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575)
나는 스켈레톤을 키운다 575화
최후의 격전(1)
눈을 뜬 주동훈이 자신의 몸을 면밀히 관조했다.
‘확실히 강해졌다.’
우주의 지배자, 빛(Light)과 어둠(Dark)을 잡아낸 그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월(月) : 허어, 이건. 이제 우리 힘이라 볼 수조차 없겠군.] [일(日) : 아예 합쳐졌어요. 이걸 뭐라 해야 할지. 대단해요.]기존에 사용하던 음양오행의 기운이 아니다.
회색빛 혼돈.
이는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던 주동훈만의 기운이었다.
쿠구구구구……!
살짝만 힘을 끌어올려도 그 모든 것을 파괴해 버릴 것 같은 거력이 느껴진다.
‘적어도 이전보다 다섯 배는 더 강해졌어.’
왜인지는 모르지만, 결과가 그랬다.
이는 예상외의 소득이었다.
어둠, 빛을 잡으면 딱 그것들을 합산한 만큼 강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둘의 단순 합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니!
심지어 기운의 질도 달랐다.
스윽.
주동훈이 손을 뻗자.
고오오오……!
손바닥 위로 회색의 구슬이 생겨났다.
이걸 뭐라 해야 할까.
혼돈의 정수?
이거 하나가 불(Fire)의 정수 다섯 개와 견줄 만큼 밀도가 높다.
‘그렇다면.’
주동훈이 눈을 빛냈다.
다섯 신(神)과의 전투도 해볼 만하다.
주동훈이 정수를 바라보며 잡념에 빠져 있는 동안.
“사자시여!”
“우리가 이겼습니다! 복수에 성공했습니다!”
“이 모든 게 대리인의 은총 덕입니다! 분명 천신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사도와 대천사들이 올라와 주동훈 앞에 고개를 숙이고 엎드렸다.
이들은 자신이 가졌던 정수들을 모두 주동훈에게 털어 넣었다.
그렇기에 이제 앞으로의 싸움에서 별 도움이 안 될 거다.
물론 주동훈이 강한 만큼 이들도 더 강해진 것은 맞지만, 그게 다섯 신(神)에 비할 바는 아니란 뜻이다.
스윽.
고개를 끄덕인 주동훈이 결정을 내렸다.
“너희는 여기서 대기해라.”
이미 다섯 신(神)이 깨어났음을 느꼈다.
또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도 알았다.
‘과연 오랫동안 이 우주를 제패했던 탐식종들답네.’
보통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방심하거나 여유 부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저들은 뭐가 그리 급한 걸까?
다섯이서 사이 좋게 손잡고 달려오고 있다.
그래.
어차피 싸울 거.
빨리 싸우는 게 주동훈도 좋았다.
“부길마도.”
– 예?
“이제 그만 날개에서 나오세요. 언제까지 거기 있으려고?”
– 쳇, 들켰다.
은근슬쩍 함께 싸우길 바랐던 김진아가 풀이 죽은 채 밖으로 나왔다.
“길마님.”
“……?”
“다섯 신들이랑 직접 싸우시려고 하는 거죠? 혼자서?”
과연 김진아.
주동훈의 생각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저도 가면 안 돼요?”
“안 됩니다.”
그가 고민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왜요?”
“……별 도움이 안 되니까.”
“예?”
김진아는 불안했다.
이전 같았으면 잘 다녀오시라고 배웅까지 해줄 수 있는데, 지금은……. 그냥 단순한 상황이 아니지 않던가.
무려 다섯 신이다.
그 신들 전부와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일에 그 혼자 보낸다고?
지금까지 그 어떤 고난에서도 살아 돌아온 전적이 있다지만, 이번 고난은 고난이라 말할 수조차 없는 곳이다.
거의 죽음이 확실시되는 곳.
“도움이 안 되긴 뭘 안 돼요. 섭섭하게. 어둠이랑 싸울 때도, 빛이랑 싸울 때도 나름 도움 됐구만.”
“날개 미사일 한도 다 쓰셨잖아요?”
“……와, 그걸 세고 계셨어요?”
“어쨌든. 부길마는 이곳에 남습니다. 이건 명령입니다.”
“…….”
명령 공격에 토라진 김진아가 등을 휙! 돌렸다.
‘이 답답한 양반.’
왜 모를까?
어차피 다섯 신(神)과의 전투가 마지막이고.
이기든 지든, 그 결과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을.
어차피 싸움에서 지면?
다 죽는 건 매한가지지 않던가!
“편하게 싸우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주동훈이 읊조렸다.
당연히 지면 상관없다.
하지만 주동훈은 질 생각이 없었다.
무조건 이길 것이고, 그러면 문제가 많아진다.
김진아만 죽고 승리하는 루트, 신들이 김진아를 인질로 잡는 루트 등등.
“아시잖아요. 굳이 변수를 만들 필요 없는 거.”
“……맞아요.”
김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알았다.
머리는 알지만, 마음은 모르는 그런 상태였을 뿐.
“사자시여.”
바알이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대기하라는 말씀은, 저희는 전쟁에 참여하지 말란 뜻입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형님! 신 하나도 어려웠는데, 이번엔 다섯 신이지 않습니까! 저희도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마르바스 역시 격정 어린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에휴.
지금까지 뭘 들은 건지.
그들에게도 다시 안 된다고 말해주려 할 찰나였다.
“잠깐.”
주동훈은 그걸 무시한 채 앞을 바라봤다.
어떤 기운이 잡혔기 때문이다.
신(神)들보다 더 앞서 오는 것.
“음?”
익숙한 향이 먼저 다가오고 있다.
그래, 비나사.
그리고 데모르.
파괴룡들이었다.
***
주동훈이 급하게 날아온 파괴룡들을 마주했다.
– 크루루루……!
저 멀리서 비나사가 반갑게 인사한다.
주동훈이 부드럽게 웃으며 그 인사를 윙크로 받아준다.
그리고.
– 혼돈.
수장, 데모르가 무리 사이로 걸어 나왔다.
그는 드물게도 활짝 웃고 있었다.
– 결국, 해냈군. 정말로 빛과 어둠을 잡아내다니.
“……지켜보고 있었습니까?”
주동훈이 데모르를 응시했다.
저번 도움 요청을 거절했을 때는 사실 서운했었다.
그의 처지가 이해가 가면서도 어쩔 수 없이 드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읽었을까?
데모르가 황급히 말했다.
– 물론. 이 우주의 패권을 두고 싸우는 전쟁인데, 당연히 지켜봐야지. 싸우는 도중, 네 승리가 확실시되는 것을 느꼈고, 사실 그때부터 미리 움직였다.
“미리 움직였다고요?”
이제부터 데모르는 주동훈의 점수를 따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바뀌어도 마음 놓고 파괴를 즐길 수 있다.
– 암, 주광철이 네 아버지지?
“……아버지?”
– 네 아버지가 죽을 뻔했다. 그래서 우리는 목.숨.걸.고 우주 중앙부로 들어가 관리자들을 구출했지. 물론, 네 아버지도 무사히 구출했다. 저기 보이나?
데모르가 파괴룡들의 아래, 그들의 기운으로 옭아맨 수많은 관리자 무리를 가리켰다.
“아…….”
주동훈이 떨리는 눈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살피자, 아버지가 보인다.
굳건한 자세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시는 아버지, 주광철의 모습이.
‘아버지.’
시선을 마주하자 아버지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주동훈은 모든 것을 이해했다.
“확실히 목숨을 거셨네요.”
– 걸었지.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란 짓이었다.
“이번 건 그렇게 생색내도 할 말이 없겠어요.”
사실 주동훈도 걱정했었다.
어둠을 잡자마자, 빛을 잡으러 가면서…….
어쩌면 아버지를 못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분명 했었다.
파괴룡이 그 가려웠던 부분을 완전하게 긁어준 것이다.
이건.
확실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습니다. 당신의 도움을 인정하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 감사할 필요 없다.
데모르가 미소 지었다.
– 나는 이제 네 수하이니까. 마음껏 부려 먹어라. 아, 그것보단.
파괴룡이 뒤를 슬쩍 보았다.
– 신들이 오고 있는데, 당연히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우우웅!
주동훈이 허공에 회색빛 검을 만들어 쥐었다.
“같이 싸워주시겠습니까?”
저 많은 파괴룡도 신들과 부딪히면 바로 찢기겠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조금의 도움이라도 필요할 때.
– 아니.
데모르가 고개를 흔들었다.
동시에 단호한 눈으로 주동훈을 바라봤다.
– 우리가 간다고 해도 티끌만큼의 도움도 되지 못할 거다. 저들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우주에 딱 하나. 혼돈. 너뿐이야.
“혼자 상대하라.”
원래 혼자 싸우려 하긴 했는데.
저렇게 말하니까 또 서운해지려 하는데?
– 우선 시간을 벌고 있어라. 우리는 창조룡들처럼 무식하게 힘으로 돕지 않아.
“그럼?”
– 지능으로 돕지.
“……지능?”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일까?
– 기대해도 좋을 거다. 일단! 우선 급하니, 어서 가라. 뒤는 우리에게 맡기고.
“아.”
신들의 속도는 엄청나다.
여기서 기다리면 5분도 채 안 돼서 도착할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여기 있는 존재 모두가 별 저항도 못 해보고 소멸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단 가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힐끗.
주동훈이 관리자 무리 쪽을 한번 응시했다.
데모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아버지는 걱정하지 말아라. 지금부터 우주 외곽에 꼭꼭 숨겨놓을 테니.
“예, 감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주동훈이 전방을 바라봤다.
신들이 오는 방향.
쿠과가가가가!
얼마나 강한 힘인지 그쪽에서 어마어마한 압력이 느껴졌다.
지켜보던 초월자들이 피를 뿜을 정도.
“감히 어딜.”
주동훈 역시 지지 않았다.
콰가가가가가가가!
기운을 풀로 가용해 기세를 전방으로 터뜨렸다.
그것만으로 힘들어하던 초월자들의 고통이 단박에 줄어든다.
‘싸울 거다.’
너희들이 강하든 약하든.
이길 수 있든 없든.
오늘만을 바라보며 끝없이 준비하고 또 준비했다.
이제 그 노력과 고통의 결실을 보아야 할 때!
‘해보자.’
파앗!
주동훈이 전방으로 튀어 나갔다.
격전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주동훈이 사라진 자리.
– 오랜만이군.
데모르가 일레오르에게 먼저 인사했다.
둘은 천적이지만, 또 서로를 위해서 필요로 하는 존재다.
특히나 파괴룡들은 창조룡을 꼭 필요로 한다.
창조가 있어야 파괴도 있는 법이니.
쿠구구구……!
용의 형태로 김진아를 머리에 인 일레오르가 육중한 머리를 돌려 데모르를 응시했다.
– 그래, 오랜만이다. 데모르. 그런데 아까 그건 무슨 말이지?
일레오르의 눈빛이 서늘했다.
창조룡처럼 무식하게 돕지 않는다는 말이 언짢았기 때문.
– 아하핫, 그거. 농담인데 그게 거슬렸나?
– 거슬렸다고 말한 적 없다. 무슨 뜻이었는지나 말해라.
– 간단해.
데모르가 나른하게 미소 지었다.
– 아무리 혼돈이 강해졌다 한들, 다섯 신(神)을 상대로 이길 확률은 전무에 가까워. 지금은 버티는 것이 고작일 거다. 그것도 아주 단기간.
– 그래서?
– 우주의 힘을 빌려야지.
– 우주의 힘?
– 너희들이 아까 전 자진해서 정수를 가져다 바쳤던 것처럼 말이야.
데모르가 하는 말의 요지는 단순했다.
이제 우주 외곽에서 숨죽이고 있는 모든 거물과 초월자들을 모아보자는 것!
모아서 정수를 받아내고, 그걸 모조리 주동훈에게 주는 거다.
– 이 우주는 방대해. 그 강력한 신(神)들마저 ‘시스템’이란 걸 만들어 관리할 만큼. 심지어 ‘시스템’이 등록한 세상보다 등록하지 않은 세상이 더 많지 않은가. 등록하지 않은 채 제 행성에서 꾸준히 수양하는 초월자들도 무수하고.
그 모든 힘이 모이면?
가히 신(神)들도 두려움에 떨 만큼 많은 양이 모이지 않겠는가?
– 그래서.
일레오르가 픽 웃었다.
말은 참 쉽다.
그게 됐으면, 이미 자신이 다섯 신(神)을 다 잡고 세상을 제패하고 있었을 거다.
– 그걸 어떻게 모을 생각인데?
– 그거?
데모르가 마주 웃었다.
– 당연히 이제부터 논의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