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3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30화
땅따먹기(3)
“뭐, 뭐야?”
페트록 행성의 랭킹 4위, 페드리움이 눈살을 찌푸렸다.
앞서 질주하던 페트록 랭커들이 다시 뒤로 튕겨 나오고 있었기 때문.
그것도 달리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키에엑!
키에에엑!
문제는 튕겨 나가는 랭커들 중 정상적인 자가 없다는 거다.
아가미가 찢기거나, 단단한 비늘이 뜯겨 나간 채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사지가 분해되어 절명한 자도 있었다.
페드리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렇게 쉽게 당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일반 어족도 아니고, 무려 랭커였다.
수백억 마리의 전사 중 가장 강한 1,000명의 대전사.
어쩌다 질 수는 있어도, 이렇게 쉽게 터져 나가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저런 위력은 페트록에서도 오직 하나.
어족의 왕, 시클리드만이 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저들이 모두 거성(巨星)급?
그건 아닐 거다.
아무리 타 행성이라도, 왕과 같은 능력을 갖춘 이가 저리 많을 수는 없을 테니까.
“아무래도 환경이 문제인 것 같군.”
우리는 어족(魚族).
기본적으로 물속에서 싸워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한다.
“너무 성급하게 돌격한 것 같습니다.”
“얼른 준비해라.”
“예.”
페트록 랭킹 6위, 아로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고유 능력, 「바다화」는 혹독한 환경에서 어족(魚族)의 약점을 완벽히 상쇄시킬 수 있는 역대급 사기 능력이었다.
시전자 주위 반경 2㎞를 물바다로 만들어버리는 기술.
“어족들이여……!”
쿠구구구구구……!
아로와나의 주변에서 엄청난 기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세상을 물들이는 푸른색 물의 기운.
이윽고, 그의 눈이 빛남과 함께
“파도 속에서 헤엄치거라!”
쿠과가가가가!
하늘에서부터 생성된 폭포가 엄청난 속도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수심 깊게 차오르는 물과 당황하는 지구 놈들.
‘클클.’
아로와나가 생선 비린내 나는 웃음을 지었다.
‘물속에서 우리는 배로 빨라지고 배로 튼튼해지지.’
그들이 상황의 반전을 꿈꿨다.
* * *
갑작스레 차오르는 물.
코끝을 풍겨오는 바다 냄새.
“뭐야?”
신나게 창을 휘두르던 주동훈이 혀를 찼다.
“누구 허락 맡고 물을 뿌려?”
또 물이 차올랐다고 훨씬 빠르게 움직이는 꼴이 참으로 웃겼다.
진짜 영락없는 물고기 아니던가.
“유이사!”
“예, 말씀하세요.”
“엘라임 좀 이쪽으로 불러 봐.”
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뽀글뽀글.
옆에서 물방울과 함께 머메이드형의 섹시한 여성체가 나타났다.
“후후, 오랜만에 찾으시네요? 보고 싶었잖아요.”
왜 진즉 부르지 않았냐는 의미로 살짝 눈을 흘기는 엘라임.
“엘라임, 혹시 저 물 좀 치워줄 수 있나요?”
“그럼요.”
엘라임이 말해 뭐하냐는 듯 웃었다.
정령왕은 기본적으로 성운급이다.
비록 이곳에선 힘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지만……. 물을 관장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감히 은인 앞에서 물 쓸 생각을 하는 발칙한 종족이 있다니.”
싱긋 웃은 엘라임이 양팔을 들었다.
동시에.
쿠구구구구……!
낙하하던 폭포가 다시금 역류하기 시작했다.
키엑?
키에에엑?
어족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물 만난 물고기에게 다시금 물을 빼앗아 버리는 엘라임.
“제가 역소환되지 않는 한, 저 종족에게 물이 닿는 일은 없을 거예요.”
든든한 엘라임의 선포.
당연히 지구의 대중들은 난리가 났다.
└ 와.
└ ㅋㅋㅋㅋㅋㅋㅋ
└ 진짜 이게 말이 되나?
└ 지금 바다를 들어 올린 거임?;;
└ 저 섹시한 여자는 누구?
└ 모르냐? 물의 정령왕 엘라임임.
└ 엘라임?
└ ㅇㅇ, 주동훈의 수하인 유이사와 계약한 4대 정령왕 중 하나.
└ 미친, 그러니까 지금 주동훈의 수하의 수하가 저런 위력을 내고 있다는 거지?
└ 미쳤다!
└ 지렸다아아!
관중들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주동훈의 전력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었지, 실제 어느 정도로 센지는 그 누구도 몰랐는데.
이번에 확 체감하고 있었다.
“나이스 엘라임.”
고개를 끄덕인 주동훈이 허공을 박찼다.
이제 그가 상대할 존재는 하나다.
‘아까부터 거슬리던 놈.’
이미 저기서 호전적인 무각과 싸우고 있는 자였다.
‘무각의 것을 뺏어서 미안하지만.’
주동훈이 고개를 저었다.
‘저놈이 무각의 상대는 아냐.’
그의 눈이 어족의 왕, 시클리드에게 고정되었다.
* * *
무각은 투신(鬪神)의 자리를 이었다.
즉, 기본적으로 싸움을 좋아한다는 말.
그런 그에게 시클리드는 아주아주 좋은 상대였다.
어차피 그야 죽어도, 주인의 손에서 부활하면 그만이니까.
쐐애애액!
쇄도하는 녀석의 창에.
“으헛!”
기겁한 무각이 몸을 틀어 피해냈다.
아무리 목숨이 수십 개라도, 쉽게 죽어주긴 싫었다.
이것은 자존심의 문제.
“제법이구나!”
무각이 외치며, 원거리로 주먹과 발을 날렸다.
까각! 까가각!
그 공격을 마치 예상이라도 하듯 손쉽게 막아내고 흘린다.
‘과연.’
저놈, 무언가 느낌이 달랐다.
과거, 백무흔을 상대할 때 저런 느낌을 받았었나?
‘뭐.’
그가 강하든 말든 무각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그는 싸움을 즐길 뿐.
물론.
싸움했으면 최대한 이길 생각으로 덤벼야겠지……?
“하아아앗!”
무각이 기세를 올려 정권을 내지를 때였다.
키에엑!
‘응?’
어족의 창이 천천히 늘어난다 싶더니, 이내 수백 개로 증식한 것과 같은 환상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윽고 그중 몇 개가 폭발적으로 쇄도했다.
“어?”
그리고 그 순간.
푸숙!
그의 가슴에 창이 꽂혔다.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앙!
과격한 기세를 담은 창이 굉장한 폭음과 함께 폭발했다.
단단한 용의 뼈로 이루어진 무각을 다 녹여 버릴 만큼 강력한 화력이었다.
“…….”
무각의 허무한 소환 해제.
전장터에서 싸우던 뼈팔 직속 수하들이 모두 뼛가루로 화했다.
그리고.
관리팀장인 고래는 또 절묘하게 이 장면을 지구 쪽으로 송출시켰다.
아까 전부터 명장면을 잡아내는 솜씨가 아주 기가 막혔다.
└ ???
└ 뭐였음, 방금?
그 광경을 본 대중들이 모두 할 말을 잃었다.
키보드 워리어들도 미친 듯이 손가락을 놀렸다.
└ ㅅㅂ.
└ 다들 봄? 창이 어떻게 저렇게 많이 늘어나냐?
└ 나 봤음. 아니, 느꼈음. 분명 저거 다 진짜였어.
└ ㄹㅇ?
└ ㅇㅇ 나 S급 헌터 출신임.
└ 와, 근데 무각이 한 방에 골로 갈 정도면 저거 대단한데?
└ ㅇㅈ, 장대웅이랑 플로아 피셜, 자신들이 무각 한창 아래라고 했었잖아. 둘이 덤벼도 진다고.
└ 와, 진짜? 돌았네.
세계 랭킹 7위, 광전사.
세계 랭킹 8위, 뇌명.
이 둘을 동시에 잡는 괴물 or 괴물을 한 방에 보내는 물고기 괴물!
그 진짜 괴물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르륵!
아니, 이건 움직인다는 말로 표현하기 부적절했다.
후웅!
단 한 번의 휘두름.
시클리드가 내지른 하나의 창격이 수십 수백 개로 증식되어 쇄도했다.
콰앙! 콰아앙! 콰앙!
증식된 창들은 하나같이 진짜였다.
폭탄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들을 가격했다.
압도적인 힘으로 정령들을 역소환시켰다.
그중에는 유이사도 있었고, 다나도 있었다.
└ ?
└ ??
└ 지금 주동훈도 당하는데……?
흥분하던 지구의 대중들이 적막에 휩싸였다.
└ 이거 혹시?
└ 우리가 질 수도 있는 거야?
└ ㅅㅂ?
안도하던 한 식당 아주머니의 등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막노동하며 허공을 바라보던 아저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혹여.
여기서 주동훈이 죽기라도 한다면?
지구는 끝장이다.
운 좋게 생존한다고 해도, 시한부 판정밖에 되지 않는다.
주동훈이 없는 지구에 미래라는 게 없을 테니까.
└ 아, 아직 몰라!
└ 지금 주동훈 달리고 있다고!
└ 아직, 주동훈은 멀쩡해!
└ 백무흔이랑 어르신도 멀쩡함!
전 세계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화면에 집중했다.
└ 제발! 제발! 제발!
└ 으아……. 숨 막혀!
└ 이겨주세요.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에 맞추어.
센스 있는 고래의 화면이 달리는 주동훈을 포착했다.
* * *
‘흐음.’
시클리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눈앞에 하필 자신과 똑같은 창을 들고 질주하는 존재.
그 존재가 자신의 창격을 예상보다 훨씬 더 잘 피하고 있었기 때문.
‘하긴.’
페드리움이 조심하라 했던 놈이다.
자신도 그도.
서로를 모르는 상황에서 방심은 금물이었다.
‘하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자신은 어족의 왕.
그것도 수많은 성좌를 짓누른 거성(巨星)이다.
저놈도 제법 큰 성좌 같지만.
‘누가 큰지는 부딪혀 봐야 제대로 알겠지.’
쐐애액!
이번엔 다시 모든 창격이 달려오는 놈에게로 집중했다.
순식간에 생겨난 20개의 창이 번개처럼 쇄도한다.
“…….”
이건 볼 것도 없다.
수백 개가 아닌 딱 20개.
그것도 하나하나에 자신이 살며 얻은 모든 깨달음과 묘리를 담아냈다.
‘어디 이것도 피할 수 있을 듯싶으냐?’
지구 놈들은 모르겠지.
이게 얼마나 대단한지.
당장 옆에만 봐도 페트록의 랭커들이 할 말을 잃고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저 한 수 한 수가.
본인들이 평생을 익히고 사용했던 절예였으니까.
곧 이어질 비명을 기대하며, 창을 아래로 떨칠 찰나.
까앙, 까아앙!
“……음?”
손아귀에 거대한 충격이 느껴졌다.
‘뭣?’
깜짝 놀란 그가 두 눈을 부릅떴다.
저놈이 창으로 그 절예 20가지를 모조리 쳐낸 것이다.
‘그게 가능한가?’
방금의 수는 장난이 아니었다.
만약 자신이 상대 쪽에 있었다 했어도, 쉽게는 못 막아냈을 정도로 공들인 습격이었다.
‘그럼 운?’
아니.
말도 안 된다.
이건 아무리 운이 좋아도 막을 수 있는 류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나.
그 말이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졌는데.
‘다시 제대로 가 보자.’
후우우웅!
모든 방심을 털어낸 시클리드가 다시금 창을 들었다.
그 여파만으로 바닥이 갈라지고 공간이 휘어졌다.
실로 엄청난 위력.
이내 그의 손끝에서 창술이 다시 한번 펼쳐졌다.
창끝에서 채찍 휘두르는 소리와 함께 20가지 창이 다시금 쇄도했다.
* * *
‘20개라.’
다가오는 공격을 바라보며, 주동훈이 고개를 털었다.
백무흔과 어르신께는 굳이 오지 말라 해뒀다.
실제 말을 한 건 아니고 의지를 전달했다.
저놈 상대하지 말고 다른 놈들만 조져달라고.
‘왜냐.’
저놈은 내 거거든.
원래 제일 맛있는 놈은 주인이 먹는 법이다.
어쩔 수 없다.
아니꼬우면 백무흔이나 스승님이 주인 하면 되는 거다.
– 이러언, 고얀 놈, 끌끌.
그의 의지를 읽었는지, 어르신이 곧바로 의지를 보내왔지만 어쩌랴.
이 제자.
원래 이런 놈이었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재밌네.’
저 어족이 펼치는 창술을 보고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었다.
창술의 극(極)에 달한 것을 넘어, 다른 술(術)을 보고 익힌 깨달음을 창에 담은 것.
‘근데.’
그러면서도 귀엽기도 했다.
‘고작 20개야?’
만술(萬術)의 요체는 하나의 술(術)을 쓰더라도 그곳에 만 개의 술(術)을 담는 것이다.
당연히 20개는 귀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만개의 묘리를 담을 수 있는 것과 실제 펼치는 것은 다르다.
저 어족처럼 창을 만 개로 늘려, 거기에 하나하나 묘리를 담으라고 하면 당연히 못 한다.
뭐.
만술의 최상급 경지에 오르면 할 수 있을지도?
‘하지만 난 아직 중급일 뿐이지.’
그래도 20개는 너무 적다.
적어도 100개는 웃으면서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냐?
후웅!
창기(槍氣)를 한가득 머금은 신살창이 움직였다.
솔직히 여기서 느껴졌다.
만술이 왜 사기인지.
왜 기초를 쌓는 과정이 그렇게 어려웠고, 이 성좌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저 어족은 기초를 쌓는다고 쌓았겠지만.
이는 상대적인 거다.
주동훈의 눈에 저 존재는 그저 부실 공사, 철근 빠진 순살 아파트였다.
까앙, 까아아앙!
그렇기에 놈의 창격을 쳐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순식간에 20개의 창격을 무(無)로 만들어버리는 주동훈의 솜씨.
‘자.’
이제 저 귀여운 놈에게.
100개의 창격에 각각의 술(術)을 담은 묘리를 보여줄 건데.
그전에.
이름을 지어야겠지?
그래.
백 개의 술을 담았으니까 간단히 백술격으로 하자.
물론, 거기에 우리 독무도 넣어줘야겠지.
후우웅!
즉흥적으로 생각을 마친 주동훈이 창을 떨쳤다.
동시에.
만술(萬術).
비기(祕技).
융합(融合).
독섬백술격(毒閃百術擊).
쿠과가가가가가가!
독섬(毒閃)과 무진(武進)에 이은.
그만의 새로운 비기가 다시 한번 세상에 등장했다.
끔찍한 위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