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49)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49화
권선지의 예언
나는 일반적인 헌터들과 고유 능력이 다르다.
저주받은 네크로맨서.
이 능력을 처음 받았을 때는 내가 진짜 저주받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스켈레톤만 소환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라니.
‘그런데.’
그 스켈레톤이 일반적인 스켈레톤이 아니었다.
처음 각성했던 태양창부터 마지막 각성한 어르신까지.
하나같이 한 세계의 절대자들이라 불리는 막강한 인물들이었다.
즉, 내 고유 능력은 저주받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축복받은 거였다.
나는 이 점을 똑바로 인지했다.
이 스킬이 저주받은 게 아니라면?
그건 의도된 거다.
누군가가 보기에 정말로 나빠 보일 정도로 만들었고 그걸 나에게 준 것이다.
물론, 이 능력을 발전시켜 가는 나의 과정은 가짜가 아니었다.
진짜 빡셌다.
처음 태양창을 만났을 때, 녀석이 시련이랍시고 나한테 했던 일이 기억났다.
‘불에 태웠었지.’
내가 그 당시 어르신을 만나지 못해 고통에 내성이 없었다면?
거의 99% 이상의 확률로 죽었을 거다.
강한 시련에 따른 강한 힘.
개연성이 충족되니 시비 걸릴 일도 없다.
또한 태양창이 그렇게 강한가?
따져보면 아니다.
오히려 아린이나 백무흔, 어르신 같이 나중에 각성한 절대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건…….’
나는 확신했다.
누군가에 의해 철저히 계산되어 나에게로 온 것이라고.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인물을 매칭시켜 주면, 확실히 눈에 띌 거다.
그걸 생각해서 점차 그 난이도와 절대자들의 힘을 늘려간 거겠지.
그리고 높은 확률로, 이 일의 주범은…….
‘아버지.’
하나뿐이다.
생면부지인 관리인들이 나한테만 이런 개사기 능력을 쥐여 줄 리 없는 거잖아?
‘그리고.’
아버지는 내 예상보다 더 철저하고 완벽한 사람이었다.
이번에 ‘룰북’이란 것을 받아봤을 때 확실히 느꼈다.
주광철.
그는 분명 지구에서 차출된 일개 관리인일 거다.
그런 그가 수많은 초월자의 경계를 뚫고 나에게 몰래 이것을 전달했다.
그것만 봐도 인정해 줘야겠다.
그런 아버지가 내게 고심해서 능력을 주었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만한 고유 능력을 쥐여줬겠지.
아버지라면 분명히 그랬을 거다.
내게 주어진 기연들을 잘 갈고닦다 보면, 분명히 이 끔찍한 생존 게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거다.
후웅!
나는 배지민과 마주 선 채로 공방을 주고받았다.
스킬, 소울링크를 통해 육망성의 축복을 훔치는 것.
그것의 효과는 생각보다 더 대단했다.
“스승님. 이렇게 휘두르는 거 어때요?”
“흠, 그렇게?”
쐐애애액!
강하게 휘둘러오는 검을 내가 창으로 받아쳤다.
묵직한 감각이 손아귀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확실히 배지민은 천재가 맞았다.
극(極)에 달한 술(術)에서 또 다른 방식을 고안하고 찾아낸다.
문제는 그걸 내가 보자마자 이해한다는 거다.
“괜찮은데. 색다른 방식이야. 힘도 더 잘 실리는 것 같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발전한다.
극(極) 위에 또 다른 극(極)이 있다는 것.
아마 배지민과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조만간 그 ‘성운’의 벽을 두들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스승님.”
“응?”
“하나 여쭈어도 될까요?”
스릉.
배지민이 검을 아래로 떨치며 조심스레 물어왔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혹시 무슨 일 있으신가요?”
“응?”
“아까부터 집중을 잘 못 하시길래…….”
“아.”
역시, 귀신이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자들끼리 칼을 자주 섞다 보면, 상대가 집중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다.
제길.
쪽팔리게 간파당했다.
“후.”
내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화르륵!
무기를 허공으로 없애 버렸다.
“별일 아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예?”
“개인 훈련하라고.”
“아, 예엡…….”
배지민이 시무룩하게 답하자, 내가 돌아섰다.
사실, 답답한 부분이 있긴 했다.
아버지가 넣어준 룰북.
그것에 대해 동료 혹은 멤버들과 소통을 하고 싶은데, 말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번에도 언급한 적 있다시피,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때, 그 감사단들…….’
그놈들은 내가 기억을 잃은 줄 알 거다.
그러니까 돌려보낸 후,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는 거겠지.
이 상황에서 내가 시끄럽게 떠든다?
무슨 꼴을 당할 줄 모른다.
아직 저들에게 쓸데없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내가 강하다고 해도, 저 초월자들에겐 하나의 개미보다 못한 존재일 뿐.
주룩.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어?”
무슨 일 때문인지, 서류 뭉치를 들고 로비에 나와 있는 김진아가 날 알아본다.
“무슨 일이에요? 왜 벌써 훈련 끝?”
그녀가 귀신같이 알아챈다.
하긴.
내가 아무리 답답해도 훈련을 중단한 적은 없긴 했지.
내가 슬며시 웃었다.
“아뇨, 무슨 일 없어요. 그냥 오늘은 방에서 훈련하고 싶어서.”
사실.
내가 ‘룰북’에 대해, 그리고 ‘아버지’에 대해, 이 우주라는 세계에 대해 가장 털어놓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김진아이긴 했다.
현재로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자, 오직 나만을 위해 움직여 주는 사람.
“후후, 그래요?”
김진아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정신 수양도 곧 훈련이죠. 혹여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
“고마워요.”
우리는 서로 목 짓으로 인사하고 스쳐 지나갔다.
하늘엔 아직 해가 떠 있었고.
‘그래, 심법이나 외자.’
역시.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는 태청심법만 한 게 없었다.
* * *
그 시각.
“부길마님.”
김진아의 옆 스틱스 멤버, 권탐지가 조심스레 그녀의 옷깃을 잡았다.
“응?”
김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거짓.”
“뭐?”
“……거짓이에요.”
“엥? 뭐가?”
뜬금없는 말에 김진아가 웃으며 되묻자, 권탐지가 살짝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속삭였다.
“길마님이요.”
그녀가 주동훈이 지나갔던 자리를 목 짓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방금 길마님이 하신 말……. 거짓이었어요.”
“……?”
김진아의 눈이 커졌다.
‘방금 뭐라 그랬지?’
아.
무슨 일 없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는데 없다고 거짓말을 한 거야?
아니면 방에서 훈련하고 싶다는 말이 거짓일 수도 있다.
‘아니.’
김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사람이 일없다고 거짓말할 수 있어도, 훈련 가지고는 굳이 자신한테 거짓을 말하진 않는다.
막말로 주동훈이 훈련 안 한다고 해도, 그 누가 뭐라 할까?
정확히는 그렇게 거짓말해서 얻을 이득이나 이유가 없었다.
‘흐음.’
김진아가 조용히 턱을 잡았다.
길마님이 굳이 거짓을 말했다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터.
‘그런데 왜일까.’
날름.
김진아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괜히 궁금해지네.’
우리 길마님.
또 혼자 어떤 무거운 짐을 지고 계신 겁니까?
* * *
성큼성큼.
김진아가 빠르게 복도를 걸었다.
이제 한창 직원들이 많아 복잡해진 별천지 길드 건물.
하지만 김진아와 권탐지가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사람이 적어지기 시작했다.
푯말 몇 개를 지나고.
우우웅!
마법 몇 개가 발현되자, 은밀한 공간이 드러났다.
정보 조직 스틱스(Styx)가 위치한 곳.
“선지야!”
김진아가 외치자, 저 멀리서.
“예, 부길마님?”
수많은 화면을 지켜보고 있던 권선지가 벌떡 일어나 다가왔다.
그녀의 옆에는 풀어 헤쳐진 과자들이 한가득이었다.
권선지와 권탐지, 두 자매는 굳이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에 팀이 나눠지면서, 팀별로 훈련키로 한 것이다.
“무슨 일이세요?”
권선지가 물티슈로 입가를 닦았다.
과자 부스러기가 새하얀 티슈를 더럽게 물들였다.
“혹시, 뭐 예언할 거 없어?”
“예?”
으응?
권선지가 의문을 표했다.
그녀의 기력은 한계가 없다.
쌓이면 쌓일수록, 더 정확하고 중요한 예지를 할 수 있는 거다.
그렇기에 웬만해서는 능력을 쓰지 않기로 했었는데…….
“후, 사실 길마님께 일이 있는 것 같아.”
김진아가 나지막이 탄식하며 말했다.
“알지? 우리 정보 조직의 설립 목적은 오로지 길마님을 위해서야. 그런데 길마님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고, 세계 최고인 정보 조직인 우리가 모른다? 그게 말이 되겠어?”
“……말이 안 되죠.”
권선지가 권탐지를 힐끗 바라봤다.
끄덕.
권탐지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참이라는 뜻.
“으음, 마지막 능력 사용 이후……. 1년 2개월 정도 지났으니까. 웬만한 건 다 예언할 수 있긴 할거거든요?”
예전 지구 종말 예고가 딱 1년 치였다.
그때는 그녀의 눈에 수십 가지 색의 별 무리가 돌았었다.
무조건 예지해야 한다고.
본능이 자꾸 말을 걸었었다.
“근데……. 이번엔 그렇게 중요해 보이는 게 없어요. 제일 많은 게 6개월짜리긴 한데.”
우우웅!
권선지가 기운을 끌어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시야엔 수백, 수천 가지 카드들이 둥둥 떠 있다.
일종의 예언 카드였다.
종말 예고 당시엔 저 수많은 카드 중 단 하나가 번쩍거렸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었다.
“6개월?”
“예.”
그나마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가 몇 개 있었다.
“흐음.”
탁자에 몸을 기댄 김진아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고민이 되었다.
나중에 더 확실하고 좋은 예언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그걸 사용한다?
많이 아깝긴 했다.
‘기력을 낭비해선 안 될 텐데.’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어쩌면 지금 겪고 있는 배치 고사보다 훨씬 크고 흉흉한 대격변을 맞이할 수도 있다.
기력을 강제로 유입시킬 수 없는 이상, 한 푼의 기력이라도 더 아껴야 함이 자명하다.
그런데도 왜일까.
김진아는 그 6개월짜리 카드가 궁금했다.
“근데……. 이게 길마님 관련된 거긴 해요.”
“뭐?”
김진아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것도 알 수 있었어?”
“넵, 예언하는 것만 아니면 보이거든요. 저번에도 말씀드렸잖아요. 마탑이랑 별천지랑 별마전 할 때……. 승부 예측 같은 거. 할 수 있다고. 어떤 것 관련된 예언이 나올지는 기력 없이도 제가 알 수 있어요.”
“뭐야, 근데 왜 말 안 했어!”
김진아가 권선지를 다그쳤다.
주동훈과 관련된 것이라면, 항상 예민한 그녀.
“……죄송해요.”
사실, 그래서 말하지 않은 것도 있다.
무조건 쓰라고 할까 봐.
“그냥 길마님의 선택 관련된 건데……. 저번처럼 번쩍이지는 않아서.”
“그래도 말했어야지.”
김진아가 도끼눈을 떴다.
“선택?”
“예, 무슨 선택인지는 몰라요. 뭘 선택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고요.”
“……까봐야 아는 거겠네?”
“그렇죠.”
“그래?”
김진아가 빙긋 웃었다.
“뭐해. 그럼 까봐.”
당연했다.
권선지나 권탐지나 주동훈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그 고유 능력을 매우 올바르게 활용한 거다.
다른 예언?
아무런 상관없었다.
“길마님 관련된 거라면, 기력 아낄 필요 없어. 다 써. 안 모아도 되니까.”
“……예, 부길마님.”
권선지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우웅!
그러고는 기력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신묘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감싸기 시작함과 동시에.
번뜩!
그녀의 눈동자에서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하늘빛, 분홍색, 녹색 등등.
수십 가지 색깔이 번갈아 가며 빛나기 시작했고, 마치 오로라를 보는 것과 같은 기운이 그녀의 몸 주변을 핑핑 돌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아.”
권선지의 입에서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세 번째.”
“응?”
김진아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한 달 후, 길마님이 무언갈 선택해야 할 순간이 와요. 그때 세 번째를 선택하셔야 해요.”
“……그게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것밖에 알 수 없……. 으윽!”
권선지가 양쪽 관자놀이를 부여잡았다.
미래의 순간이 빠르게 그녀의 뇌리를 스치며, 고통을 선사했다.
“……무신……. 후원.”
“뭐?”
“무얼 하든 줄을……. 잘 서야. 끄으읏!”
결국, 예언이 끝나 버렸다.
빛나던 그녀의 눈동자가 탁하게 물이 빠졌으며.
풀썩!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었다.
권탐지는 익숙한지, 그녀의 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살포시 받아들었다.
“……무신, 후원?”
김진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