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reached the ending with a death route character RAW novel - Chapter 105
제105화
드레이크의 여유로운 모습을 한동안 쳐다보다 나처럼 멍하니 서있는 병사들을 향해 빽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멍청하게 뭐하고 있나!”
화들짝.
다들 흠칫 놀라며 날 쳐다보았다.
“어서 내성으로 진입하라! 우리는 황성을 접수한다!”
외성이 뚫리고, 내성까지 뚫렸으며, 드레이크도 가벼렸기에 기댈 곳이 없는 적병들은 보이는 족족 항복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었다.
‘마탑!’
그랬다.
마탑이 있었다.
천 명의 총병을 제외한 나머지는 황성을 비롯해 여러 곳으로 퍼져서 점령을 하도록 했다.
나는 천 명의 총병을 이끌고 마탑으로 갔다.
‘후우, 중요한 인물들은 전쟁터로 나갔으니 저항해봤자 무섭지 않을 거야.’
제국의 최고 실력자라 알려진 5서클의 마법사 그로모엔 롤링과 하야자크 뫼른.
이 둘이 있다면 꽤 피해도 크고, 고전할 수 있었다.
다행히 둘은 유제프를 따라 전장에 나간 상태.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마탑에는 무수히 많은 마법사들이 있으니까.
다구리에 장사없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하급 마법이라도 한꺼번에 쏟아지면 나라도 피해가 막심하고,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고 보았다.
잔뜩 긴장한 상태로 병사들을 이끌고 마탑에 갔는데…
‘엥? 백기?’
그랬다.
마탑에 하얀 깃발이 걸려 있었고, 백여 명이나 되는 마법사들이 마탑 밖에 나와 있었다.
‘혹시 날 유인한 후에 죽이려는 건 아닐까?’
하지만 백기까지 꺼내들었는데 병사들을 이끄는 내가 겁을 낼 수는 없지 않나.
이곳에서 흑역사를 쓸 수는 없기에 담담한 척을 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뚜벅뚜벅.
이때 누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는데 보아하니 저들의 대표인 거 같았다.
“그대는 누군가?”
“현재 마탑의 책임자인 다로우라고 합니다.”
“그로모엔이나 하야자크는 들어봤지만 그대는 모르겠다.”
“두 분은 폐하와 함께 전장에 나가셨습니다.”
“백기를 걸었는데 항복이란 소린가?”
“맞습니다. 저희의 안전만 보장해주신다면 대항하지 않겠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내 목표는 빈집털이.
마탑의 마법사들을 죽이면 제국의 힘이 약해지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후에 감당해야 할 게 너무 무거웠다.
아니, 정확하겐 무서웠다.
왜?“
대륙의 마법사들 전부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니까.
마탑이란 존재감은 제국이나 왕국을 떠나 마법사에겐 상징 같은 거였다.
마탑이 아니라 신전이라 생각해보자.
어느 제국, 어느 왕국에 있든 신전을 파괴하면 해당 신을 모시는 모든 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게 아닌가!
마탑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마탑은 제국에 속한 마법사만 있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타 왕국에서 온 마법사라 하더라도 심사를 통해 실력이 있고, 그가 연구하는 분야가 마탑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받아들였다.
또 마탑에선 제국을 위해 싸우라고 하지도 않았다.
이런 사정인데 내전에서 마탑주와 부탑주가 유제프를 따르는 건 따로 거래가 있어서였다.
황태자도 아닌 유제프는 명분도 딸렸기에 마탑에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다.
바로 황자들과 공주들이 머무는 곳으로 제국에서 가장 유명했던 대마법사 아슬란 세그의 이름에서 가져와 아슬란 성이라 불리는 곳을 마법사들에게 내어주기로 한 것.
제국의 건국 초기에는 황자와 공주들이 아니라 마법사들의 거처였었다.
하지만 마탑이 세워지며 마법사들이 옮겨갔는데 아슬란 성에는 마법사들이 남긴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전해지고 있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마탑에서는 조사하기를 원했지만 어떤 황제도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은 나중에 듣게 되었는데 속으로 웃었다.
‘아슬란 성의 비밀을 조사한다고 알 수 있을까?’
나 같은 고인물도 아닌데 말이다.
아슬란 성에는 그로모엔이나 하야자크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존재를 모르고 있는 비밀의 장소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던전!
“저희의 안전을 보장해주시겠습니까?”
잠깐 생각에 잠겨 있는데 다로우가 질문했다.
“물론이다.”
대답하며 기뻐서 소리 지를 뻔 했다.
마탑을 이렇게 손쉽게 얻다니.
수많은 플레이를 했지만 지금처럼 쉬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박 중에서도 초대박이었다.
웃음이 새어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약속대로 그대들은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마탑 안의 것은 다 압수하겠다.”
“네.”
상대는 순순히 대답했다.
“나중에 그로모엔이나 하야자크가 돌아와서 텅 빈 마탑을 보면 그대에게 책임을 돌릴 텐데?”
“어쩔 수 없죠.”
“혹시 나를 따를 생각은 없나? 여기 있어봤자 책임만 추궁당할 텐데?”
“평생 마탑에서 연구만 하던 제가 뭘 할 수 있다고요.”
“여기 남아봤자 연구를 못 할 텐데?”
“네?”
이게 무슨 소린지 몰라 다로우는 눈을 껌벅거렸다.
다로우만 아니라 다른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마법책이든, 마법시약이든, 재료든, 뭐든 다 쓸어갈 건데 어떻게 연구를 한다는 건가?”
“끄응.”
연구에 필요한 것들이 다 사라진다는 생각에 모두가 신음하며 괴로워했다.
“차라리 날 따라가야 연구를 마음껏 할 거다.”
“…..”
“못 믿겠나?”
“네.”
“베르게르 공국은 마법사가 귀하다. 만일 그대가 나를 따라온다면 여기서 약탈한 걸 마음껏 쓰면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해주지. 이 정도면 믿음이 가나?”
솔직히 여기 있는 걸 가져가도 제대로 연구할 인력도 없었다.
섬머는 재능이 없고, 마고와 사이나는 도움을 받겠지만 두 사람이 쓰기엔 너무 많았다.
다로우와 마법사들 얼굴이 미묘하게 변하는 게 보였다.
‘흐흐. 쐐기를 박아줘?’
슬쩍 옆으로 나와서 다로우 뒤에 있는 마법사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너희 중에 날 따라 베르게르 공국으로 갈 자가 있다면 다 받아주겠다! 여기 다로우 마법사와 똑같이 제안한다. 날 따라온다면 마탑에서 얻은 마법책이든, 마법시약이든, 재료든 펑펑 쓰면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
“…..”
반응이 없기에 현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여기 남아봤자 마탑을 내어준 자로 찍혀서 평생 종처럼 부림만 당하고 말 거다!”
“…..”
“흐흐. 못 믿겠나? 마탑주와 부탑주가 어떤 사람인지 나보다 그대들이 더 잘 알 텐데?”
이 말이 결정적이었다.
이날 다로우를 비롯해 50여 명이 날 따라가겠다고 나섰다.
내 예상보다도 많은 숫자였다.
난 이들에게 직접 나서서 마탑을 탈탈 털라고 했다.
아무래도 마탑에 있던 이들이니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 테니까.
또 병사들에게 시키기엔 귀한 것들이 많았다.
뭐가 뭔지 모르는 병사들은 사고치기 딱 좋았다.
고위 마법사들의 비밀금고는 내가 나섰다.
그로모엔과 하야자크가 작정하고 숨긴 금고는 하위 마법사가 발견할 수 없었다.
내가 고인물이기에 저들의 비밀주문을 알고 있어서 비밀금고를 찾아내 열 수 있었다.
여기서 나온 건 당연히 아공간주머니로 쏙!
마탑에 들어가 숨겨진 이스터에그도 찾아야 하지만 당장은 황성부터 가야 하기에 이쯤에서 물러났다.
황성으로 갔더니 병사들이 포로를 다 잡아둔 상황.
이날 유제프의 어머니인 죽은 황제의 황후를 비롯해 그의 후궁들 및 황족 전부와 수많은 고위 귀족들과 그의 가족들을 잡을 수 있었다.
황후는 잡혀 가면서도 아들이 돌아오면 다 죽여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기분이 상한 내가 가까이 다가가…
짜악!
따귀를 날려버렸다.
“허억!”
다들 놀라서 세상이 멈춘 듯 누구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지 못했다.
황후만 빼고.
“이, 이런 괘씸한! 어디서 천한 것이!”
짜악! 짜악! 짜악!
연속으로 3대나 때렸다.
결국 황후는 땅에 쓰러졌다.
“약하게 때렸으니 엄살 피우지 마라. 계속 개소리를 지껄이면 발가벗겨서 중죄인들의 감옥에 던져버리겠다.”
감옥에 벗긴 채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뻔했다.
아무리 황후라도 성욕의 짐승들이 그걸 신경이나 쓸까?
황후는 날 노려보면서도 입을 열지는 못했다.
황후에 대한 대접이 어떠한지 직접 보았기에 다른 이들도 다 침묵했다.
“전부 한 곳에 몰아서 가둬라.”
“네!”
다음은 본격적인 황성털이!
황제가 머무는 헥터 성부터 시작해 황후가 머무는 아인 성, 황태자가 머무는 세르게이 성, 마지막으로 아슬란 성까지.
병사들이 돌아다니며 귀중품을 비롯해 귀하다 여기는 건 전부 쓸어왔다.
한편 나도 움직였는데 각 성마다 어디에 비밀금고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죽은 황제의 비밀금고도, 황후의 비밀금고도, 유제프의 것도, 버나드의 것도 전부 알고 있었다.
위치만 아니라 여는 방법까지 모두 다!
버나드는 아버지를 묘지에 모시러 성 밖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기에 비밀금고에 손도 대지 못한 상태였다.
전장에 나간 유제프도 설마 자신의 비밀 금고가 털릴 거라 예상하지 못해 많은 것을 그대로 남겨두었다.
이외에 고위 귀족들도 자신만의 장소에 숨겨놓은 비밀금고들이 있었다.
심지어 황성에서 오래 일한 집사들이나 시종장 같은 이들도 마찬가지.
죄다 털어 새로 구입한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하도 많이 넣어서 터지는 게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
어쩔 수 없이 그동안 모은 포인트의 대부분인 200점을 써서 아공간 주머니 확장권을 샀다.
무려 20톤짜리!
원래 있던 1톤이 더해져 이제 아공간 주머니의 용량은 21톤이 되었다.
그럼에도 담을 게 많아 부피가 크고, 무거운 건 뺄 수밖에 없었다.
황성털이에서 얻은 걸 정확하게 돈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수천만 골드는 넘는 듯.
가장 대박은 비밀금고보다 황후였다.
그녀의 몸에 걸친 것 하나하나가 보물 중의 보물이었으니까.
물론 황제의 보물창고도 대박이긴 했지만.
***
몽크를 비롯한 지휘관들을 불러 두 가지를 지시했다.
첫째는 수도를 탈탈 털며 약탈하라는 거.
“단 여자는 건들지 말고.”
“먼저 몸을 팔겠다는 여자가 있다면요?”
“그럼 즐기도록 해라. 단 경계가 느슨해지면 안 되니 지휘관이 병사들 통제를 철저히 하도록 해라.”
‘네.“
“한꺼번에 풀어주면 안 된다는 것도 알지?”
“물론입니다.”
“그리고 드레이크 공작의 저택은 특히 조심하라. 건들면 어찌 되는지 알지?”
“어휴, 그럼요. 미치지 않고서야…”
부르르르.
생각만 해도 겁이 나는지 지시를 받는 지휘관은 몸을 떨었다.
“귀족과 부자들. 특히 상인들 중심으로 털고 평민들은 건들지 마라. 아예 평민들 사는 곳은 가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하지만 공작 전하. 평민들 중에도 알부자들이 있습니다.”
반문한 건 페온이었다.
“페온. 우리는 고작 5천 명이 불과하다. 턴다고 다 가지고 갈 수나 있겠나? 과한 욕심은 오히려 짐만 된다.”
“그래도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도 않을 텐데요?”
그건 맞다.
다시 제국의 수도를 점령할 일이 있을까?
“일단 시키는 대로나 해보고 욕심을 부리도록.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서 털어도 된다.”
“예.”
“그리고 마차와 말은 전부 징발해라. 말은 전투마만 아니라 짐말도 좋으니 전부 다! 가져갈 게 많으니.”
“알겠습니다.”