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14)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14화
합동 훈련(2)
“뭐, 뭐야. 이게.”
“특수한 금속인가? 생긴 거랑 달리 엄청 무거운데?”
“좀 심하네. 이 정도면 몇백㎏은 족히 나갈 것 같은데…….”
짤그랑! 떵그렁!
빨간 모자를 쓴 별천지의 멤버들이 랭커들 사이를 지나다니며, 갑옷을 던졌다.
회색빛 철갑.
드미르가 찾아낸 특수한 금속으로 만든,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쇳덩이다.
중량과 비교해 그리 튼튼하지도 않아, 어디에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훈련용으로 고안해 낸 갑빠.
“…….”
그것을 든 마왕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런 걸 차고 훈련하는 건가?’
확실히.
마왕군의 훈련 방식과는 많이 달랐다.
마왕군은 마계(魔界)에서 실전만 겪는다.
그리고.
실제 전장에서 이런 쓰잘머리 없는 짓을 하다간 골로 간다.
“으, 무거워.”
“이 상태로 검을 휘두르라고?”
“그건 운동이 아니라 노동 아냐? 존나 비효율적인데.”
역시나.
마왕군 쪽에서 불평불만이 가장 많이 들려왔다.
상황이 답답한 거다.
‘하지만.’
마왕이 눈을 빛냈다.
조교로 보이는 별천지의 멤버들.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 또한, 훈련용 갑옷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저들은 저 무거운 걸 입고도 편안하고 가볍게 움직이는 거다.
‘일부러 역경을 쑤셔 넣은 후, 강제로 적응시키는 방식의 훈련인가?’
흥미로웠다.
저들의 훈련 방식이.
“지금부터 마왕군 입에서 불평불만의 ‘불’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오면, 끝나고 뒈지게 얻어맞는 거다. 전달해.”
“……옙, 마왕님.”
마왕 옆자리에 있던 수하 하나가 속닥이며 전달했다.
그 이후, 모든 마왕군은 합죽이가 되었다.
그렇게 그들이 꾸역꾸역 갑옷을 다 걸쳐 입었을 때.
쿠우웅!
검은 모자를 쓴 장대웅이 힘껏 땅을 밟았다.
공간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웅성거리던 이들이 입을 다물고 긴장 어린 눈빛으로 광전사를 응시했다.
세계 랭킹 7위, 광전사(狂戰士) 장대웅.
저 앞의 남자가 오망성의 다섯 팀장 다음가는 실력자다.
“크하하핫, 다들 준비됐나?”
양팔을 허리춤에 올린 장대웅이 가슴을 활짝 편 채로 모두를 쭈욱 둘러봤다.
“뭐, 여기에 진심으로 배우고 싶어서 들어온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 억지로 기어들어 온 애들도 있을 거다.”
뚜둑, 뚜두둑!
손가락 관절을 꺾는 장대웅 옆에는.
파즈즈즉!
또 다른 검은 모자, 전류를 튀기는 플로아가 있었다.
세계 랭킹 8위, 뇌명(雷鳴) 플로아.
이번 합동 훈련 간 교관을 맡은 두 랭커였다.
이번엔 그녀가 나섰다.
“그때는 조교한테 말해. 포기하겠다고. 우리도 굳이 억지로 기어 온 병신들한테 뭔가 해주고 싶진 않거든.”
“…….”
어찌 보면 모욕적일 수도 있는 플로아의 말에 침묵이 감돌았다.
‘저렇게 말하니까. 오기가 생기는데?’
‘포기? 랭커가 포기? 말도 안 되지.’
‘흥, 얼마나 대단한 훈련이길래 저렇게 말하는지 한번 두고 보자고.’
누군가는 호기심의 눈빛으로.
또 누군가는 독기어린 눈빛으로 교관들을 바라봤다.
“포기하면 그 시간부로 무릉도원 밖으로 나가면 돼. 그리고 부탁인데, 나갈 거면 제발 빨리 나가줘. 우리도 시간이 남아돌아서 이 지랄 하는 건 아니라서.”
싱긋 웃는 플로아, 그런 그녀 앞에서.
쿠구구구구…….
엄청난 기세를 뿜어대는 랭커가 있었으니, 바로 마왕과 천마, 마탑주 등등이었다.
그들이 기세로 억압하는 대상은 별천지의 멤버들이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수하들이었다.
‘……포기하면 죽겠군.’
‘제길, 그래 한 달. 한 달만 더 고생하자.’
‘이번엔 게임에 졌으니까. 원래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라 하잖아?’
짝짝짝!
장대웅이 이제 되었다는 듯 손뼉을 친 것은 그때였다.
“자, 이제 준비해라.”
“…….”
“지금부터 뜀걸음을 시작한다. 목적지는 아포피스의 무덤까지. 이동 간 본 교관과 조교들이 너희를 공격할 거다. 공격을 막거나 피하며 목적지에 도달하면 되는 거다. 알겠냐?”
그가 눈짓하자, 별천지 멤버들이 오와 열을 갖춘 랭커들을 뺑 둘러쌌다.
장대웅과 플로아는 맨 뒤로 이동했다.
“모두.”
장대웅이 씩 웃음과 동시에 주먹을 들었다.
파즈즈즉!
플로아의 몸에서도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전류가 튀겼다.
“뛰어!”
콰가가가가가!
외침과 동시에 맨 뒤에 일격을 가하는 장대웅.
“뛰, 뛰자!”
“달려!”
그렇게 별천지의 첫 합동 훈련이 시작되었다.
* * *
텅 빈 훈련장.
그곳, 한가운데에 세 인영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
먼저 눈을 감고 명상하는 나.
그리고 내 맞은편에는 백발노인이 나와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고.
구석에는 배지민이 눈을 감은 채 ‘태청심법’을 운용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배지민이 현재 무아지경에 빠져, 스스로를 잊은 채 심법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
“끌끌, 대단한 집중력이구나.”
“대단하긴 하죠.”
그런 배지민을 곁눈질하며, 사제(師弟)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뭐가 그렇게 고민이더냐?”
“고민이랄 것도 없죠. 그냥 답답한 겁니다.”
“세상에 강한 존재가 너무 많아서?”
“예, 어르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이놈아.”
“예.”
“세상은 원래 그랬다. 과두시사(蝌蚪時事)라고, 벌써 옛날 생각은 못 하는 게냐? 아니면, 이제 힘 좀 가지니, 온 세상이 네 것인 줄 알았더냐?”
스윽.
노인이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찰랑!
물이 담긴 주전자였다.
‘신기하네.’
내가 눈을 빛냈다.
어르신은 항상 소매에서 무언갈 꺼내곤 했다.
그게 검이든, 창이든, 활이든.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것도 어르신의 술(術) 중 하나인가?
스르륵!
어르신이 정갈한 움직임으로 찻잔을 꺼낸 후, 주전자에 담긴 액체를 따랐다.
“이게 뭡니까?”
“차다. 내가 익힌 술(術) 중 하나인 다예(茶藝)지.”
다예.
차를 만들고 마시는 것에 대한 예절이었다.
“본래 사람 상대하는 것만 익히는 나였지만, 이는 심법 때문에 익혔다. 보아라.”
졸졸졸졸.
“향이 좋지 않으냐? 가끔 이렇게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다 보면, 흥분했던 마음이 가라앉는 법이지.”
“확실히 그러네요.”
의외였다.
어르신에게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이야.
유령이 아닌,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찾은 노인의 모습은 마치 구름 위 신선을 보는 듯했다.
“솔직히 말하면, 네 경지와 내 경지는 방향이 다를 뿐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하니, 네 생각이 이처럼 훤히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네놈이나 나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끌끌.”
“비슷한 생각이요?”
“만술 고급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지 않으냐.”
“……!”
이런.
정곡을 찔렸다.
사실, 고래를 만난 이후로부터, 나는 조바심이 들었다.
이 세상에 강자가 저렇게 많은데,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저 강자보다 더 강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 해법이 만술 고급에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그 경지에 올라설 방법을 알고 계십니까? 이 제자.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쯧쯧, 이놈아.”
어르신이 홀짝 차를 마셨다.
아린의 폴리모프는 위대해서 스켈레톤임에도 오감(五感)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즉, 어르신은 현재 살아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내가 알고 있었으면, 그 경지에 이미 올라 있게?”
“…….”
“그저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하지만, 조급하지 않으면……!”
“않으면, 뭐.”
어르신이 픽 웃었다.
“저 빌어먹을 신들의 노리개로 쓰이다가 죽을 수도 있단 말을 하고 싶은 게냐?”
“…….”
“이놈아, 착각하지 마라. 만술 중급에 다다르기 전에는 안 그랬겠냐? 원래 세상은 이 모양이었다. 그놈들 입장에서 우린 어차피 장난감이야. 이제는 제법 날카로운 바늘 하나를 쥐고 있는 장난감이겠지.”
장난감이 바늘 하나 꼽고 있다고 큰 위협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럼 제가 어째야 하는 겁니까.”
답답했다.
어르신의 말은 어차피 강한 놈이니, 강해지지 말라는 건가?
“그저 천천히 가란 거다. 내가 했던 것처럼 제자 하나를 키워보는 것도 괜찮겠지.”
노인이 힐긋, 무아지경에 빠진 배지민을 쳐다봤다.
“제자요?”
“나 역시. 네놈을 가르치면서 느낀 게 많거든.”
“…….”
배지민을 제자로 받는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건 아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합격이다.
왜인지 몰라도 배지민은 내가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군말 없이 따르는 편이다.
지금도.
합동 훈련에 빠진 채, 옆에 있으라 하는데, 불평불만 하나 없지 않던가.
“어차피 만술(萬術)은 일인전승이다. 현시점에 네게 배지민보다 적합한 제자가 있느냐?”
“없죠.”
육망성의 축복을 받은 비운의 천재.
마치 육각형처럼.
모든 능력치가 만점에 가까운, 만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
“…….”
내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배지민의 모습을 자세히 응시했다.
‘배지민을 본격적으로 키워본다?’
과연.
거기에 만술 고급에 대한 해답이 있을 것인가?
‘그래.’
까짓거 해보자.
어르신이 틀린 말 하는 거.
지금까지 본 적 없잖아?
* * *
합동 훈련 시작 2시간째.
무릉도원의 미개발 대지를 달리는 랭커들.
“헉, 허억, 헉!”
몇몇 랭커들에게서 거친 호흡이 튀어나왔다.
그래.
처음에는 제법 견딜 만했다.
아무리 무거운 옷을 입어도, 랭커의 체력은 탈 인간이라 알려져 있으니까.
쾅! 쾅! 쾅! 콰아아앙!
뒤에서 마구잡이로 공격해 대는 장대웅과 플로아의 공격을 피해서 앞으로 달리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점점 힘들어.’
‘바닥이 좀 이상한데? 마치 발을 뻗을 때마다 자석으로 끌어당기는 기분이야.’
그뿐이 아니었다.
바닥이 얼마나 울퉁불퉁한지, 달리는 랭커들의 흐름을 다 뺏어버렸다.
게다가 간혹가다 뻗는 조교들의 공격은.
“끄아아악!”
“씨, 씨발! 아파! 아프다고!”
그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선사했다.
물론, 다친 사람은 저 하늘에 떠 있는 다나가 즉각적으로 치료해 줬지만.
‘아이고, 죽겠네.’
‘이거 진짜 견딜 수 있는 거 맞아?’
‘아포피스의 무덤인가 뭔가. 그건 도대체 언제 나오는데?’
말 그대로 걸레짝이 되어가는 랭커들이 신음을 내뱉었다.
막무가내로 뛰는 그들의 모습은 처음 모일 때의 그 위풍당당한 모습들이 아니었다.
“헉, 허억, 허어어억!”
“헥헥헥!”
산소가 필요한 개처럼 혀를 내미는 이들.
‘제법이군.’
묵묵히 달리던 마왕, 잭 스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의 훈련은 실전과 별 다를 바 없다.
멤버들은 진짜 전쟁인 것처럼 진심을 다해 공격하고 있었고.
흙과 땀으로 범벅된 랭커들의 모습도 전쟁을 치를 때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마왕이 고개를 흔들었다.
고작 이 정도 체력 단련으로 모든 멤버들이 최상위 랭커가 된다?
그건 어불성설이다.
‘뭔가 더 있어.’
분명 더 있어야 한다.
뚜욱, 뚜욱!
마왕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건 정령의 힘인가?’
마왕이 주변을 탐색했다.
불의 힘이 공기를 데우고 있었고, 물의 힘이 습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또한 땅의 힘이 그들의 중력을 더 강하게 느끼게끔 했고, 바람이 산소를 억제했다.
‘흐으음.’
그래.
자신이 땀을 흘릴 정도인데.
다른 랭커들은 얼마나 힘들겠는…….
“호오?”
파앗!
그때, 마왕의 시야에 잡힌 것은 다름 아닌 한 여자였다.
입술을 깨문 채, 더 빠르게 질주하는 여자, 천마(天魔) 하세라.
‘이건 질 수 없지.’
파아앗!
마왕이 허벅지에 힘을 준 채, 뛰어나갔다.
죽어가는 지옥 훈련 사이에서.
두 최상위권 랭커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