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88)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88화
AOS(1)
리그를 하루 남겨둔 저녁.
갑작스레 별천지 측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다.
[1년간 훈련을 마치고 온 우리 지구의 전사들. 출격 준비 완료!]그 어떠한 예고도 없이 올라온 게시글에는 잘 편집된 하나의 영상이 있었다.
당연히 세상은 난리가 났다.
지금껏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던 별천지가 하루 남겨두고, 영상이라니!
매번 공식 홈페이지를 주시하던 기자들이 앞다투어 소식을 전달했고.
딸칵, 딸칵!
그 소식을 들은 대중들이 허겁지겁 들어와 영상을 클릭했다.
첫 시작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뛸 법한 웅장한 음악 소리와 함께, 전투 준비를 하는 랭커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정보 전달을 위해 클릭한 기자들도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로 잘 빠진 편집이었다.
그리고 이내.
└ 와, 이게 뭐야?
└ 군대?
└ 스케일 뭔데;;
└ 이거 실화야? CG 아니야?
이곳저곳에서 감탄 소리가 들려왔다.
랭커들이 치렀던 아가레스군과 바사고군의 전쟁 초입의 모습이 고화질로 담겨 있었던 것이다.
카푸의 능력을 통해 촬영된 전장의 모습은 마치 시청하는 자가 직접 전쟁터에 뛰어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 와, 빡세누. 그동안 소식 없더니, 이런 곳에 가 있었던 거야?
└ 저기 보이네! 스켈레톤 병사들이랑 랭커들이다!
└ 뭐야, 던전이야?
└ 듣기로는 마계라던데? 마왕군이 매번 넘어가던 그 장소.
└ 와, 살면서 듣기만 하던 마계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는 날이 올 줄이야.
다들 감탄하면서도 계속 영상을 시청했다.
누군가는 흥분해서 떠들었으며, 또 누군가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문 채 전장의 모습을 바라봤다.
상대편에 득실거리는 끔찍한 마물들과 적장 아가레스의 위세.
그리고.
쿠과가가가가!
전쟁이 시작됐다.
대중들은 영상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바사고군에 참여한 하나의 병사가 되어야만 했다.
누군가의 팔이 뜯길 때는 몸을 움츠려야 했고, 누군가가 피 튀기며 날아오를 땐 그 잔혹함에 치를 떨어야 했다.
└ 미친.
└ 이런 곳에서 훈련한다고?
└ 이런 걸 훈련이라 할 수 있을까? 실전 그 자첸데.
└ ……대단하잖아.
└ 전부 저기 가 있었던 거면, 여태껏 소식이 없을 만도 했네.
키아아아아아!
특히나 메두사가 등장했을 땐.
그리고 그녀의 서슬 퍼런 눈빛을 마주했을 땐.
대중들도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돌처럼 굳을 뻔했다.
하지만.
콰아아아아앙!
메두사의 대갈통이 폭발하고, 몸뚱이가 이리저리 분해될 때는 대중들도 놀라 몸을 튀어 올랐다.
└ 와.
└ 뭐야!
└ 어떻게 된 거야!
그리고 동시에 걸어 나오는 주동훈의 모습.
저벅, 저벅.
우아하게 피를 떨치며 전진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화 주인공 그 자체였다.
└ 와아아아아!
└ 주동훈이다!
└ 캬! 역시! 진짜 말도 안 나온다;;
└ 주동훈 드가자아아~ 쓸어버려~
그때부터 카메라의 시점이 주동훈만 담기 시작했다.
대중들은 청량함을 느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적군의 장수로 보이는 자의 목이 썰려 나가니, 가슴이 편안해짐을 느낀 것이다.
방금까지 그들에게 공포감을 선사했던 마물들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 대 동 훈!
└ 스켈레톤 마스터!
└ 지구 역대급 고트!
그동안 그의 소식이 없어서 얼마나 불안했던가.
대중들은 영상 속에서 싸우는 주동훈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동안의 서글픔을 달랬다.
그러던 순간.
아가레스가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하면서 그들의 기분이 다시 한번 뒤집힌다.
└ 뭐야.
└ 이게 말이 돼? 뭐 저딴 생명체가 다 있어?
└ 그때 봤던 크롭스보다 더 센 것 같은데?
└ 아니, 죽질 않잖아. 저 끔찍한 철퇴는 또 뭐고?
심지어 믿었던 주동훈마저 속절없이 당하자, 분위기가 또 금세 숙연해졌다.
자신들은 이렇게 편하게 있는데, 랭커들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저 끔찍한 전장 속에 있어야 한다.
주동훈의 의지는 대단했다.
땅에 처박히고, 온몸이 긁히는데도 비명 하나 없이 집요하게 달려들었다.
영상은 약 30분 동안 지속되었다.
그동안 그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널뛰게 하더니, 주동훈이 바르바토스의 목을 베는 장면이 슬로우모션으로 등장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동시에 끔찍한 비명 내지르며 스러지는 아가레스.
“…….”
그 장면을 보고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세상 그 누가 와도 처치할 수 없었을 것 같은 전장의 최고 보스를 결국 이겨낸 것이다.
그것도 간발의 차로.
두쿵!
웅장한 음악이 끝나고 차분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이후 시커메진 장면과 나레이션이 이어지다가, 쓰러진 주동훈을 간호하는 장면이 편집되어 나왔고.
암담한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는 김진아의 모습도 나왔다.
또한.
즉위식에 들어간 잭 스미스.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각성에 성공한 배지민.
밤을 지새워가며 미친 듯이 훈련에 돌입하는 랭커들의 감동적인 모습까지 순차적으로 전부 송출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귀신같이 복귀한 잭 스미스와 주동훈의 극적인 복귀 소식까지.
└ 하.
└ 와, 오늘 영화 한 편 다 봤네.
└ 미쳤는데? 작가랑 감독 누구냐. 주연배우 섭외 미쳤고;;
대중들이 한탄을 내뱉었다.
└ 이게…….
└ 일 년 만에 다 벌어진 일이라고?
└ ???
└ 나 지금 울고 있냐?
└ 난 눈에 파리가 들어간 듯, 계속 뭔가 나오네.
└ 뭔데.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건데.
대다수가 감동했다.
이 사태를 끝까지 숨겼던 김진아의 마음도 이해했고.
또한, 이제부터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이쯤 되면, 그냥 져도 좋다.
누군가의 웅혼한 외침.
└ ㅇㅈ
└ 져도 아무 말 못 하지 이 정도면.
그렇다.
이들이 행해온 노력이 있기에, 결과가 나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죽음을 초월한 감동이란 이런 것일까?
당장 여기 앉아 있는 자들 중 저기 있는 랭커들만큼 노력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날 하루.
영상의 조회수는 10억을 가볍게 넘겨 버렸다.
* * *
다음 날.
세상은 분주해졌다.
세계 시각으로 딱 자정이 되면, 세계 랭커 게시판이 바뀐다.
그에 맞추어 본래는 발표식이라는 전 세계적인 행사이자 축제를 진행하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결전의 시간이 머지않았습니다.] [참여할 랭커들은 제한 시간 안에 각자의 자리로 이동해 주세요.] [제한 시간 – 12 : 00 : 00]딱 게시판이 바뀌는 시간에 리그가 시작되어 버리니까.
즉, 이번 2027년 세계 랭커 발표식은 리그 중계와 함께 진행되는 거다.
김진아를 제외한 별천지의 구성원들은 미리 각자의 구역에 대기 중인 상태였다.
오망성의 끝.
각자 마음을 정갈하게 한 후, 그곳에 선 채로 명상에 잠겨 있었다.
투다다다다다……!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헬기가 그런 그들의 웅장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
주동훈은 입을 꾹 다문 채 생각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야.’
지구의 전력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일단.
거대 성운인 자신이 있다.
거대 성운이 어느 정도냐?
크롭스가 성운급 초반이었으니, 크롭스 같은 놈 수백이 달려온다 해도 별 무리 없을 정도다.
심지어 마계의 사도로 각성한 잭 스미스마저 일반 성운 급이니 말 다 했지.
‘어쨌든.’
지구의 성운급은 딱 셋이다.
주동훈, 잭 스미스, 그리고 다나.
‘다음은 거성.’
성좌보다 월등히 커서 거성이라 불리는 존재들은 꽤 많다.
우선.
이번에 잭 스미스가 임명한 다섯 군단장들.
하세라, 델라일라, 소피아, 장대웅, 플로아.
그들은 잭의 힘을 어느 정도 부여받아 거성급이 되었다.
즉, 이제 팀별로 거성 하나씩은 있는 셈이다.
또한 백무흔, 어르신, 엘로이즈 아린, 배지민.
이 넷도 거성이었다.
이 아홉 중 누가 가장 강하냐?
당연히 어르신이겠지만, 여기서는 같은 급수라 변수가 나뉜다.
전투할 때 컨디션에 따라 언제든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다음 성좌.’
성좌는 이제 제법 많았다.
어르신이 꽤나 힘을 써줬는지, 기존에 뚫지 못했던 랭커들도 성좌의 벽을 뚫은 이가 간간이 있었다.
아마 이번에 게시판이 뒤바뀔 때 한꺼번에 다 드러나겠지.
‘좋아.’
더없이 완벽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주동훈의 눈동자에는 이전에 없던 각오가 새겨진 상태였다.
‘무조건 이긴다.’
이 리그를 연 저 우주의 초월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미친 소리.
아니다.
그냥 지금은 놀아주는 거다.
‘언젠가는.’
그 초월자들의 얼굴에 칼을 꽂아 넣기 위해, 독을 품은 채 연기하는 거다.
“해보자고.”
주동훈이 가슴속 깊은 곳에 다짐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 * *
우주 어느 공간.
플래티넘 등급 베팅장은 1년 동안 난리도 아니었다.
[지구 vs 프랑] [리그가 곧 시작됩니다.] [플래티넘 티어의 베팅 최소한도는 50개, 최대한도는 500개입니다.] [현재 배당률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초월자들은 마감 시간 전까지 베팅해 주세요.]무신 네달람의 500개 베팅 이후에도, 각 세계의 정보가 조금씩은 주어졌다.
물론, 세부적으로 주어지진 않는다.
모든 것을 알면 베팅의 재미가 반감되니까.
다만, 드문드문 소문만으로도 지구는 점점 언더독(Underdog)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들었어? 지구의 주동훈이 의식을 잃었대.”
“뭐, 주동훈이? 그럼 결과는 뻔한 거 아냐? 거기 주동훈 원툴이잖아.”
“더군다나 선천진기를 다 소모했다더군?”
“미친, 그럼 진짜 끝났는데? 이거 베팅이 의미가 있나?”
“아씨, 나 이미 돈 지구에 걸었는데?”
“뭐 하고 있냐. 빨리 역으로 더 걸어서 헷징이라도 해.”
“진짜 그래야 하나?”
우주의 화폐이자, 힘의 원천.
「일곱 신의 정수」는 점점 프랑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구에 조금 베팅했던 이들은 역으로 프랑 쪽에 고액을 베팅해 정수를 분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면 수수료는 좀 빨리겠지만, 프랑이 이기면 어느 정도 손실은 복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올인을 하게 되면 그러한 헷징도 못 하게 된다.
왜냐.
플래티넘 티어의 배팅 최대 한도는 500개이고, 역으로 더 걸고 싶어도 걸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구에 유일하게 베팅한 존재.
무신(武神) 네달람은 조롱거리의 대상이 됐다.
“무신, 무신 하면서 치켜세워 주니까. 지가 무슨 베팅의 기재라도 되는 줄 알고.”
“그러게 말이야. 올인은 무슨 올인이야. 올인하다가 패가망신하고 저 우주 구석에 박혀 수양하는 초월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본인이 뛰는 거랑 관전하는 거랑은 또 다르거든.”
모두가 지구의 패를 점쳤다.
당연했다.
프랑은 플래티넘 티어의 수문장.
에메랄드 티어에는 몇 번이나 다녀왔음에도, 절대 골드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는 강한 행성이었다.
잔혹한 리그에서 이 정도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은 팀의 밸런스도 잘 갖춰 있고,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는 말.
하지만 지구는?
보여준 게 주동훈의 능력 하나밖에 없으며.
그런 주동훈 또한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의식을 잃었단다.
아니, 선천진기를 다 썼단다.
선천진기는 영혼의 생명력과도 같다.
여기 있는 초월자들도 선천진기가 털리면 소멸을 각오해야 한다.
즉, 희망이 없다는 소리였다.
“…….”
입을 꾹 다문 네달람의 표정이 묘해졌다.
올곧은 믿음으로 주동훈에게 후원까지 했던 그.
하지만, 그 역시 선천진기를 다 사용했다는 말에는 불안을 감출 수 없었다.
“크크클.”
옆에서 지켜보던 창조룡 일레오르가 웃었다.
“네놈이 하는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니까.”
그는 플래티넘 티어 같은 곳에서 놀지 않는다.
항상 챔스에만 고액 투자하는 진정한 노름꾼.
그렇기에 500개에 몸을 떠는 무신을 귀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주동훈은 다릅니다. 분명 위기가 있었겠지만, 다시 의식을 찾을 겁니다.”
“쯧쯧,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떨고 있어?”
당연히 떨릴 수밖에 없다.
정수 500개는 그의 모든 것.
그걸 잃는 순간, 다시 일반 은하급으로 떨어져, 500년의 수양을 쌓아 정수 1개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리그 참가 자격이 생긴다.
“네가 선택했으면 끝까지 밀고 가야지.”
“일레오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
“지구가 이길 거라고 봅니까?”
“뭐래.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일레오르가 귀를 후비며 대충 답했다.
“이기거나 지거나 하겠지.”
“…….”
네달람은 착잡했다.
그리고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주동훈.’
깨어나거라.
깨어나서 저 빌어먹을 조롱꾼들에게 네가 건재함을 보여주거라.
그리만 해준다면.
나중에 네가 초월자가 되었을 때 꼭 힘을 실어주겠다.
그렇게 네달람이 믿음으로 지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베팅이 마감되었고.
리그 하루가 남겨진 채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