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51)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51화
후원 보상
무신.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내게 어떤 능력을 가져다줄지도 모르며, 그에 대한 어떤 힌트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다름 아닌 권선지 덕이었다.
미래를 예지하는 그녀가 굳이 세 번째를 선택하라고 말한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
아마 저 수많은 후원 중 지뢰를 걸러내고 최고 좋은 보상을 선택해 줬겠지.
‘후원자를 앞으로 총 셋 받을 수 있다고 했지?’
이건 나중에도 권선지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렇게만 하면, 후원이 천 개가 넘게 쏟아지는 상황에서 적어도 머리 아플 일은 없을 거다.
“길마님, 선택하셨어요?”
김진아가 물어왔지만.
“아, 잠시만요.”
내가 손을 들어 올렸다.
처음 느껴보는 기운이 어디선가 몸으로 흘러들어 왔기 때문.
동시에.
[띠링!] [무신(武神) 네달람이 대화를 요청합니다.] [당신은 1년에 한 번, 후원자를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어?
……나와 대화를?
[수락하시겠습니까?]그래, 나도 궁금했다.
날 후원해 준다고 하는 그 고마운 존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부길마,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요.”
“예, 갑자기요?”
“금방 올 거예요.”
김진아가 걱정하지 않게끔 언급해준 후.
‘수락한다.’
끄덕, 고개를 움직여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러자 메시지가 다시 떠올랐다.
[수락하셨습니다.] [후원자와의 조우 시간은 1분입니다.] [자리를 이동합니다.]스슷!
순식간에 시야가 이질적으로 뒤틀리더니.
파아앗!
주변에 모든 랭커들이 사라졌다.
새하얀 공간.
그곳에 검은 두건과 살짝 음침한 가면을 쓴 존재가 보였다.
마치 중세 시대 투구를 날카롭게 깎아놓은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아마 저게 무신 네달람이겠지.
“대단하군.”
그가 날 보고 처음 던진 한마디는 ‘대단하군’이었다.
“예?”
갑자기요?
“어떻게 그 많은 후원자 중 날 바로 선택했지?”
아, 그거.
초월자들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디테일한 사건들은 모르나 보다.
지켜보고 있었다면, 권선지가 예언했다는 것쯤은 바로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냥……. 찍었죠. 무신. 이명이 멋있잖아요.”
내가 대충 얼버무렸다.
“흠, 찍었다라. 하긴, 운도 실력이니.”
저벅, 저벅.
네달람이 나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넌 방금의 선택으로 엄청난 기연을 얻었다. 다른 쭉정이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후원 보상을 얻게 될 거야.”
“…….”
그저 성장을 지켜봐 준다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말을 했다.
뭐든.
차원이 다른 보상이라면, 나야 환영이다.
“시간이 없으니, 일단 받아라.”
“옙.”
그나저나 초월자라 그런가? 초면부터 반말이네…….
하지만, 기분 나쁠 필요가 없었다.
원래 뭔가 주면서 하는 반말은 싸가지가 없는 게 아니라, 정이 듬뿍 담긴 거다.
시골 욕쟁이 할머니 음식점이 인기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
“……이게 뭡니까?”
무신이 건넨 것은 하나의 알이었다.
무언가 어디서 본 것과 같은 느낌의 알.
“아?”
생각났다.
묵빛과 하얀빛이 적절하게 섞인 게…….
예전에 봤던 파괴룡의 알이랑 똑같잖아?
“……설마.”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다, 한번 읽어 봐라.”
내가 알을 바라보자, 정보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 창조룡 ‘크리드’의 알.] [등급 : SSS] [종류 : 알] [설명 : 전설 속 창조룡이 낳은 알입니다.] [효과1 : 일정 기운 이상 머금었을 경우, 활성화됩니다.] [효과2 : 활성화가 되면 용족, ‘크리드’가 탄생합니다.] [효과3 : 크리드는 탄생 후, 처음 본 존재를 부모로 인식합니다.]“……이건.”
창조룡?
아린이 보여줬던 서적에서 봤던 용족이었다.
파괴룡과 함께 용족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존재.
‘세상에.’
후원자란 존재가 이런 걸 준다고?
특히나 성룡이 된 파괴룡의 위력을 잠깐이나마 본 나는 이 알의 가치를 단박에 알아봤다.
“어찌 이런 귀한 걸…….”
말하면서도 어찌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기연이다.
아니, 기연이란 말로도 다 품지 못할 만큼 좋은 거다.
“주동훈, 너는 파괴룡을 길들였지.”
네달람의 눈빛에 잠깐 감탄의 감정이 섞였다가 사라졌다.
“알에서 태어난 용족이 처음 보는 존재를 바로 부모로 인식한다지만, 그때뿐이다. 특히나 파괴룡은 자신의 부모마저 잡아먹으려는 끔찍한 존재야. 너는 그런 파괴룡을 길들인 거다.”
“……우리 비나사는 안 그런데요?”
“그러니까. 나도 신기하다.”
진짜였다.
가면에 가려져 있지만, 네달람은 무슨 날 신기한 생명체 보듯 응시하고 있었다.
[후원자와의 조우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마무리되지 못한 후원이 있다면 마무리 지어주세요.]1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빨랐다.
힐끗.
하늘을 쳐다보더니, 네달람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쨌든. 다음번 만날 때까지. 그것을 길들여 봐라. 꼭 길들여야 한다. 그것을 길들이지 못하면 오히려 네게 재앙이 될 수도 있어. 알겠나?”
네달람이 마지막까지 신신당부한 후, 사라졌다.
[후원자와의 조우 시간이 끝났습니다.] [각자 자리로 복귀합니다.]스슷!
나 역시 다시 시야가 이질적으로 변하면서, 무릉도원으로 복귀했다.
그런 내 손 위에는.
“…….”
영롱한 빛을 품은 알이 들려 있었다.
팔 한가득 안길 정도의 크기로.
“에? 스승님?”
또한, 옆에는.
고개를 뒤로 살짝 뺀 채,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는 배지민과.
“……어어? 갑자기 이건 뭐예요?”
어디 다녀왔냐는 듯, 놀란 표정을 짓는 김진아가 보였다.
흠, 글쎄.
갑자기 창조룡 크리드라니.
나도 그게 궁금했다.
* * *
“후.”
일곱 신의 도시.
첫 후원을 마친 네달람이 터벅터벅 걸어 나왔다.
그 길목에는 백발의 일레오르가 빙긋 웃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축하한다. 초월자가 되자마자 현시점 최고 루키의 후원자가 되다니. 아주 럭키로구만?”
“찍었다고 하더군요. 운이 좋았습니다.”
“찍기는. 확률이나 직감도 이 우주의 일부일 뿐이지. 그래, 내가 준 알은 잘 전달했고?”
“……알.”
네달람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주동훈에게 선택되자마자 나타나서는 이 알을 후원하라 했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특히나 그 알은 더 의미가 컸다.
일레오르가 직접 빚은 창조룡의 알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용족 중 가장 개체가 없기에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여겨지는 창조룡의 알.
“정말 주동훈에게 줘도 괜찮겠습니까……?”
“암, 괜찮고말고.”
일레오르는 정말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어차피 창조룡은 어디서 태어나든, 창조룡이거든.”
그가 자격이 있다면?
크리드도 녀석을 인정할 터였다.
자격이 없다면?
녀석을 잡아먹고 다른 곳으로 유유히 날아가 따로 성장하겠지.
원래 태초의 용들은 자존심이 있기에 초룡을 보살피지 않는다.
초룡 자체가 이미 성좌급이라, 굳이 지킬 필요가 없기도 하며.
혹여 살아남지 못한다면?
그건 이미 태초의 용족으로서 자격이 없는 거다.
“그리고 궁금하지 않아?”
일레오르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낄낄거렸다.
“파괴룡을 길들였던 녀석이 정말 창조룡을 길들일 수 있을지 말이야.”
“길들이면 대박이겠지요.”
“끌끌, 확실히 너한테도 대박이지.”
네달람은 주동훈을 후원했다.
주동훈이 유명해질수록.
그리고 계속 높은 티어로 올라갈수록.
네달람 역시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네달람은 그 보상의 50%를 일레오르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공동 후원 개념이었다.
네달람은 우승 확률을 높일 수 있어서 좋고.
일레오르는 귀찮음을 덜어서 좋고.
– 결론부터 말하면, 넌 방금의 선택으로 엄청난 기연을 얻었다. 다른 쭉정이 녀석들과는 차원이 다른 후원 보상을 얻게 될 거야.
그가 주동훈에게 다짜고짜 이렇게 말했던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
‘창조룡 일레오르의 후원이라.’
네달람이 흐뭇하게 웃었다.
‘나도 그렇지만, 녀석도 복 받았군.’
그가 무신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일레오르다.
그 당시 쏟아졌던 수천 개의 후원 중 붙잡았던 그 기연이, 초월자가 된 지금에도 스노우볼처럼 굴러가고 있었다.
* * *
“까아아아악……?!”
아예 입을 찢어질 듯이 벌린 채, 이상한 소리를 내는 멤버는 다름 아닌 용기사(Dragon knight) 맷 제랄드였다.
성좌가 된 그는 이제 지수룡 브키아르를 완벽히 다룰 수 있었다.
다만, 성룡인 브키아르는 SS급으로 아직 성좌급에 미치지 못한다.
용 소환술로 리그에 참여시키긴 살짝 애매했다.
“아, 아니……. 길마님! 도대체 이게 뭡니까?!”
모두가 해산 후.
뒷산 꼭대기에 놓인 신묘한 알을 바라보며, 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고유 능력은 용기사다.
모든 용족을 구별하고 알아볼 수 있는 능력.
“창조룡의 알이래요.”
“아니, 그러니까요!”
그건 당연히 안다는 듯, 제랄드가 외쳤다.
“도대체 용기사는 전데! 제가 용을 다루는 고유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왜 이런 게 길마님한테만 찾아오냐고요! 으아아앗, 부러워라!”
제랄드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별수 없다.
오히려 그가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알을 쳐다보고 있으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무언가 진정으로 가치 있는 보물을 얻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용의 알을 얻었으니, 당분간 여기다 두고 품어볼 생각입니다.”
“…….”
맷 제랄드의 입이 삐쭉 튀어나왔다.
창조룡과 파괴룡이 용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 사람은 알까?
“……길마님.”
“예?”
“……기만자.”
“어허?”
“농담이고. 혹시 당분간 훈련 안 하고 여기 알 좀 지켜도 됩니까?”
“왜요?”
“용기사 특성이죠. 저번에 비나사가 있던 곳에서 브키아르 녀석의 성장이 빨랐던 것처럼……. 창조룡 옆에 있다 보면, 또 브키아르가 더 빠르게 자랄 수 있을까 해서요.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 크르르르…….
성룡이 된 브키아르가 낮게 울부짖었다.
여담이지만, 저 브키아르의 진정한 소유자는 나다.
계약으로 제랄드에게 빌려주었을 뿐.
그도 그 사실을 알기에, 나에게 잘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렇게 하세요.”
내가 싱긋 웃었다.
“브키아르가 더 빨리 성장할 수만 있다면, 저야 좋죠.”
“예, 길드 전력도 조금이나마 더 강해질 겁니다.”
“언제 태어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매일 기운 불어넣으러 올라올 테니. 잘 관리할 수 있죠?”
“길마님이 별 탈 없이 기를 수 있도록 제가 잘 지키고 관리하겠습니다! 믿고 맡겨만 주십쇼!”
밝게 대답하는 용기사의 표정은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사람은 진짜다.
용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한다.
“후후, 네.”
좋은 자발적 관리인이 생겨 버렸다.
그가 용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기에, 더욱더 믿음이 갔다.
바람에 흙먼지가 묻으면?
알아서 빤딱빤딱하게 잘 닦아 놓겠지.
난 그저 기운 불어넣고 훈련만 계속 반복하면 되는 거다.
“잘 부탁드려요.”
호랄…….
아니, 제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