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4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40화
오랜만에 비나사(2)
확실히 상황이 재미있어졌다.
파괴룡의 등장으로 인해, 초월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겨 버린 것.
흔치 않은 상황에, 곳곳 우주에서 초월자들이 몰려들었다.
먼저.
으르르르.
낮게 울부짖는 파수꾼 켈베로스의 입장은 이러했다.
“보통 이런 말도 안 되는 판에는 관리자의 불공정한 개입이 있더군. 더군다나 지구는 아직 제대로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행성 아니던가? 그에 비해 성장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른 편이다.”
그의 주장은 가이안 쪽에 「일곱 신의 정수」를 베팅한 초월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맞다!”
“이 판은 이미 신뢰를 잃었어!”
“갑자기 파괴룡이 말이냐!”
“관리자의 비리가 있는지 검사해야 한다!”
그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일곱 신의 정수」하나를 얻기 위해, 몇백 년의 수양을 쌓아야 한다.
그 정수가 수천 개가 걸려 있는 판이니, 당연히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흐음.”
네달람이 팔짱을 꼈다.
그의 뒤에는 소수의 역배충들이 모여 있었다.
도박수를 노리고 지구에 소액의 정수를 건 자들.
그들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빌어먹을 놈들.’
‘뭔 배치고사 판에서 감사단을 불러. 그냥 적당히 넘어가면 안 되나?’
‘하, 이대로 지구가 이기면 대박인데…….’
어물쩍 넘어가려던 초월자들은 네달람이 목소리를 좀 내주길 바랐다.
더군다나 그는 이번 판에 50개나 베팅하지 않았던가.
‘50개면 얼마야…….’
‘거의 올인 수준인데.’
‘역시 4대 무신. 정수 부자.’
그리고.
“……그 말은.”
지켜보던 네달람이 입을 열었다.
“감사단을 부르기라도 하겠단 말인가?”
리그의 감사단.
그 존재의 언급에 초월자들이 술렁였다.
리그가 공정하게 흘러가고 있는지, 관리자와 관리팀장을 감사하는 초월자들을 뜻하는 감사단.
여러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생기면, 이 감사단의 투표로 해결하곤 한다.
다만, 감사단을 부르기 위해서는 감사 선임비라는 게 꽤 많이 필요했기에, 판돈이 큰 곳에서나 불리곤 했다.
“저기, 네달람?”
“음?”
네달람의 뒤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지구 측에 베팅한 초월자 중 한 명이었다.
“이건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뭐가 말인가.”
“좀 꺼림칙하긴 하잖아. 사실 나였어도 저쪽 팀이었으면 따지고 들었을 건데…….”
그가 걱정 어린 얼굴로 켈베로스 쪽을 바라보았다.
“파괴룡이 누군가를 따른다니, 말이 안 되는 건 맞으니까.”
“그래서?”
“그냥 이쯤하고 베팅 무효로 퉁치는 건 어때? 그럼 저쪽은 선임비 안 들어서 좋고. 우리도 우리가 베팅한 거 지킬 수 있어서 좋고…….”
“아니.”
네달람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다시 켈베로스를 응시했다.
“모든 리그는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져야지. 그 부분이 의심스럽다면 승패를 떠나 감사단을 부르는 게 맞다. 다만, 선임비는 우리가 낼 수 없다.”
이는 당연했다.
어차피 가만히 내버려 두면 파괴룡이 전부 휩쓸어 버릴 상황이니까.
원래 선임비는 불리한 쪽, 그리고 의심 가는 쪽이 내는 게 맞았다.
“뭐, 선임비 정도야. 그러지.”
켈베로스가 뒤를 힐끔 바라봤다.
감사 선임비는 「일곱 신의 정수」 100개.
꽤 많은 양이었지만, 피해자가 많기에 모으고자 하면 모을 수 있을 거다.
다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가운데 켈베로스의 두 눈이 간교하게 늘어졌다.
“그전에. 지구, 그리고 케인 행성에 정수 2~3개 정도 베팅한 자들에게만 제안 하나 하겠다.”
“……제안?”
“……!”
많은 초월자들이 관심 가는 듯 눈을 빛냈다.
이곳 대다수가 그 정도 양을 베팅했기 때문.
크르르.
켈베로스가 혀를 할짝대며 음흉하게 웃었다.
“딱 정수 하나.”
그의 웅얼거림 사이로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딱 정수 하나만 선임비로 투자하면, 이번 베팅에서 빠지게 해주겠다. 즉, 우리가 이겨도 베팅한 금액만큼은 돌려주겠다는 말이다.”
“…….”
네달람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 제안이 규정에 어긋날 건 없다.
어차피 저쪽에서 이겨서 딴 다음, 베팅한 금액만큼 호의로 돌려주면 되는 거니까.
‘정수’ 간 거래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선임비를 저런 식으로 충당하려 하는 게 보기 안 좋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걸 억지로 막을 순 없지.”
저벅저벅.
창조룡 일레오르가 재밌다는 듯 웃으며 걸어온 것은 그때였다.
“일레오르 님.”
네달람이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자, 초월자들이 술렁였다.
‘일레오르?’
‘그게 누구지?’
‘그냥 평범해 보이는데…….’
이곳 광활한 우주에서 그 어떤 존재든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하면 큰일 난다.
무신 네달람이 정중하게 대할 정도면 엄청난 거물임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단급’ 이상의……!
그렇게 느꼈을까.
음흉하게 웃던 켈베로스 마저 입을 꾹 다물었다.
일레오르가 픽 웃었다.
“뭐, 상관없잖아? 감사단 결과에 따라, 또 하나의 베팅장이 열린 것일 뿐이니까. 나도 궁금하네. 그 결과가.”
팔짱을 낀 채, 낄낄거리며 웃는 일레오르.
하지만, 그 역시 속으로는 놀란 상태였다.
‘그 음흉한 파괴룡이 누군가를 따른다고……?’
창조룡과 파괴룡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철천지원수였다.
이는 당연했다.
만드는 것에 욕구가 있는 창조룡.
부수는 것에 욕구를 가진 파괴룡.
그가 애정을 갖고 만들어놓으면, 파괴룡들이 신나게 부숴 버리는 터라 항상 곤욕을 치르곤 했다.
– 만드는 용 따로 있고 부수는 용 따로 있냐?!
창조룡이 파괴룡 보고 항상 하는 말이 이거였다.
“자, 뭣들 해?”
일레오르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 파수꾼이 제안하잖아. 받을 사람은 빨리 받고, 움직여야지. 넋 놓고 있다간 감사단 부르기도 전에 저 파괴룡이 다 휩쓸겠는데?”
그러자.
“나! 정수 하나 여깄다!”
“여기도! 나 역시 이 베팅에서 빠지겠어!”
“나도.”
“정수 하나가 아깝긴 하지만……. 베팅한 걸 돌려받을 수 있다면, 그게 낫겠지.”
물론, 심사 결과가 이상 없으면 애꿎은 정수 하나를 잃는 데다가.
수많은 정수를 얻을 수 있었던 엄청난 기회비용도 날리는 거겠지만…….
이미 분위기는 켈베로스 쪽이었다.
지구가 이상하게 강함을 느낀 탓이다.
우르르르.
안 그래도 적었던 지구와 케인 쪽 초월자들이 사라져 버렸다.
“와우, 다 간 거야?”
짝짝짝!
일레오르가 역시 오길 잘했다는 듯 손뼉을 쳤다.
“좋아 좋아. 재밌어. 다만…….”
일레오르가 켈베로스를 날카롭게 쳐다본 것은 그때였다.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지.”
그 기세에.
움찔.
켈베로스가 살짝 자세를 낮추었다.
“……무엇인가. 미지의 존재여.”
“선임비까지 내고 베팅에서 빠졌는데, 감사 결과 아무 이상 없으면? 지구나 케인 쪽 배당률은 더 올라가는 건가?”
말의 요지는 단순했다.
저 제안을 받아 베팅에 빠진 만큼, 이쪽의 수가 더 적어지니 더더욱 높은 배당이 되는 걸 인정하냐는 것.
스윽.
그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베팅금액을 받는 담당 관리자였다.
“배당은 금액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동됩니다.”
“그건 나도 알아. 다만 또 가끔 있거든. 그것마저 인정 못 하고 달려드는 놈들이. 리그의 진상들이지.”
수많은 베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일레오르는 우주에서 다양한 군상들을 만나왔다.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래?”
일레오르가 씩 웃었다.
“그럼 나도 그 소액 투자란 걸 좀 해볼까?”
그러고는.
품에서 50개의 정수를 꺼내 내려놓았다.
‘헉.’
‘……?’
‘어?‘
’방금 분명……. 소액 투자라고 하지 않았나?‘
다른 초월자들의 눈이 부릅떠졌다.
“나도 무신을 따라, 지구에 50개를 베팅한다.”
“미, 미친?”
“와.”
“정말……?”
초월자들이 술렁였다.
첫째, 무신만큼 많은 정수를 가지고 있음에 놀랐으며.
둘째, 그걸 지금처럼 불리한 순간에 베팅한다는 것에 또 놀랐다.
그저 무신만이.
‘후.’
안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베팅의 귀재라 불리는 창조룡의 선택.
그의 승률은 제법 높으니까.
“자.”
무신이 켈베로스에게 턱짓했다.
“이제 감사단을 불러라, 파수꾼.”
* * *
현 시각.
– 키롸라라라라라라라!
하늘을 찢고 나타난 비나사가 입을 쩍 벌렸다.
그 입 사이로 널리 퍼져 있던 우주의 기운이 뭉치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드득!
고성능 진공청소기를 틀어 놓은 듯, 그곳으로 모든 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저건.’
내가 감탄했다.
저게 무엇인지, 녀석과 연결되어 있는 나는 분명히 알았기 때문.
예전에 던전에서 실험했던 뉴클리어 브레스 앞에 ‘진’ 자가 새로 붙어 있었다.
게다가.
‘상태창이 보인다는 건.’
녀석이 확실한 비나사가 맞으며, 아직 날 어미로 인정한다는 거겠지.
내가 빠르게 조작해 녀석의 정보를 띄웠다.
[이름 : 비나사] [기력 : 99,999/99,999] [고유 능력 : 파괴룡의 힘] [종족 : 용족] [등급 : EX] [성장 단계 : 성룡] [힘 : ??] [민첩 : ??] [체력 : ??] [마력 : ??] [기술 : ??] [보유 스킬]-‘성룡의 육체’(Lv.Max)
-‘진 드래곤 피어’(Lv.Max)
-‘진 뉴클리어 브레스’(Lv.Max)
-‘성룡언’(Lv.Max)
‘미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력이 뭐?
‘99,999?’
예전보다 거의 10배가량 증가한 거 아닌가?
그런 기력이 저 입에 한곳에 담긴 채, 파괴의 기운까지 더하고 있으니…….
“끄아악!”
“어, 어떡합니까!”
“길마님! 기운이 너무 거셉니다!”
그 강력하던 랭커들도 중심을 잃은 채,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제 뒤에서 대기하세요.”
괜찮다.
어차피 비나사는 우릴 건들지 않는다.
어떻게 아냐고?
그냥 이해됐다.
예전처럼 녀석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정보를 보냈기 때문이다.
너무 반갑다고.
반가워서 인사를 나누고 싶은데, 우선 적대적인 놈들부터 처리하겠다고.
내 쪽 사람들이랑, 저기 대가리 박고 있는 고양이들 빼고는 다 파괴해 버릴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든든한 녀석.’
예전에도 사기 용을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이건 뭐, 사기 정도가 아니었다.
‘근데.’
고양이들?
2차전에서 봤던 신묘를 포함한 케인 행성 애들을 말하는 거 같은데…….
걔네가 대가리를 박고 있었나?
하여튼.
쿠과가가가가가!
엄청난 기운의 응집에 모두가 굳어버렸다.
어디 도주할 공간도 없이 멍하니, 하늘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발길질을 기다리는 개미의 심정이 이러할까?
그리고 이내.
[파괴룡 비나사가 진 뉴클리어 브레스(Lv.Max)를 사용합니다.]녀석의 입으로 모여들었던 에너지가 하얀 섬광과 함께 전방으로 폭사하려 할 찰나였다.
우뚝!
모두가 갑자기 멈춰 버렸다.
“응?”
잘 송출되던 영상에, 누군가가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기라도 하듯.
세상이 정지해 버린 거다.
‘뭐지?’
비나사도 입을 벌린 채, 굳어 있었고.
심지어 내 소환수들인 스켈레톤마저 역동적인 자세로 멈춰 있었다.
거신도, 연합군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얼어붙었고, 심지어 바람 하나 불지 않았다.
공기의 흐름 자체마저 멈춰 버린 것.
그렇다.
아예 이곳의 시간이 정지되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이질감.
‘나는 왜?’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오직 나만이 움직일 수 있었다.
꿈인가 싶다가도.
그러기엔 너무 생생한 현실의 감각을 느끼고 있을 찰나.
[띠링!] [감사단이 감사 대상을 제외한 모두의 시간을 정지시킵니다.] [당신을 심판대로 소환합니다.]응?
이건 또 뭔데?
아무래도.
무언가 내가 알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려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