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7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77화
콰아아앙!
주동훈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철퇴를 간신히 피해내며, 정수들의 대화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진 몰라도.
목(木)이 분명 아가레스의 기술을 안다고 했다.
거기에 해답이 있을지 몰랐다.
[목(木) : 아가레스에 대한 이야기는 월(月)에게 한 번 들은 적 있거든요.] [수(水) : 월?] [수(水) : 그 음침한 녀석이 그런 것까지 말해줬다고?]수가 믿지 못하겠다는 기색을 내비치자, 화가 두둔하고 나섰다.
[화(火) : 목(木)이라면 그럴 수 있지.] [화(火) : 목(木)은 유일하게 우리 모두와 화합하는 걸 즐기니까.]목이 성격이 부드럽긴 했다.
한 번도 누군가와 티격태격하는 걸 본 적도 없다.
[화(火) : 그나저나 알고 있는 게 있으면 빨리 알려줘라.] [화(火) : 우리 계약자 급해 보인다.] [목(木) : 예, 알겠어요.]퍼어어어억!
그 순간에도 주동훈의 복부에 아가레스의 철퇴가 꽂히고 있었다.
엄청난 반탄력에 정신없이 튕겨간 주동훈이 땅을 다 갈라 버리며 바닥에 박혀 버렸다.
“커, 커헉!”
입가에서 피가 솟구쳤다.
오랜만에 느끼는 통증이 내부 전체를 뒤흔들었다.
피하려고 피해 봤지만,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다.
다른 마왕들이 나서서 돕기도 했지만, 맞는 속도를 늦출 뿐이었다.
지금 주동훈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최대한 죽지 않을 만큼 맞으며 버티는 것.
“아가레스으!”
바사고가 부채를 들고 끈질기게 달라붙었지만.
콰득!
쇄도하는 바사고의 얼굴을 손아귀로 움켜쥔 채.
콰아아아앙!
그대로 땅에 가져다 박는다.
그 후.
쾅, 쾅, 쾅, 쾅, 콰아앙!
철퇴로 그 위를 무자비하게 내려친다.
와, 저거 그냥 으깨져서 이미 죽었겠는데? 싶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었다.
“여기도 있다!”
마르바스가 그런 그의 등을 미친 듯이 주먹으로 쳐댔지만.
“빌어먹을!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 않잖아!”
장난감으로 커다란 바위를 두들기는 꼴.
낙담하고 있는 마르바스의 옆구리에도 철퇴가 박혔다.
콰아앙!
마르바스의 육체가 저 하늘 높이 솟구친다.
[목(木) : 월(月)이 예전에 말한 적 있었죠.] [목(木) : 아가레스라는 아이가 자신한테 왔는데, 특이하면서도 신박한 기술을 쓴다고.] [목(木) : 자신의 목숨을 근처에 숨겨놓는 대신 무적의 힘을 발휘하는 힘이라나?] [목(木) : 저 기술을 보니 딱 그때 그 말이 떠오르네요.]그 와중에도 주동훈은 정수들의 대화를 볼 뿐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근처에 숨겨둔다고?’
주동훈이 곰곰이 생각했다.
그게 무슨 말일까?
고민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냥 빠르게 직관적으로 해석해야 했다.
‘약점 같은 게 숨어 있고, 그걸 찾아야 무적을 풀 수 있다는 말일까?’
쐐애애애액!
피할 수 없는 철퇴가 다가왔다.
주동훈은 금(金)의 기운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맞아버렸다.
이제 피하거나 막을 힘도 없었다.
다나의 힐링이 들어왔지만, 회복 속도보다 훨씬 빨리 처맞고 있기 때문에 정신도 없었다.
어르신한테 구타당했던 경험이 없었다면, 벌써 심적으로 굴복했을 거다.
‘약점.’
콰가가가가!
다시 튕겨 나가면서도 주동훈은 고심했다.
‘그래.’
원래 세상에 이유 없는 강함은 없다.
아무리 어렵거나 힘들어 보여도, 잘 살펴보면 분명한 해답이 있었다.
거대마룡 때도, 탐욕룡 때도.
그 외 수많은 시련을 맞이했을 때도.
해답은 항상 존재했었지.
지금은 정수가 그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수(水) : 뭐 해?] [수(水) : 그럼 빨리 근처에 있는 목숨을 찾아야지.] [수(水) : 계속해서 처맞고만 있을 거야?]수가 말했다.
[수(水) : 설마 이번엔 그 목숨이 어디 있느냐고 물을 생각은 아니겠지?] [수(水) : 미리 말하지만, 몰라!] [수(水) : 네 선택으로 아가레스와 싸우기로 했다면, 해법은 네 스스로 찾아라!]맞는 말이다.
정수의 힘을 이용하고 있다지만, 정수가 싸우는 게 아니다.
‘내가 직접 선택한 싸움이야.’
언제까지 정수에게 의지할 수 없다.
본인이 벌인 일은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지.
퍼어어억!
이번에도 철퇴에 처맞은 채, 몸뚱이가 뒤로 날아간다.
으드득.
주동훈이 이를 악물며 속으로 외쳤다.
‘다나!’
그 순간이었다.
주동훈의 몸을 하얀빛이 휘감았다.
[‘다나’가 스킬, ‘광휘’(Lv.Max)를 사용합니다.] [대상은 스켈레톤 마스터 주동훈.] [당신은 10초 동안 ‘무적’입니다.] [어떠한 공격에도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광휘는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없습니다.] [광휘는 두 단계 윗급(級)의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외부에 닿는 물리적 공격이 막히자, 통증이 바로 사라졌다.
터져 나갔던 장기가 급속도로 회복됐다.
다나가 모든 힐링을 그만두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는 효과였다.
‘게다가 아가레스한테도 먹혀.’
레벨 Max의 효과였다.
무적 시간이 무려 10초로 는 데다가, 지금의 다나가 성좌급이니 한 단계 윗급인 성운급까지도 ‘무적’ 스킬이 통하게 되는 것!
타앗!
주동훈은 얻어맞을 때의 그 반탄력을 이용해 어디론가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이 아가레스라면 목숨을 어디다 숨길 것인가!
– 자신의 목숨을 근처에 숨겨놓는 대신 무적의 힘을 발휘하는 힘이라나?
분명 목(木)은 ‘근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월(月)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던 것뿐이겠지만, 그들은 구신(舊神).
인간을 초월한 자들의 단어를 무시하면 안 된다.
그리고 근처라면?
‘나라면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존재에게 보관할 것 같거든.’
그렇다면 군단장들일 텐데.
‘아까 그 1군단장.’
바르바토스랬나?
어디로 날아갔는지는 이미 주의 깊게 봐두었다.
‘그냥 맞고만 있느니, 바르바토스를 족쳐보는 거다.’
타다다닷!
주동훈의 질주를 아가레스는 즉시 감지했다.
갑자기 처맞다가 어디론가 튀어가는데, 그곳이 하필 그가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아!”
끈질긴 마왕들을 떨쳐낸 아가레스가 기겁해 따라붙기 시작했다.
‘설마.’
아는 건가?
아니, 알 리가 없다.
오직 마신님밖에 모르는 자신의 비밀.
아가레스의 능력은 고대의 언데드 마법사, 리치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자신의 ‘라이프 베슬’을 소중한 ‘생명체’에 섞어놓고 그것을 애지중지 지킨다.
그 ‘생명체’만 무사하다면?
지금처럼 어떠한 공격에도 면역인 무적 상태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대신 반대급부가 있다.
자신이 능력을 개화하는 동안, 생명체가 공격을 받는다면?
오히려 자신이 큰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는 현 마계의 일인자인 바알도 모르는 사실이며, 천신(天神)을 버렸을 때 오직 마신에게만 언급하고 그로 인해 발탁되어 사도의 위를 물려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가레스는 그 ‘라이프 베슬’을 바르바토스의 내부에 넣어 두었다.
이 사실은 바르바토스 또한 모르며, 그가 그를 항시 비서처럼 옆에 꼭 붙게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데.’
콰가가가가!
저 빌어먹을 인간이 왜 이 모든 걸 다 아는 것처럼 저 바르바토스를 향해 질주하고 있냔 말이다.
심지어.
퍼억, 퍼어어억!
엄청난 속력으로 내지른 철퇴가 그의 대가리를 찍었는데도 멀쩡하다.
아무런 타격 없다는 듯, 계속 달린다.
‘이, 이런.’
아가레스의 얼굴에 비탄이 스쳤고, 주동훈은 감각적으로 깨달았다.
‘예상이 맞는 것 같은데?’
달리는 궤도가 딱 바르바토스가 있는 곳이다.
그렇게 하니, 원래 같았으면 끈질기게 들러붙는 마왕들부터 공격했을 아가레스가 집요하게 자신만 쫓아온다.
마치, 누군가에 쫓기듯 불안한 감정을 이끌고 말이다.
‘새끼, 걸렸구나.’
주동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건 100%였다.
정령계가 소환되고, 눈에 직접 창을 찔러넣었을 때도 저런 표정은 안 지었는데.
지금 보아라.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불안한 표정으로 계속 쫓고 있지 않던가.
“죽어라! 이놈! 왜 안 통한단 말이냐!”
콰아앙, 콰아아아앙!
등 뒤에 철퇴가 박혔다.
하지만 아직 남은 시간은 4초 정도.
이제 바르바토스와의 거리는 100m 정도다.
‘마지막 기회다.’
딱 4초 안에, 그 거리를 돌파해서 단박에 바르바토스의 명을 앗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자신의 약점을 들킨 아가레스가 바르바토스를 데리고 어디론가 바로 내뺄 테니까.
“후.”
심장이 그 어느 때보다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신체와 영혼이 분리된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휘이잉!
바람 한 줄기.
먼지 한 조각마저 시야에 세세하기 잡힌다.
또한.
– 주우우우그으으라아안마아리이이다아아…….
뒤에서 들려오는 아가레스의 외침이 생각보다 더 천천히 들려온다.
정확히는 세상이 느리게 흘렸다.
엄청난 집중의 상태.
확 치밀어 오르는 미증유의 강대한 힘에, 주동훈은 바르바토스의 목만을 노려봤다.
‘이제 3초.’
촤르륵!
그의 왼손에는 수(水)의 검이 잡혔다.
그의 오른손에는 화(火)의 창이 쥐어졌다.
파앙!
발은 허공을 계속해서 박차, 가속력을 얻어내었으며.
이제 통제할 수 없는 속도의 구간까지 올라갔다.
그 증거로.
뒤에 따라붙는 아가레스와의 거리가 점점 더 벌어진다.
‘아아.’
이런 감각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주동훈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바르바토스의 목을 뚫겠다는 일념밖에 남지 않았다.
– 바아아르으으으바아아토오오스으으으……!
‘이제 2초.’
아가레스가 안 되겠는지 자리에서 멈추어 선 채, 자신의 1군단장을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조심하라고.
절대 죽으면 안 된다고!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고주파가 형상화되어 온 공간을 쩌렁쩌렁 뒤흔들기 시작했다.
괴로워하며 도망가던 마족들이 그 음파를 맞고 무릎을 꿇는다.
주르륵.
눈과 귀에서는 피가 흘러내린다.
‘끄으윽.’
주동훈 역시 폐로부터 끈적한 것들이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으나.
‘집중해!’
남은 1초.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양 무기를 앞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모든 도주로를 차단한다.’
왼쪽 검으로는 좌상, 좌중, 좌하.
오른쪽 창으로는 우상, 우중, 우하.
공격 줄기가 총 여섯 갈래로 뻗어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찔러 들어왔다.
“무슨……?”
갑작스레 나타난 주동훈에 모습에 기겁한 바르바토스가 날개를 펄럭이며 입을 벌렸지만.
이미 일격 모두가 그의 목을 노린 채 쇄도하고 있었다.
피하려고 해도?
모든 궤도가 막혔다.
그리고 이내.
서걱!
깔끔한 손맛과 함께 무언가가 절단되는 소리가 그의 심장을 울렸다.
또한 아가레스의 심장을 철렁이게 했다.
그렇게 느렸던 주동훈의 시간이.
‘허억!’
목적을 이루자, 급속도로 다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인해 시야가 엄청난 속도로 뒤죽박죽이다가.
쾅, 콰아아앙! 쾅!
근처에 있는 돌산 몇 개를 뚫어낸 채, 땅에 박혀 버렸다.
“커, 커헉!”
온 신경이 끊어진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력은 이미 0이었고.
정수의 힘마저 끌어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이미 멀리 날아와 보지 않았음에도 알 수 있는 것은…….
스그극!
입 벌린 바르바토스의 목에 실금이 그어져 있던 것이 천천히 비틀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바르바토스가 자신의 목을 잡으려 해봤지만.
주르륵.
이미 실금 사이에서 시뻘건 핏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동시에.
중심을 잃은 시야가 천천히 뒤틀리더니, 종국에는 땅이 하늘로 하늘이 땅으로 마구마구 뒤흔들린다.
“아, 안 돼에에에에에!”
처참하게 떨어지는 바르바토스의 목을 바라보며, 아가레스가 절규했고.
“허?”
“응?”
그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바알과 가미긴이 눈썹을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