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9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95화
2026, 세계 랭커 발표식 (1)
전야제.
폭동과 다름없었던 소란이 단숨에 종식됐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으며, 마른침을 삼킨 채 굳어 있었다.
그 압도적인 효과에 전 세계인들이 혀를 내둘렀다.
‘하이퍼 랭커가 대단하긴 하네.’
‘델라일라 정도 되면 시스템도 조작할 수 있는 거야……?’
‘이게 말로만 듣던 델라일라의 힘? 그럼 주동훈이나 마왕, 천마는 얼마나 더 대단한 거야?’
말을 할 수 없으니, 속으로 생각하는 이들.
웃긴 건.
[…….] […….]거대한 전광판에 생방송으로 송출되고 있는 뉴스의 아나운서조차 입을 꾹 다물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중계 중인 국장과 PD도 잔뜩 굳어 있었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지시해야 하는데…….
그들도 금제가 무서운 거다.
델라일라의 금제.
그게 어떤 것인지 모르니, 더 무서운 거다.
게다가 델라일라면 최근 시련에서 [자,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로 유명해진 랭커 아니던가!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델라일라의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즐거운 축제를 방해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또한 초면에 실례를 저지른 것도 사과드립니다.] [이제 대화해도 좋습니다.] [‘금제’는 없으니, 안심하세요.]“후.”
“후아!”
사람들이 일제히 숨을 내쉬었다.
웅성웅성!
그러고는 다시 조심히 떠들기 시작하려 할 때.
[다만.]델라일라의 메시지가 이어 나왔다.
[주변을 둘러봐 주십시오.] [여러분들이 흥분하고 날뛸수록 많은 사람이 다칠 수 있습니다.] [움직임에 조금만 양보해 주시길 바라며, 각 중계진도 이 부분에 대한 것을 다시 한번 중계 바랍니다.]메시지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바로 방송국이었다.
높은 시청률을 위해서는 현 시각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풀어줘야 하는 법!
PD들은 각국 피해 상황을 모조리 끌어모았고.
아나운서들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화면과 함께 브리핑을 시작했다.
“허.”
“……저런 일이?”
“사, 사망자가 발생했답니다!”
“다들 움직이지 마요!”
날뛰던 모든 사람이 심각함을 인지하는 순간.
인류는 일종의 재앙을 극복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게 바로 하이 랭커의 힘!
헬리콥터가 찍고 있는 각국 주요 밀집 구역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외곽부터 천천히 퍼집시다!”
“밀지 말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해요!”
“치유! 치유 계열 헌터님들은 이쪽으로 와주세요! 여기 피해자가 있어요!”
몇몇 사람들이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상황이 빠르게 종료되었다.
그런 시민들의 움직임이 기특했는지.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선물을 하나 준비했습니다.]델라일라가 다시금 메시지를 보냈다.
[선물은…….] [1시간 뒤, 각국 메인 방송사들을 통해 내보내겠습니다.]* * *
“흠.”
휘리릭!
회의실에 앉아 펜을 돌리며 방송을 지켜보던 김진아가.
투욱!
이내 펜을 떨어뜨렸다.
“……선물이라.”
그녀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선물이 뭔지 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마왕군, 천마신교, 마탑을 비롯한 빅4의 수장들은 다 알 거다.
약 30분 전, 델라일라에게서 마법 전서구가 날아왔기 때문.
각종 미사여구가 포함된 편지였지만, 내용은 단순했다.
– 이번 세계 랭커 발표식을 빅4가 한곳에 모여서 하자!
– 그리고 그것을 전 세계에 송출하는 게 어떠냐!
김진아는 그녀의 진의를 단숨에 파악했다.
“시민들을 달래고 싶은 거겠지.”
별천지의 종말 선고 이후 불안에 떠는 시민들.
그들이 의지하는 게 바로 빅4다.
정확히는 세계 협회 + 빅4.
어쨌든.
그런 그들을 위하여 빅4가 힘을 합치자는 거였다.
“과연 델라일라답네.”
항상 지구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
만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수호천사’와 가장 가까운 이상을 가지고 있는 헌터.
“후.”
뭐, 좋다.
그날 하루쯤, 모이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니까.
다만.
“우리 길마님……!”
문제는 주동훈이었다.
혹시나 해서 조금 전에도 다녀와 봤는데.
눈을 감은 채, 식은땀만 흘리며 앉아있는 그.
뭐가 그렇게도 고통스러운지, 근근이 신음도 들린다.
– 아직.
– 건들면 안 된다고 했다.
– 절대로.
휘리릭!
창을 휘두르며 그를 수호하는 태양창 때문에 깨우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가려면 길마님을 두고 가야 한다는 뜻인데…….
“재밌네.”
김진아가 픽 웃었다.
델라일라가 무얼 그리고 있는지도 알고.
어떤 걸로 시민들을 달래야 하는지도 잘 안다.
‘줄 세우기.’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
그 결과를 지켜보는 우리의 반응까지 다 찍어서 송출하자는 거겠지.
웃긴 건.
– 좋은 취지네. 마탑도 참여할게. 장로들이랑만 가면 되지?
옥스퍼드가 제일 먼저 참여했고.
그 뒤로.
– 마왕군, 참가.
– 천마신교도 마찬가지.
나머지 두 집단도 자신감 있게 참여했다는 거다.
“좋아.”
우리 별천지도 질 수 없지.
어디.
그동안 누가 더 열심히 훈련했는지 보자고.
– 길마님은 사정상 참여 안 해도 되죠?
김진아가 해당 내용을 델라일라에게 발신했고.
곧이어 답장을 수신했다.
– 예, 물론이죠. 어떤 집단이든 참여 인원은 자유입니다. 사전에 알려만 주세요!
* * *
“대, 대박이야!”
“이건, 정말 특종 중 특종입니다!”
소식을 전달받은 HNN(Hunter News Network) 내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델라일라가 관련 소식을 HNN에 전달했다는 메시지를 보냄과 동시에 시청률이 고공행진 했기 때문이다.
“빅4가 모이다니요!”
“사실상 세계 최강자들의 모임이겠네요!”
랭커는 원래 얼굴 보기가 힘들다.
매번 던전 다니느라 바빠 일부 관종들을 제외하고는 매스컴 자체를 멀리하기 때문이다.
봐도, 사진으로 몇 장 보는 게 다겠지.
“크, 랭커들의 실물을 영상에 담는 날이 올 줄이야.”
PD는 물론이요, 카메라맨까지 감격했다.
“사인은 받을 수 있을까요?”
“사인 부탁하게? 깡 좋네.”
“그냥 랭커 사인도 경매에서 몇백에 팔리는데, 하이퍼 랭커 사인이면……. 크으.”
랭커 사인은 귀하다.
만날 기회도 없을뿐더러, 대다수가 사인은 무슨 대화조차 안 한다.
그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먹어야 성장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기 때문.
“헛소리!”
회의실 내부로 누군가가 들어와 외친 것은 그때였다.
“구, 국장님?”
HNN의 국장이었다.
랭커와는 다른 의미로 얼굴 보기 힘든 직책의 그.
“랭커님들 비위 거스를 생각하지 말고, 작정하고 준비해!”
국장이 직접 와서 격려를 시작한 것이다.
“위치가 어디랬지?”
“세계 협회 본부 강당이랍니다!”
“오케이, 실수하지 말고! 알지? 이번에 잘해야 다음도 있는 거다!”
국장은 두려웠다.
잘하면 ‘세계 랭킹 발표식’ 중계가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는데.
여기서 실수해 버리면, 다음 중계권을 못 딸 수도 있지 않은가!
“당장 내일인데, 뭣들하고 있어! 다들 뛰어! 오늘부터 담배도 없고, 밥도 인스턴트로 때운다! 휴식하다 걸리는 놈은 보너스도 없을 거야! 알겠냐?”
“옙!”
“알겠습니다!”
* * *
시간이 흘렀고.
발표까지 대략 2시간 정도가 남았을 때.
이미 세계 협회 강당에는 사람이 꽉꽉 차 있었다.
꽤나 넓게 만들어진 공간인 데다가, 관계자들과 초청인들만 참여했음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물론.
Big4를 위한 VIP 자리는 널찍했다.
의자 하나하나가 푹신한 고급 의자였고, 공기 역시 시원하게 에어컨을 풀로 틀어 두었다.
그리고 그쪽에는 아예 일반인이 들어올 수 없게끔, 망을 쳐뒀다.
혹시 사인 요청하는 정신 나간 직원이 있을까 하는 국장의 배려였다.
또한.
커다란 화면에는, 실시간으로 HNN의 생중계가 이루어지는 중.
“캬.”
기자 중 하나가 감탄했다.
“미쳤어……! 입사 이후 이렇게 스케일 큰 회견장은 처음이야.”
“진심. 여기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 하늘에 감사하며 절해야 한다고! 이건……. 저번 별마전보다 스케일이 크잖아!”
그냥 자리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자리다.
향후, 역사서에 한 장면으로 실릴 자리.
그리고.
– 아아, 마탑. 마탑 도착했습니다.
이내, 강당의 문이 쩌억! 열렸다.
찰칵, 찰칵!
그에 맞추어, 초청받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밀었으며 카메라맨도 신속하게 카메라를 돌렸다.
“저, 저기 봐!”
“마탑이다!”
“마탑주랑 마탑 장로들이야!”
가장 먼저 입장한 것은 마탑이었다.
제일 앞에 서 있는 여자와 그 뒤를 따르는 다섯의 장로.
“저 여자가 소피아 실버스톤?”
“맞다! 그때 아린한테 떡발린……. 으읍!”
누군가가 눈치 없는 기자의 입을 신속히 틀어막았다.
랭커들의 청력은 탈 인간급이라, 어떤 분노를 살지 모르는 일.
‘멍청한 새끼.’
‘그렇게 주의하라 일렀건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HNN의 간부진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물론.
마탑주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빙긋 웃은 채, 상석으로 가 앉았다.
엘로이즈 아린에게 졌다는 걸 진심으로 수치라 생각하지 않는 자세였다.
“와.”
“그 유명한 마탑주라니…….”
“대장로 케이나드도 있어!”
기자들이 침을 질질 흘렸다.
물론.
마탑은 본식이 시작되기 전 식욕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했다.
– 다음 입장은 천마신교입니다.
순서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았다.
애초에 매 순간 훈련하느라 바쁜 빅4인지라.
그저 행사가 시작되기 1시간 전에만 도착해 달라 했을 뿐이었다.
“처, 천마신교다!”
“하세라다! 하세라! 하세라!”
“세계 최강의 여전사!”
입장한 천마신교의 일원들은 마탑에 비해 무수히 많았다.
무려 백 명이 넘었다.
엄선하고 엄선하여, 랭킹 상위에 등재될 가능성이 있는 자만 추렸는데도 그 정도였다.
“캬. 분위기가 달라.”
“마탑도 멋있었는데, 천마신교는 그냥 숨 막히는데? 기운이 달라.”
“위압감이 무슨……. 저분이 검마인가?”
“검마, 도마, 혈마, 환마. 저 넷이 천마신교를 이끄는 사장로잖아.”
“진짜……. 다 오지게 멋있다. 나도 언젠간 저기 들어갈 수 있겠지?”
저벅저벅.
걸어오는 그들의 발걸음은 하나같이 절도 있었다.
과연 무(武)를 숭상하는 집단의 구성원들다웠다.
“여기.”
“이쪽으로 앉으시면 됩니다.”
방송국 직원의 안내에 따라 천마신교 자리에 하나둘 앉는 랭커들.
꾸벅.
근처 상석에 있는 하세라와 소피아도 서로 눈인사했다.
그런 두 여자의 모습은 무언가에 초연해 보인달까?
눈빛에 의욕을 불태우는 사장로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다음은.
– 마왕! 마왕군도 도착했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건 처음이죠?
“와.”
“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순간적으로 환호가 터져 나왔다.
└ 캬! 진짜야?
└ 키야아아아아, 마왕군 실화냐? 실화냐고! 으아아아아아! 나 죽어!
└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커뮤니티도 온통 환호성으로 도배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몬스터가 등장한 이후로, 마왕군이 방송에 나오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항상 다른 세계에 있다고 알려진 그들.
그들은 포스 또한 엄청났다.
하나하나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것처럼 안광에 투기를 그득하게 뿜어내고 있었다.
‘정말……. 마왕군이구나.’
‘진짜 돌아온 거야? 이제 지구에 있는 거야?’
‘마왕군이 비공식 최강 단체라더니, 틀린 말이 하나 없었네.’
‘그냥 달라. 다르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 얘네는 진짜야.’
그들 또한 약 백여 명으로.
천마신교와 수가 비슷했다.
제일 앞서 있는 마왕, 잭 스미스의 걸음걸이는 자신감이 넘쳐흘렀고.
그 당당한 기운만으로 기자들과 전 세계인을 휘어잡아 버렸다.
“둘 다 반갑군.”
하세라와 소피아를 보고 씩 웃은 마왕이 털썩! 터프하게 주저앉았다.
“…….”
하세라가 그런 잭의 모습을 보고 눈을 빛냈다.
‘……바뀌었네.’
저번에 봤을 때랑 기운 자체가 달라졌다.
자신 역시 깨달음을 얻어 껍질을 벗어낸 것처럼, 그 역시 성장을 이뤄낸 것 같았다.
저 눈빛을 보라!
자신이 진정한 세계 최강이라는 듯, 거칠지 않던가!
‘하지만…….’
하세라가 미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왕은 아직 못 봤다.
백무흔을 잡아내는 그와 그의 수하들을.
그리고 한층 더 성장한 주동훈을.
“…….”
찰칵, 찰칵!
계속되는 카메라의 셔터음에 입술을 오물거리며 기다릴 때였을까.
– 마지막으로!
– 별천지, 별천지 도착했습니다!
환호에 분위기를 탄 사회자가 힘껏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