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20)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20화
천마대전(5)
“이 간악한 놈! 농락하지 말고 그냥 죽여라!”
총사령관 라파엘이 분기탱천하여 발악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주동훈은 그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널 왜 죽여?’
그저 묵묵히 몽둥이를 휘둘러 기운이 통하는 곳들을 두들길 뿐이었다.
“끄, 끄아아아악!”
라파엘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다시금 어마어마한 기운을 내뿜었다.
실로 살벌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지만, 주동훈의 입장에선 그저 이성을 잃고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것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엘과 가브리엘도 마찬가지였다.
고통을 억지로 견디며, 간신히 쏟아내는 검격 따위를 못 피할 주동훈이 아니었다.
‘그래도 제법 훈련은 되네.’
대천사면 그래도 성운급이다.
비교하자면 하나하나가 거신 크롭스 이상이란 말.
그런 존재들을 모든 천계의 천사들을 묶으면서까지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새로운 신체를 얻은 후.
정수의 힘을 온전하게 마음껏 뿜어내는데도 고통 하나 없다.
오히려 고팠다.
더 많은 정수를 몸속에 쌓은 채, 활용하고 싶었다.
“어어? 의식 잃으면 안 되지. 고작 그거 맞고 기절하려고?”
퍼어어억!
조금 전 기절하려는 라파엘의 뒷덜미를 후려쳤다.
모름지기 성장이란 고통에서 오는 법.
의식을 죽여 현실을 회피하려는 버릇은 좋지 않다.
“크, 크핡!”
멍해지던 동공이 다시 뚜렷해진 라파엘의 입가에서 침이 튀겼다.
중심을 못 잡고 앞으로 넘어지는 걸 다시.
퍼어어어억!
몽둥이를 복부에 꽂아 넣음으로써 세워준다.
미카엘을 포함한 네 대천사와 주동훈의 싸움을 빙자한 구타.
“……어찌.”
“대천사님들이 밀리고 있어…….”
“넌 눈이 없냐! 밀리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농락당하고 계시잖아!”
모든 천사가 그 비참한 광경을 생중계로 보아야 했다.
당장에라도 무기를 들고 달려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다.
목(木)의 기운이 그들을 꽁꽁 옭아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그게 더 놀라웠다.
자신들을 봉인하면서까지 대천사 넷을 압도할 수 있다니!
사실상, [마신의 사자]라 불리는 자 홀로 천계 전부를 상대하고 있는 꼴 아니던가!
“커, 커허억!”
“크으읏……!”
대천사들이 연신 피를 게워내면서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미 다리는 후들거리고, 날개가 덜덜 떨렸다.
마음은 그만하고 싶어도, 입 밖으로 도저히 그만하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천계의 기둥.
그들이 무너지는 순간, 천계가 무너진다.
“아아…….”
천사들이 안타까운 비명을 내질렀다.
“대천사시여…….”
“하필 오늘이……. 천계의 마지막이란 말인가.”
“천신이시여 어디 계십니까! 정녕 우릴 버리시나이까! 왜 우리에겐 사자를 내려주지 않으십니까!”
천계가 절망에 빠졌다.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으며, 또 누군가는 날개를 파닥거리며 힘을 주어 외쳤다.
그들이 그러는 반면.
마계의 마족들은 경이로운 표정으로 주동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어.”
“이 말도 안 되는 힘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과연 마신의 사자?”
“이 정도면 전쟁도 필요 없겠는데요? 사자 혼자서 천계 접수 가능한 부분 아닙니까?”
애초에 마족은 전투에 미친 종족이다.
마신의 사자인 것도 존경스러운데, 무력까지 공간을 압도하니 그들의 존경심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본래는 2사도와 3사도, 5사도 진영의 마족들만 열렬히 환호했다면?
이제는 마계 전체가 힘주어 환호했다.
“와아아아아아!”
“주동훈, 주동훈, 주동훈!”
그 환호에 맞추어, 몽둥이는 계속 춤을 추었고.
이내.
“그만.”
더는 참지 못한 미카엘이 본인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푸욱!
자신의 성물을 구름 바닥에 꽂아버린 것이다.
“이만 가져가라.”
“미카엘!”
라파엘과 우리엘, 가브리엘이 경악하여 외쳤다.
하지만, 미카엘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어차피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계속 이렇게 모두가 고통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주동훈이 휘두르던 몽둥이를 멈추었다.
‘그래도 많이 견뎠네.’
배지민이나 어르신을 상대할 때와는 또 다른 타구법이었다.
이번엔 아예 정수의 힘을 끌어다가 팼으니까.
이들이 대천사였기에 버틴 거지, 일반 성좌급이었으면 이미 먼지조차 남지 않고 소멸했을 거다.
“그러니, 이걸 가져가라. 이건 천계의 의지가 아니라 나 미카엘의 의지다. 혹여 이 선택이 잘못되어 타락의 길을 걸어야 한다면……. 달게 받겠다.”
미카엘이 목소리를 떨며 말하자, 남은 대천사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네가 타락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천계 전체의 문제란 말이다!”
“……진정하십시오, 치천사님! 계속 견뎌내다 보면 다른 좋은 방법이 나올 겁니다!”
“어찌 대악마에게 천신의 성물을 넘긴단 말인가!”
그 격렬한 반응에.
“음.”
주동훈이 씩 웃더니, 손가락을 털었다.
그곳에서 튀어나온 월(月)의 기운이 대천사들의 입을 강하게 두들겼다.
푸확!
모두가 입에 피를 튀기며 뒤로 나자빠졌다.
“다들 시끄럽다. 치천사가 그렇게 결정했다는데 뭔 말들이 그렇게 많아?”
어차피 저들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다.
일(日)을 깨우게 되면, 그녀의 의지를 저들에게 전달해 줄 거거든.
스윽.
주동훈이 하늘을 날아, 미카엘이 꽂아 둔 성물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 * *
으득.
미카엘의 얼굴 근육이 파들파들 떨렸다.
사실상, 다른 대천사들보다 훨씬 마음이 참담한 것은 미카엘이었다.
타락을 각오한 치천사.
‘하지만.’
선택해 볼 만도 했다.
무려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천신은 천족들의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계를 보라.
저 인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마신의 은총을 받고 있지 않던가.
‘혹시 모른다.’
저 인간이 정말 천신을 담아낼 그릇인지.
“나는 저 인간의 구타에 굴하여 항복한 것이 아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미카엘이 고개를 다시 슬쩍 들며 몸에 힘을 바짝 주었다.
“너도 알고 있지 않은가, 라파엘. 저자는 단순한 마신의 사자가 아니다.”
자신들을 살려준 부분은 둘째치고.
쓰는 기운이 수상하리만큼 생소하다.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의 기운.
물론, 그 기운을 잘 사용하는 천사들도 악마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달랐다.
저 인간이 쓴 기운은 그 무엇보다도 순수하고 정순했다.
마치 신(神)처럼.
그가 단순한 마신의 사자였다면?
사악한 마기(魔氣)만 사용했겠지.
“나는 우리 천계의 사활을 저 인간에게 걸어보고 싶다. 저 인간의 주장을 한번 믿어보고 싶다. 어차피 그것 말고는 방법도 없지 않은가.”
간절함이 묻어나는 소리였다.
모든 천사들이 얼굴을 굳혔다.
하기야.
치천사가 자신들보다 더 심란했으면 심란했지, 마음이 평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여.”
미카엘이 고개를 들어 주동훈을 바라봤다.
“약조한 대로, 이 성물을 내어줄 테니……. 네가 천신의 사자라는 것을 증명해 다오.”
결국, 치천사가 선택했다.
이제 천사들의 선택지는 하나다.
기다리는 것.
만약 주동훈이 증명한다면?
그를 따르면 될 것이요.
증명하지 못한다면?
소멸을 각오하고 끝까지 싸우면 될 일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모두의 시선이 자연히 주동훈에게로 쏠렸다.
천사들뿐만 아니라, 마계의 마족과 사도들도 설마 하는 표정으로 주동훈을 바라봤다.
오직 바알만이.
[그랬던 건가…….]를 중얼거리며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증명?”
주동훈이 천천히 입을 뗐다.
“그걸 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일단 너희들의 천신부터 한번 만나 보겠다.”
스윽.
그러고는 천천히 손을 뻗어 꽂혀있는 성물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
천사들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정말.
저걸 잡는 것만으로 꿈에 그리던 천신을 알현할 수 있다고?
“다들 이 자리에서 대기해.”
주동훈이 성물에 기운을 천천히 불어넣기 시작했다.
* * *
쿠구구구……!
[화(火) : 다들 일어나라.] [수(水) : 마침내! 드디어!] [목(木) : 우리 전부가 한곳에 모이는 건가요.]주동훈의 몸에 박힌 정수의 파편들이 흥분하여 활개치기 시작했다.
성물의 매개체인 치천사 미카엘이 허락했다.
부르르!
검신을 떨어대던 성물이 이내 진동을 멈추었고.
그곳으로부터 일(日)의 정수 파편 하나가 주동훈에게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띠링!] [신살(神殺)급 아이템,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6/7)이 갱신됩니다.] [봉인된 일곱 정수의 영령(7/7)을 획득합니다.]먼저 6/7이었던 아이템이 마침내 7/7로 변경되었고.
쿠구구구구……!
온 세상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일(日) : 일단 미안해요! 사과부터 박을게요!]다급한 일(日)의 의지가 흘러들어왔다.
월(月)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활활 타오르는 정수들의 분노가 느껴졌지만.
‘일단 들어보죠.’
주동훈이 그들의 기운을 억눌렀다.
우선은 천신과 대화를 나누고, 저 천사들이 원하는 증명을 해주는 게 먼저였다.
[일(日) : 설정을 걸어둔다는 게, 우리 천사들이 제 말만 믿고 따르는 외골수들이었단 걸 봉인하고 나서 깨달았지 뭐예요. 후, 얼마나 답답하던지! 우선 제힘을 흩뿌리지 않고 모아둔 것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일이 차분하게 말했다.
[일(日) : 모든 힘을 뿌려놓는 것보다, 어느 정도는 축적해 숨겨두는 게 추후를 도모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제 판단이었어요.]다른 정수들에 비해.
일(日)이나 월(月)은 자신들을 광신도처럼 따르는 존재들이 있다.
즉, 외부에 압력에도 웬만큼 정보 노출을 하지 않고 잘 숨어 있을 수 있겠다는 계획이 선 것이다.
[화(火)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일(日) : 정황을 보아하니, 그래도 잘 풀린 것 같은데요?] [목(木) : 맞아요.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죠.] [일(日) : 우선.]일이 주동훈에게 의지를 보냈다.
응?
뭐가 고맙단 거지?
[일(日) : 성물인 상태로 지켜보고 있었어요. 충분히 우리 아이들을 징벌할 수 있었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만 끝내줘서요.]아.
천사들이 인간들을 공격한 걸 말하는 건가?
그건 잊은 지 오래다.
이미 책임자들에게 죽음 이상의 고통을 선사했으니.
[일(日) : 우선 성물을 들어주세요.]이렇게?
스윽.
천천히 성물을 뽑아 든 주동훈이 그것을 위로 세워 들었다.
[일(日) : 그다음 그 안에 담긴 모든 힘을 하늘로 분출시켜 주세요.]모든 힘?
일(日) 본체의 80%에 달하는 힘이다.
지금껏 주동훈이 겪어본 적 없는 말도 안 되는 힘.
[화(火) : 그 힘을 지금 전부 쓰겠다고?] [일(日) : 어차피 무기의 봉인을 푸는 순간, 그놈들에게 들킬 것은 예상해야 해요.]그놈들.
현 우주 찬탈자라 불리는 신(神)들을 말하는 걸까?
[목(木) :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주동훈이 일곱 정수를 가장 빨리 모은 계약자가 되었고, 아쉽지만 다른 계약자들은 탈락시켜야겠지요.]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우선.
주동훈 역시 새로운 육체에 신(神)의 힘이라는 걸 제대로 담아보고 싶기도 했다.
그동안 들킨다는 이유로, 조금씩 쓰는 연습만 했었으니까.
‘시키는 대로 합니다?’
[월(月) : 킁.]월을 제외한 모두가 마음속으로 찬성의 표를 던졌고.
그럼 이제 거칠 것이 없다.
쿠구구구구구구……!
주동훈이 천천히 성물에 담긴 모든 기운을 몸속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