈을 떴다.
“어허, 걸걸아. 내 그리 말버릇을 조심하라 했거늘.”
“옙, 어르신.”
도대체, 뭐야?
이건…….
“또 언제 볼지는 모르겠지만, 기억해라. 육체가 없어도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 걸.”
“……어르신.”
“그래, 걸걸아.”
“…….”
잠깐의 침묵.
이내, 강소소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공손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
“이 버릇없는 년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베풀어 주셔서.”
스으읏!
그 순간,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본래 들어왔던 장소로 돌아나갈 때가 왔다는 말.
“퍽이나.”
노인이 픽 웃었다.
“다 저 처자.”
그러고는 넋 놓고 입을 벌리고 있는 하세라를 가리켰다.
“네 제자가 기특해서 그런 거니, 착각하지 말거라.”
동시에.
파앗!
기묘한 기운이 몸 전체를 휘감았다.
공동 퀘스트의 끝이었다.
* * *
휘이잉!
무릉도원의 바람은 언제나처럼 선선했다.
뒤편 훈련장.
그곳에 아홉 스켈레톤이 모였다.
“크하하핫!”
그곳에서.
망치 든 드미르가 호탕하게 웃으며 반겼다.
“그 뼈일이! 그 뼈일이가 마침내 각성한 게로구나! 주인의 밑으로 온 것을 환영하네!”
주동훈과 하세라는 복귀하자마자 김진아를 만나러 이동한 터라.
수하들끼리의 자리가 생긴 것이다.
“후후, 막내.”
펄럭!
태양창이 검은 날개를 날리며, 백무흔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턱!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주군께서는 원래 항상 들어오면 김진아, 그녀를 만나시지.”
그가 친절하게 주군의 생태를 말해줬다.
그런데.
말하면서도 좀 이상하다.
마치 주군이 김진아에게 쪼르르 달려가 보고하는 모양새가…….
뭔가 그림이 이상하지 않은가!
태양창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면.’
이 세계의 최강자는 김진아가 아닐까?
“어느덧 단풍이 졌네요.”
후후, 엘드린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름다운 무릉도원의 절경.
엘프들이 심어놓은 나무들이 어느덧 붉고 노랗게 물들었다.
신기하게도.
이곳 무릉도원의 전 세계는 대한민국과 같은 날씨를 따른다.
이유는 잘 모른다.
정수의 축복일지, 정령의 축복일지.
아무튼 그 덕에 전 지역이 경도나 위도를 무시하고 사계절이 충만하다.
“하여튼.”
쿠웅!
카덴이 방패를 내리찍었다.
“백무흔, 그대가 여기서 가장 마지막에 각성했으니, 우리의 막내요.”
“……막내?”
백무흔이 되물었다.
아까부터 자신에게 막내, 막내 하는 게.
기분이 사실 좋지는 않았다.
자신은 뼈다귀 1.
엄밀히 말하면 이들보다 제일 앞서 있는 존재 아니던가.
“어쩔 수 없소. 그것이 우리가 짠 규율이니까.”
“크하하핫! 맞지. 자네가 이해하게나! 주군을 모심에 있어, 우리끼리의 규율도 중요한 것 아니겠나?”
드미르가 웃었고.
“들었지, 막내?”
태양창이 비릿한 웃음을 내지으며, 쐐기를 박았다.
아린과 유이사는 멀찍이 떨어져, 서열에 관심 없다는 듯 두런두런 떠들고 있었고.
무각은 재밌다는 듯, 주먹과 손바닥을 투웅! 투웅! 치고 있었다.
‘허허.’
백무흔이 웃었다.
‘이놈들 봐라?’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스윽!
백무흔이 검을 들었다.
목검이 아닌, 이번에 새로 하사받은 ‘파괴룡의 검’(SSS급)이었다.
“이게 내 새로운 검인가?”
그러고는.
처억!
자신을 막내라 칭하는 자들에게 겨누었다.
“……뭐 하는 짓이야?”
“하하핫? 무슨?”
“여, 여어어! 왜 이러시오!”
태양창, 드미르, 카덴이 순차적으로 당황했다.
“무력.”
백무흔이 단조롭게 답했다.
“무력으로 서열을 다시 정한다.”
주군이 없는 자리.
그들만의 알력 다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