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52)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52화
강화신(1)
지수룡(地守龍) 브키아르.
이제 성룡이 되어 육중한 몸을 똬리 튼 브키아르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알을 바라봤다.
자신을 좋아하는 맷 제랄드가 소중하게 모시고 있는 저 알을.
“아이고, 우리 크리드 님. 무럭무럭 잘 성장하셔야 합니다~”
– 크르르르…….
브키아르가 낮게 울부짖었다.
살짝 질투가 났다.
맷은 예전에도 저랬었다.
비나사인가 뭔가를 중얼거리면서, 자주 여기 산을 오르곤 했었지.
‘크리드.’
자신과는 다른 태생의 용족, 창조룡의 이름이란다.
‘확 먹어버려?’
드래곤 하트 깊숙이 숨겨져 있던 살욕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왔다.
이는 용의 본능이다.
추후, 자신을 위협할…….
아니, 위협할 수준이 아닌 끔찍한 재앙의 씨앗을 애초에 짓밟고 싶은 마음.
그래, 이건 지수룡의 마음이었다.
땅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용.
그게 브키아르의 탄생 목적이니까.
물론, 브키아르는 자신의 어미였던 브리아스가 비나사를 죽이려다 되려 죽은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또한 몰라도 되었다.
왜냐.
“맷, 잘 있었어요?”
저벅, 저벅.
저기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이 험준한 산에 올라온 사내, 주동훈의 존재 자체로 이미 잘 통제가 되고 있으니까.
“길마님! 오셨습니까?”
“알은. 특이사항은 없고요?”
“물론이죠! 아주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주동훈.
이곳 세상의 주인이라 불리는 자.
또한 맷 제랄드가 그토록 찾던 파괴룡 비나사의 주인이자, 여기 창조룡의 주인이 될 자.
‘저자가 이미 살아 있는 재앙인데.’
브키아르 입장에선 이미 끝난 거다.
창조룡을 건들면?
저 주동훈이라는 존재가 자신을 가차 없이 죽일 것을 잘 안다.
용족은 기억력이 좋은 동물.
어렸을 적 혀를 스릅거리며, [저 탐스러운 뼈, 흡수해야 하는데…….] 하는 걸 잠깐이지만 분명히 들었었다.
– 끼잉.
낮게 울부짖던 브키아르가 결국, 고개를 홱 돌렸다.
그래도.
확실히 저 창조룡의 알 옆에 있으니까, 자연의 기운이 드래곤 하트에 더욱 빨리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좋게.
별 힘들이지 않고 성장할 수만 있다면, 그것 나름대로 괜찮은 삶 아니겠는가?
우주 최강의 종족이라 불리는 용족이 천천히 길들여지는 순간이었다.
* * *
당연하지만, 세상의 관심은 한동안 후원 떡밥으로 돌았다.
랭커 개인에게 제공되는 후원 제도.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제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이제 정말 저 우주 밖에 고차원적 존재들이 무수함을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또한.
세계인들은 궁금해했다.
어떤 랭커가 어떤 초월자의 후원을 받았는지.
후원 내용은 뭔지.
지구에서 가장 강하다는 주동훈은 얼마나 많은 후원을 받았으며, 어떤 후원자를 선택했는지.
하지만, 이제 거의 대다수 랭커들의 부길마가 된 김진아가 선포했다.
– 해당 내용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 단, 랭커 본인이 자신에 관한 내용을 말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귀찮으니까, 깊게 파고들지 말아라.
알고 싶으면?
알려줄 때까지 기다려라.
세계인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발언이었지만, 말하는 대상이 김진아라 어쩔 수 없었다.
커뮤니티를 통해 뒷말하면(특히 주동훈을 욕하면), 어느 순간 직장에서 잘려 있다.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갑자기 불어온 자연재해로 딱 그 사무실만 부서졌다.
부서지지 않았더라도, 꼭 어떤 문제가 생긴다.
“갑자기 해고당했어요. 이유도 모르겠어요. 그냥 짐 싸서 나가래요.”
“어, 님도? 저도요.”
“아니, 마가 끼었나. 왜 하는 일마다 안 되죠? 손님이 갑자기 뚝 끊겼는데.”
기현상도 반복되어 올라오면, 그냥 하나의 당연한 현상이 된다.
축적된 경험으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인지하기도 전에 세포에 명제처럼 새겨졌다.
– 별천지를 욕하면, 항상 안 좋은 일이 생긴다.
김진아의 소행임을 밝히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증거가 없을뿐더러, 밝히면 어찌할까.
이미 김진아는 이 세계에서 정계(政界)와 재계(財界)를 아울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녀를 상대로 감히 고소장을 접수해 줄 경찰도, 그와 척질 변호사나 검사도 없다.
법?
이미 이 세계는 무법지대가 된 지 오래였다.
“그냥 참아야지.”
“사실, 우리가 알 권리라는 게 어디 있겠어?”
“맞지, 맞지. 열심히 싸워주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본업이나 하면서 잘살아 보자고.”
그렇게 가슴 속에 살짝 꿍함만을 담아둔 채, 살아가려고 할 찰나.
한 랭커가 나섰다.
– 모두의 공익을 위해 제 후원자를 공개하려 합니다.
현 세계 랭킹 28위.
절대무쌍(絶對無雙) 막시밀리언이었다.
별천지의 멤버로, 주동훈과 함께 델라일라의 시련을 거쳤던 최측근.
당연히 세상이 들썩였다.
“오오오!”
“공개해주세요!”
“막시! 막시! 막시!”
“막시면 살아 있는 전설이자 영웅, 주동훈의 위인전 초반부에도 수록될만한 거물이잖아?!”
“거물? 하긴, 현 랭커들은 다 거물이긴 하지.”
“아냐, 이제 그냥 후원자 밝히면 다 거물이야!”
그가 공개한 것은 후원자의 이름이었다.
– 저는 강화신(強化神)을 선택했습니다.
– 강화신은 자신의 화신(化身)을 지구에 내려주기로 했습니다.
– 그는 무기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 관심 있으신 랭커나 헌터분들은 백운호수의 드엘 공방으로 오십시오.
– 김진아 부길마와 상의 후, 해당 지원은 무료로 베풀기로 했습니다.
“무기 강화?”
“초월자가 무기를 강화해 준다고? 게다가 무료라고? 이건 못 참지!”
“가야지! 반드시 가야지!!”
– 단, 강화 결과는 오로지 본인의 책임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몰랐다.
저 말이 가져올 의미가 얼마나 큰지.
* * *
강화신(強化神)의 화신.
그것이 처음 내려온 장소는 무릉도원이었다.
막시의 후원자이자 망치를 들고 있는 사람 좋은 할배.
당연히 제일 경계한 것은 바로 드미르였다.
“……성좌급, 그 이상의 대장장이로군.”
그가 쥐고 있는 망치를 부르르 떨었다.
“포스가 장난이 아니야. 배울 게 많겠어.”
그의 말에 열광한 것은 당연히 별천지의 멤버들이었다.
드미르가 누구던가.
「구 드미르 공방」을 통해 현 별천지를 일궈낸 지구 최고의 대장장이 아니던가!
블랙스미스 기술이 극(極)에 달해 성좌급까지 올라선 드워프 스켈레톤!
그가 인정하는 할배가 나타났다고 하니,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막시 아재!”
“어떻게 저런 후원을! 나 강화해 봐도 돼?”
“내 무기도! 내 무기도!”
“제가 먼저 해봐도 되겠습니까?”
랭커 최고의 관심사는 바로 강해지는 거다.
좁쌀만큼이라도 강해질 수 있다면 수천억의 돈과 수많은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는 존재들이 바로 랭커다.
그런 랭커들에게 무기 강화라니!
– 껄껄껄, 아무거나 가져오게나. 후원해 주려면 제대로 해줘야지!
강화신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초월자의 화신이라 그런 걸까?
그 목소리마저 웅혼했다.
그런 그에게 가장 먼저 무기를 바친 이는 바로 마왕군의 한 랭커였다.
“……제 소중한 애마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껄껄, 누구에게나 무기는 소중하지! 걱정하지 말게나!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은 강화신이 냉큼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망치로.
까앙, 까앙!
그냥 냅다 후려치기 시작했다.
움찔!
무기를 맡긴 랭커가 뒷걸음질 쳤다.
아니, 무기를 망치로 그냥 저렇게 패도 되는 거야?
게다가 드미르도 인정한 대장장이가 저렇게 대충 치는 게 말이 되나?
“어, 어어어…….”
랭커가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별천지에서나 말단인 헌터지, 그도 저 밖에 나가면 억만장자다.
그런 그가 가진 돈의 70%를 바쳐가며, 드엘 공방에서 장만한 그 무기가 망치에 사정없이 내려쳐지고 있다.
대신.
파아앗! 파아앗!
망치를 내려칠 때마다 번쩍거리는 빛무리가 신묘하긴 했다.
“오오오오!”
“저기 봐! 무기에서 빛이 나기 시작해!”
“자연의 기운! 느껴져? 주변 기운이 점점 저 무기에 흡수되고 있는데?”
무언가 변함이 생기고 있음은 분명했다.
꿀꺽!
랭커가 마른침을 삼키며, 그것을 지켜볼 찰나.
– 흐아아아압!
강화신의 기합 소리와 함께 마지막 망치가 힘차게 내려쳐졌고.
이내.
콰즉!
“……어?”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났다.
강화되는 게 아닌, 무언가가 박살 날 때 나는 소리.
– 어이쿠!
강화신이 화들짝 놀라 망치를 내려놓았다.
그러고 겸연쩍게 뒤통수를 긁적였다.
–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야…….”
랭커의 눈에 방울이 글썽글썽 맺혔다.
“야, 야이…….”
그의 시야에 남겨진 것은 이미 두 동강 나 있는 검.
저 검이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세상 누구도 모를 거다.
매번 잘 때마다 꼭 껴안고 잤으며,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세수하는 게 아니라 천으로 저 검에 광을 내는 거였다.
그런 검이…….
방금 명을 다했다.
생을 마감했다.
– 하하, 미안하네. 내가 오래 살다 보니, 살짝 노망기가 있어서.
“야이 개, 개새끼야아아아아!”
슬픔이 울분이 되었고.
랭커가 평정심을 잃고 강화신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야, 야! 말려!”
“진정해!”
주변 랭커들이 말려서 상황이 일단락되었지만.
“흐, 흐어어어엉!”
그 누구도 주저앉아, 울고 있는 랭커의 슬픔을 달래줄 순 없었다.
“으음.”
“……죄송합니다. 전, 나중에 할게요.”
“나, 나도……. 이만 훈련이 있어서. 하하.”
당연히 저 상황을 보고 그에게 강화를 맡길 간 큰 랭커는 없었다.
무기를 싸 들고 모였던 이들 대다수가 흩어졌고, 막시는 당황했다.
결국, 김진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막시밀리언.
“흐음, 잠시만요.”
김진아는 상황을 명료하게 해결했다.
“드미르. 남는 물품 있죠?”
드미르 기본 제품을 가져오게끔 해서 강화신에게 강화를 대량으로 맡긴 것이다.
그리고 울고 있는 마왕군의 랭커에겐.
“성급했어요. 무기가 소중했으면 미리 다른 거로 실험해 보고 맡겼어야 했는데.”
이렇게 말했다.
쌀쌀하게 느껴지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하지 않은가.
욕심에 두 눈이 멀어, 성급하게 취급한 대가였다.
처음이라고 저 랭커에게 따로 보상해 준다?
앞으로 강화 실패가 뜰 때마다 보상해 줘야 할지도 모른다.
– 허허, 이번엔 많이도 가져왔군?
까앙, 까앙!
강화신이 다시 망치를 내려쳤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파앗!
신묘한 빛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강화가 성공했다.
– 자, 성공했군. 축하하네. 여기. +1강일세.
“……+1강?”
강화할 게 더 남아 있다는 말일까?
당황한 김진아가 무기를 받아들었다.
[아이템 : 드미르의 보급형 검] [등급 : B] [종류 : 검] [설명 : 대장장이 ‘드미르’가 신속하게 만든 무기입니다. 등급치고 준수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효과1 : 모든 스탯 10 증가.] [효과2 : 기력 20 증가.] [효과3 : 스킬 위력 30% 증가.]원래는 이랬던 무기가.
[아이템 : 드미르의 보급형 검(+1)] [등급 : B] [종류 : 검] [설명 : 대장장이 ‘드미르’가 신속하게 만든 무기입니다. 등급치고 준수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강화신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효과1 : 모든 스탯 20 증가.] [효과2 : 기력 40 증가.] [효과3 : 스킬 위력 60% 증가.]이렇게 변했다.
모든 능력치가 거의 2배 이상 뛰어오른 거다.
“미, 미친?!”
깜짝 놀란 김진아가.
“이것 좀 보세요!”
주변에서 지켜보던 랭커들에게 무기를 돌렸다.
“와.”
“미쳤다.”
“1강인데도 능력치가 두 배로 뛴다고요? 등급은 B인데, 능력은 B가 아닌데요?”
“그럼 2강은?”
“더 쩔겠지. 근데 더 하면 부서지지 않을까?”
김진아와 랭커들은 결론을 내렸다.
강화신은 복불복이다.
강화에 성공하면 대박, 실패하면 쪽박.
아마 높은 등급으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강화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겠지.
보급형 검이야, 계속 때려 박아서 강화 횟수를 올릴 수 있다지만.
하나뿐인 무기들은 큰 문제가 된다.
살짝 부담이 있는 셈.
“막시.”
“예, 부길마님.”
“강화신은 드엘 공방에 비치하는 거로 해요.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게임 NPC 같은 느낌으로 배치하자는 거군요.”
“예, 정확해요.”
– 단, 강화 결과는 오로지 본인의 책임입니다.
그것이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경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