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487)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487화
삐졌어룡
한걸음에 도착한 스켈레톤들은 주동훈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상태가 너무 좋았다.
흘러나오는 기운은 깨끗하다 못해 정순했으며, 예전에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몸이었지만 지금의 몸은 완벽이란 말이 아까울 정도였다.
잡티 하나 없이 하얗게 변한 피부와 골격을 균형 있게 잡아주는 근육까지.
“허허.”
보는 것만으로 골격을 알아보는 노인은 그만 헛웃음을 켜고 말았다.
세상에 저런 무골(武骨)이 또 있을까?
세계, 아니, 우주를 제패할 골격이란 말이 딱 어울렸다.
“녀석. 이제 완전히 나를 넘어섰구나.”
“주군…….”
“더 강해지셨군요.”
백무흔과 태양창 역시 넋 놓고 지켜보다 고개를 숙였다.
보이는 외형은 인간이었으나, 그 성능은 그렇지 않았다.
피부의 단단함만 따져봐도, 그 끔찍하던 파괴룡도 울고 가지 않을까?
“다들.”
주동훈이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잘 있었어? 그리고 어르신도 잘 계셨습니까?”
그의 앞에 열 구의 스켈레톤이 모두 모였다.
“교수님!”
당연히 아린 역시 제 할 일을 제쳐두고 달려온 상태였다.
아카식 레코드에겐 말해뒀다.
초창기 적응 단계 때는 교수님을 많이 도울 수 있다고.
그렇다고 관리를 소홀히 하냐?
그것도 아니었다.
지금 같은 경우에도 인사만 마치고 다시 올라가 서고를 관리할 계획이었다.
“아린.”
주동훈이 은은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어떻게 된 건지 단번에 이해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대 마법이 되었구나.”
기존의 SS급이 아니었다.
그녀 역시 SSS급.
그것도 거성(巨星)의 위치에 올라섰음을,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파악할 수 있었다.
“예, 교수님.”
아린이 긍정하며 답했다.
그녀는 추종자도 후계자도 아니다.
이제 온 우주의 마탑을 세운 마법사들이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를 추종할 거다.
주동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수들이 말했지.’
엘로이즈 아린에게 감사하라고.
[화(火) : 지금 계약자가 깨어 있는 것도, 몸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진 것도. 다 엘로이즈 아린 덕임을 잊지 말아라.] [금(金) : 맞다. 그녀의 세월을 저당 잡아 널 회복시키고 강화시킨 거다.] [목(木) : 우리 또한 그녀에게 감사해요. 그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이 빚은 꼭 갚을 생각이에요.]물론, 정수들 역시 감사했다.
이 얘기를 그녀에게 전달해 줄 수는 없지만, 감사 표시는 해야 했다.
“아린아. 네게 또 빚을 졌어.”
“에이, 교수님! 빚이라뇨. 교수님은 제 삶을 구원해 주셨는걸요. 마땅한 일이죠.”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이는 아린에게 주동훈이 말했다.
“아냐, 세상에 마땅한 일은 없어.”
“…….”
“약속할게. 네가 저당 잡힌 세월만큼 나 역시 그 곁에 있겠다고.”
이는 진심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삶의 모토인 그는 아린에게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녀 덕에 벽을 허물었다.
진정한 초월자가 되는 초입부에 들어설 수 있었다.
[수(水) : 야야, 그거 알아?] [수(水) : 고대 마법이 되는 순간, 세상 온갖 귀찮은 일들을 다 떠맡게 돼.] [수(水) : 쯧, 그놈. 결국 본인이 그토록 바라던 안식을 취하게 됐네. 호구 한 마리 잡아서.]어떤 상황인지는 정수들의 대화만 들어도 대충 짐작이 갔다.
오직, 자신 때문에.
누군가는 지옥이라 할 수 있는 그런 자리에 올라선 게 바로 아린이였다.
항상 자신만만하고, 환하게 웃고.
언제나 옆에서 지식을 주는, 영원한 동반자를 자처한 자신만의 작은 마법사.
어찌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그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게 아린에겐 더 괴로운 일이리라.
차라리 함께하겠다는 말이 더 와닿겠지.
“교수님…….”
그리고 역시나.
주동훈의 말에 아린이 감동 어린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다 알고 계셨군요.”
주동훈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 속에서 둘은 서로를 빤히 응시했다.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어느 정도 안다.
스켈레톤과는 마음으로 이어져 있기에.
다른 수하들 역시 그 요동치는 감정을 나눠 느끼며 차분해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엉?’
주동훈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린의 상태창을 슬쩍 봤는데, 그 내용물이 너무 괴이했기 때문이었다.
[이름 : 엘로이즈 아린] [기력 : ∞/∞] [고유 능력 : 스켈레톤 마스터] [클래스 : 매지션] [등급 : SSS] [힘 : ???] [민첩 : ???] [체력 : ???] [마력 : ???] [기술 : ???] [보유 스킬]-‘고대 마법’(Lv.Max)
-‘아카식 레코드의 관리자’(Lv.Max)
-‘스켈레톤 소환’(Lv.Max)
‘이게 무슨.’
성운급은 아니니, 당연히 SSS급은 맞는데.
일단 기력이 무한대였다.
자신조차 기력이 무한대는 아니었거늘.
‘또한 기력이 무한대라는 말은?’
저번 파워 워드 킬 같은 사기 스킬을 무한대로 쓸 수 있다는 말이겠지.
‘전력이 엄청 늘어버렸는데?’
그 신비하던 고대 마법이 이제는 자신의 수하라니.
마음 한편이 든든하다 못해 배부른 느낌이었다.
“끌끌, 이놈아.”
정적을 끊어낸 것은 어르신이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네놈이 그렇게 중요시하던 리그. 그 리그가 내일이면 시작이야.”
“예?”
“몰랐느냐?”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딱 맞아떨어진다고?
“헤헤, 교수님 제가 시간 맞추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요?”
녀석이 애교를 부리며 분위기를 풀어온다.
잠시 당황했던 주동훈이 조심스레 팔을 뻗어, 아린의 붉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으그그, 잘했다. 요 녀석.”
후우.
정신을 차리자마자, 다시 움직이게 되다니.
‘차라리 잘됐어.’
바뀐 힘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 보고 싶었는데.
리그만 한 시험대가 따로 없다.
‘월의 정수도 얻어야 하지만.’
하루 남기고 마전 회의니 뭐니 하기엔 복잡하고 또 어떤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른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생각하자.’
상대가 누가 나올진 모르겠지만, 화끈하게 조져놓고 그때부터 알아보자고.
* * *
“지, 진짜?”
타앙!
김진아가 책상을 강하게 내려치며 벌떡 일어났다.
“길마님이 깨어나셨다고?”
스틱스의 정보는 빠르다.
주동훈이 깨어난 즉시, 스켈레톤들이 달려 나갔고.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진아의 귀에 복귀 소식이 전해졌다.
[김진아 : 길마님!] [김진아 : 진짜 일어나신 거예요?] [김진아 :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 [김진아 : 와, 진짜 다행이에요 ㅠㅠ]카푸의 권능.
흥분한 그녀는 채팅도 마구 남발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아.
진짜 리그 하루 전에 돌아오시는 게 어디 있냐고!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했던가.
세계인들은 랭커들의 훈련 내용을 궁금해한다.
당연히 이해했다.
자신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기도 하니, 적극적으로 알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
하지만, 김진아는 그런 요청을 일시에 묵살했다.
모든 훈련 내용은 극비사항임을 공표하고, 주동훈이 드러누운 사실 역시 풀지 않았다.
‘그걸 풀면 세상이 혼란스러워져.’
난리가 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세계인들이 랭커들의 훈련 내용을 궁금해한다고 했지만, 사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주동훈의 훈련 내용을 궁금해하는 거니까.
그 상황에서 주동훈이 드러누웠다고 말하면?
다시 한번 세상이 제 기능을 못 하고 멈추어 버릴 터였다.
그리고 내일.
주동훈이 출전하지 않음으로써 생길 여파를 김진아 본인이 다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행히도 그가 깨어난 것이다.
“진짜…….”
김진아가 두 손을 마주 모아 잡았다.
“매번 이러신다니까.”
“부길마님 어떡해요?”
타닥, 타다닥!
컴퓨터 앞에 앉은 권탐지가 타자를 치며 물어왔다.
그녀의 임무는 거짓과 참을 구분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김진아를 도와 온갖 잡무를 컨트롤한다.
“대중들이 아직도 주동훈 어딨냐면서 난리예요. 어떻게 1년 내내 얼굴 한 번, 소식 한 번 안 전할 수 있냐고…….”
“후.”
김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훈련 마치고 복귀했다고 전해.”
“정말요?”
“응,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해줘야지. 영상 나온 거 있지? 그것도 적절하게 편집해서 올려줘.”
“와, 그럼 진짜 제대로 된 선물이겠는데요?”
영상이 무얼 말하는지는 분명했다.
아가레스와 전쟁에서 주동훈의 활약 본을 말하는 거겠지.
그 엄청난 모습에 마계의 마족들마저 흠뻑 빠져 주동훈을 흠숭하는데, 인류는 어쩌겠나.
지금도 신격화되어 있는데, 더욱 열광할 거다.
“나도 그렇고, 많이 참았으니까.”
김진아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이미 주동훈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
* * *
무릉도원 뒷산.
– 쿠르르륵.
알 속에서 굉장히 불만에 찬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창조룡, 크리드.
크리드는 불만이 많았다.
처음에는 선한 기운이 계속 들어와서 좋았다.
그것을 양분 삼아 포근함을 느끼며, 세상에 기지개를 켤 준비를 차곡차곡 마치고 있었다.
나중에 나갔을 때도, 이 기운을 내어준 기특한 자를 위해 노력을 다할 생각이었다.
대충 원하는 것 몇 개 만들어주고 저 우주를 탐험하며 별을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창조욕(創造欲).
창조룡은 무언갈 만드는 데에 가장 우선적인 욕구를 가진 종족이니까.
하지만.
‘요즘 왜 이리 뜸하지?’
어느 순간부터, 들어오는 기운이 뚝 끊겼다.
이러면 살짝 답답해진다.
자연의 기운을 먹으며 혼자 성장해서 나올 수야 있지만 그리하면 시간이 너무 걸리기도 하고.
‘일단, 그 기운이 너무 맛있으니까.’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게 줬다가 뺏는 거요, 맛있는 것을 알려준 후 딱 한 입만 주는 거다.
창조룡은 꽤나 큰 결핍을 느꼈다.
– 쿠르르르륵.
때문에 기분 나쁜 소리를 계속 내는 거였다.
당연히 옆에서 지키고 있던 맷 제랄드는 안절부절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지수룡 브키아르가 의지를 보내왔다.
무언가 불만이 있는 거라고.
알을 더 열심히 닦기도 했고, 온도를 따스하게 해줬지만, 그 불쾌한 소리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러던 순간.
“맷.”
스슷.
그의 옆에 주동훈이 나타났다.
“허억? 길마님?”
용기사가 화들짝 놀랐다.
의식을 잃었다던 길마님이 왜 여기에?
“깨어나신 겁니까?!”
“예, 그렇게 됐습니다. 우선 이곳이 가장 급한 것 같아서 여기부터 들렸어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용기사가 서둘러 알을 향해 다가가 귀를 대었다.
“여기 귀를 대보십시오. 들리십니까? 아가가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잠시만요.”
눈을 감은 주동훈이 알에 손을 대었다.
그 후, 정순한 기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녀석아.
미안했다.
까마득하게 잊은 게 아니라, 사정이 있었어.
그래서 바로 이렇게 뛰어오지 않았느냐.
우우웅!
정수의 힘이 다방면으로 섞인 엄청난 기운들이 크리드를 향해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 쿠르륵?
흥.
안에 있던 크리드가 고개를 획 돌렸다.
들어오던 기운도 밖으로 뱉어냈다.
이제 와서 기운을 주면 감사하게 받아먹을 것 같아?
완전히 삐쳐 버린 탓이다.
그런데.
‘으음.’
기운이 집요하게 비집고 파고들어 왔다.
또한 그 기운이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게, 너무도 따스하고 포근했다.
기존과는 확실히 달랐다.
예전에는 찔끔찔끔 들어오는 느낌이라면, 이제는 그동안 기다렸다는 것을 한 번에 보상해 주기라도 하듯, 그야말로 미친 듯 쏟아지고 있었다.
심지어 그 감정 또한 느껴졌다.
이 기운의 주인은 자신을 잊은 게 아니다.
정말로 사정이 있었다.
흥.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입은 먹어볼까?
하고 기운을 받아들이는 순간, 크리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슨 기운이.’
이렇게 정순하고 깔끔하단 말인가.
맛있었다.
맛있다 못해,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이 있었다.
그래도 안 돼.
고작 이런 기운으로 화난 게 풀릴 것 같…….
촤르르르륵!
다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기운이 또 들어온다.
– 뀨르르릇.
불쾌한 음성이 순식간에 환호에 절은 소리로 뒤바뀌었다.
‘아, 안 돼.’
이 천하의 창조룡이.
고작 이런 기운 따위에 넘어갈…….
– 뀨릇, 뀨르르릇!
“녀석아, 많이 먹어라. 이제 이 정도 줘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성장했거든.”
주동훈은 그동안의 기다림을 보답하기라도 하듯, 새로 재구성된 기운을 아낌없이 넣어주었다.
– 뀨르르르릇!
예.
더 주세요.
아빠.
까탈스러운 창조룡의 마음이 단박에 풀릴 만큼 엄청난 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