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aise a Skeleton RAW novel - Chapter (93)
독버섯
호기심이라는 게 참 묘하다.
누가 봐도 [안 된다] 혹은 [큰일 난다]라는 생각이 드는 일에도 묘하게 이끌리는 것.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호기심이란 무릇 모든 지적 생명체의 본능이고.
그 호기심을 통한 학습으로 우리 인류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거니까.
사실, 호기심은 곧 용기와도 같다.
불확실하거나, 위험한 것을 몸소 실천해 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긴 뭐 하다지만.
용기 하면 또 나 아니던가?
“…….”
나는 눈앞의 버섯을 바라봤다.
지금껏 생각이 길었지만, 아무튼 내 말의 요지는 단순하다.
지금 내 시선에 닿은 저 알록달록한 버섯을 한 입 베어 물고 싶다는 거.
모든 먹을 수 있는 음식마다, ‘시련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는 건…….
저것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거잖아?
“어이, 훈, 설마.”
내 시선을 의식한 제임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저걸 먹으려고? 저건 누가 봐도 먹으면 최소 배탈 이상일 것 같은데…….”
“저도 동감이에요. 아직 제대로 된 정찰도 안 했고, 숲에 식량이 얼마나 많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벌써 저런 음식을 주워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딱 봐도 독버섯이잖아요?”
올레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제임스를 두둔했다.
두 팀원의 반대.
“으음.”
나는 턱을 집었다.
천성이 청개구리이기 때문일까?
왠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다.
“훈, 잠시만.”
저벅, 저벅.
카푸가 버섯 앞으로 걸어간 것은 그때였다.
쪼그려 앉아 유심히 바라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흠, 독버섯이 맞군.”
어? 뭐야.
탐험가라더니, 독버섯 판별도 할 줄 알았던 거야?
“이런 버섯을 우리나라에서는 ‘데스 데빌’(Death Devil)이라 해.”
“데스 데빌이요?”
“그래, 주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무서운 단어들을 가져다 붙인 이름이지. 참고로 이건 한 입만 베어 물어도 식도가 녹고, 위가 곪는다는 맹독성 버섯이야. 절대 먹어서는 안 돼.”
“……허, 그렇군요.”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인 채 한발 물러섰다.
모든 팀원이 하지 말라는데, 혼자 튈 수는 없지.
게다가.
“…….”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노을이 끝나가고, 빛이 사그라들고 있었다.
자연의 숲속은 야밤에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벌써부터 시야 앞이 흐릿할 정도였다.
“우선, 오늘은 준비해 둔 비트에 들어갈까요?”
“그래야 할 것 같네요. 근데, 경계는 어떻게 하죠? 불도 켤 수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경계에 의미가 없는데. 야간투시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계는 제가 하겠습니다.”
“훈 님이요?”
올레나가 눈을 깜빡였다.
나는 미소 지었다.
“네, 제 뼈다귀 중 어둠에 익숙한 녀석이 있거든요.”
태양창.
일생을 어둠 속에서 살았던 녀석.
“앞으로 밤은 제가 맡겠습니다.”
어차피 경계는 원래부터 내가 하려고 했다.
‘게다가.’
할 일도 있고 말이지.
* * *
“후우.”
완전히 빛이 사라진 숲.
나는 고지 근처에 나와 입바람을 뿜어냈다.
후우웅! 스스슷!
음산한 바람 소리와 풀벌레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야심한 숲속.
올레나, 제임스, 카푸는 이미 얕은 잠에 빠져든 상태였다.
“주군, 안 주무십니까?”
내가 나온 것을 의식한 태양이가 다가왔다.
“주변에 아직까지 별 이상은 없습니다.”
“그래? 고맙다.”
수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수면 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태청심법(太靑心法) 때문이겠지.’
노인을 통해 익힌 S급의 내공 심결.
그 효능은 굉장했다.
온몸에 존재하는 노폐물들과 피로를 내보내고, 세포에 활기를 공급한다.
운용하면 운용할수록, 피부가 젊어지고 깨끗해진다.
더하여, 수면의 효과까지 있으니.
‘굳이 억지로 잠잘 필요 없지.’
어차피.
아직 오늘 일과는 끝나지 않았다.
일과가 끝나려면…….
[스킬, ‘만술의 가르침’(S급)을 사용합니다.] [기력 20을 사용합니다.] [‘만술의 달인’이 등장합니다.]노인과의 1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이놈이?”
노인이 유령처럼 등장했다.
“이제는 미루고 미뤄, 야밤에 불러내는 게냐?”
“하하, 어르신.”
“그래, 여기가 그 던전 메이커인가 하는 작자가 만든 그 시련의 던전일 테지?”
“그렇습니다.”
노인에게는 내 일거수일투족을 말하는 편이다.
특히 이런 특수한 던전에 다닐 때는 꼭.
그래야, 노인도 노인만의 커리큘럼을 짜지 않겠는가.
“흠, 빛도 없고, 시야도 제한되니 오히려 ‘기’를 느끼기 더할 나위 좋은 환경이구나. 자, 오늘도 대법부터 시작해야겠지? 어서 준비하거라.”
그놈의 대법.
그 대법 덕에 랭크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도 나에겐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는 마사지다.
“아뇨, 어르신. 잠시만요.”
“왜 그러느냐?”
평소엔 군말 없이 받아와서인지.
노인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태청심법 말인데요.”
“…….”
“독도 몰아낼 수 있는 건가요?”
그렇다.
나는 아까부터 그 독버섯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
아직도 눈앞에 둥둥 떠 아른아른할 정도.
왜 이러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잠깐, 먹고 나서 뼈칠이의 ‘리커버리’를 쓰는 방법도 떠올렸지만.
그건 쿨타임 한 달짜리라 아직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사용할 수 있다 해도.
겨우 이런 거에 사용하기는 싫었다.
‘리커버리’는 그야말로 여분의 목숨과도 같은 거니까.
“잉? 독 말이냐?”
“네.”
“이놈아! 말해 뭐하느냐. 태청심법은 완전무결한 심법이다. 내가 살던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심법 중 고심하고 고심해 골라낸 최고의 심법인데, 고작 독 따위를 못 몰아내겠느냐?”
노인이 자존심 상한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오, 정말입니까?”
노인의 말에 나는 눈을 반짝였다.
“그럼, 물론이지. 근데 그건 왜 묻는 게냐?”
“그게 사실…….”
나는 오후에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먹을 때마다 ‘시련 포인트’가 오르는 것부터.
발견한 독버섯, 데스 데빌까지.
“흐음.”
가만히 듣던 노인이 고심했다.
그리고 이내 차라리 잘 되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하긴, 지금쯤 독에 대한 내성을 길러도 좋을 것 같긴 하구나.”
“내성을요?”
“그래, 이놈아. 적절한 때에 잘 말했노라.”
노인은 외려 날 칭찬했다.
마치 이제는 때가 되었다는 듯이.
“듣거라. 만술(萬術)은 가볍지 않도다. 어느 세계에서 익히든, 가히 절대자의 위치에 오를 기술이지.”
노인의 세계에서는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이곳 세계에서는 헌터 랭킹 1위.
“녀석아. 또한 절대자의 자리는 결코 만만치 않느니라. 살벌하고도 위험하지. 그러한 자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뭔 줄 아느냐?”
필요한 거?
내가 크음, 목청을 쓸었다.
“글쎄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무력? 아니면 인맥?”
“물론,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네 녀석은 일단 세상이 썩었다는 것부터 인지해야 하느니라. 적어도 나는 그랬다. 무릇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절대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수많은 자들이 내 자리를 탐냈지.”
노인이 지난날을 회상했다.
“나만 없으면 천하통일을 이뤄낼 수 있을 거대 세력, 시기 질투에 찌든 이인자, 삼인자. 또한, 제국을 통치하는 황제까지……. 물론, 그런 찐따들은 웃으면서 격파해 주는 게 바로 만술의 품격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온갖 기습과 암습에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중 하나가 독이라는 거군요.”
“그렇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청심법은 말 그대로 몸을 맑게 만들어주는 것. 나는 전설의 경지인 만독불침(萬毒不侵)을 이루기 위해 세상 모든 독을 구해다 먹기 시작했었지.”
만독불침지체(萬毒不侵之體).
천하의 어떠한 독도 침범하지 못한다는 전설 속에나 나오는 경지.
나는 굳이 노인에게 듣지 않아도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백 가지의 독을 몰아냈을 때, 나는 백독불침이 되었고, 천 가지의 독을 먹었을 때 나는 천독불침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세계에 존재하던 모든 독을 찾아 먹었을 때야 비로소…….”
노인이 미소 지었다.
만술의 대가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본인의 경지를 이뤄내기까지의 어려움과 고통을 만끽하고 있었다.
“세상 모든 독에 자유로워질 수 있었지.”
“대단하십니다.”
“그러니, 주변에 맹독이 있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거라. 보지 못한 독을 발견하면? 두려워하기보단 행복한 표정을 짓거라.”
“…….”
제삼자가 보면 변태라 생각할지도 모르는 말이다.
근데 나는 저 말이 왜 이렇게 와닿는 걸까?
왜 좋은 걸까?
독은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팀원들보다.
독은 맛있는 거라고 등 떠미는 노인의 말이 더 즐거웠다.
“엘드린.”
스슷!
나의 부름에 숲의 일족이었던 하이 엘프가 다가왔다.
“부르셨어요, 주인님?”
“내일부터는 독으로 보이는 것들도 다 구해와.”
독이 그렇게 좋은 거라면.
오히려, 이곳 열대우림은 나에게 기회였다.
던전 밖에서 구하는 것보다, 이곳에서 구하는 게 더 빠르고 깔끔할 것 같은 느낌?
거기다 혹시 아는가?
지구에 없는 독도 있을지.
“흠, 저번에 보니까. 딱 봐도 위험한 기운을 풍기는 독버섯들도 있던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래? 오히려 좋아.”
내 답에 노인이 끌끌 웃었다.
“좋구나. 나는 독을 구하려고 몇 년을 돌아다녔는데. 네 녀석은 숲에 일가견 있는 부하도 있고.”
“하하…….”
내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자.
“자, 그럼.”
노인이 손뼉을 쳤다.
“어디 그 데스 데빌이라 하는 녀석, 한번 먹어보거라. 본래 네 녀석 혼자 시행착오 겪어가면서 익혔어야 하지만, 스승 좋은 게 뭐더냐? 내 직접 지도해 주겠노라.”
“오오,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아른거리던 독버섯도 먹고.
고통스러운 마사지도 패스하고.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는 곧바로 독버섯이 있던 위치로 이동했다.
어두웠지만, 기본적인 달빛이 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무 음지에 솟아난 알록달록한 버섯의 자태.
“…….”
꿀꺽.
나는 침을 삼켰다.
‘데스 데빌이라고?’
카푸의 말이 떠올랐다.
먹는 순간 식도가 녹고, 위가 곪는댔지?
괜히 긴장됐다.
먹으면 아프겠지?
‘하지만,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고통 따위야 얼마든 참아왔다.
더군다나 고통 내성이란 스킬도 있지 않은가?
뼈칠이도 있고.
뒤에는 든든한 만술 노인이 지켜보고 있다.
‘좋아.’
먹자.
그냥 한입에 넣는 거다!
다짐한 나는 버섯을 통째로 입에 털어 넣었다.
오득, 오드득.
익히지 않아 딱딱한 버섯을 이로 씹어냈다.
‘우웩.’
생흙의 맛과 오묘한 감각이 혀와 목구멍에 느껴질 찰나.
[띠링!] [‘데스 데빌’을 섭취합니다.] [시련 포인트를 10 획득합니다.] [독 보너스가 있습니다.] [‘데스 데빌’은 2급 맹독입니다.] [시련 포인트를 300 획득합니다.]‘미친?’
나는 눈을 부릅떴다.
온종일 먹어서 쌓은 포인트가 320이었고.
사람을 죽여야 얻을 수 있는 포인트가 100인데.
독버섯 하나로 300의 시련 포인트라고?
‘이거…….’
완전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