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39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396화
2026, 세계 랭커 발표식 (2)
별천지(別天地).
설립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나, 굉장한 속도로 치고 올라온 신성 중에 신성 길드!
사회자가 그 집단의 이름을 불렀을 때, 전 세계인들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이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빅4 중 하나의 수장이자!
가장 핫하다고 알려진 사내, 스켈레톤 마스터, 주동훈의 용안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렌 것이다.
그리고.
덜컹!
문이 열림과 동시에 가장 먼저 입장한 자는 바로.
깔끔한 정장을 빼입은 김진아였다.
“오.”
“부길마!”
“부길마 김진아다!”
기자들이 감탄했다.
그러더니 곧 자기들끼리 속닥거렸다.
“과연 김진아……. 포스가 장난이 아닌데?”
“진짜. 대박 신기해. 김진아는 랭커도 아니잖아. 근데 느낌이 뭔……. 하이 랭커 이상 같지 않아?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지?”
“연예인이잖아. 원래 연예인 뒤에는 항상 후광이 비추는 법이라고.”
“음, 다른 유명 연예인들도 저 정도는 아닌데. 우리가 기자 짬밥이 얼만데.”
김진아의 경우 별천지 인기 순위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남성 팬과 여성 팬을 동시에 잡은 유일한 인물!
미모도 미모거니와, 간혹 매스컴에 나올 때마다 보여주는 그 카리스마가 대중들을 사로잡은 탓이다.
“그러게……. 예쁘긴 진짜 예쁘다. 뭔가 도도하게 예쁘달까?”
“별천지 부길마면 돈 많잖아. 돈 좀 많이 썼겠지.”
“그게 뭔 개소리야? 별천지 설립 전, 드미르 공방 때 사진 못 봤어? 오히려 돈 없을 때가 더 리즈였거든?”
“젠장, 스켈레톤 마스터는 뭐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왜?”
“봐봐. 주변에 미인 아닌 사람이 있냐?”
“……그러고 보니, 그러네?”
플로아, 기소율, 엘드린, 아린, 유이사……. 등등.
주동훈을 따르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추녀가 없다.
거기다가 가진 힘까지 사기적이니.
“젠장, 주동훈. 세금은 많이 내지?”
“……그러겠지. 벌어들이는 게 얼만데. 아무리 절세한다 해도. 우리보단 많이 내지 않을까?”
“암, 많이 내야지. 더 내라 해! 더!”
몇몇 남성들이 질투심에 이를 바득 갈 때였다.
누군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스켈레톤 마스터는? 왜 김진아랑 다른 사람들만 들어와?”
“안 왔나?”
“왜?”
–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스켈레톤 마스터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다고 하셨습니다!
“아.”
“하아.”
사회자의 알림에 곳곳에서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질투심과는 별개로 스켈레톤 마스터는 팬층이 두껍다.
가장 빨리 성장한 남자이기도 하고.
항상 재앙이 닥칠 때마다 먼저 발 벗고 나서줬던 하이퍼 랭커였으니까.
어쨌든.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김진아 뒤로는.
광전사(狂戰士) 장대웅과 뇌명(雷鳴) 플로아가 있었고.
그 뒤로는 권 자매를 포함한 19명의 멤버가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헉.”
“……무슨.”
“크흡……!”
지켜보던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눈을 크게 뜨며, 경악했다.
김진아에게 머물던 시선이 그 뒤 멤버들을 향했고.
문을 닫고 입장한 그 멤버 전원의 기세가 생각 이상으로 살벌했기 때문이었다.
‘무슨 기운이.’
‘……숨 막혀.’
‘하나하나가 무슨 보스급 괴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잖아.’
솔직히 앞선 두 집단에 비해 크게 기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입장하는 건데, 왜 지들이? 라며 속으로 불만을 가진 기자도 있었다.
그런데.
속을 까고 보니, 다르다.
뭔가 이상했다.
천마신교의 무인들?
마왕군의 군세?
단언컨대 저들에 비하면 약과였다.
마치 조금 전까지도 목숨을 걸고 싸운 것처럼, 안광에는 투기가 즐비했고.
뿜어내는 기세 역시 거칠다 못해 흉악했다.
진정한 일당백의 전사들.
‘어쩌면…….’
‘세계 최강의 집단이 천마신교, 마왕군이 아니라……. 저들일 수도.’
‘무섭다……. 이게 소수정예?’
‘이 정도는 되어야 빅4라는 거지? 다른 랭커들을 받지 않는 이유가 있었네.’
저벅저벅.
걸어가는 별천지의 멤버들을 다른 빅4의 랭커들도 의외의 표정으로 바라봤다.
오직 화면에만 시선을 두고 있던 마왕군의 간부들도 곁눈질로 장대웅을 쳐다봤으며.
천마신교의 사장로 조차 입을 슬쩍 벌릴 정도였다.
‘쟤들 뭐야?’
‘광전사랑 뇌명 빼고는 그렇게 높은 랭커도 없지 않았었나?’
‘근데 무슨 기세가……. 저래?’
어쨌든.
그렇게 세계 랭커 발표식을 약 30분 남겨두고.
모든 초청받은 랭커가 자리에 앉았다.
* * *
나.
나는 누구일까.
아무리 상상을 해보고, 과거를 뒤돌아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뒤돌려 봐야 똑같다.
항상 시커먼 공간 속에서 강해지겠다는 일념으로 검을 휘두르는 나.
그게 다였다.
‘제기랄.’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답답했다.
기분이 더러웠다.
좀만 생각하면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얄밉게 뇌가 생각을 거부한다.
여태껏 고통받으면서 무기를 휘둘렀는데.
그래서 강해졌는데.
내가 누군지를 모른다?
나는 그 부분이 가장 억울했다.
이 고통이 빛을 발하려면 내가 나여야 의미가 있는 거 아니던가!
이대로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망자(亡者)가 아닌 망자(忘者).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곧 죽음과 틀리지 않다.
‘일어나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잃어버린 감각을 일깨우자.’
눈을 뜨고, 코와 귀를 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눈을 떠야 하는지도, 감각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도.
심지어는 내 생김새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떠오르는 거라고는…….
– 이런 멍청한 놈!
나를 향해 삿대질하고 있는 노인과.
‘어?’
그러고 보니, 시커먼 주변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서서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
붉은 머리의 꼬마였다.
굉장히 깡마른 데다가, 마음에 병까지 가지고 있는…….
‘넌 왜 이렇게 아파하냐.’
친구뿐만이 아닌,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은 소녀.
그녀의 감정이 내 심장을 콕콕 찔렀다.
찌릿한 느낌에 괜히 눈물샘이 자극되었다.
코끝이 찡했다.
그러면서도 뭐랄까.
다른 감정도 전해졌다.
걱정, 우려, 감사, 고마움, 애틋함. 등등.
‘그 감정.’
좋았다.
조금 더.
조금 더 보내 줄 수 있겠니?
‘음?’
꼬마의 옆에는 또 다른 인물이 있었다.
‘너는…….’
몸을 뒤덮는 검은 날개에 창을 들고 있는 반인반수.
그 역시 아파하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괴로웠을까?
집단 괴롭힘, 사막의 모든 존재가 자신을 보고 괴물이라 불렀던 아이.
‘너는 지금 괜찮냐?’
그 역시 감정이 공존했다.
새로 보는 세상에 대한 설렘.
주군을 위한 충성.
자신을 더 이상 괴물이라 칭하지 않는 동료들.
또 있었다.
검을 든 삿갓 사내.
활을 든 귀 긴 여자.
몸보다 커다란 방패를 들고 있는 건장한 남자.
망치 든 땅딸보.
기도하는 성녀.
주먹과 발에 굳은살이 잔뜩 박여있는 광인.
그리고.
지팡이 든 예쁜 정령사까지.
그들 모두가 나를 애처로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또한, 나를 원하고 있었다.
내가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 둔한 놈! 이 광경을 보고도 아직 모르겠느냐? 몸을 마사지하는 게 아니라, 이제 뇌를 마사지해야겠구나!
‘스승님…….’
근데 왜 스승님도 거기서 아파하고 계십니까.
도대체 어떤 ‘한’을 가지셨기에…….
‘잠깐.’
한?
맞다.
저들은 모두 일종의 ‘한’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저들의 ‘한’을 해결해 줬었지.
내가 왜?
‘당연하지.’
이 멍청한 놈아!
저들은 내 수하잖아.
나만의 스켈레톤이잖아…….
‘스켈레톤.’
으윽!
머리가 아팠다.
흩어진 퍼즐 조각처럼 어지럽혀진 정보들이 하나둘 끼워 맞춰지기 시작했다.
이미 무저갱 속으로 빠져 버린 기억 조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래 묵은 세월을 털고 날갯짓해 나에게 다가와 흡수되었다.
그래.
기억이 난다.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뼈일 – 백무흔
뼈이 – 태양창
뼈삼 – 엘드린
뼈사 – 카덴
뼈오 – 아린
뼈육 – 드미르
뼈칠 – 다나
뼈팔 – 무각
뼈구 – 유이사
그리고.
뼈십 – 만술 어르신
아아!
이제야 완전히 깨달았다.
내가 누군지.
나는 이들을 이끄는 자.
이 스켈레톤들의 한을 달래고, 키우며, 종국에는 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자.
그래.
스켈레톤 마스터!
“쯧쯧, 이제야 깨닫다니, 참 오래도 걸렸구나.”
‘……어르신?’
노인이 내 눈앞에 더욱 실감 나게 그려졌다.
“이런 고얀 놈. 제자가 되어서, 이 스승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다니……. 네놈 거의 죽다 살아난 걸 아느냐?”
‘……아.’
진짭니까?
“그래도 기특하구나.”
왜인지 모르겠는데, 눈물이 났다.
슬픈 감정은 아니고 무언갈 해냈다는 것에 있어서 뿌듯한 감정이 몰아친 탓이다.
그러던 순간.
쐐애애액!
어디선가 강한 풍압이 일었다.
화르르륵!
눈을 감았던 내가 본능적으로 창을 만들어 그것을 받아냈다.
공간을 찢어버릴 만큼 강력한 일격이었지만, 막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어르신?’
놀랍게도.
쇄도한 검의 주인은 바로 만술 노인이었다.
나쁜 백무흔 조차 그 힘을 두려워했던 그 만술 노인 말이다.
‘내가 어르신의 검을……. 받아냈어?’
그것도 이렇게 쉽게?
어르신의 움직임 역시 간단해 보였지만,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방금.
어르신은 최선을 다했다.
“네놈은 지금 만술의 중급을 달성했다. 그 말인즉슨…….”
‘아아.’
“내 경지랑 비슷하다는 의미이며.”
그런 어르신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제자의 화려한 부활을 보았으니,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잘했도다.”
[띠링!] [축하합니다!] [만술 세계의 일인자, 만술의 달인. 그가 만족합니다.] [마침내 당신은 스스로 빛을 내었으며, 당신만의 만술(萬術)을 정립하였습니다.]아아.
만술(萬術)!
그래 나는 만술의 전인자다!
눈을 떴다.
“읏!”
오랜만에 비치는 햇살에, 눈이 부셔왔다.
하지만, 금방 적응되었다.
저기서 나오는 빛보다 내가 발하는 빛이 더욱 강렬하기에.
‘과연.’
오랜만에 보는 무릉도원 훈련장의 모습은 한적했다.
‘이거구나.’
이게 성좌, 아니, 거성(巨星)의 힘!
꾸욱!
세게 쥔 주먹으로 무언갈 쉽게 박살 내버릴 것 같은 기괴한 파괴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르신.”
내 눈앞에는 지금까지처럼 유령의 모습이 아닌, 실물의 노인이 서 있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자, 부모처럼 따르는 스승님.
그가 폴리모프 한 채, 인자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어르신은.
각성한 뼈십이가 되었다.
“그나저나 폴리모프는 언제 배우셨습니까……?”
“끌끌, 녀석아. 지금 그게 그렇게 궁금하더냐?”
“사실, 그건 아니죠. 어르신. 그냥, 음. 뻘쭘해서요. 하핫.”
내 떨리는 목소리로 웃었다.
어르신의 음성이 떨리는 게 느껴져서.
감격에 차 있는 그 감정이 내 심장에 그대로 전달되어서.
“제자야.”
“예.”
어르신의 부름에 내가 답했다.
어르신이 감격한 만큼, 분명히 나도 감격스러웠다.
“……고맙다. 정말로. 나는 이미 죽었고, 이제 다시 시작된 삶을……. 네 녀석이 준 삶을 네 평생의 조언자로 살겠노라.”
[만술 세계의 일인자 ‘만술의 달인’이 그대를 진정한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모든 스탯이 10 증가합니다.] [보상이 도착합니다!]아아, 그래.
오늘.
내 커다란 꿈 중 하나.
– 어르신을 살려내는 것.
나는 그것을 이뤄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