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5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50화
후원
우리의 훈련 시스템은 제법 잘 돌아가고 있었다.
“이놈들이? 성좌급이나 되는 놈들이 체력이 그게 뭐야?”
만술 노인의 일갈에.
“우욱, 커허억……!”
마탑주가 엎드려 위액을 토해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옆에서는 델라일라가 대(大)자로 뻗은 채, 혀를 내밀고 개처럼 헉헉대고 있었다.
그나마 봐줄 만한 것은 마왕과 천마.
하지만, 그들의 상태도 저들과 별다른 거 없다.
“쯧쯧, 기초가 덜되어도 한참은 덜된 놈들이구나.”
어르신이 마왕과 천마, 마탑주, 델라일라를 하루도 빠짐없이 굴리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태청공재만성대법(太淸工材萬成大法)을 빙자한 몽둥이찜질까지 이어지니…….
“헉헉, 더. 괜찮으니까 더 해주시오.”
마왕, 잭 스미스의 눈빛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천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나름 지구에서 천재라 불리던 이들.
느껴지는 거다.
맞으면 맞을수록, 성장하는 것이.
이미 극(極)을 본 이들이다.
그 벽을 깨고 성장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 더.
하세라는 손이 파들파들 떨리는지, 글자를 적다 말고 축 늘어뜨렸다.
‘끌끌.’
노인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웃었다.
처음엔 별로일 줄 알았는데, 막상 가르치니 재미가 붙었다.
이들의 열정과 간절함이 노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이 정도면, 나중에 제자 녀석에게 도움은 좀 되겠구나.’
1년이란 시간이 한없이 짧다지만.
만약 다음 리그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면?
이들의 성장 속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 거다.
비록 주동훈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그 한계가 분명하겠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 * *
다음은.
미친놈들, 그리고 미친년들.
이 웃긴 팀명을 들었을 때, 김진아는 아주 난리를 쳤었다.
“세상에! 작명 센스가 그게 뭐예요? 어디 소개하기도 쪽팔리겠네!”
“크하하핫! 어차피 우리끼리만 구분해 놓은 팀명이라, 상관없다!”
“……그렇다면야 뭐.”
장대웅과 플로아로 구분된 이 팀에는 각자 스승들이 붙었다.
미친놈들에는 백무흔과 태양창이 붙었고.
미친년들에는 아린과 무각이 붙었다.
“드디어 뭔가 체계적으로 훈련하는 느낌이에요.”
“뭔가 담임 선생 같은 느낌이랄까? 은근히 팀을 나눠놓으니 경쟁 심리도 생기네요.”
모두 각자 스승들에 만족하는 눈치였고, 오히려 훈련의 능률은 더욱 올라갔다.
미친놈들 팀이 5시에 훈련을 시작하자, 미친년들 팀이 4시 50분에 나오기 시작했고.
또 그 모습을 바라보자 미친놈들 팀이 4시 40분으로 줄인다.
그런 식으로 과열되는 만큼, 성장 속도도 쭉쭉 올라갔다.
양정애와 지도익은 그런 그들을 성심껏 보좌했다.
좋은 영약을 먹이고, 맛있고 훈련에 도움 되는 음식을 끊임없이 제공했다.
그리고.
이들의 훈련 시간은 저녁 6시에 끝이 난다.
휴식 때문에?
아니다.
별천지의 하부 단체로 들어온 마왕군과 천마신교, 마탑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별천지의 멤버들이 하부 멤버들의 훈련 방식이나 궁금한 점을 지도해 주고 자세를 봐준다.
이는 만술 노인의 철칙 때문이었다.
훈련하면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가르치면서 배우는 것도 크다는 말씀!
즉, 무릉도원의 훈련장은 훈련의 열기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찰칵, 찰칵!
매번 찾아오는 기자들은 그것을 사진으로 담아가 기사로 찍어냈다.
그렇게 며칠이 더 흘렀을 때였다.
– 뿌우우우우우!
저 멀리서 고래가 분수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당연히 세상은 난리가 났다.
“갑자기?”
“뭐지?”
“아직 제대로 리그 시작하려면 꽤 남은 거 아니었나?”
사람들은 저 물줄기에 트라우마가 있다.
심지어 고래 소리만 들으면 발작을 일으키는 사람도 생겼다.
놀랍게도 고래는 무릉도원 위에도 떠 있었다.
관리팀장이 이쪽 행성 역시 관할 지역으로 넣은 듯했다.
“음.”
나 역시 씁쓸하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우리가 저것에 익숙해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스승님, 저게 뭘까요?”
“일단 봐야지.”
대충 짐작은 했다.
며칠 전, 김진아와 권선지가 찾아와 어쩌고저쩌고 얘기했었지.
‘후원이랬나?’
조만간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온다고.
그때 꼭 세 번째를 선택해야 한다고.
그렇기에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미리 알고 있었다.
다만, 나 역시 이게 정확히 뭔지는 알 수는 없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직접 겪어보는 수밖에.
[‘플래티넘’ 티어 지구의 랭커들에게 초월자들의 후원이 내려옵니다.]– 뿌우우우우우!
고래가 다시 물줄기를 내뿜었다.
위압감을 연출하려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것은 꽤나 효과가 있었다.
“후원?”
“초월자? 그게 뭔데!”
“후원이면 좋은 거 아냐?”
모두에게 두려움과 기대감이 반반씩 차올랐다.
어차피 이제 우주 밖에 엄청난 존재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쯤은 다들 예측하고 있다.
문제는 후원이었다.
[각 랭커들에게 후원이 도착합니다.] [랭커는 1년에 한 번씩, 총 세 초월자를 후원자를 둘 수 있습니다.] [신중히 선택하세요. 후원자는 바꿀 수 없습니다.]1년에 한 번씩.
총 세 초월자라…….
일단, 그 말은 지금은 선택할 수 있는 후원자가 단 하나란 뜻이다.
그리고.
“스, 스승님!”
“응?”
“제게도 후원자 목록이 떴어요!”
“……그래?”
“예, 메시지 창으로 쭉 보이는데요?”
흠, 뭐지?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난 후원자 목록이 안 뜨는데?
“일단, 다 집합시켜 봐.”
나는 카푸의 메시지 스킬을 통해, 모든 랭커들을 훈련장으로 집결시켰다.
* * *
순식간에 모든 랭커들이 모였다.
랭커는 주광철을 포함해 총 921명.
배치 고사 간 희생된 인원이 총 79명이었다.
세계협회는 그들을 기리기 위해, 양지바른 곳에 묘비를 세웠다.
당연히 유골을 회수하지 못했기에, 묘비만 세우는 거였다.
어쨌든.
모인 랭커들은 이번에 열린 후원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후원 도착했나요?”
“예, 전 5개 도착했는데요? 내일까지 이 중에서 하나 고르래요.”
“5개나 도착했어요? 전 3개밖에 도착 안 했는데…….”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랭커들.
후원은 각자 다 달랐다.
10개 이상 받은 인원도 있었으며, 단 하나도 받지 못한 인원도 있었다.
그런 이들은 시무룩해졌다.
뭐가 됐든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건,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도.’
나도 없었다.
장대웅도 있고 플로아도 있고, 심지어 제자인 배지민도 있었는데 말이다.
“크하하하핫! 내 앞에는 무려 30개나 왔군!”
광전사가 광소했다.
“하지만, 이미 선택했지! 내가 선택한 후원자는 바로 광신(狂神)이다! 크하하핫!”
딱.
그다운 선택이었다.
플로아는 그 모습을 부럽다는 듯 바라봤다.
그녀가 시야를 올려다봤다.
그녀 앞에 날아온 21개의 후원 목록.
목록은 대충 이런 식이었다.
[1. 철혈의 전사 – “날 선택해라. 중요한 것은 마인드다.”] [2. 니케 – “오직 승리하는 법만을 가르쳐 주겠다.”] [3. 영혼의 수호자 –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앞에 닉네임이 있고, 거기에 대사 한 줄이 붙는다.
그 외에는 어떤 정보도 없다.
느낌에 따라 선택해야 할 뿐이다.
그래서 모이게끔 한 거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본인의 생각을 첨가하여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그리고.
어?
내가 눈을 빛냈다.
‘드디어.’
나에게도 후원 목록이?
[당신에게 도착한 총 4,502개의 후원 목록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들 중 단 하나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뭐?
내가 눈을 비볐다.
몇 개라고?
나는 그제야 왜 내 것만 늦게 떴는지 알 수 있었다.
워낙 많은 후원자가 몰리다 보니, 렉 비슷한 게 걸린 거였다.
아니면 관리자가 정리하다 늦었을 수도 있고.
‘대박이네.’
많아도 너무 많았다.
저기 광전사 형님이 30개 받았다고 좋아할 정도이며, 단 하나의 후원 신청도 받지 못한 자도 있는 반면에.
‘4,502개라니…….’
이걸 언제 다 확인해?
나는 천천히 목록들을 천천히 살폈다.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그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52. 능력신 – “내 후원을 받으면, 랭커 1,000명을 다시 채울 수 있을 거다.”]52번째 초월자였다.
세상에.
초월자들이 이런 것도 가능해?
거기서 조금 진지하게 느꼈던 것 같다.
이 후원의 중요함을.
요컨대 이것은 소켓 같은 거였다.
모든 랭커들에겐 3개의 소켓이 뚫려 있고, 그곳에 가장 좋은 능력을 주는 보석을 끼워 넣어야 한다.
저 능력 신이란 자?
솔직히 쓸모없었다.
지금 상태에서 하위 랭커 79명이 더 들어온다고 무슨 전력의 증강이 있겠는가.
차라리 내가 더 세지는 증강을 선택하고 말지.
요컨대, 이런 것들이다.
[6. 강화신 – “네 무기를 강화해 주마.”] [45. 거력왕 – “힘을 얻고 싶은가? 종족을 초월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마.”] [296. 암존 – “암살자의 발걸음은 그 어떤 기척도 남기지 않는다.”]전투 관련된 초월자들.
저들의 후원을 받으면, 나 자체가 더 세지는 거겠지.
“스승님도 도착했나 보네요?”
내가 눈알을 굴리는 걸 느꼈을까, 배지민이 물어왔다.
“그럼 당연하지.”
픽.
내가 웃었다.
“설마, 이 스승이 후원 하나 못 받았을까 봐?”
“몇 개나 받으셨는데요?”
“넌 몇 갠데?”
“전 60개요…….”
배지민이 자랑스럽다는 듯 배시시 웃었다.
가장 후배인지라, 남들한테 자랑은 못 하고.
이 스승한테 자랑하는 꼴이라.
배지민 녀석.
그럼 나 역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그래? 60개면 별거 없네.”
“……에? 스승님은 몇 개인데요?”
“나? 4,502개.”
“……예?”
배지민이 경직되었다.
“거짓말 같아?”
내가 싱긋 웃자, 옆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김진아와 권 자매였다.
특히나 권탐지는.
“진실.”
눈치 빠르게 내 말에 대꾸까지 해줬다.
“……진실. 진짜예요? 마, 말도 안 돼. 차이가 나도 너무 나잖아요!”
“난들 그러고 싶어서 그러냐. 초월자들이 날 좋게 봤나 보지.”
“그건, 뭐……. 이해가 가네요.”
배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초월자라 해도 스승님을 뽑을 것 같긴 하니까.”
그녀가 중얼거리고 있을 찰나, 김진아가 내 앞으로 헉헉거리며 도착했다.
“길마님!”
“예, 부길마.”
“삼 번! 그때 말했던 세 번째를 고르라던 게 이거였나 봐요!”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솔직히 이번엔 권선지의 역할이 컸다.
4,502개 중 뭘 고를까? 하나하나 분석하다가는 머리가 빠개졌을 게 분명하기 때문.
애초에 제대로 된 정보도 없는데, 그냥 권선지가 예언한 대로 선택하는 게 나도 편했다.
“삼 번이 뭐예요?”
“삼 번?”
김진아의 물음에 내가 메시지를 올려다봤다.
[3. 네 번째 무신 – “네 성장을 지켜봐 주마.”]“선지가 말했던 것과 똑같네요. 무신.”
“……무신.”
“대사가 내키진 않지만, 이걸로 선택할게요.”
내 선택은 과감했다.
손가락으로 3번 메시지를 꾹 눌렀다.
그러자.
이러한 메시지가 떴다.
내 첫 번째 소켓의 이름은 바로 네달람.
무신(武神)이라 불리는 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