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76)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76화
최후의 격전(2)
다섯 신(神).
그리고 주동훈.
두 존재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우주는 점점 고요해져 갔다.
마치 폭풍이 오기 전날 밤처럼.
온 우주가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다.
그 정적 속에서, 흙(Earth)이 의지를 표했다.
– 감히.
분기탱천하게도, 되레 자신들의 기세를 보기 좋게 맞받아치고 있다.
–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다가와?
탐식종들의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장난기나 여유는 일부러 죽였다.
되레 투기를 끌어올렸다.
– 용기가 가상한 놈이네. 아니, 겁이 없는 건가?
– 뭐, 잘 됐지. 힘을 오히려 가져다 바친다는데.
– 방심하지 마라. 그놈이 일개 피조물일지라도 그 의지와 성과는 결코 무시할 게 못 돼.
우주를 제패하는 자신들을 두고, 파괴룡과 창조룡을 포함한 모든 거물이 등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빛과 어둠까지 잡아내어 그 힘을 흡수했다.
그것도 신(神)들 기준 ‘찰나’의 순간에 말이다.
확실히 보통내기는 아니란 소리.
– 지금까지 이룬 것에 대한 칭찬은 하겠다.
불(Fire)의 눈이 다가오는 주동훈의 초월체에게로 향했다.
저 멀리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
– 다만, 딱 거기까지다.
화르륵!
그의 손에 선홍빛 염화가 모여들었다.
– 우리 다섯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이상, 네가 그 어떤 수를 쓰더라도 이길 수 없어.
스윽.
불(Fire)이 가볍게 손을 뻗었다.
그 뒤로 물(Water), 나무(Tree), 쇠(Iron), 흙(Earth) 역시 각자의 힘을 보탰다.
그렇게 이어지는 일격이 주동훈이 다가오는 그 궤도로 쭉 쏘아졌다.
쿠과가가가가가!
아차 하는 찰나, 공간이 일그러지며 빛보다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주동훈이 움찔했다.
‘뭐지?’
느껴지지도 않았다.
얼마나 강한지도 제대로 인지도 못 했다.
그런데도 뇌가 맹렬한 경종을 울렸다.
‘틀어.’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방향을 틀었다.
머뭇거릴 시간도, 망설임도 없었다.
틀고 나서야 깨닫는다.
그곳으로 미증유의 거력이 지나갔음을.
“후.”
무겁게 호흡을 내뱉었다.
‘이런 식으로 공격을 해?’
확실히.
탐식종들은 거물끼리의 싸움에 익숙하다.
– 호오.
주동훈이 놀란 만큼, 신(神)들 역시 놀랐다.
– 그걸 읽었다고? 제법이잖아?
불(Fire)이 멍한 낯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어느덧 다가온 주동훈 역시 그들을 응시하고 있다.
무표정하면서도 뭔가 화난 눈동자.
– 감이 있는 놈이었…….
– 아가리 닥쳐라.
– ……?
불(Fire)이 두 눈을 부릅떴다.
상대가 명백한 적인 걸 알지만, 억겁의 세월 동안 들어본 적 없는 종류의 경박한 의지의 표현이다.
– 힘에 심취해서 품평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인데, 제 것도 아닌 것 훔쳐다 쓰는 놈들에게 들을 말 없다.
– 우리 것이 아니다? 이 힘이?
웃기는 말이었다.
고작 ‘찰나’밖에 살지 않은 놈이 무얼 안다고.
– 설마 네 속에 든 그 정수들이 하는 말이냐?
– …….
주동훈은 굳이 대꾸해 주지 않았다.
어차피 논리 따져가며 말다툼할 일이 아니다.
그저 부딪히면 되고.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면 되는 싸움이니.
다만, 저들에게는 화가 나는 게 많았다.
특히나 다섯이 일자로 나열해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자니 살의(殺意)가 끓어오른다.
대체 저들 때문에 몇이 죽었는가.
네달람이 죽었고, 수많은 초월자와 천사 악마들이 죽었다.
그 죽음이 저들에겐 고작 찰나다.
억겁의 세월로 따지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생명이 죽어 나갔겠지.
죽음?
사실 당연한 거다.
자연스러운 거다.
하지만, 그게 왜 저들의 탐욕과 욕심, 그리고 재미를 위해서여야 하는가!
‘리그.’
사실, 그것만 없었어도 괜찮았을 거다.
그 ‘리그’란 것 때문에 이 세상에 시스템이 들어왔고 던전이 만들어진 것일 테니.
다만, 지구가 힘들어진 게, 그리고 자신이 힘들어진 게.
저 탐식종들 때문이라면…….
스윽.
주동훈이 회색빛 칼을 뽑아 들었다.
‘죽인다.’
고오오오오……!
그 속으로 혼돈의 힘이 쩌저저적! 피어올랐다.
– 저건, 처음 보는 힘인데.
누군가가 말하는 순간이었다.
주동훈의 몸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스슷!
순간적으로 그림자를 밟아 접근한 것은 바로 불(Fire)의 면전.
당연히 그 움직임을 읽은 녀석이 기운을 끌어올렸지만.
– 뭣.
곧 당황해야 했다.
그 기운을 그대로 뚫고, 주동훈의 검이 불(Fire)의 복부에 꽂혔기 때문이다.
푸욱!
증폭된 혼돈의 힘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한 불(Fire)의 실착!
– 크아아악!
그의 복부로부터 정수들이 다발로 쏟아져 내렸다.
주동훈은 혀를 날름거리며 그것을 받아 흡수했다.
품평하더니, 실력은 고작인데?
– 감히!
– 그래 제대로 싸워보자꾸나!
나머지 탐식종들이 눈을 부릅떴다.
그래.
상대는 보통이 아니다.
빛과 어둠을 잡은 만큼 1:1로 하면 저렇게 요리 당하다 죄다 죽을 수 있을 터!
쿠과가가가!
각자가 기운을 떨쳐 공격했고, 주동훈의 감각이 또다시 맹렬한 경종을 울렸다.
푸확!
검을 뽑아내며, 뒤로 물러나자.
그 자리에 탐식종들의 공격이 맞부딪혀 터진다.
쿠과가가가가가!
그것만으로 전 우주가 흔들리고, 공간이 찢긴다.
– 쥐새끼 같은 놈.
– 아까부터 감각이 날렵한 편이로구나!
콰드드득!
나무(Tree)가 포박 뿌리를 뿌렸다.
주동훈이 피하던 건 아까부터 봐뒀다.
그 경로를 예측해 기운을 날린 것이다.
‘흐읍?’
깜짝 놀란 주동훈이 더 물러나려 했지만, 이미 뿌리는 옆구리를 감싸고 있었다.
스걱!
그가 팔을 떨쳐 뿌리를 잘라냈다.
만술(萬術)로 익힌 극(極)에 달한 검술이다.
기운만 강하면, 저 정도 잘라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스거거걱!
잘라내고 또 잘라냈지만, 나머지 신(神)들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쿠과가가가가!
다시 정신 차린 불도 염화를 내뿜었고.
쇠, 물, 흙의 공격도 연달아 쏟아졌다.
‘미친.’
주동훈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했다.
어려운 줄은 알았지만, 역시.
쉽게 당해주지 않는다.
– 왜.
잠깐의 상처로 자존심을 완전히 구겨 버린 불이 분노로 중얼거렸다.
– 한번 찔렀다고 네가 이기기라도 할 줄 알았느냐?
화르르륵!
분노의 화염이 주동훈을 향해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 하나 알려줄까?
불이 비웃으며 화염을 수천만 갈래로 찢어 펼쳤다.
– 네가 잡은 어둠? 빛? 어차피 그 자식들은 진정한 신(神)이라 할 수 없는 놈들이었다!
엄청난 불길 폭우에 온몸이 뜨거워졌다.
이를 악문 주동훈이 계속해서 혼돈의 힘을 뿜어댔다.
– 그런 놈들 잡아놓고 우쭐해져서 달려오면 뭐라도 될 줄 알았단 말이더……!
콰아아앙!
순간, 공기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붉은 머리 사내, 불의 등 뒤였다.
– 뭣!
푸욱!
이형환위를 통해 몸을 이동시킨 주동훈이 이번엔 그의 등을 찌른 것.
– 아까부터 시끌시끌. 왜 자꾸 아가리를 놀리냐?
주동훈이 짜증 난다는 듯 중얼거렸다.
– 그냥 좀 닥치고 싸우면 안 돼?
– 무슨!
– 못생긴 괴생명체 주제에, 인간의 모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열받으니까.
콰가가가가!
서로 주고받고.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었다.
***
같은 시각.
“벌써 싸움이 시작됐나 봐요!”
경악한 김진아가 외쳤다.
아니, 출발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 우주가 이렇게 크게 흔들려?
우주 외곽은 괜찮더라도, 우주 중앙부 근처 행성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은 그 충격으로 다 죽어 나갔을 거다.
초월체로도 버티기 힘든데, 일개 생명체들이 저런 걸 어찌 버틴단 말인가.
“아아……!”
“끄으으윽.”
엄청난 파동이 물결처럼 다가온다.
파괴룡과 창조룡 집단이 버텨주지 않았다면 대다수 초월자가 피를 쏟았을 거다.
물론, 바로 뒤에 있던 지구도 박살 났겠지.
……그래.
우주 패권을 놓고 마지막 결투가 시작된 것이다.
“데모르.”
“왜.”
다시.
검은 머리 중년으로 변한 데모르가 중얼거렸다.
“시간이 없어요. 그 방안이 뭔지 빨리 말해놔 봐요. 도울 수 있으면 도울 테니까.”
“으음.”
데모르가 난처한 얼굴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하나의 스토리가 필요하긴 한데…….”
“스토리요?”
“모든 우주에 힘을 구걸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이유를 감동적으로 만들어 줘야지.”
“아, 설마.”
김진아가 황당하다는 듯 데모르를 바라봤다.
“그 대안이라는 게, 설마 우주 외곽을 돌아다니면서 다 설득할 생각이었던 거예요? 하나하나?”
“그것 말고는 답이 없지 않은가.”
“이런 염병!”
“뭐?”
갑작스러운 김진아의 욕에 데모르가 당황했다.
“아니, 인간. 염병이라니. 그건 말이 좀 심한 것 같은데.”
“아주 진짜 염병을 하세요! 자꾸 일레오르 보고 무식하다 뭐다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그거 설득하다 우리 길마님 죽으면요?”
“아니, 뭘……. 죽으면 끝이지.”
“이런 미친.”
타악!
김진아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쳤다.
데모르가 풀이 죽었다.
“그러니까 같이 논의해 보자고 한 거 아니더냐.”
“그거 봐라.”
일레오르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네놈도 어쩔 수 없는 일을 뭐 그리 여유롭게 말하고 자빠졌나. 차라리 자세를 좀 낮추고 말하기라도 했으면 말을 안 해.”
“일레오르도 그래요!”
휙!
고개를 돌린 김진아가 울분을 토해냈다.
“파괴룡이랑 기 싸움할 생각보다 우리 길마님 살려낼 생각부터 하란 말이에요! 그러고도 당신들이 길마님 수하야?”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있을 때였다.
스윽.
옆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지구의 이름만 올려져 있던 하이랭커.
관리자, 주광철.
그의 접근에 당황한 것은 데모르도 일레오르도 아니었다.
바로 김진아였다.
“아, 아버님? 아니, 아버지? 아니, 뭐라 불러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주광철이 눈을 또렷하게 떴다.
“아까 얘기를 들었는데, 빠른 시일 안에 전 우주에 소식을 전달할 방법이 있습니다.”
“예?”
김진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데모르 역시 눈을 빛냈다.
“그게 뭐지. 인간?”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
“복원……?”
데모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저들을 밖으로 빼내면서 분명 보았기 때문이다.
우주 시스템에 근간이 되는 건물들을 다 부숴 버리는 신(神)들의 모습을.
“방법이 있나?”
확실히 시스템만 있으면 편해진다.
대다수 행성, 그리고 초월자들을 거기에 등록해 두었고.
아마 그들은 지금 목 빠지게 새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들 모두에게 동시 전파가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설득이 가능해진다.
“가능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주광철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룰북과 비슷한 모양새의 기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시스템의 데이터를 빼두었지요. 막대한 힘과 행성만 있다면 시스템을 부활시키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허?”
일레오르가 감탄했다.
일개 인간이 시스템의 모든 정보를 빼돌리고.
나아가 재건할 수 있다고?
억겁의 세월 동안 수많은 천재가 피땀을 갈아 넣어 만든 그 시스템을?
그렇게 간단하게?
“행성 최고의 천재들만 뽑아놓은 게 관리자라더니……. 지구가 확실히 대단하긴 하군. 주동훈 위에 주광철이라.”
그 중얼거림에 더 놀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김진아였다.
‘행성 최고의 천재가 관리자라고?’
그럼 말이 안 된다.
그녀가 알고 있는 최고의 천재는 하나.
‘배지민.’
은하급 천재이자, 우주에 몇 안 되는 천재가 여기 딱 있는데 어떻게 관리자로 뽑히신 거지?
아.
아?
아아?
‘설마!’
배지민의 눈이 더더욱 커졌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한 가지의 가능성이 더 있지 않던가!
‘아버님이 배지민보다 더 천재였구나!’
그제야 확실히 이해됐다.
왜 주동훈이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그 끈기와 독기, 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아버지가 사기캐였어.’
피는 못 속인다고 했던가.
부자가 쌍으로 사기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었던 거다.
“막대한 힘은 우리 파괴룡과 저쪽 창조룡의 힘으로는 안 되나?”
데모르가 주광철에게 묻자.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럼 뭐 하나! 바로 만들지 않고!”
“적당한 행성에 관리자들을 내려서 보호해 주십시오. 즉시 재건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스윽.
주광철이 김진아를 바라봤다.
“김진아라고 했나요?”
“예, 옙!”
“시스템은 제가 만들 테니, 그 사람들을 설득할 영상은 진아 양에게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죠!
누구 부탁인데!
“맡겨만 주세요!”
김진아가 씩씩하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