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92)
첫 번째 테마 (2)
후웅!
내 고유능력 공개에 처음 반응한 것은 금발의 올레나였다.
그녀는 등 뒤에 꽂아놓았던 기다란 지팡이를 꺼냈다.
‘때깔이 고운데?’
직업병일까.
나는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바라보았다.
고급진 원목과 한가운데 달린 푸른색 보석.
그리고 제법 고심한 것 같은 세련된 디자인.
딱 봐도 값비싸 보이는 아이템이었다.
‘우리 드미르는 장사 잘하고 있겠지?’
내가 입맛을 다시며 아이템을 샅샅이 훑고 있을 때였다.
촤르륵!
이윽고 올레나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제 능력은 마법이에요. 속성은 수(水).”
보글보글.
하늘 위에 맺힌 물방울들이 이내 곧 줄기가 되어 바닥에 쏟아졌다.
“여러분들은 운이 좋았네요. 식수는 제가 쉽게 보급해 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오오.
괜찮은데?
확실히 올레나의 능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물’.
특히 이런 열대 지방에서는 강을 발견한다 해도 식수를 구할 수 없다.
다 진흙탕 물이기 때문.
이로써, 스콜성 비가 내릴 때마다 물을 받아야 하는 귀찮음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요.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뿐만 아니라, 실력도 문제없을걸요? 이래 봬도 이번에 옥스포드 마탑에 수석으로 입학한 인재랍니다.”
“허어?”
옆에서 카푸가 감탄했다.
“옥스포드면 실버스톤이 있는 명문 아닌가? 들어가기 굉장히 힘들다 들었는데.”
“하핫. 그렇죠, 뭐.”
“대단하군.”
내성적인 카푸가 진심으로 칭찬할 만큼, 대단한 업적이긴 했다.
소피아 실버스톤은 랭킹 4위.
거의 신(神)급의 랭커다.
헌터인 우리들에겐 그 근처에만 있어도 영광인 존재.
“…….”
제임스의 눈썹이 미끄러졌다.
아무래도 아까 말다툼하던 여자가 생각보다 대단한 인물이라, 속이 쓰린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다섯 랭커의 추천을 받고 온 랭커 후보자.
투욱!
제임스는 등 뒤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주먹을 꽉 쥔 채, 허공에 잽과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훙, 후웅!
공기 가르는 소리와 함께 이는 파동.
동시에 그의 허리가 핑그르르 돌았다.
쐐애애액!
거의 스트레이트가 꽂힘과 동시에 그 자리에 틀어박히는 제임스의 뒷발.
감탄이 나올 만큼 깔끔한 회축(廻蹴)이었다.
“와우.”
나는 한걸음 물러서 감탄을 날렸다.
얼마나 강한지를 떠나서.
그 자세 하나만큼은 예술이라 칭할 만큼 완벽했으니까.
이윽고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내 고유능력은 무투. 무기를 쓰지 못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그래도 타 직업에 비해 정교하게 치명타를 먹일 수 있지. 내 주먹에 걸리는 순간, 다 아작나는 거야.”
제임스의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그냥 평범한 전투계열로 보면 되겠네.’
전투계열의 특징은 사람을 탄다는 것.
즉, 제임스란 사람이 강하면 강한 거고, 약하면 약한 거다.
사실 광전사도 그냥 평범한 전투계열 아니던가.
그냥 사람이 무식하게 세서 그렇지.
“…….”
제임스의 모습을 힐끔 보던 카푸가 머뭇거리다가 앞으로 나섰다.
“……나는 전투계열이라기보다 보조계열이다.”
보조계열?
모두의 시선이 카푸에게로 향했다.
“그렇다. 고유능력 탐험가. 나는 던전의 지리를 파악하고, 미개척 지대를 정찰하지. 또한 숨겨져 있는 트랩이나 히든 조건 탐색에 특화되어 있다.”
호오.
어디서 본 적 있는 직업인데?
‘아.’
그래.
기억났다.
과거 ‘파랑’ 길드의 길잡이(Guide)였던 A급 헌터, 강선욱의 능력과 비슷하구나?
그 아재는 잘 지내고 있으려나?
감회가 새롭긴 했다.
그때만 해도 엄청나게 커 보이는 존재였는데, 이제는 내가 A급이라니.
“이거…….”
올레나가 빙긋 웃었다.
“나름 황금 밸런스인데요? 그쵸?”
맞다.
어디 가서 꿀리는 조합은 아니다.
네크로맨서는 원체 사기 직업이고.
전투계열 하나에 마법 계열 하나.
거기에 보조계열까지 있으니.
‘나쁘지 않네.’
생각보다 상황이 최악은 아니었다.
넷 모두 전투계열이면 어쩌나 했는데…….
“그럼, 각자 직업에 맞게 일을 나눠볼까요?”
짝짝!
내가 손뼉을 쳤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내가 이 무리의 리더가 된 것 같으니.
일단 장단에 어울려 줘볼까?
“우선, 올레나는 고지에 비트를 파주세요. 주변 시야가 확보되도록, 이파리들 걷어주시고. 또 요리해 먹을 수 있게 취사도구도 만들어주세요. 마법사니까 쉽게 가능하시겠죠?”
“캠핑지를 만드는 건가요?”
“네, 임시로 사용할 거처니까, 대충 만들어도 돼요.”
“그 정도야 뭐. 맡겨만 주세요.”
씩씩하게 답한 올레나가 능선 위로 올라섰다.
가장 높은 지대로 가려는 것.
사실, 생존하기 위해서는 물가 근처에 있어야 하지만.
식수를 보급받을 수 있는 우리였기에 가능한 위치 선정이기도 했다.
“다음은 카푸.”
“나는 뭘 하면 되지?”
“카푸는 근처 지역을 탐색하면서 정보를 얻어주세요. 다른 팀의 위치라든가, 아니면 숨겨져 있는 단서라든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거로군.”
카푸가 신발 끈을 동여맸다.
“그리고 제임스.”
“응?”
“제임스는 전투계열이니, 카푸를 호위해 주세요. 이제부터 둘은 한 팀입니다.”
“그러니까, 카푸가 잘 보조할 수 있도록 지켜주라는 거지?”
“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임스와 카푸는 하나로 묶는 게 나았다.
원래는 경계 임무를 맡기려 했는데, 본래 작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경계’.
왜, 그 유명한 맥아더 장군의 명언도 있지 않던가.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솔직히.’
제임스보다는 우리 뼈다귀들이 더 믿음직스럽고 신뢰가 갔다.
“저는 고지 경계와 식사 거리 좀 구해보겠습니다. 탐험하다가 해지기 전까지는 올라오셔야 합니다.”
“오케이, 이해했어.”
카푸와 제임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떠났다.
불평이나 의문은 없었다.
내가 따끔하게 말한 이후, 그들은 모두 냉정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 그럼 나도 슬슬 움직여 볼까?”
나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각자 무기를 든 채, 대기하고 있는 뼈다귀들을 응시했다.
내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태양이와 엘드린.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 * *
약 두 시간 후.
“주군, 요청하신 것들입니다.”
고지로 올라온 태양이가 그 수하들과 함께 무언가를 바닥에 쏟아냈다.
후두두둑!
구아바 나무뿌리, 카사바, 사탕수수, 가지 각종의 버섯류 등등.
식용으로 삼을 수 있는 몇 가지 식물들이었다.
“저도 가져왔어요.”
스슷.
나무 위에서 몸을 날린 엘드린이 바닥에 착지했다.
엘드린 역시 부하들과 함께 수많은 열대과일들을 따온 상태였다.
바나나, 망고, 파파야, 포멜로 등등.
거의 일주일은 두고 먹어도 될 만큼 많이 따왔다.
“세상에……. 이게 다 뭐예요?”
캠핑지 축조를 마무리 짓던 올레나가 경악했다.
“이렇게 많은 걸 그 짧은 시간에……?”
“숲의 일족에겐 일상인 일들이라…… 이걸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우와.”
올레나가 입을 떡 벌렸다.
네크로맨서의 편안함에 대놓고 감탄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엘드린에게 엄지를 척 올렸다.
“말해 뭐해. 최고야.”
일단 불로 요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위주로만 캐오라 했다.
생존 게임에서 불을 지피는 것은 상대에게 [나 여기 있어요~]라고 알리는 꼴밖에 안 되기 때문.
“우선 오늘 하루는 이거로 버티시죠.”
“……이 정도면 거의 호텔 뷔페 수준인데요?”
쿠르릉!
엘레나가 마법으로 구덩이를 얕게 팠다.
그리고 뼈다귀들이 가져온 식량들을 조심스레 옮기고 있을 찰나였다.
저벅, 저벅.
정찰 나갔던 두 헌터.
제임스와 카푸가 복귀했다.
“후우, 훈. 다녀왔어.”
카푸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가 없었던 모양이다.
“근처에 단서라고는 하나도 없었어. 그냥 생 열대 우림이야. 몬스터도 없고, 함정도 없다고.”
탐험가, 카푸가 장비들을 내려놓고 이마에 땀을 닦았다.
“혹시나 해서 중앙 지역에도 몰래 가봤는데, 이미 다 퍼졌나 봐. 헌터들도 보이지 않더군.”
“맞아, 혹여나 보급품이라도 떨어뜨리나 했는데. 꽝이지 뭐야. 제기랄.”
제임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보급품이요?”
내가 물었다.
“왜, 원래 이런 생존 게임에서는 항상 보급 아이템 같은 거. 하늘에서 떨어지곤 하지 않나?”
“…….”
이 양반이.
그건 게임이고.
지금은 실전인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물론, 그 시도를 나쁘다 할 수는 없었다.
아직 확실한 정보가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니까.
“좋습니다. 두 분 다 고생하셨어요. 일단, 음식 준비했으니, 오늘은 이걸로 야간을 보내는 겁니다.”
“오오? 이게 다 뭔가?”
“훈, 당신이 구해 온 거야?”
두 남자 역시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성과 없는 나에 비해 둘은 많은 것을 했군.”
카푸가 미안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
굉장히 터프할 것 같이 생긴 흑인이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순수한 것 같다.
나는 씩 웃었다.
“아직 팀 되고 몇 시간밖에 안 흘렀습니다. 부담 갖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다해주세요.”
“고맙다, 훈.”
카푸가 고개를 끄덕이자, 올레나가 환하게 웃었다.
“자자, 그럼 먹어볼까요?”
그리고 엘드린이 구해온 바나나 뭉치 하나를 집어 들었다.
와락!
동시에 과감하게 베어 문 그녀.
“헉?”
배고팠는지 맛있게 우물거리던 올레나가 이내 입을 떡 벌렸다.
뭐야, 이 사람.
리액션이 왜 이리 좋아?
“왜요, 그렇게 맛있어요?”
내가 묻자, 그녀가 고개를 흔든다.
마치, 그게 아니라는 표정.
왜, 뭔데?
“……미, 미친. 이게 뭐야.”
이내 올레나가 욕설을 내뱉었다.
뭐지.
설마 바나나에 독이라도 들어 있는 건가?
“훈.”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한번 먹어봐요.”
“……?”
“뭐 이상한 거 없으니까, 빨리 먹어보라고요!”
“예?”
고개를 갸웃한 나 역시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숲의 일족이었던 엘드린이 독 든 바나나를 가져올 린 없을 거고.
나 역시 오랜 시간 굶주렸기에 배고팠다.
우걱!
‘음? 맛있는데?’
왜, 저러는 거지 싶을 찰나.
내 동공도 곧 올레나처럼 거대해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
[띠링!] [‘바나나’를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이런 말도 안 되는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
“미친?”
사람을 죽여야 100포인트 주는 걸, 바나나 하나 먹는다고 10포인트를 준다고?
그것도 아무 공지 없이?
“왜, 뭔데?”
“훈은 또 왜 그러는가. 무섭게…….”
“이거 정말 먹어도 되는 거야?”
제임스와 카푸가 술렁거렸다.
우걱! 우걱!
재빨리 음식을 식도로 넘긴 나는 바나나 하나를 더 깠다.
하지만.
한 번 오른 시련 포인트는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뭐지?’
이미 먹은 종류의 것은 소용없다는 건가?
나는 구덩이로 가, 이번에는 망고 스핀 하나를 꺼냈다.
우둑!
바닥에 부순 후, 그 속을 하나 꺼내서 발라먹자.
[띠링!] [‘망고 스핀’을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역시!”
아아.
시련 포인트가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곳에서 생성되는 무언갈 먹으면 ‘시련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는 것.
“도대체 뭐야?”
제임스가 눈을 깜빡거리며 바나나를 씹었다.
“어엉? 제기랄, 이게 뭐야! 시련 포인트가 오르잖아?”
이제 모든 팀원이 알았다.
[띠링!] [‘파파야’를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우리는 정신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띠링!] [‘구아바 뿌리’를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절대 편식할 수 없었다.
가져온 것 하나하나 천천히 음미했다.
[띠링!] [‘카사바’를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 [‘사탕수수’를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
무려 30종류가 넘어가는 가지 각종의 식용 식물들.
“이야.”
제임스가 결국 감탄했다.
“우리 결국 끼니 해결하는 거로만 각자 3명씩 살인한 효과를 얻은 거네?”
시련 포인트 320.
마침내 우리가 각각 얻은 포인트의 숫자.
“미쳤다, 미쳤어.”
“이건 다 훈, 덕분이다.”
카푸가 나를 바라보며 묵례했다.
“훈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모아줘서 그런 거야. 고맙다, 훈.”
“아뇨.”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운이 좋았을 뿐. 아직 확정된 건 없어요. 이 시련 포인트가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고마워할 필요 없다.
앞으로 있을 시련이 뭔지도 모르고.
아직 빙산 초입부에 발도 디디지 못한 느낌이니까.
다만.
문득 떠오르는 것.
‘꼭 식용 음식만 먹어야 하나?’
다른 걸로 포인트 쌓을 순 없는 건가?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한 나무 기둥밑동에 자라 있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버섯이었다.
저걸, 먹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